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하노이’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논의가 답보 상태다. ‘백투더 2017’이 안 되려면 북·미가 대화 노력을 배가하고 우리 정부도 중대 역할을 해야 할 것인데, 그 요체는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 성취다.


북한 비핵화 성취를 위해선 첫째 핵무기, 핵물질, 관련 장비, 시설 및 문서를 포함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신고 및 해체, 둘째 북한 핵종사자들의 직업 전환, 셋째 북한이 비밀 핵프로그램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및 추가의정서 적용과 지속적 모니터링, 넷째 재처리 및 우라늄농축 등 민감 기술 및 물자의 밀교역 방지를 위한 수출통제 체제 강화 등이 따라야 한다.


북핵 검증과 관련하여, 영변의 5㎿ 흑연로에서 생산된 플루토늄 총량은 ‘흑연동위원소비율법(GIRM)’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다. 이 기법은 원자로 운영 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 없이도 흑연 원자로의 총 플루토늄 생산량을 추정하는 데 유효하게 사용된다. 


IAEA 안전조치는 핵물질 및 핵시설을 사찰하는데, 추가의정서는 핵연료주기 관련 연구 및 개발 활동을 사찰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들도 북한 핵신고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신고하지 않은 핵물질이나 핵활동을 숨긴다면 의심되는 모든 현장에의 접근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주변 감시 없는 북한 핵인력과의 사적 면담과 상세 문서에 대한 접근을 통해 북핵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할 수 있다.


북핵 프로그램의 불가역적 해체를 위해 가능한 한 조기에 모든 핵무기, 플루토늄 피트, 분리한 플루토늄, 사용후 핵연료, 신핵연료, 고농축우라늄, 원심분리기, 핵폭탄 및 원심분리기 설계도면 등을 제거하고 북한 외로 반출하여야 한다. 그리고 영변의 5㎿ 흑연로, 실험용 경수로,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 및 육불화우라늄 생산시설, 원자로 부품 제조시설, 핵무기 제조시설 등도 파괴하고, 핵실험장을 영구적으로 폐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핵종사자들의 직업 전환이 중요하다. 이들은 핵무기라는 군사 목적 프로그램이 아닌 민간 프로젝트로 직업 전환이 돼야 한다. 평화적 원자력 활동은 북한의 핵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수용 가능한 대안일 수 있다. 북한의 열악한 전력망 사정을 감안한 중소형 경수로 제공, 북한 핵시설의 해체 및 방사성폐기물 방사능 제염, 영변의 IRT-2000 연구용 원자로 활용, 평양 및 영변에 국제과학기술센터(ISTC) 설립 등과 같은 방안도 있다.


지난 30여년간 국가적 난제인 북한 비핵화 성취를 위해 중요한 정치적 관심, 재정 능력, 기술적 노하우, 동일 언어 및 북한과의 문화적 친화력을 가진 우리나라는 이러한 북한 비핵화 과정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강정민 |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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