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내년부터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타결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최대 쟁점은 한국이 분담할 방위비 총액과 연 증가율, 유효기간인데 이에 대한 양측 간 입장차가 크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당장 새 협정에 합의해도 국회 비준 등 절차를 거쳐야 내년부터 적용하는데 아직도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방위비 분담금 2배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협상이 더딘 이유는 미국이 한국 정부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미국이 약 50% 올린 12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분담금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담금을 두 배로 올려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임은 물론이다. 한국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원으로, 2005년 6804억원에서 13년 동안 41.1% 증가했다. 1991년 이래 인상폭은 2.5~25.7%였고, 2014년에 합의된 종전 분담금도 전년 대비 5.8% 증액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13년치 인상분보다 더 많은 액수를 한꺼번에 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방위비 분담금은 미군이 한국에서 고용하는 근로자의 인건비(40%),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40%), 군수지원비(20%) 등 지원 명목이 분명히 제한돼 있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필요에 의해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면서 그 비용을 한국이 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을 다 쓰지도 못해 해마다 이월하고 있다. 이러고도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려받겠다고 하니 누가 그 주장을 이해할 수 있겠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임승차 운운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다. 한국은 해마다 미국에서 6조~7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한다. 평택에 새로 마련한 미군기지 건설 비용 12조원 중 91%를 한국이 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만이 그 수혜자인 양하고,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한국의 처지를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것은 동맹국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시민이 납득할 합리적 수준 이상의 분담금을 내서는 안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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