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재무부의 추가 제재 계획을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가 주도해온 대북 압박흐름에 일단 제동을 걸어 북한이 협상 국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라는 액션을 취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대응으로 받지 않고 자제력을 보인 것은 바람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북·미 협상구도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정상의 2차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하노이 _ AP연합뉴스

 

북한 역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 철수하면서도 남측 인원의 잔류를 허용하는 등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날 추가 제재 등 미국의 대북압박 강화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정도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도 북한도 협상의 파국을 원치 않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물론 하노이 회담 결렬의 파장이 워낙 큰 만큼 북·미가 당장 대화를 재개할 상황은 아닐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좀 더 정세를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숙고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대화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남·북·미 모두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한 만큼 당분간 대북 추가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의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미 협상이 올 상반기 중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협상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서도 대북 제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의 포괄적 로드맵을 합의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현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북·미 양측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의지가 있다면 대화 복귀를 준비하면서 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