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마당]세력 균형·실리 위해 러시아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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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마당]세력 균형·실리 위해 러시아에 주목하라

by 경향 신문 2013. 2. 11.

이창주 |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석좌교수



한반도의 주변 정세가 긴박해지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의 외교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핵심은 한쪽에 치우친 외교보다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협력적인 외교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의전적이고 정치적인 과시형 외교가 아니라 국익과 미래를 위한 실질적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주변 4강과의 외교정책은 격동하는 국내외 정세를 풀어가는 데 절대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번에 중국에 특사를 파견한 것은 적절하고 의욕적인 출발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이분법적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한·미동맹의 유지 관리를 바탕으로 한·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의 심화 발전 병행과 더불어 주변국 외교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변화하는 글로벌 질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동북아시아를 새로운 무대로 설정하고 신극동전략으로 동진하는 러시아 외교를 주목하는 정교한 외교적 혜안을 주문하고 싶다. 한국 외교가 지향하는 중견국 리더십 확보를 위해선 한·미·중의 전략대화 못지않게 대러시아 관계가 긴요하다. 여기에는 한국의 제한적인 외교자산을 균형적으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


한·러 6자회담 수석대표가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하고 있다. (경향신문DB)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200억달러에 달하고 투자와 합작부문에서 새로운 협력공간이 열려 있다. 특히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과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프로젝트는 통일 한반도 미래와 러시아 동방정책의 국가적 이해가 맞물린 국제연대 협력 모델이다. 지정학적 역할과 북·러관계 복원을 도모하고 있는 러시아와는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유럽 중심의 대외정책을 아시아로 선회하고 있다. 강한 러시아 재건을 표방한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 파워 국가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극동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증가를 완화하고 동북아 리더십을 확보하여 아·태국가들과의 경제협력체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시아는 극동 개발과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푸틴은 2012년 ‘모스코브스키예 노보스티’지에 기고한 ‘러시아와 변화하는 세계’라는 글에서 북한의 핵 억제를 위해 남북이 상호 신뢰하에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는 남북문제 및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국가 중의 하나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강화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신중했다.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야 하고, 결의안은 중립적이고 지역의 안전에 기여해야 하며,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 수호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나라 모두 북한의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우호세력임을 경쟁적으로 자임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동북아지역에서의 러시아 역할과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남·북·러 3자 경제협력 프로젝트의 실현은 통일로 가는 길이다. 한·러 양국은 아·태지역의 경제·정치적 파트너로서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서 한국은 역내 중견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간의 갈등과 미·일 대 중·러의 첨예한 대립을 억제하고 세력균형의 실리적 외교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의 러시아 특사 파견은 지난 정권처럼 허세적인 정치인이나 의전적인 측근 중심의 1회성이 되어선 안된다. 선진국처럼 전문가 중심의 친러시아 라인을 구성해 연속성을 지향하는 특사 외교가 필요하다. G2시대에 대응하는 다변화·균형 질서의 전략적 동반자로서 러시아는 한국의 키 플레이어이자 파트너이다. 미국도 대외정책에서 러시아 카드를 활용하고 있음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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