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승풍파랑 언니’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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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대륙의 ‘승풍파랑 언니’ 돌풍

by 경향 신문 2020. 7. 1.

최고령 52세, 최연소 30세. 중국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승풍파랑(乘風破浪)의 언니> 출연자 연령대다. 지난 12일 처음 방송됐으니 오디션 프로로는 한참 후발 주자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첫 방송 직후부터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순위 상위권을 휩쓸고, 각종 매체에서 보도를 쏟아내며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를 방송하는 망고TV 모기업인 망궈차오메이(芒果超媒)는 방송 다음날 주가가 6.82% 상승하는 등 10거래일 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939억위안이던 시가총액은 일주일여 만에 1200억위안으로 방송 콘텐츠 회사 중 단연 선두에 섰다.

 

<승풍파랑의 언니>는 기존 오디션 프로의 틀을 깼다. 30세 이상에게만 출연 자격을 준 것에서 한 번, 기존 연예인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깼다. 게다가 이들은 연예계에 데뷔한 지 최소 7년에서 많게는 36년이 지난 베테랑들이다. <프로듀스101>의 중년 버전이랄까.

 

시청자 팬덤을 형성하기 어려운 여성 중년 스타들의 출연은 오히려 강점이 됐다. 언니들은 ‘예쁘고 귀엽고 가끔 섹시한’ 기존 여성 아이돌 공식에서 벗어났다. 짧은 머리로 중성적 매력을 드러내고, 비주류 장르 음악도 선보인다. 규격화된 마른 체형이 아니어도 당당하게 드러낸다.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제작진 요청에는 “소개할 필요가 있냐”고 받아치는 등 하고 싶은 말은 시원스레 다 한다. 그간 켜켜이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가 있고, 경쟁자들을 토닥이는 따스함도 있다. 시청자들은 “30명의 언니들을 보니 나이 드는 일이 그리 두렵지 않다”며 이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마오쩌둥 주석이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고 말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앞서 남녀평등 개념을 세웠지만, 이후 진전은 빠르지 않았다. 전 세계를 휩쓴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열풍도 중국 대륙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여성 지도자가 나타났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여성 연예인에게는 더욱 가혹한 기준이 요구된다.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연기, 가창력, 내재된 매력이 아니라 얼굴, 체형 같은 외적인 것들이다. 중국 남성 연예인의 얼굴 상처나 후덕한 뱃살은 인간적 매력이나 귀여움의 상징이 되곤 하지만, 여성 연예인들에게는 퇴출 기준으로 작용한다.

 

승풍파랑은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라는 뜻으로, 원대한 포부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나아감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승풍파랑의 언니>는 중년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온갖 편견 속에서의 도전과 노력을 보여주며 감동을 준다.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이가 들면 인생의 부가가치가 늘어난다는 점을 느낀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1990년대 중화권 스타 중리티(鍾麗提)도 <승풍파랑의 언니> 중 한 명이다.

 

50세인 그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성별이나 출신 배경은 가상의 부호일 뿐”이라면서 “승풍파랑의 인생이 되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온전히 스스로 방향키를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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