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와 공동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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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빈부격차와 공동부유

by 경향 신문 2021. 8. 25.

베이징 거리에 나서면 쉽게 접하는 이들이 있다. 메이퇀(美團) 같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와 디디추싱(滴滴出行)으로 대표되는 차량공유업체의 기사들이다. 아파트 단지에도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음식 배달 노동자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디디추싱 기사들은 대중교통 운전사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몇 가지 정책은 더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8일 차량공유업체가 기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낮추고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응해 기사의 노동권익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음식 배달 노동자 권익 보호 지침도 내놨다. 배달 노동자들을 사회보험에 가입시키고, 그들의 평균 수입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를 외신들은 기업 규제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한국 언론 보도만 놓고 봐도 ‘기업 규제 확대’ ‘배달원 급여까지 간섭’이라는 등의 제목이 기사에 달린다. 기업의 사업성 악화나 주가 하락을 염려하는 기사도 뒤따른다. 지난해 말부터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인터넷 공룡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각종 규제와 단속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를 단순한 기업 옥죄기나 길들이기와는 다른 일종의 ‘비정상성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40여년간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다. 덕분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그사이 사회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중국에는 빈부격차와 불평등 심화라는 시장경제의 모순이 그대로 이식됐다. 상속세나 부동산 보유세도 없어 부의 증식이나 대물림이 여느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더 용이하고, 계층 사다리가 없는 ‘흙수저’ 청년들의 좌절감만 커져가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다. 최근 잇따라 내놓고 있는 사교육이나 부동산에 대한 규제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여름 전·현직 지도부의 비밀회의로 알려진 ‘베이다이허 회의’를 마치고 돌아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동부유는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올 들어 기업 규제와 노동권 강화, 사교육·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물론 근저에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 야망이 깔려 있다. 내년 3연임을 앞두고 재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중 갈등과 경제성장률 둔화 추세 속에서 내수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 동시에 비대해진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과 부의 독점을 억제하고 당의 권력과 통치 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분명해 보인다.

 

공동부유는 시진핑 집권 3기에도 계속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산당 지도부는 기본 경제제도를 견지하고 먼저 부유해지는 것을 막지 않겠지만 부유해진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부유해지는 것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누구나 가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강력한 국가권력에 기반한 시진핑의 또 다른 ‘중국몽’이 실현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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