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3대 품목 수출규제가 국제통상 규범에 위배될 뿐 아니라 일본 스스로가 국제사회에서 취해온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는 증거들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30일 일본이 수출품 통과제한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과 관련해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의견서를 공개했다. 


일본은 의견서에서 “WTO 회원국들이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가진 재량권은 무제한이 아니다”라면서 안보상 예외조치를 규정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1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적 안보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고 무역조치와 필수적 안보 사이의 합리적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던 일본이 몇 달 만에 입장을 뒤집어 합리적 연관성에 대한 설명 없이 ‘안보상 예외조치’를 내세워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7월 31일 (출처:경향신문DB)


송 변호사가 전날 공개한 일본 경제산업성 고시를 보면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취한 반도체 3대 품목을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 수출할 경우에는 3년에 한번만 허가를 받도록 하는 포괄허가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국가·지역은 모두 생화학무기 국제통제체제인 호주그룹(AU)뿐 아니라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미사일국제통제체제(MTCR) 등 전략물자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보다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허술한 나라에도 포괄허가를 내주면서 한국을 개별허가로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로, WTO 협정 위반이다. 한국 수출규제가 애초부터 무리였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처럼 수출규제에 논리적 정당성이 없으니 일본이 WTO 이사회에서 한국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고 피해다닌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8월2일 각료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막가는’ 결정을 내린다면 한국도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이날 국회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유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상황 전개에 따라 (협정 폐기) 검토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양국이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신뢰의 기반 위에서 운용돼야 할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사 갈등이 경제를 거쳐 외교·안보로까지 비화되는 전면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일본은 추가도발을 중단하고 부당한 조치를 되돌려야 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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