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의 외교만사]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과 직면한 도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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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김흥규의 외교만사]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과 직면한 도전들

by 경향 신문 2022. 6. 10.

2022년은 과거 어느 시기 못지않게 많은 변화와 외교·안보적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북한은 기존의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하던 태도를 바꿔 이미 수차례 미사일 실험을 단행하였다. 핵실험마저 조만간 실행할 기세이다. 북한은 한·미의 현재 및 가까운 미래 방어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는 역량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미국 본토를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유사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주저하게 할 역량도 갖추었다.

한국에서는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현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기존의 맹목적인 대북 평화추구 전략을 포기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제시할 수 없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명백한 반발이다. 금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간 미·중 전략경쟁에 온통 집중되었던 국제정치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는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미·서 유럽과 러시아 간의 대립도 존재한다는 점을 재인식하였다. 전문가들조차도 대체로 당연시한 러·중 동맹과 쿼드가 실제로는 보다 복잡한 국제정치적 셈법에 의해 작용한다는 것도 드러났다.

미국이 과연 중·러와 각기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그리고 서유럽 국가들이 대러시아 연합전선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국제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중국은 금년 말 당대회를 통해 초유의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을 추진할 기세이다. 금년 말에는 미국의 중간선거도 개최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면 공화당의 승리가 예상된다.이러한 추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미래의 미·중 전략경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된다. 혹독한 겨울이 다가온다.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약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 동맹 강화는 독이 될 가능성

이러한 도전에 대응할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선이 대체로 끝났다. 그 면면을 살펴보자면, 과거 정권에 비해 전문성이 돋보인다. 두 번째로는 강력한 한·미 동맹론자들이며, 중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세 번째로는 대부분이 강한 자기 확신을 지닌 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인선은 일견 보수를 표방하는 정권에서 당연한 인사로 여겨진다. 적어도 과거 정부처럼 너무 터무니없는 정치적 인사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법하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PEW리서치의 2020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미국의 미래에 대해 더 신뢰하고,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이 결과는 자국의 이익을 미국의 이익과 거의 결부시킨 일본의 인식보다도 더 극단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의 여론 향배가 중요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더구나 보수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에서 이러한 인사를 단행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파나 정권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으로 완전히 환치시키지 않고, 대한민국의 이익 관점에서 고려한다면 많은 우려를 안겨주는 출범이다. 적어도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할 새로운 발상과 창의력을 담은 신선한 인사는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대북 대결정책, 친미 동맹정책, 반중 강경정책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한·미 동맹론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반중정서로 무장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대해 미국의 기대치는 대단히 높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미국과 함께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할 태세이다. 준비가 안 된 미국을 향해 쿼드에 합류하겠다고 미리 타진했다가 거부당한 것은 그 한 해프닝이다. 설사 트럼프나 그 2.0 버전의 대통령이 나와 기존 5배에 달하는 미군 주둔비 인상압력을 한다 할지라도 결국 다 수용할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계획을 추진하는 데서 엿보이듯이 십자군전쟁이라도 나설 기세이다. 여기서 향후 중국 때리기는 기본이다. 현재의 미국은 일본이나 한국의 도움 없이는 중국의 도전에 응전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쟁의 시기에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이나 전략적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대로라면 이러한 위상은 윤석열 정부의 독이 될 개연성이 높다.

기존의 틀 넘어 새로운 접근 필요

중국은 윤석열 정부의 반중 성향에 대해 도발은 자제하겠지만 응전을 이미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강대국 국제정치의 기본은 이에는 이로 응전하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역사·문화적으로 복수를 당연시하는 나라이다. 그간 우리는 한·미 동맹의 가치를 마치 공공재처럼 인식했던 것 못지않게, 중국이 초래할 비용에 대해서도 거의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든든한 미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갈등해도 그 기회비용에 대한 고뇌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독도 방문처럼 국내정치용으로 대일관계를 소진해버렸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한·미 동맹을 과시하여 국민을 안심시키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듯 처방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러한 일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정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국력의 구성요소, 즉 자강·동맹·국제연대의 역량 중 이제는 동맹에 대한 맹신보다는 어떻게 자강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지에 대한 고민이 배가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는 안보의 핵심적인 교훈이다. 동맹의 부재는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다.

한·미 동맹의 강화는 거의 운명적인 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관리할지 더 고민하여야 한다. 이분법적인 관점이나 가치동맹에 입각해 선악의 대결로 국제정치를 해석하고 나서는 것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가져온다. 국제정치의 이분법적 해석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의 보수적 사고와 인맥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허물고 보다 신선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외교안보 역시 접근해야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혁명적이거나 혹은 대담한 접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보수와 진보의 전문가들을 두루 아우르고 경청하면서, 중지를 모으고, 신중히 일보일보를 걷으면서 좌표를 정해나가는 지난한 과정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역대정권에서처럼 어느 누구도 실패와 손실을 책임지지 않을 외교안보 정책의 모든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이 오롯이 안고 갈지도 모른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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