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루스벨트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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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바이든의 ‘루스벨트 되기’

by 경향 신문 2021. 4. 21.

‘조 바이든은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의 반열에 오를 것인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이 다가오면서 미국 호사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때이른 질문이다. 루스벨트는 12년 임기 중 대공황과 2차 대전이라는 ‘내우외환’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지도자다. 워싱턴 백악관 맞은편 벚꽃으로 유명한 ‘타이달 베이슨’에 있는 루스벨트 기념비에 가보면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깊은 존경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루스벨트에 비유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역사학자 존 미첨이다. 미첨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사 작성에 관여했으며,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역사학자들의 비공개 회동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와 경기침체, 분열 등 미국이 직면한 위기에 대처하려면 루스벨트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바이든이 그런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새 대통령들이 ‘취임 100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도 루스벨트에서 시작됐다. 1933년 3월4일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는 유명한 취임식 연설과 함께 첫번째 임기를 시작한 그는 취임 100일 동안 각종 개혁 법안을 77건이나 통과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대공황으로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되살린 뉴딜은 이렇게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루스벨트를 많이 의식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루스벨트가 온천욕을 하기 위해 자주 찾았던 조지아주 웜 스프링스를 방문해 자신이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라고 주장했다. 취임 100일도 유독 강조했다. 취임 100일이 되기 전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인 1인당 1400달러씩 재난지원금이 돌아가게 했고, 밀린 월세와 대학 학자금을 탕감해줬다.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및 법인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막대한 재정 투입 효과는 미국 경제 회복 신호로 나타나고 있다. 1억명으로 설정했던 취임 100일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목표는 2억명으로 높여 잡을 정도로 순조롭다.

 

바이든 대통령의 ‘루스벨트 되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것인가? 두 지도자가 직면한 위기의 크기와 대응 전략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도 많다. 루스벨트 집권 첫해 여당인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에서 안정적 다수였지만,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 의석을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한 입법 환경이 훨씬 불리한 것이다. 주요 현안이나 가치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의 신념이 정반대일 정도로 정치적 양극화는 심화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진보 진영은 선명한 개혁을 더욱 담대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중도 진영은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파편화된 언론 환경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애 요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능력은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여느 지도자와 다르지 않다. 개혁과 통합이라는 모순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과 유연성이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허니문’이 짧게 끝나리라는 것도 여느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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