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및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 그리고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요구한 것으로 외신이 보도했다. 또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 허용, 핵 관련 모든 활동 중지와 새 시설물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과 과학자 및 기술자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이런 안을 협상의 최대 목표로 제시해 본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관철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핵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원점으로 되돌아갈 상황에 처한 것만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과 핵물질·핵무기의 미국 반출은 이른바 ‘리비아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리비아와 북한은 핵개발의 동기나 수준이 엄연히 다르다. 북한을 향해 핵탄두를 미국으로 보내라는 것은 항복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된다. 거기에 그동안 거론하지 않던 생화학무기까지 폐기 대상 목록에 넣었다. 비핵화를 수용하면 어떤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물론 상황이 여기에 이른 데는 북한의 책임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면서도 어떻게 비핵화할지, 그리고 이미 확보한 핵무기는 어떻게 할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제재 해제에 집착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니 미국이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 없이 리비아식 해법만을 제시했다면 북한이 수용할 리가 없다. 북한과 대화를 진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2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2019.2.28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한국의 역할은 더욱 긴요해졌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문 대통령은 1일 “북·미 대화 재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공조 방안에 대해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강조해온 대로 북핵은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보상책도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미국에 실망감을 느낀 북한이 북·미 협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비무장지대 내 남북공동 유해발굴을 1일 남측 단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9·19 남북군사합의 등은 지속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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