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16년 대선과 2018년 중간선거를 지켜보며 미국의 선거제도에 보완할 지점이 적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투표권 제약, 게리맨더링 등 제도 관련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대선전이 시작되면서 제도 보완 논란은 벌써 점화됐다.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인 선거인단제도(electoral college) 폐지 공방이 대표적이다. 


선거인단제 폐지를 앞장서서 공론화하는 인물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타운홀 미팅에서 “모든 미국 시민의 투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과 브라이언 슐츠, 다이앤 파인스타인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지난 3일 선거인단제를 폐지하는 헌법수정안을 제안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카말라 해리스, 코리 부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베토 오르어크 전 하원의원 등도 선거인단제 보완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선거인단제는 각 주에서 상·하원 의원 수 535명(상원 100명, 하원 435명)과 워싱턴 3명 등 538명의 투표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별 선거에서 1등을 차지한 대선 후보는 그 지역 선거인단을 독식한다. 승자독식제로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앞서고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패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민주당은 21세기 들어 두 번이나 그 피해를 봤다. 2000년 앨 고어 후보와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각각 공화당 후보보다 54만표와 290만표 더 얻고도 패배했다.


승자독식의 문제는 분명하다. 절반에 가까운 득표를 해도 1등에 0.1%라도 뒤지면 한 명의 선거인단도 확보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218만표를 얻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3%포인트 뒤져 한 명의 선거인단도 얻지 못했다. 클린턴을 지지한 수백만표는 사표가 된 것이다. 몇 개의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만 집중하는 선거전이 펼쳐지는 문제도 있다. 


표의 등가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인구에 상관없이 각주별로 상원의원 2명을 두는 제도의 영향으로 주별 선거인단은 인구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미국 통계국의 2016년 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인구의 84%가 백인인 와이오밍주에서는 주민 18만명당 선거인단 1표가 배정됐다. 반면 62%가 소수인종인 캘리포니아주에는 주민 67만명당 1표가 주어졌다. 선거인단제는 도시 지역의 소수인종 유권자를 저평가하고 시골 지역의 백인 유권자들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헌법 개정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논란에 그칠 수도 있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상·하원의 3분의 2 이상과 전체 주의 4분의 3인 38개 주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공화당은 개헌에 부정적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지역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요구는 “정치에서 시골 지역의 역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시골 백인 유권자를 지지층으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제도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2012년에는 선거인단제가 “민주주의의 재앙”이라고 비판했던 그는 이 제도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한 후에는 “천재적”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는 지난달 20일 트위터에서 “인기투표를 하면 당신은 거대 주만 찾아갈 것이고 작은 주들과 중서부는 모든 힘을 잃을 것”이라며 폐지론에 대해 반대를 밝혔다.


선거인단제는 북부에 비해 인구수가 적은 남부 지방의 하원 비중을 높여주기 위해 노예 인구의 5분의 3을 유권자로 계산하는 소위 5분의 3 타협이 이뤄지던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다. 미국적인 게 모두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모든 제도는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미국 대선 제도도 예외는 아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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