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열기 원하지 않는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는 협상 재개로 얻어지는 이득보다 리스크가 더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NN의 이 보도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국정연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거론하지 않은 사실과 연결하면 대선 전까지는 북·미관계를 동결하려는 분위기가 미 정부 내에 형성돼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북한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북한은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며 협상 문턱을 높여둔 것 외에는 대미 태도에 특별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 8일 건군절도 조용히 지나갔다. 북한 노동신문이 11일 사설에서 “장애와 난관을 성과적으로 뚫고 나가자면 과학기술이 발전을 선도해나가야 한다”고 한 것은 당분간 자력갱생에 집중하려는 내부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 대응이 ‘발등의 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내내 북·미관계는 교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이런 상황에 수동적으로 젖어들어서는 안된다. 북·미 대화가 멈춰 서면 남북관계도 ‘올스톱’되는 것은 한국이 스스로를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시키는 격이다. 이런 폐단에서 벗어나고자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 아니라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협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독자적 남북협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조하에서 추진하려던 북한 개별관광은 신종 코로나라는 돌발악재로 힘이 빠진 상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남북 간 방역협력이다. 감염병 같은 재난은 한반도 전체의 문제다. 북한 내에서 통제되지 못하면 한국에도 영향이 미친다.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모으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웃한 남북이 방역협력에 나서는 것은 국제사회적으로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한·미는 11일 서울에서 북핵 차석대표회의를 열어 북·미 대화와 남북관계 증진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방역협력의 필요성도 협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방역협력에 미국이 이의를 제기했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남북 간 방역협력을 정식으로 북한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화답해 재난에 대한 남북 공동대응의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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