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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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

사드, 끝난 게 아니다

by 경향 신문 2016. 7. 27.

한국 언론 보도를 보고 있으면 성주 군민들이 제2의 세월호 유가족들, 2의 밀양 송전탑 건설지역 주민들처럼 비국민으로 고립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한 뒤 논의가 지역민의 안전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처럼 흐르고 있다. ‘외부세력의 개입’ ‘종북딱지를 붙이는 것까지 정권 담당자들과 보수 언론의 구도짜기는 이제 지겨울 지경이다. 주민 안전 문제는 그 자체로 중요하고, 끈질기게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수천만명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며 국가안보를 얘기하는 쪽에서 님비로 손쉽게 치부해버리고 마는 논리로는 이기기 어렵다.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사드 한국 배치 결정 철회 촉구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급기야 성주 참외를 내 자식에게 먹이겠다고 거드는 미국 정치인까지 등장했다. 국방연구원 연구원 출신 여당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트렌트 프랭스 하원의원의 발언이 전해졌다. 그 뒤 프랭스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진행되던 바쁜 와중에 한국 특파원들을 불러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이 허락한다면 애리조나의 자기 집 뒷마당에라도 사드를 배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임을 누구보다 그가 잘 안다.

 

사드가 한국 방어를 위해 얼마나 효과적인지, 탄두 재진입체와 유인용 가짜 탄두를 구분하는 데 얼마나 유능한지 그에게 물었다. 프랭스는 2005년에 11번 모두 성공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언급하며 사드의 요격 확률이 99%에 달한다는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사드가 아직 유인용 가짜 탄두를 구별해낼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한계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기술 발전이 결함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했다.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미사일방어 역학에 정통한 미국 과학자들의 견해는 어떨까. 여기서 과학자들이란 미국 군산복합체로부터 한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우려하는 과학자들의 모임테드 포스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석좌교수와 조지 루이스 코넬대 연구원은 적이 유인용 가짜 탄두로 교란하기는 너무 쉬운 반면, 아군이 그것을 막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적외선 감지기상에 똑같아 보이는 진짜 탄두 진입체와 유인용 가짜 탄두 세트를 설계하는 것은 간단한 반면 둘을 구별해낼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사드 포대를 성주에 배치해도 북한이 마음먹고 쏘는 노동·스커드 미사일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물리학을 전공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본인이 연구원 시절이던 1981년 논문에서 내렸던 결론이기도 하다. 포스톨 교수는 카터 장관이 35년이 지나도록 그 결론을 뒤집을 만한 어떠한 근본적인 기술적 진보도 없는 상황에서 사드 세일즈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과학자로서 부도덕하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미사일 확산방지 문제에 대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포스톨과 비슷한 견해를 가진 과학자 출신 보좌관들이 많다. 이들은 왜 사드 배치에 제동을 걸지 않았을까. 오바마 행정부의 논의 과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사드 배치는 오바마가 밀어붙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 때문에 사드를 배치해달라고 조르고, 펜타곤과 무기 제조업체들 그리고 공화당이 이를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한국이 나중에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서운해할 이유는 많이 없는 셈이다. 사드가 기술적 측면에서도 한국 방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 과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미사일방어 맹신론자조차 솔직히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무기를 동북아 긴장 고조의 최전선이 될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배치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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