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4일을 기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일본의 참의원(상원) 선거운동 개시일이기도 하다. 집권 자민당이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로 표를 모으겠다는 정략적 술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그동안은 북풍(北風), 즉 ‘북한 때리기’로 선거를 치러오더니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혐한풍(嫌韓風)’이라도 일으키겠다는 속셈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선거에 득이 될지는 의문이다. 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연일 사설을 통해 아베 정부의 조치를 정면 비판하는 등 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통상국가의 이익을 손상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외교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 무역 절차를 들고나와 정치 도구로 사용한 것”이라며 “일본이 중시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보복조치 방침이 발표된 지난 2일부터 일본의 6대 주요 일간지 중 마이니치와 니혼게이자이, 아사히, 도쿄 등 4개 신문이 비판대열에 선 것이다. 수출규제 조치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서도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인 셈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런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한다.


일본 언론들도 지적했지만 이번 조치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줄면 일본 업체가 생산하는 유리기판, 반도체 제조장비는 물론 컴퓨터, TV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경제의 상호의존이 심화돼 있는 양국이 치고받으면 결국 득을 보는 것은 중국뿐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과 국제사회에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설명하는 방안 등 외교적 대응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 마땅한 대응이다. 다만 의연하고 치밀하게 대처해 후유증이 없도록 할 것을 당부한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일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논의 등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용두사미에 그쳤던 전례를 감안하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일본 국민들의 감정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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