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방한은 누구의 ‘나와바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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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기자메모, 기자칼럼

볼턴 방한은 누구의 ‘나와바리’인가

by 경향 신문 2019. 2. 22.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주말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20일 CNN 보도는 국내에서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정부는 이 보도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확인도 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이 왜 오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등을 물어봐도 답이 없다. 청와대는 21일 오전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문의에 “우리 정부가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담은 문자를 발송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방한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확인할 사안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답변은 가당치 않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카운터파트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물론 백악관과 청와대 안보실의 협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이 그간의 상례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긴박한 시점이다. 한반도 문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서울에 온다면, 어떤 목적이든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 여기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구나 볼턴 보좌관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에게 ‘불청객’의 이미지가 강하다. 갑작스러운 볼턴 보좌관의 방한 뉴스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아무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청와대 안보실의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해도 청와대는 “우리 정부가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것 보다는 친절하고 성의있는 답변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더구나 실망스러운 것은 기자 출신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언급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전에 보낸 문자 내용을 되풀이하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기자 생활하는데는 ‘나와바리(담당)’가 가장 중요하다. 워싱턴이 나와바리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기자들이 담당할 사안이 아니니 신경끄라는 의미로 들린다.

 

우선 사실관계를 따지자면, 이 문제는 워싱턴 뿐 아니라 청와대 출입기자도 담당해야 할 일이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볼턴 보좌관 방한에 대해 물어보는 정치부장이나 데스크에게 “이 문제는 워싱턴이 나와바리이니 거기에 물어보시라”라고 답하면 어떤 반응이 올 것 같으냐고 김 대변인에게 묻고 싶다. 

 

김 대변인 말대로 기자에게 나와바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나와바리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질문해야 하는 기자의 임무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더구나 김 대변인은 불과 1년 전까지만해도 기자였다. 이러면 곤란하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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