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반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레이더-초계기 저공비행 갈등’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구상은 평가한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한국을 일부러 무시한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기국회 첫날인 28일 중의원에서 올해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 _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지난해 한국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표현을 생략한 채 짧게만 언급해 홀대했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연대한다”고만 언급했다. 중동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까지 언급해 놓고 정작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조차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의도적으로 한국을 무시함으로써 일본 내 보수층의 반한 감정을 건드리겠다는 심산이 보인다.

 

한·일관계가 좋을 때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양국 관계는 군사교류를 올스톱하는 최악의 국면으로 가고 있다. 해군은 다음달로 예정했던 1함대사령관의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 방문 계획을 취소했고, 이에 맞서 일본 방위성도 오는 4월 해상자위대 함정의 부산항 입항을 취소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오는 8월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에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때 일본 총리가 한 해의 시정 방향을 밝히는 연설에서 양국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는 북한과의 수교도 어렵다.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는 북·일 수교를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지금처럼 일일이 맞대응하는 방식으로는 갈등 해소가 어렵다. 양국 모두 차분하고 절제된 행동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28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것은 적절했다. 해군 제독으로 미군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스 대사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은 미국에 중재를 맡기고 추가적인 대응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 갈등이 정치권으로 더 이상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국 정치권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한다.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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