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서는 ‘996’ 정신이 필요하고, 생활에서는 ‘669’를 지켜야 합니다.”


매년 5월10일은 ‘알리데이’다. 알리바바그룹 직원들의 축제인 이날 최고 하이라이트는 102쌍이 올리는 합동결혼식이다. 주례는 마윈(馬雲) 회장이다. 올해 주례사의 핵심은 996과 669였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남성들은 생활에서 669를 지켜야 한다”면서 6일에 6번 그리고 ‘오래’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9(九)의 중국어 발음인 ‘지우’는 오랠 구(久)와 같다. 주례를 한 마윈 회장도 웃었고 신혼부부와 내빈들도 웃었다. 669가 성적 의미가 담긴 야릇한 말이라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이들도, 또 동영상이나 기사를 통해 본 중국인들도 모두 다 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가운데)은 지난 10일 102쌍의 부부가 참석한 합동 결혼식의 주례로 나섰다. 사진 펑파이


마윈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담긴 996을 옹호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996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중국 IT 업계 근로 문화를 말한다. 마윈은 “여러분이 젊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가 젊은이들에게 ‘꼰대’로 낙인 찍혔다. 이날 주례사는 마윈이 여전히 알리바바에서는 996 정신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669가 불러온 야한 농담 논란이 996 꼰대 논란을 덮었다.


지난해 알리데이 합동결혼식에서도 마윈은 묘한 주례사를 했다. 그는 “결혼의 중요한 키포인트는 딩딩(釘釘)을 많이 쓰는 것”이라고 했다. 딩딩은 알리바바가 만든 채팅 프로그램이다. 모바일 채팅 앱 1위인 웨이신(微信) 대신 자사의 딩딩을 사용해 대화를 많이 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딩딩은 남성 성기를 뜻하는 딩딩(丁丁)과 발음이 같다. 마윈은 말미에 “행복한 결혼의 관건은 딩딩”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중국에서 적응이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같은 뉴스를 방송하는 일이다. 관영방송 CCTV의 <신원롄보>는 베이징TV에도, 상하이TV에도 똑같이 나온다. 몇 시간 후에 똑같은 신원롄보를 재방송하는 것을 보면 더 놀란다. 뉴스가 취재 경쟁의 산물이라기 보다 최고 지도자와 당의 움직임과 지침을 알리는 선전 도구라는 전제를 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고개를 숙이고 받아적고 있는 간부들의 모습도 단골로 등장한다. 뉴스 내용은 다음날 인민일보 1면에 똑같이 실린다. 번뜩이는 비판의 칼날보다는 칭송의 시가 많다. 


선전도 시대에 맞게 옷을 갈아 입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춰 공산당은 지난 1월 정책선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쉐시창궈(學習强國·학습강국)’을 내놓았다. 연설문과 다큐멘터리 등 시 주석의 사상과 정책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시(習)’자가 시 주석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일부 기업에서는 앱 이용 횟수로 직원들의 점수를 매겨 포상을 한다고 한다. 지난달 출장길에서 만난 한 지방 간부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쉐시창궈 순위를 자랑했다. 지도자의 말을 잘 숙지하면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이 앱은 알리바바가 개발했다. 


마윈의 ‘669’는 야해서가 아니라 알리바바의 선전 욕심 때문에 문제가 됐다. 알리바바는 마윈이 주례사를 마친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669를 새로운 개념이라고 홍보했다. 이 669론이 기업 안팎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코멘트도 했다. 노골적으로 성적 암시가 들어있는 이 말은 마윈은 물론 알리바바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마윈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러나 되레 새로운 개념으로 널리 알리기에 나서 지적을 받았다. 앞서 마윈의 996 옹호 발언을 널리 홍보한 것도 알리바바의 소셜미디어였다. 지도자의 말은 발언의 적절성을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무조건 학습의 대상이라는 관념이 뿌리 깊게 박힌 중국식 문화가 반영된 결과인 듯하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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