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남한과 결별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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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 남한과 결별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by 경향 신문 2020. 6. 15.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 대남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담화가 연일 쏟아지고있는 가운데 14일 판문점으로 향하는 길목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가 이동 차량이 적어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쌓아올린 남북관계를 아예 없던 일로 되돌리겠다는 ‘결별 예고’이자 파국 압박이다.  


지난 열흘간 북한은 일방적인 비난을 퍼붓다가 급기야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단계로 남북관계를 몰아갔다. 마치 ‘파국 시나리오’라도 정해놓고 움직이는 듯 일사불란하다.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북한의 담화가 나오자 통일부는 곧바로 대북전단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인 단체 2곳을 수사 의뢰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북전단 살포행위 엄정대응 방침을 내놨다.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일면 타당하다고 본 정부가 이례적일 정도로 기민하게 움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을 모두 단절하는 등 강수를 연발하면서 대화 여지를 아예 차단해왔다. 왜, 무엇 때문에 북한이 이토록 과잉행동을 벌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15일은 남북 정상이 해방 후 처음으로 만나 남북 화해와 협력을 다짐한 6·15공동선언 20주년이다.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남북이 상호 신뢰를 쌓는 ‘이정표’를 세운 날을 함께 기리기는커녕 결별을 위협하는 현실은 실로 유감스럽다. 특히 2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특사로 방한해 ‘화해의 전령’ 역할을 했던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 압박을 진두지휘하는 건 더 안타깝다. 남북행사 때마다 예의를 갖추며 남측 인사들을 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일견 북한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열고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이루지 못하고 미국의 대북 제재에 갇혀 있는 남측 정부에 실망감이 클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북·미관계와 무관하게 남북협력을 증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탓에 쌓인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미국보다 부담이 덜한 남한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북한이 당면한 어려움을 짐작할 수는 있으나,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  


청와대는 14일 심야에 NSC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협의했다. 만일의 사태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북한의 난폭한 언행은 남북화해를 열망하는 여론을 악화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북한은 더 이상의 대남 압박은 멈춰야 한다. 지지부진한 남북합의 사항 중 못마땅한 게 있다면 현 상황에서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며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게 정도이지 않겠는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만들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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