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관계 더욱 다지고 외교 지평도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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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남북관계 더욱 다지고 외교 지평도 넓혀야

by 경향 신문 2019. 5. 9.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한반도에는 북한이 지난 4일 쏜 발사체가 날린 먼지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미사일 도발”이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비판하며 무력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우려했다. 한반도 정세의 시계가 2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형국이다.


2017년 5월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고 9월에는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북 군사행동을 시사하며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갔다. 이런 와중에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은 남북 화해 협력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상을 견지했다. 문 대통령의 뜻은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와 남북대화 복원을 거쳐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과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펼쳐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천명하는 괄목할 만한 진전도 있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문 대통령의 구상은 암초에 부딪힌 상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5월9일 (경향신문DB)


그간의 정책을 돌아보면 안타까운 점이 적지 않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확보한 ‘대북 지렛대’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이 초기에는 제대로 작동했다. 북한도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논의하지 않던 관행을 깨고 한국의 중재역할에 기대를 실었다. 하지만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미국은 한국을 메신저 정도로 여기는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정세 조성의 가장 큰 이유는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고수하는 미국,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이 접점 찾기에 실패한 데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을 때 정부가 구체적인 비핵화 설계도를 만들어 북·미를 설득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비핵화의 최종단계와 로드맵을 원하는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에만 신경 쓴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은 북·미 협상 교착이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뒤바뀌었다. 미국이 남북관계의 독자적 진전에 제동을 걸었던 탓도 있지만, 정부가 미국에 너무 순응하면서 스스로 자율성을 잃어버린 측면이 크다. 대북 제재하에서도 가능한 남북관계 사업들조차 미국을 의식하는 바람에 판문점선언 합의 이행이 상당부분 지체됐다. 이는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신뢰저하로 이어지며 한국의 중재역량을 약화시켰다.   


북핵외교 과정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 소홀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 일본, 러시아에도 이해관계가 지대한 사안이다. 주변국의 탄탄한 지지가 필수적인데도 정부가 북·미 외교 외길만 걸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김정은은 연말까지 미국의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했고, 미국이 대화의지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하반기에 본격화될 북·미 협상에 대비해 외교의 폭을 넓히고 주변환경을 다져야 한다.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한·중 및 한·일 관계 진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능동적인 외교를 위한 인적쇄신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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