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511건

  1. 2019.05.09 [사설]대북 식량지원 빠를수록 좋다
  2. 2019.05.09 [사설]남북관계 더욱 다지고 외교 지평도 넓혀야
  3. 2019.05.07 [여적]비행기와 낙뢰
  4. 2019.05.07 [사설]“북한과 협상할 의사 있다”는 폼페이오 발언을 주목한다
  5. 2019.05.07 [사설]북한, 무력시위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6. 2019.04.30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김정은 ‘새로운 길’의 한계
  7. 2019.04.29 [동서남북인의 평화찾기]‘정상적인’ 한·일관계란 무엇인가
  8. 2019.04.24 [사설]북·러, 중·러, 미·일 정상회담 개최, 주변국 관리 중요하다
  9. 2019.04.24 [기고]남북 민간교류와 한반도 비핵화
  10. 2019.04.22 [사설]북·미 교착 속에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을 주목한다
  11. 2019.04.17 [이대근 칼럼]김정은 계산법은 틀렸다
  12. 2019.04.16 [사설]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공식화한 문 대통령
  13. 2019.04.15 [사설]3차 회담 의지 밝힌 북·미 정상, 창의적 중재가 필요하다
  14. 2019.04.12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15. 2019.04.12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16. 2019.04.10 [사설]남·북·미 정상, 비핵화 협상 성공 위한 결단 필요하다
  17. 2019.04.09 [세상읽기]한·미 공조 대 우리민족끼리, 승자는?
  18. 2019.04.05 [정동칼럼]북한의 새 길, 낡은 길 되지 않으려면
  19. 2019.04.03 [기고]북한 비핵화의 포괄적 성취를 위하여
  20. 2019.04.02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한·미 ‘굿 이너프 딜’의 성공조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대북 식량지원에 공감해왔지만 정상 차원에서 이렇게 분명하게 지지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 두 정상의 진전된 입장을 환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하다. 국제기구들은 현지조사를 토대로 긴급을 요하는 식량 부족분이 136만t이라고 밝혔다. “북한 어린이들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호소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한·미 양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집행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그러지 않았다. 정부는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도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따라 집행하지 못했다. 당국은 밀린 이 약속부터 지체없이 이행해야 한다. 


관건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려면 남북한과 미국 모두 식량 지원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을 불식해야 한다. 북한은 식량 지원을 수용하되 대미 외교의 승리인 것처럼 선전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한·미의 보수층도 북한이 식량을 전용한다는 등 주장으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해선 안된다.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을 넘어 남북 당국이 직접 지원 방안을 협의할 필요도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일 방한했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집행함으로써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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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한반도에는 북한이 지난 4일 쏜 발사체가 날린 먼지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미사일 도발”이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비판하며 무력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우려했다. 한반도 정세의 시계가 2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형국이다.


2017년 5월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고 9월에는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북 군사행동을 시사하며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갔다. 이런 와중에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은 남북 화해 협력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상을 견지했다. 문 대통령의 뜻은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와 남북대화 복원을 거쳐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과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펼쳐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천명하는 괄목할 만한 진전도 있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문 대통령의 구상은 암초에 부딪힌 상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5월9일 (경향신문DB)


그간의 정책을 돌아보면 안타까운 점이 적지 않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확보한 ‘대북 지렛대’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이 초기에는 제대로 작동했다. 북한도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논의하지 않던 관행을 깨고 한국의 중재역할에 기대를 실었다. 하지만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미국은 한국을 메신저 정도로 여기는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정세 조성의 가장 큰 이유는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고수하는 미국,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이 접점 찾기에 실패한 데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을 때 정부가 구체적인 비핵화 설계도를 만들어 북·미를 설득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비핵화의 최종단계와 로드맵을 원하는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에만 신경 쓴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은 북·미 협상 교착이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뒤바뀌었다. 미국이 남북관계의 독자적 진전에 제동을 걸었던 탓도 있지만, 정부가 미국에 너무 순응하면서 스스로 자율성을 잃어버린 측면이 크다. 대북 제재하에서도 가능한 남북관계 사업들조차 미국을 의식하는 바람에 판문점선언 합의 이행이 상당부분 지체됐다. 이는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신뢰저하로 이어지며 한국의 중재역량을 약화시켰다.   


북핵외교 과정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 소홀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 일본, 러시아에도 이해관계가 지대한 사안이다. 주변국의 탄탄한 지지가 필수적인데도 정부가 북·미 외교 외길만 걸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김정은은 연말까지 미국의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했고, 미국이 대화의지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하반기에 본격화될 북·미 협상에 대비해 외교의 폭을 넓히고 주변환경을 다져야 한다.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한·중 및 한·일 관계 진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능동적인 외교를 위한 인적쇄신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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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외눈박이 키클로페스 삼형제는 어둠에 갇혀 있다 제우스 도움으로 풀려난다. 대장장이인 삼형제는 보답으로 제우스에게 무기를 만들어 준다. 아르게스는 번개, 브론테스는 천둥, 스테로페스는 벼락을 만들었다. 막강한 힘을 갖게 된 제우스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우주의 새 주인으로 등극한다.


실제 번개의 위력은 무시무시하다. 전압은 10억볼트, 전류는 5만암페어, 발생 열은 태양의 5배나 되는 2만~3만도에 달한다. 지구상에는 하루 500만회 넘게 낙뢰가 떨어진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번개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숙명이다.


나치 독일의 자랑거리였던 비행선도 번개에 꺾였다. 1937년 ‘힌덴부르크호’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미국 뉴저지주 비행장에 착륙하려던 순간 갑자기 내리친 낙뢰 감전으로 연료탱크가 폭발해 추락했다. 승객과 승무원 35명이 숨진 이 사고로 비행선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항공기는 동체가 전도성 좋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낙뢰의 위험에서 크게 벗어났으나 ‘완전’하지는 않았다. 1963년 12월 미국 메릴랜드 상공을 날고 있던 팬암 214 여객기 날개를 번개가 직접 때려 날개 하단의 연료탱크에 불이 붙었다. 조종사는 다급하게 ‘메이데이’를 외쳤지만 항공기는 이내 추락했고 81명의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미국 연방항공청은 미국 상공을 운항하는 민간항공기에 낙뢰사고를 방지하는 ‘방전장치’(static discharger) 부착을 의무화했다. 지금은 세계의 모든 민항기에 방전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번개의 고압전류는 날개와 꼬리 등에 설치된 방전장치를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방전장치가 피뢰침 역할을 하기에 날벼락이 떨어져도 항공기는 무사한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5일 국내선 여객기가 비상착륙 과정에서 기체에 화재가 발생해 41명이 숨지는 참사가 났다. 현지 언론은 “기체에 대한 번개 타격”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륙 직후 낙뢰를 맞고 급히 회항해 비상착륙을 하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안타깝다. 과학기술에 힘입어 아무리 대비를 하더라도 자연의 습격은 어쩌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번개쯤’은 하고 무리한 운항을 한 인간의 오만의 대가일까.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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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북한의 발사체가)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그들과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국의 절제된 반응을 평가하며 대북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에 주목한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으로 볼 때 미국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본격적인 도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우선 “(북한의 발사체가) 국제적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의 발사체들이 단거리용인 데다 발사 방향 등으로 볼 때 미국과 일본에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북한의 발사가 유엔의 미사일 모라토리엄(동결) 위반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미사일 동결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대화 교착 국면을 오래 끌면 좋을 게 없다는 북한의 독촉장으로 인식하고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경계하면서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당장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부 불만 세력을 설득하려면 오히려 추가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도발은 북한에 재앙이 될 것이다. 최근 국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가뭄과 홍수 등으로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10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이 교착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은 허용된다”며 대북 제재와 식량 지원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9일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다. 정부는 비건 대표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2017년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지원사업에 800만달러를 제공하기로 의결해 놓고 아직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는 차제에 이 문제를 논의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 허용할 필요가 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이 북·미 간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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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약 70㎞에서 240㎞까지 비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를 동원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분석결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 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어긴 것은 아니지만 단거리 발사체라도 탄도미사일로 판명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2009년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발사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중인 한반도 정세를 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복귀토록 하려는 북한의 대미 압박성 무력시위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비핵화 협상에서 빅딜(일괄타결)을 앞세워 타협하려 하지 않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읽힌다. 다만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저강도 방식을 택함으로써 협상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화력타격훈련에 동원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상공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을 5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선 까닭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결정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공개 약속한 것은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염두에 둔 선제 행동이었다. 하지만 북·미 협상에서 미국은 상응조치는커녕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해왔다. 핵무력이라는 지렛대를 내려놓은 채 선의의 대화를 통해 미국과 새로운 관계수립을 꾀하려 했지만 미국이 따라주지 않는 답답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가 연합공중훈련을 벌이는 상황에 맞서 내부결속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두고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행위라면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 정세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행위는 안된다. 북한이 수위를 높여 전략도발로 들어갈 경우 북·미 대화는 단절되고 한반도는 군사충돌의 위기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매진해온 문재인 정부의 운신 폭은 좁아지게 된다. 이 모두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김정은이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청와대는 4일 북한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북한은 한·미 당국의 이런 자제에 부응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력시위보다 우선 남북대화에 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대북 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이 순서일 것이다. 정부도 북·미 대화 복원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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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이 윤곽을 드러냈다.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그는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고 “세계 모든 평화애호역량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작년 3월26일 중국, 11월3일 쿠바, 금년 3월1일 베트남, 4월25일 옛 사회주의 종주국인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하는 등 국제연대 재구축에 나섰다. 동시에 김정은은 “조·미 대결의 초침”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하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라고 촉구하며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놓으려 하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즈음해 북한 매체들은 한·미동맹을 비난하며 남북관계의 자주적 해결을 촉구했다. 작년 6월12일 첫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잘못을 인정한 “그릇된 관행들”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김정은은 4월16일 공군부대 비행훈련, 다음날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는 등 이틀 연속 군사행보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25일 북한 조평통은 한미연합공중훈련이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항의하고, 27일 조선중앙통신은 축소 실시된 ‘동맹-1연습’을 침략전쟁 연습이라며 “북남, 조·미 수뇌상봉들에서 이룩된 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비난하였다.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평화기류가 공고한 것이 아니라며 북한군에 “강력한 군력”을 촉구한 것과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새로운 길’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김정은이 주요국 정상들에게 핵 포기를 약속하고 작년 당 전원회의 때 핵실험, 중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결정한 순간부터 북한은 악자(惡者)에서 약자(弱者)의 지위로 내몰렸다. 북한이 아무리 자력갱생 구호를 내걸고 국제연대를 복원해 ‘새로운 길’을 가려 해도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병진노선으로 돌아가 약속들을 깨는 순간, 네 번이나 찾아가 어렵게 회복한 북·중관계와 새로 구축한 북·러관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북한이 전략도발을 재개하면 북·미 대화가 단절되고 한반도는 다시 군사충돌의 위기상황에 빠져들 것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속화하는 명분을 얻고 북한은 경제번영의 기회를 잃게 되고 남북의 평화공존과 통일은 더 멀어지게 된다. 연말까지는 북한이 병진노선이라는 ‘옛길’로 돌아가지 않겠지만, ‘새로운 길’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남측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상황은 트럼프가 북·미 비핵화 협상 타결을 2021년 제2기 출범 이후로 미루고, 내년 대선 때까지 상황관리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주도의 엄격한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남북관계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더러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겁박한다고 한국이 국제제재망에서 홀로 이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네 번이나 만나 ‘한 참모부’를 약속하고 푸틴 대통령과 ‘다자 안전보장’의 지지를 얻었어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조차 대북 제재망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국제현실이다.


북한은 연말까지 기다리다가 미국이 북측 희망대로 계산법을 바꾸지 않으면, 내년 봄부터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 등 전략도발을 벌여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재를 뿌리고 한국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오히려 트럼프의 강경대응으로 보수파 결집을 이뤄 대통령선거에 영향도 못 미치면서 한국 내 평화세력만 궁지에 몰아넣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갖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쉽게 입장을 바꾸기 어렵고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면 입장을 바꾸기가 더 어렵다는 점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미국 입장을 유연하게 하려면 중재자든 당사자든 한국의 역할을 믿고 다시 한번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 정부도 비핵화 동력을 살리고 협상 타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일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한·미관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이 북·미 협상을 후순위로 미루지 않도록 설득해 비핵화 동력을 유지하고 대화 재개를 이끌어내야 한다. 4월11일 한·미 정상회담은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었다. 둘째, 비핵화 타결을 이루기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만든 뒤 이를 근간으로 미국과 북한을 견인해야 한다. 창의적 해법을 만들기 위해선 민관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셋째, 맞춤형 대북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당분간 남북 교류협력은 대북 제재와 무관한 분야에 국한하되, 정치·군사 분야에서 속도를 낸다. 평화협정 논의 착수와 군비통제 이행으로 한반도 비핵화 여건의 조성과 실질적 평화공존체제 구축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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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가 비정상이고 최악이라고 한다. 국교정상화 이래 한·일관계는 계속 풍파를 겪어왔으나, 작년 가을부터 극도로 악화되었다. 


최근 크게 부각된 쟁점은 ‘징용공’(강제동원 노동자) 문제다. 작년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금 지불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일본 총리와 외무대신은 한일조약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를 재삼 들고나왔다며 크게 반발했다. 일제의 강제동원 문제는 제기된 지 오래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고,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같은 해 최종 승소했다. 이에 앞서 신일철주금은 2012년 주총에서 한국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통해 화해하려고 했고, 이전부터 일본 전범기업의 불리했던 상황에 영향받은 독일은 2000년 연방정부와 6000개의 전범기업들이 총 101억마르크의 절반씩을 부담하여 나치에 의한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을 위해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란 이름의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2007년까지 100여개국  7700만 강제노동자들에게 배상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한국의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원고와 화해하려는 일본 기업에 제동을 걸었다. “버릇이 되어 다른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아베가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고, 이후 대법원 판결로 ‘최악의 한·일관계’에 이른 것이다.


다음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017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12·28 한·일 합의’에 의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문제다. 이 문제도 박근혜가 무책임하게 국회 비준도 없고, 문서 공개도 없이 이면 합의까지 더하여 구두로 합의를 발표한 것이다. 국제적 비난을 면하기 위해 아베는 이 합의를 이용했으니 작년 11월21일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에 크게 반발했다. 속임수로 상대로부터 받은 증서를 가지고 모질게 빚 독촉을 하는 아베의 행동은 정의의 집행인인 양 행세하는 악독한 고리대금업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웃기는 것은 작년 12월20일 한국 구축함이 일본 자위대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했다고 하여 일본이 난리를 떤 일이다. 누가 먼저냐는 진실공방은 차치하고, 레이더를 쏘았다는 게 대단한 문제라고? 독도 근해에서 북한의 표류선에 대한 구조활동을 하던 한국 해군함정에 일본 초계기가 위협적으로 근접 비행한 것은 외교 범절에도 벗어나고 ‘평화헌법’을 가진 전후의 일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행동이다. 일본의 군사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는 도발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들에서 기인한 일본에서의 ‘한국 때리기’ ‘혐한’ 풍조는 절정에 올랐다.


이런 상태를 두고 “한·일관계가 비정상”이라면서 국내 일부 정치인과 관료, 학자들은 한국도 잘못을 뉘우치고 한·일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한·일관계는 정상이었는데, 한국의 잘못으로 비정상화가 되었는가? 정작 ‘도대체 정상적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라는 것은 무엇일까?’란 물음에 대한 답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일단 이론적으로는 정상적 국가관계란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대등한 외교관계를 맺고 교류함을 말하는데, 각 나라가 독립적이고 자주적이어야 한다.


한·일관계는 일본과 한국이 미군 지배하에서 외교주권을 가지지 못한 시기에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청산도 없이 어물쩡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국은 애초부터 분단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미국 지배권에 편입되어 동서냉전의 한 축이 되었고, 한국과 일본은 모두 ‘반공’ 우방국의 틀에 묶였다. 미국은 베트남전쟁 수행의 필요성 때문에 1965년 한일조약으로 ‘국교정상화’를 양국에 강요했다. 1960~1970년대 한국에는 일본에서 생산한 전자제품 등이 쏟아져 들어왔고 거리에는 기생관광을 온 일본인들이 활보했다.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서 일제(일본 제품)가 일제(일본 제국주의)를 압도하고 회자되었다. 거시적으로 보면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구도 속에서 한국은 일본의 하위에 자리하면서 ‘대공산주의 방파제’의 구실에 안주했다. 그리고 ‘한강의 기적’ 속에서 목숨을 마멸시키는 장시간 저임금의 고한(苦汗) 노동으로 원색적인 욕망들만이 요동치는 야만의 시대를 겪었다. 일제에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출신의 독재자의 나라에서 일본은 대접을 받고 돈벌이도 실컷 하면서도 기술적 우위를 무기로 한국을 계도하는 교만을 즐기는 시대가 ‘정상적인 한·일관계’의 시대였던 셈이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 도약은 일본의 ‘아시아 넘버 원’ 자리를 위태롭게 했다. 여기에 한국의 민주화, 특히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평화와 통일의 눈부신 아이콘이 되고, 그래서 과거 일본의 지배를 받던 조선이 국제적으로 각광을 받자, 일본 극우세력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시기와 질투, 증오심을 느끼며 극단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상전으로 모시는 한·일관계로 결코 되돌아갈 수도 없고, 되돌아가서도 안된다. 민주적 주권국가인 한국 그리고 새로운 남북의 ‘평화시대’에 걸맞은 한·일관계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서승 동아시아평화연구소장·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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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 방문을 대내외에 사전 예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북·러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번주에는 북·러뿐 아니라 중·러, 미·일 간에도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는 등 동북아 외교가 바쁘게 전개된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워싱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전날인 23일(현지시간) 전용열차 도착 예정지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위 사진). 북·러 정상회담장이자 김 위원장 숙소로 알려진 극동연방대학 스포츠동 건물(가운데 사진). 고려항공 특별기로 운송된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 리무진이 극동연방대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_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본격화되던 1년 전 세계의 시선이 판문점에 쏠렸던 것과 비교해 보면 착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북·미 간에는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입장 차가 확연한 상황이고, 남북관계도 소강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을 지렛대로 북·미관계를 추동하는 외교전략이 먹혀들지 않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는 27일 4·27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에 북한은 여태껏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아 빛바랜 행사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그렇다면 판문점선언 1주년을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복기하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남북, 북·미 관계에 외교자산을 집중하느라 주변국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일본은 이날 한·일관계가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외교청서를 확정했다. ‘한국 탓’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정세 진단은 틀리지 않다. 대중국 관계도 매끄럽다고 할 수는 없다. 한반도 평화구축에 우군이 돼야 할 일본·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한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악의 한·일관계부터 손 대야 한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6개월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공식 외교라인의 접촉도 중요하지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도 정상회담에만 힘을 쏟을 일이 아니다. 당국 간 관계가 소강상태라면 민간교류 활성화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 국내 대형교회 4곳이 북한에 모내기용 비닐박막을 지원키로 했다는 경향신문 보도는 이런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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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해결이야 북·미와 우리 정부 차원의 문제이지 남북 민간교류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인 북핵 문제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후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발표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방미 시 한·미 정상이 나누었던 구체적인 북핵 해법에 대한 논의 내용은 현재로선 알 길이 없지만,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노력은 분명 북·미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게 하고 북·미의 협상 재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향후 북·미 협상에서 미국의 유연성 있는 변화된 태도도 요구되지만 북한의 더 큰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인 것 같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등 미 외교안보 정책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체제에 대한 안전 담보 문제와 미국과 국내 보수진영의 북한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여 신뢰를 구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부 차원의 만남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활발한 민간교류는 남북 간 신뢰를 조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아가 민간교류 차원에서 구축된 신뢰가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선 안될 것이다. 함께 행복하게 잘 살자는 남한 주민의 진정성을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취약계층에 800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보류시킨 조치나 국내 대북지원단체나 민간체육문화교류단체들의 사업 추진을 대북 제재 조치라는 틀 속에서 제한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여년간 정권 차원에서 올인하여 구축한 현재의 핵 시스템을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북한이 포기할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정부 차원의 남북, 한·미 간 대화와 협상 노력과 함께 민간 차원의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과 문화예술·체육 등 사회문화교류를 통해 남쪽 주민들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전함으로써 미래를 함께할 공동체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핵이 없어도 안전하게 남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이는 나아가 북한 당국이 핵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근래 북한 매체 보도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며 실망감을 표하는 것 같다. 북·미, 남북 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로 핵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북 간 주민의 활발한 접촉이 당국 차원의 대화에 윤활유를 부어주고 무엇보다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공고화시키고 대결의식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비핵화를 위한 압박·제재라는 수단에 너무 집중하다가 남북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더 높은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성원 | 남북체육교류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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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북·러 정상회담이 이번주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자 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문제, 지역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회담이 4월 말에 열린다고만 밝혔으나 일본 언론들은 러시아 극동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4~25일 열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회담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대외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북·미관계 냉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러 정상이 8년 만에 만나 비핵화를 논의하기로 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친선과 협조의 유대를 강화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며 외교 다변화 방침을 밝혔다. 그 첫 행보가 전통 우방국인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인 셈이다. 그런 만큼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강화를 북·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제재 완화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을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이 내세우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지지해 왔고, 소련연방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의 비핵화를 이끈 경험도 있다. 미국에 맞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가 비핵화 문제에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출처:경향신문DB


아무쪼록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가국인 러시아가 비핵화에 적극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주변국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회담이 자칫 한반도에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경계한다.  


북한이 외교 다변화를 꾀하는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비핵화는 북·미 협상에서 최종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넬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CNN 보도를 주목하기 바란다. 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조속히 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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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비핵화를 말하던 그의 입에서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이 튀어나왔다.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무례한 언사도 있었다. 지난 12일 김정은의 날카로운 시정연설은 어느새 화해의 언어에 익숙해진 우리의 귀에 화살처럼 박혔다. 하노이 실패가 그에게 안겨준 좌절감의 반영일 것이다. 


그 기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남쪽에 화풀이하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남쪽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미국을 향해 대북 제재 완화와 남북 경제협력을 허용해달라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그렇게 한 이유는 그런 성의에 북한이 일부 비핵화 조치로 화답하면, 제재 완화·남북경협 예외 인정을 받아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왜 경협을 못하느냐고 문 대통령의 등을 떠밀었지만, 애초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경협 여부는 문 대통령이나 국제사회가 아니라, 김정은의 행동, 즉 비핵화 조치에 달려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5일 (출처:경향신문DB)


김정은은 남한이 미국에 쓸 카드를 손에 쥐여주지도 않았다. ‘영변 핵 폐기와 상응 조치’는, 하노이에서 확인한 대로 좋은 카드가 아니었다. 김정은은 폐기 대가로 전면 제재 해제와 다름없는, 거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걸 원했으면서도 문 대통령에게는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트럼프를 만나 그 카드를 불쑥 내밀었다가 거절당하는, 하노이 실패를 자초했다. 미리 남한과 협의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실수를 한 것이다.


김정은의 실수는 그뿐 아니다. 그는 미국의 태도가 마음에 들면 남북 합의 사항을 이행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미국의 태도에 종속시킨 것이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외세 의존’ 운운하며 남한을 비난했지만, 남북관계를 미국에 종속시킨 쪽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는 비핵화와 관계없는 남북 교류·협력도 유보했다. 그건 남한을 대미 압박의 지렛대, 혹은 도구로 이용할 생각을 했을 때나 가능한 태도였다. 


김정은은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가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해결 방안과 미국의 일괄타결안의 절충인 줄은 알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사전 남북 접촉을 통해 미국을 설득할 묘수를 함께 짜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사전 접촉을 피했을 뿐 아니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발표된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제재 해제 집착 않는다’ ‘조건부 3차 북·미 정상회담 용의 있다’는 내용을 일방 발표했다. 그러고서도 어떻게 문 대통령에게 “우리의 립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라고 당당할 수 있나?


김정은은 트럼프에게도 진지하지 않았다. 트럼프를 유인해 참모로부터 떼어낸 뒤 타결지으려는 얕은수를 썼다. 그런 계산법은 결국 하노이에서 통하지 않았지만 성공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합의가 보장되고 이행되려면 야당인 민주당, 미국 의회, 미국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 모든 상대를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협상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손에 쥔 것은 막연한 약속 하나, 허술한 방법 하나뿐이다. 점점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한,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완결성을 결여한 단계적, 동시적 해법. 이 둘의 한계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간 논쟁 과정에서 다 드러났다. 그럼에도 최종 단계가 어떤 것인지 북한은 아직도 설명을 못하고 있다. 일단 출발하면 ‘그곳’에 갈 수 있다지만, 외부세계는 그곳을 전혀 볼 수 없다. 그 누구도 올바른 경로인지 확인도 않고 무작정 길을 나서지는 않는다. 


최종 단계에 관한 모호성은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전략일 수도 있다. 상대가 비핵화 약속을 믿는다면, 그 전략은 쓸모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전략적 이익이 없다. 북한이 주장하는, 신뢰 수준에 맞는 단계적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말인즉 옳지만 핵협상은 비핵화 약속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종 단계의 부재로 비핵화는 믿기 어려운 일이 됐고, 그 때문에 신뢰는 거의 바닥났다. 신뢰가 없어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모호성 때문에 신뢰가 훼손된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말대로 일괄타결의 미국 계산법은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 계산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김정은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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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앉아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볼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추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용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힘에 따라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등 미 외교안보 정책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남북 정상이 협의할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의 창의적인 해법 마련,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포함한 남북관계 발전방안이 될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4월 들어 전환기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스몰딜(작은 거래)’ 여지를 열어뒀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협상안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파악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전달하면서 북한의 구상도 확인해볼 기회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그림을 함께 그릴 필요도 있다.  


올 들어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복원돼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개최됐고,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등 두개의 굵직한 남북합의가 만들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남북관계가 언제나 북·미관계의 영향을 받는 ‘천수답(天水畓)’ 상태여서는 곤란하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미국의 영향을 지나치게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화답한 의미가 있다. 말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상회담 추진과 병행해 남북관계를 활성화할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계획해온 8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민간교류도 힘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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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지도자로서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육성 연설을 통해 미국과 협상할 뜻을 표명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며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2월 말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 후 두 정상이 모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면서 3차 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혀 다행스럽다.


시정연설 ‘TV 방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13일 김 위원장의 연설 영상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두 정상의 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으며, 그것도 연말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압박했다. 단계적 비핵화라는 기존 해법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할 의지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빅딜’을 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명확히 하면서 로드맵을 설정한 뒤 협상하자는 요구를 재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은 남측과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를 받아들일지도 낙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태도가 강경하다. 


중재역을 맡은 문 대통령의 어깨가 다시 무거워졌다. 문 대통령이 북·미 두 정상 간 신뢰와 톱다운 협상의 이점을 활용하면서 북·미 간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빅딜을 원칙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도 단계적 해법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여지를 활용하면서 양측을 설득해낼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말까지 남은 8개월간 북·미 간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비핵화 방안을 중심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중재가 성공하려면 북측의 호응이 절대적이다. 북측은 현실적인 비핵화 해법을 위해 기존의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이외에 추가 조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문 대통령이 15일 발표하는 대북특사와 4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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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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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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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평양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가 개막하고, 12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정치 행사가 잇따라 열리는 것이다.   


우리의 국회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기관 인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직 재추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다 주목되는 건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일 것이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북·미 협상을 되돌아보고 향후 전략을 가다듬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은 시간상으로 최고인민회의 직후에 개최되는 만큼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하노이 이후 기로에 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의 향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는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그 여파로 남북관계에도 ‘노란불’이 켜진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이후에도 비핵화 문제를 직접 풀겠다는 ‘톱다운 해결’ 의지를 보이면서 대북 추가 제재를 철회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미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의지를 재천명함으로써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비핵화 방법론의 차이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론’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론’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포괄적 비핵화 합의와 단계적 동시 이행’이라는 절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내게 된다면 회담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비핵화 완료 시까지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한국 정부도 동조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중차대한 국면에서 남·북·미 정상은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재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노이 결렬 이후 내부적으로 일고 있는 대미협상 무용론을 불식하고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에 탄력을 부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북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올 오어 나싱(전부 아니면 전무)’식 태도를 버리고 실사구시적인 대북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특히 ‘제재만능론’에서 벗어나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해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대북정책의 발언권을 복원해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비핵화에 보조를 맞춰야 하며 한국도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문대로만 움직이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비핵화 절충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대북 제재에 대한 태도 변화도 이끌어낼 것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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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2월28일) 이후 미국과 남북한 간 주고받은 조치들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단어는 다름 아닌 자석, 책받침, 그리고 쇳가루였다. 책받침(한국)을 가운데 두고 그 아래 자석(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책받침 위에서 대오이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쇳가루(북한)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복기하다 남북이 당면한 처지에 깊이 비감했다. 


#1.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1개월 즈음 상부의 지시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상주해온 인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3월22일). 미국이 협상 조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별다른 역할을 못하자 불만의 표시로 감행한 북한식 성동격서(聲東擊西)였다. 정부는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어 북측의 철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복귀를 촉구했다. 


#2. 하노이 회담 결렬의 유력한 용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22일(현지시간)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부정확한)트윗을 날리자 미국 행정부와 워싱턴 외교안보 주류 엘리트들은 아연실색했다. 앞서 3월21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터다. 


#3.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 사흘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3월25일). 북측은 이날 아침 공동연락사무소에 출근하면서 “오늘 평소대로 교대 근무차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력 철수와 복귀 조치 시점으로 보아 트럼프의 트윗이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했다. 


#4.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트윗을 통해 밝힌 ‘철회’ 대상 제재는 미국 재무부가 3월21일 발표한 2개 중국 해운회사에 대한 제재였다고 보도했다(3월26일, 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정례브리핑(3월26일)에서 철회 논란이 빚어졌던 재무부 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럼프가 제재 철회를 거론했을 당시 검토되던 추가 제재는 없었던 셈이다. 


#5. 스페인 고등법원은 자국 북한대사관에 침입(2월22일)한 반(反) 북한단체 ‘자유조선’ 일행이 빼낸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밝혔다(3월26일, 현지시간). 북한은 사건 발생 후 37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반응(3월31일)을 내면서 대사관 침입 사건을 ‘엄중한 테러행위’라고 규정, 미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6.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문재인 정부의 신중론을 비판하고 나섰다(4월3일). 그러면서 신중론을 “책임회피이자 미국과 보수세력의 압력에 대한 공공연한 굴복”으로 간주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과 워싱턴 간 공조가 강화될 것을 우려, ‘우리민족끼리’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무기력한 ‘쇳가루’ 신세를 자책하기보다는 ‘책받침’만 탓하는 모양새로 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워싱턴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 정상회담이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꼬일 대로 꼬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결정한 방미(訪美)다. 때마침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11일에 개최된다. 남북 지도자 모두 심사가 복잡하다. 특히 김정은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핵화 협상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전까지 제재 유지를 고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한 김정은이 직접 느낄 비핵화 역치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자석이 끄는 힘을 책받침이 영리하게, 선택적으로 투과시켰어야 옳았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역시 현재 북핵 교착상태에서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다. 한국산 책받침이 중국·러시아 합작산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가 다시 냉전시대의 정글로 회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후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점차 깊어져가는 순간이다.


<이병철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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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두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발언은 과거의 편견과 관행을 깨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즉 외교의 “혁신”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과거의 편견과 관행을 깨는 것을 우리는 혁신이라고 부른다. 서로 따로 존재하던 것을 한군데로 모아 놓은 스마트폰을 혁신이라고 부르고, 상품 제조의 각 공정을 컨베이어벨트의 흐름에 올려놓아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생산방식을 혁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과거의 생각과 관행을 깨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김정은 위원장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고 세계무대로 등장하여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는 점에서 혁신의 일단을 보여주었다. 특히 실무진 간 지루한 사전협상 과정을 건너뛰고 정상이 결단을 통하여 협상을 밀고 가는 것은 상당히 혁신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실제 내용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실무협상과 정상회담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을 제외하곤 북한은 딱히 새로운 길을 걸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예전부터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선호해 왔고, 비핵화의 과정을 지금과 같이 단계적, 동시적으로 진행하려 하였다. 북한이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선제적으로 폭파하고, 억류 미국인을 송환한 것도 과거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미 1994년 영변 원자로 동결이 있었고, 2007년에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도 있었다. 1990년대에 두 차례에 걸쳐 억류 미국인이 송환되었고, 2009년과 2010년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이 억류 미국인을 데리고 나오는 등 여러 차례 송환이 있었다.

 

반면 놀랍게도 진정한 대북 외교의 혁신을 보인 것은 북한의 제안을 맞받아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우선 독재국가, 불량국가로 악마화되어 있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전격적으로 열었다는 점, 그리고 그중 한 번의 정상회담을 결렬시켰다는 점, 결렬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표현하며 다시 정상회담을 이어가려는 점,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도발적인 전쟁게임이라고 하면서 중단시킨 점 등은 과거 미국 정부의 생각과 관행에서는 나올 수 없는 파격들이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최고도의 압박을 가하여 역사상 유례없는 완벽에 가까운 대북 제재 전선을 만들어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작업이다. 이러한 파격을 조합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혁신이 분명하게 보인다. 한쪽에서는 핵개발의 책임을 물어 경제적으로 역대 최강의 압박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김 위원장을 역대 최고로 예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 하여금 실질적 비핵화 말고는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제재전선 탈출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을 예우하는 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명분이 없으며, 북한이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빠른 비핵화를 통해 제재를 빨리 푸는 방법밖에 없다. 이른바 외통수에 걸려버린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혁신적 협상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였고 또 이 구조가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놀랄 만한 인내를 보였다. 이제 이 흐름 속에서 4월11일 우리는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당연히 북한 비핵화 방안과 북·미 협상의 재개가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만약 북·미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미국에 무리하게 제재전선을 풀라고 설득한다면 정상회담은 무겁게 진행될 것이다. 미국의 혁신적 협상 구조를 깨라는 요구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혁신적인 대안의 발견이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거절할 수 없는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의 제안을 미국과 함께 만들어 북한에 제시하고, 북한이 최단시간에 비핵화를 이루어 경제제재를 빠르게 완화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이 새로운 길이라는 이름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진정한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한·미관계도 어긋나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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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하노이’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논의가 답보 상태다. ‘백투더 2017’이 안 되려면 북·미가 대화 노력을 배가하고 우리 정부도 중대 역할을 해야 할 것인데, 그 요체는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 성취다.


북한 비핵화 성취를 위해선 첫째 핵무기, 핵물질, 관련 장비, 시설 및 문서를 포함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신고 및 해체, 둘째 북한 핵종사자들의 직업 전환, 셋째 북한이 비밀 핵프로그램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및 추가의정서 적용과 지속적 모니터링, 넷째 재처리 및 우라늄농축 등 민감 기술 및 물자의 밀교역 방지를 위한 수출통제 체제 강화 등이 따라야 한다.


북핵 검증과 관련하여, 영변의 5㎿ 흑연로에서 생산된 플루토늄 총량은 ‘흑연동위원소비율법(GIRM)’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다. 이 기법은 원자로 운영 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 없이도 흑연 원자로의 총 플루토늄 생산량을 추정하는 데 유효하게 사용된다. 


IAEA 안전조치는 핵물질 및 핵시설을 사찰하는데, 추가의정서는 핵연료주기 관련 연구 및 개발 활동을 사찰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들도 북한 핵신고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신고하지 않은 핵물질이나 핵활동을 숨긴다면 의심되는 모든 현장에의 접근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주변 감시 없는 북한 핵인력과의 사적 면담과 상세 문서에 대한 접근을 통해 북핵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할 수 있다.


북핵 프로그램의 불가역적 해체를 위해 가능한 한 조기에 모든 핵무기, 플루토늄 피트, 분리한 플루토늄, 사용후 핵연료, 신핵연료, 고농축우라늄, 원심분리기, 핵폭탄 및 원심분리기 설계도면 등을 제거하고 북한 외로 반출하여야 한다. 그리고 영변의 5㎿ 흑연로, 실험용 경수로,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 및 육불화우라늄 생산시설, 원자로 부품 제조시설, 핵무기 제조시설 등도 파괴하고, 핵실험장을 영구적으로 폐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핵종사자들의 직업 전환이 중요하다. 이들은 핵무기라는 군사 목적 프로그램이 아닌 민간 프로젝트로 직업 전환이 돼야 한다. 평화적 원자력 활동은 북한의 핵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수용 가능한 대안일 수 있다. 북한의 열악한 전력망 사정을 감안한 중소형 경수로 제공, 북한 핵시설의 해체 및 방사성폐기물 방사능 제염, 영변의 IRT-2000 연구용 원자로 활용, 평양 및 영변에 국제과학기술센터(ISTC) 설립 등과 같은 방안도 있다.


지난 30여년간 국가적 난제인 북한 비핵화 성취를 위해 중요한 정치적 관심, 재정 능력, 기술적 노하우, 동일 언어 및 북한과의 문화적 친화력을 가진 우리나라는 이러한 북한 비핵화 과정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강정민 |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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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 평양에서 김정은 2기체제를 알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가 열리고, 워싱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먼저 ‘새로운 길’이라도 발표한다면 한·미 정상회담은 사후약방문이 될 위험성도 있다. 서둘러 대북특사를 보내 북한의 입장을 먼저 듣고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이 북한의 돌출발언을 막고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된 북·미의 입장차이가 커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만한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통해 북한과 미국 간 입장차이를 좁히려 한다. 먼저 포괄적 로드맵에 합의한 뒤, 단계적 이행을 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는 스몰딜을 한두 차례 실시해 조기수확을 거둔 뒤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목표에 도달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굿 이너프 딜’의 개념만 보면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발표한 1월31일의 스탠퍼드대학 연설과 닮았다. 비건 대표는 먼저 모든 플루토늄재처리,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해체·파괴하고, 어느 시점에서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전체에 대해 포괄적으로 신고하고, 궁극적으로 핵분열물질, 핵무기, 미사일, 기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파괴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건이 나중에 부인했지만, 사실상 단계적 접근이었다.

 

‘굿 이너프 딜’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면서도 단계적 접근이면 안된다. 미국 강경파들은 과거 6자회담이 단계적 접근법을 채택하는 바람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일괄타결, 단번이행을 주장한다. 북한은 단계적, 동시행동적 접근법을 내놓고 있지만, ‘단계적’의 의미가 타결·이행 모두 단계적인지, 이행만 단계적인지 불확실하다. ‘동시적, 병행적’ 방식은 미국과 북한이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굿 이너프 딜’이 성공을 거두려면, 우선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난 ‘영변’의 공동정의와 ‘하나 더’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 ‘영변’에 관해 북한은 영변 핵단지 내 모든 시설로 국한한 데 비해 미국은 핵물질 생산과 관련된 영변 내외의 모든 시설로 이해한다. ‘하나 더’의 의미를 북한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보면서 ‘영변’ 해체 이후에나 할 일로 보는 반면, 미국은 ‘모든’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도 포함되어야 하며 ‘영변’ 해체과정 중에 포괄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폼페이오·강경화 장관 악수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월 2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 _ AFP연합뉴스

 

며칠 전 한·미 외무장관이 만나 비핵화의 최종목표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핵물질 생산시설 외에 생화학무기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하기로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유엔안보리 결의안에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그밖의(any other)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CVID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유엔안보리는 생화학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를 포함시켰지만 주요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아 포괄적 합의는 가능하다.

하지만 ‘굿 이너프 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범위와 대상을 규정하는 포괄적 합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시기(timing)와 순서배열(sequencing), 이행방법을 담은 북·미 간의 타결이 필요하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정상끼리의 일괄타결을 요구했던 만큼, 먼저 북·미 또는 남·북·미 고위급회담에서 한두 차례 부분적인 타결과 이행을 통해 조기수확을 거둔 다음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일괄타결과 최종적인 이행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 일괄타결을 부인하지 않고 정상회담의 몫으로 남겨둠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도 살려줄 수 있다.

 

그렇다면 북·미 또는 남·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우선적으로 가능한 타결의 내용은 뭘까? 제재 ‘면제’와 영변 핵시설 일부를 교환하는 타결이다. 북측이 요구한 제재 ‘해제’는 부분적일지라도 대북 국제제재망을 약화시킬 수 있다. 반면 남북관계에만 국한되는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는 국제제재망의 약화 우려가 없다. 최선희 부상이 3월15일 회견에서 밝힌 스냅백 조항을 도입한다면, 제재 ‘면제’라 하더라도 북한의 약속불이행 시 원상회복이 가능하다.

 

한·미 간에는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하노이 회담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남북과 북·미 간에는 아직 이렇다 할 소통이 안되고 있다. 불신 탓에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 단번이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6자회담 실패 경험 때문에 단계적 타결과 이행 방식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려면 미국이 내건 원칙을 존중하면서 현실 조건을 접목하는 실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몇 가지만 보완한다면 ‘굿 이너프 딜’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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