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유와 관련해 말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등에 따른 ‘양국 간 신뢰훼손’ 때문이라고 하더니 얼마 안 가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등 ‘안보 우려’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거꾸로 일본이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전력이 드러나자 ‘안보 우려’ 주장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도쿄신문은 지난 12일 열린 한·일 양자 실무회의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이유로 제기한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 “북한 등으로의 물자 유출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고 13일 보도했다.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으로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공세를 펴다가 거꾸로 일본이 북한 유출 혐의를 받게 되자 ‘꼬리를 내린’ 셈이다. 수출규제 이유가 애초에 정당했고, 자신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스텝이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말바꾸기 행각이 안쓰러울 정도다.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관리에 허술했던 정황은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 10건을 분석한 결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들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수출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했다. 품목 중에는 레이더, 기중기, RC수신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레이더는 대함 미사일 발사능력을 갖춘 군함에 장착돼 있었고, 기중기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BRM) ‘화성-12호’를 발사대로 옮기는 데 사용됐다. 무인기에 쓰인 부품들도 여럿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9일 (출처:경향신문DB)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일본 산케이신문 2009년 3월21일자 기사가 ‘일본이 북한 핵물자를 대주는 짐꾼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일본 내에서도 이런 우려가 오래전부터 있었던 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가장 호들갑을 떨던 일본이 정작 자국 기업들의 ‘뒷거래’는 방치해왔던 것이다. 그래놓고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에 넘겨온 듯한 의혹제기를 하다니 이런 적반하장도 없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지난 1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나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체제 위반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했다. 국제기구 검증을 통해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자는 이번 제안에 일본 정부는 성실히 응해야 한다. 아니면 그간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 대해 정식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입장이 궁해지니 억지주장까지 펴며 대화를 기피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도쿄의 양자 실무협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부터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철회’라는 말은 없었다”고 했다. 일본 보복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일본까지 찾아간 한국 정부 대표가 철회 요구를 하지 않았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속기록에 ‘철회’라는 글자가 없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듣고 싶은 것만 기록한 모양이다.  


일본은 한국이 제안한 추가 실무협의 요청도,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제안한 한·미·일 고위급 협의도 응하지 않을 태세다. 이런 식의 태도는 일본의 국격만 떨어뜨릴 뿐이다. 일본은 당장이라도 한국과 대화할 것을 촉구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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