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베 총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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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베 총리에게

by 경향 신문 2013. 1. 7.

김정훈 | 전남과학대 교수·일문학


 

일본 유학에서 귀국한 뒤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지도하며 한·일가교에 매진하는 학자로서 일본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아베 총리에게 충언드립니다. 한국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에 동원돼 피해를 본 근로정신대 할머님들이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광주에서는 2009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도 결성돼 근로정신대 피해자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도 있지만, 동향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자 문제 해결에 헌신적이었던 양심적인 일본작가 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를 연구하는 입장이기에 저 또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1999년 초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군수공장 등에서 불법노역에 시달렸음에도 임금도 받지 못하고 귀국했기에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이를 기각해 버렸습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출항의 돛을 올린 계기이기도 합니다.


(경향신문DB)


그런데 그 후 기대를 걸어도 좋을 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국인 강제노동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일본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도, 2010년 일본 니시마쓰(西松)건설사가 일제강점기 니카타(新潟)에서 노동하며 피해를 입은 중국인 징용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배상금을 지불했기 때문입니다.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미쓰비시중공업도 자세를 바꿔 피해자 측과 2010년부터 도쿄와 나고야 등에서 16차례나 협상을 진행해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배상 건과 관련한 협상이 지난해 7월6일 최종적으로 결렬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국내의 광주지법에 제기한 상태입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미쓰비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협상을 진행해오다가 개인보상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을 이유로 들거나,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들었는데, 일본 기업에서 중국인 피해자들을 보상한 선례가 있는 만큼 속히 피해보상을 하고 공개 사과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일찍이 마쓰다 도키코는 강제동원으로 피해를 입은 이국 징용자의 실태 조사와 진상규명에 앞장서 중국인 피해자에 대한 동정과 참회의 마음이 조선인에게도 다를 바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나오카 광산의 참극’이라는 논평을 통해서도 “중국인 강제연행 사건은 어떤 의미에서 조선인 강제연행 사건이었고, 동시에 그건 전시 일본의 1억 국민에게 부과된 군사적 생산 총동원 체제하에서 일어난 무수한 비운과 직접 연결된 학대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으며 근본적으로 그러한 진실의 모태가 되었던 것은 침략전쟁 그 자체였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 논평은 군대 보유와 전쟁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제정한 평화헌법 개정이 얼마나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할 것인지를 일깨웁니다. 다른 한편 피해 보상과 성찰의 문제도 당시의 조선인과 중국인 징용자가 대등한 처우를 받아야 함을 ‘중국인 강제연행=조선인 강제연행 사건’으로 지적한 것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이 중국인 징용 피해자에게는 수십억원을 보상했는데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피해보상과 공개사과가 절실합니다. 신년 한·일우호를 위해 각별한 관심으로 살피셔서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 문제를 하루속히 해결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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