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협의, 대북공조 공과 돌아보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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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한·미 협의, 대북공조 공과 돌아보는 계기 돼야

by 경향 신문 2020. 6. 19.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이 본부장의 방미는 전부터 조율돼온 일정이지만,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와중에서 남북관계 악화를 방지하는 데 초점이 모아지게 됐다. 북한의 대남 공세에는 미국 때문에 남북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는 남측에 대한 불만이 포함돼 있는 만큼 한·미 양국이 대북공조의 공과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7일 담화에서 남측이 “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왔다고 했다. 또 남측이 “첨단무기를 사가라고 하면 허둥지둥 천문학적 혈세”를 바쳤다면서 이 역시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이 다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고, 이것이 남북관계 진전을 더디게 해온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만 해도 정부는 개별관광 등 독자적 남북협력 방안을 모색했지만 미국은 한·미 공조를 앞세워 이를 막았다. 그 핵심 제동장치가 한·미 실무그룹이다. 이로 인해 비무장지대 내 물품·장비 반입 등이 좌절·지연됐다. 


이번 한·미 협의에서는 북한의 추가 행동을 막는 방안과 함께 새로운 접근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남측은 맹비난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 점에 주목해 미국과 대응책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겠지만 ‘강 대 강’으로 받아치는 것은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갈 공산이 크다. 당장 한·미 양국 내에서 끓어오르는 한·미 연합훈련 실시 주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대북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는데,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긴장만 키운 것 아닌지도 이번 협의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한·미 실무그룹의 역할도 재점검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가지 않도록 북한도 이제는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노동신문은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다음 조치는)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잠수함 등 신무기를 선보일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한·미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것이다. 남북, 미국 모두 냉철하게 상황을 유지하면서 새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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