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일 0시1분(현지시간)을 기해 2000억달러(약 23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5745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미·중은 무역협상 합의에 실패했다. 양국은 앞으로 3~4주간 더 협상한다. 이 기간 ‘대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터다. 협상은 경제적 득실 외에 정치적 셈법까지 작용, 타결까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35%가 넘는 주요 무역상대국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27%나 된다. 그중 원료 등 완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가 79%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우리 수출도 그만큼 타격을 받는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이 총 0.14%(8억7000만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관세부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국 등 주요 수입국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을 ‘남의 일’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논의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출부진을 내수로 뒷받침하려면 재정확대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선 수출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 ‘핀셋 처방’도 요구된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위기를 ‘산업구조 개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어차피 중국도 세계 교역무대에서 우리의 경쟁국이다. 미·중 협상을 통해 중국의 불투명한 경제규범이 바로 서고, 과도한 정부보조금 정책이 폐기되면 한국 경제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중국의 대미 수출은 8.8%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9% 증가했다. 미·중 무역긴장으로 최종재에 대한 한국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걱정만 할 게 아니다. 기업이 경쟁력으로 재무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동자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정부 차원의 교육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실업·빈곤 등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사회안전망도 촘촘하게 다져야 한다. 기업도 혁신을 위한 투자와 함께 수출 판로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국회도 정부의 재정확대, 제도 개선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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