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1일자 지면기사-

 

베트남 하노이에서 28일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메트로폴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열었으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한 채 회담을 종료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을 위한 주춧돌이 놓일 것을 기대하던 국제사회는 갑작스러운 반전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회담 성공을 간절히 바라온 남북의 많은 이들이 낙담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회담 결렬의 직접 원인은 제재 완화와 비핵화 조치의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회견에서 “제재가 쟁점이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추가 핵시설의 존재를 거론한 것도 분위기를 냉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시설이 있었다”면서 “미사일도, 핵탄두도 빠져 있었고, 핵 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즉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한 북한에 대해 미국은 더 많은 비핵화 조치 요구로 맞섰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이 돌출적으로 거론되면서 합의불능의 흐름이 만들어졌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미국 국회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미국 정계가 들썩거린 것이 트럼프의 대북 태도를 강경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비공개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석연치 않은 점은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핵시설을 거론했고, 이에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는 트럼프의 발언이다. 그 정도로 중대한 핵시설이라면 미국이 왜 그간 거론하지 않다가 정상회담에서 불쑥 꺼냈는지 의문이다. ‘딜브레이커’가 될 정도로 중대 시설인지,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 수준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협상을 교착시키는 악재가 돼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대전환의 여정에 제동이 걸린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섣부른 비관은 금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계속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앞으로 몇 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비친 점을 봐도 그렇다.   

 

북한과 미국 간의 핵협상은 이미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실패와 우여곡절로 점철돼온 과정이었다. 이번 회담 결렬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난함을 다시 일깨우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북·미가 후유증을 훌훌 털고 조속한 시일 내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도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려는 중재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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