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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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고사 전략

by 경향 신문 2014. 9. 29.

국가 권력은 어떤 사건을 ‘사건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까.

9월20일 오키나와 북부의 헤노코에서는 미 해병대 비행장 건설 반대 집회가 있었다. 5500여명이 모였다. 무대에는 소위 ‘반정부’ 인사들뿐만 아니라 시장들, 국회의원들, 정당 지도자들, 시·읍 의원 등 오키나와의 주요 자리에 있는 인물들도 있었다.

토요일이어서 더 많았지만, 평소에도 새 비행장을 지으려는 캠프 슈와브 출입문 앞에는 500명 정도가 모여 소란하게 집회를 한다. 그 앞바다에는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려는 카약 시위대들과 이들을 저지하려는 해안경비대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다.

오키나와 언론매체에는 매일 이 뉴스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도쿄의 보통 사람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사실상 보도관제에 가깝다. 정부 관리들은 이 사안에 대해 논평할 때마다 ‘더 이상 이슈가 아니다’, ‘논쟁은 종결됐다’, ‘결론이 났다’, ‘이제 끝난 문제다’, ‘이 수천명의 행동은 의미가 없다’라고 한다. 일본의 대부분 신문과 방송들은 고분고분하게 그 수천명의 오키나와인들이 매일 하는 일들은 뉴스가 아니라고 결론짓고 보도하지 않는다. 그 결과 대부분 본토 사람들은 이것이 아직도 진행 중인 문제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엄청난 규모의 경비대, 경찰, 전경, 해안경비대를 투입해 매우 능숙하게 반대 운동을 고사시키는 작전을 펴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인 이 전략은 공사를 방해하는 시위대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체포도 뉴스가 될 것이므로) 그저 물리적으로 공사 방해를 막는 것이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8월 14일 오키나와 나고 앞바다에서 카누를 타고 해상시위를 벌이다 일본 해안경비대에 제지당하고 있다. _ AP연합


시위대는 카약보다 약간 큰 배를 몇 척 갖고 있다. 나는 그중 하나인 헤이와마루(平和丸)를 타고 이 고사 전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기회가 있었다. 새 비행장은 오우라만(灣)의 일부를 메워서 지을 계획이다. 공사 현장은 바다에 뜬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여 있고, 바리케이드는 바다 밑바닥에 줄로 고정돼 있다. 현재 인부들은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있는데, 이 작업은 산호초와 바다 생명체에 매우 해롭다. 카약 시위대는 쇠사슬로 연결된 바리케이드를 넘어 작업 현장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이들은 카약을 타고 쇠사슬 위를 넘어가는 기술을 개발했다. 카약은 매우 가벼워서 몸을 뒤로 기울이면 뱃머리가 물 위로 떠오르고, 그 순간 전력을 다해 노를 저으면 쇠사슬을 절반쯤 넘어가게 된다. 그 순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바이케이드를 완전히 넘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해안경비대가 몰려와 시위대를 카약에서 끌어내 바리케이드 밖으로 밀어내버린 뒤 놓아준다. 해안경비대의 이 작전은 늘 성공한다. 그들의 힘은 카약 시위대보다 훨씬 세기 때문에 식은 죽 먹기다. 카약이 10여척이라면 해안경비대는 선체 밖에 엔진이 두 개 달린 큰 고무보트 20여척에 완전무장한 경비대를 운용한다. 그들은 헬멧, 고글, 방수 무전기와 카메라, 쌍안경, 확성기, 잠수 장비를 갖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망원렌즈 카메라로 채증을 하며 본부에 무선으로 보고한다. 그들의 전략은 아무도 공사현장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아내 그 누구도 어떠한 범죄 혐의로도 체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카약 시위대는 끌려나오는 과정에서 목 등을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해안경비대는 “어떠한 부상도 없었다”고 일축한다. 의사와 당사자가 부상이 있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즉 정부 전략은 기지반대 운동을 ‘사건이 아닌 것’으로 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압도적인 경찰력과 재원을 이용해 이 일을 사건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누군가 신문들에 왜 이 뉴스를 보도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면 신문들은 할 말이 있다. “그런 뉴스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누군가 정부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면, 정부도 대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아무 일도 없었거든요.”

그들은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이여 걱정하지 마시라. 이 전략은 성공하지 못한다. 실제 현실은 (언론에 나오는) 가상현실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오키나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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