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564건

  1. 2019.11.12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미국의 ‘군사적 요구’ 대처법
  2. 2019.11.04 [정동칼럼]미국이 주둔비보다 먼저 생각할 것
  3. 2019.11.04 [사설]스틸웰 미 차관보 방한, 한·일 갈등 해결 모색 기회로
  4. 2019.10.29 [사설]북한, ‘금강산관광’ 대면 회담 제의 수용해야
  5. 2019.10.25 [정동칼럼]위기의 트럼프와 북핵협상
  6. 2019.10.24 [사설]금강산관광의 문 닫혀선 안된다
  7. 2019.10.15 [사설]월드컵 평양 경기 남측 응원단·취재진 막은 북한, 유감이다
  8. 2019.10.15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회색지대 사태’와 북한의 대처법
  9. 2019.10.07 [사설]북·미 실무협상 결렬, 조속한 시일 내 재개해야
  10. 2019.10.04 [사설]북·미 협상 분위기를 깨는 북의 미사일 발사
  11. 2019.10.02 [사설]북·미협상 재개, 한반도 평화 대전환의 서막이기를
  12. 2019.09.24 [세상읽기]트럼프와 김정은의 ‘해피 토크’가 불안해진 이유
  13. 2019.09.23 [사설]트럼프의 북핵 협상 ‘새로운 방식’ 주목한다
  14. 2019.09.18 [기고]‘용일’ 일본과의 재만남
  15. 2019.09.18 [조호연 칼럼]‘대북 망치’ 볼턴의 퇴장
  16. 2019.09.18 [사설]멈춰선 9·19 평양선언 1년, 다시 나아가야
  17. 2019.09.17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북 비핵화 단계론과 ‘트럼프 리스크’
  18. 2019.09.11 [사설]가시권에 들어온 북·미 대화, 늦춰진 만큼 제대로 하라
  19. 2019.09.06 [편집국에서]먼저 보자는 말 못하는 북·미
  20. 2019.08.16 [세상읽기]한·일 문화 내셔널리즘을 넘어서

오는 15일 서울에서 한·미 군사위원회(MC)와 안보협의회의(SCM)가 열린다. 우리 측은 정경두 국방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 정석환 국방정책실장, 미국 측은 에스퍼 국방장관을 필두로 밀리 합참의장, 데이비슨 인도·태평양 사령관,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내퍼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참석한다. 이들에 앞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드하트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수석대표가 잇따라 한국을 방문했다. 


금년도 SCM은 한·미동맹의 방향을 결정지을 주요 쟁점들이 다뤄질 예정이어서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의제는 방위비 분담금 책정, ‘미래 국방비전’ 채택,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제1단계인 초기운용능력(IOC) 평가, 전작권 전환 뒤 한·미동맹의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를 넘어 미국 유사시까지 확대하기 위한 ‘한·미동맹 위기관리 각서’ 개정, 그밖에 중거리핵전력(INF)조약 파기에 따른 중거리탄도미사일 한국 배치,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한국군 파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 등이 있다.


이번에 미국이 SCM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미국 관리들이 각자 들고온 한·미동맹의 현안들 하나하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은 결국 하나의 목표로 수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전략(FOIPS, 인·태전략)’에 한국의 전면 동참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일단 봉합되면서 미국은 다음 단계로 동맹 재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1월 미국이 인·태전략 동참을 요구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그 취지가 불분명하다면서 입장 표명을 유보한 바 있다. 금년 6월1일 미 국방부가 ‘인·태전략보고서’를 공개하자 6월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개방·포용·투명성이라는 역내 협력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키로 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입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에는 적극 동참하되 지역동맹 전환에는 반대한다는 역대 한국 정부의 외교방침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한·미동맹 관계는 전통적인 허브·스포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안전을 위한 린치핀이라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동아시아 안보정세의 불안정에 대비한 안전판이다. 한국은 한·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일본의 태도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GSOMIA 종료를 취소할 수는 없다. 예정대로 GSOMIA가 종료된다면,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은 한·미·일 정보보호약정(TISA)을 활용한다면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도 불가결한 한 축이다. 아베 총리도 작년 10월 기업인 500여명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해 일대일로 구상 참여를 발표했다. 미 국방부가 이미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인 해상실크로드 구상을 ‘진주목걸이 전략’이라고 부르며 군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당시 야치 국가안보국장이 반대했지만 이마이 총리 정무비서관의 조언에 따라 일대일로 구상이 안보전략이 아닌 경제전략이라는 논리를 만들었다. 이러한 아베 정권의 태도는 중국시장이라는 경제적 실리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SCM에서 미국은 GSOMIA 종료를 용인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조건으로 한국이 인·태전략에 조건 없이 전면 참여하는 내용을 ‘미래 국방비전’에 담길 바랄 것이다. 이렇게 포괄적 합의를 해주면 앞으로 한국은 미국의 군사전략에 계속해서 ‘연루’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역외 군사협력 동참을 요구받았을 때 보여준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일본이 보통국가를 지향하면서 1999년과 2015년 추가로 개정돼 성격이 많이 변했지만, 1978년 미·일 방위지침을 처음 만들 당시 일본 정부는 자국 안보와 직접 관계없는 군사적 ‘연루’를 피하려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 


우리 정부는 ‘6·30 한·미 정상 합의’를 기본으로 삼으면서 인·태전략의 전면 참여 요구에 대해 포괄적 합의가 아니라 한·미 협력의 대상과 범위를 담은 세부목록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다음, 미국이 제시한 세부목록 가운데에서 대한민국 헌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저촉 여부, 군사적 연루 위험성을 고려해 한국이 받을 수 있는 것과 받기 어려운 것을 선별해낸다. 최종적으로 선별된 항목을 미국과 재협의해 인·태전략과의 협력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아닌 한국과의 조율로 안보협력이 이루어질 때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하고 건전하게 발전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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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예년보다 5배나 많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타결된다면 올해는 미군 군사력 수출의 원년이 될지 모르겠다. 지금도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50억달러 요구는 상식적인 범주를 넘는다. 얼마만큼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이 적절한지는 한·미 간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적더라도 지나칠 수 없다. 주한미군의 주둔비가 적절한지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남침 위협 때문에 주둔해왔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핵 위협과 재래식 군사력 위협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은 엄밀하게 말해 우리의 몫이 아니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 것은 세계 평화를 위해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상대방이 핵으로 위협할 때 핵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위권적 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핵우산으로 보호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를 위해 북한의 핵을 억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원천무효이다. 당연히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은 주한미군 주둔비에 포함될 성질이 아니다. 유사시 전락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대가로 미국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 할 것이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적 위협은 과거에 비해 그 성격이 달라졌다. 북한이 6·25전쟁 같은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우리의 지속적인 군사력 건설로 남북 간 재래식 군사력이 이미 역전되었다. 지금은 오히려 북한이 우리의 강력한 군사력을 걱정하고 있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한 것도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최소화해보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남북 간 군사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적 위협만 고려한다면 주한미군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


우리 스스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지역의 안정자라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및 정찰기가 한반도 주변을 넘나든 것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훼손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미국과 세력경쟁 차원에서 동맹국인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비상식적인 주한미군 주둔비를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 국민들이 미·중 패권경쟁의 와중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과 한국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패권경쟁으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안보관계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국이 이를 감수하는 것은 강력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안보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민들은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을 믿고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을 견뎌내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한국의 방위보다 미 본토 보호를 위한 것임은 모두 다 알고 있다. 미국의 방위를 위해 사드를 배치하면서 한국은 중국의 심각한 압력과 함께 피해를 당하고 있다. 미국은 사드 배치 이후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당하고 있는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피해를 못 본 척하면 안된다. 그런 한국에 아파트 방세보다 주둔비용을 쉽게 걷었다고 조롱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 피해를 당하고 있는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6조원 정도의 방위비를 매년 지불하게 되면 한국은 복지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예산운용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도가 지나친 주둔비용 요구에 한·미동맹 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젊은 장교들의 볼멘소리를 모른 척해서도 안된다. 우리 군이 매년 6조원 정도의 방위비를 지속적으로 증액하면, 불과 몇년 후 우리 스스로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에 상당부분 대응 가능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주변국을 군사적으로 패배시킬 수는 없어도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능력을 갖추는 것은 가능하다.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인 손해만 요구하면, 한국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 미국은 동맹국에 일방적인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던 델로스동맹의 아테네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동맹을 무시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던 아테네가 어떤 처지에 직면했는지 보여주는 역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순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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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5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방문해 북한 비핵화와 한·미동맹, 한·일 갈등 해소 방안 등을 놓고 한국 외교당국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양국의 관심이 각자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시한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 접점 찾기에 적극적인 듯 보인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 24일 배포한 스틸웰 차관보 방한 보도자료에도 양대 의제로 ‘한·미동맹의 힘’과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정책 간 협력’을 꼽았다. 양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 스틸웰 차관보가 만난 자리에서 에너지·인프라·디지털 경제·인적 역량 강화, 평화와 안전보장 등의 협력 동향을 망라한 ‘설명서’를 마련했다. 미 국무부는 이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공동성명’이라는 제목을 붙여 무게를 실으려 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 견제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동아시아 전략구상으로, 일본·호주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 포위전략’으로 비칠 수 있는 이 구상에 한국을 깊숙이 연계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 외교의 기본 원칙을 감안한다면 인도·태평양 전략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화로운 협력’에 미·중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균형유지가 포함돼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외교당국의 지혜로운 대처를 당부한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미국과 일본에, 그리고 한국에도 GSOMIA는 유익하다”면서 “미국이 (한·일 갈등을) 중재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미국은 GSOMIA 종료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대한 불가피한 대항수단이었음을 익히 알면서도 일본 편만 들어왔다. 가뜩이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로 한국인들의 대미 감정이 나빠진 터에 그가 한국에 와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한·미동맹에 도움이 안된다. 미국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유지하는 한 한국 정부가 GSOMIA를 복원할 수는 없는 현실을 전제로 해법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틸웰의 방한이 한·일 갈등 해결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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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 북한의 금강산지구 남측 시설 철거 요구에 대해 금강산에서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남북이 일단 만나 북측이 요구하는 시설 철거뿐만 아니라 금강산관광 재개 방안까지 함께 논의해보자는 취지다. 북한은 지난 25일 보낸 통지문에서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시설을 철거하라며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고 한 바 있다. 하지만 문서를 주고받는 형식으로는 금강산관광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실무회담을 역제의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일방적 조치는 국민 정서에 배치되고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남북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측의 철거 요구를 대화의 기회로 활용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통일부가 창의적 해법과 관련해 “금강산지역이 관광지역으로서의 공간, 이산가족 만남의 장, 사회문화 교류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를 종합 고려하겠다고 한 것은 관광재개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별관광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남북현안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할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북측은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미국의 기류가 바뀌지 않는 한 남측이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을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실무회담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쌓아온 불신의 벽을 허물 기회가 될 수도, 반대로 남북관계 장기 단절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남북관계가 이처럼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북·미 협상에 종속시키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기를 기대했을 뿐 톱니바퀴가 역진할 상황에 대한 복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 ‘금강산사태’는 ‘북·미 협상이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손 놓고 있어도 되는가’라는 난문을 던진 셈이 된다. 이 문제를 풀려면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차원이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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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동료 중 한 명이 그의 재임기간에 어쩌면 내전(civil war)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는 “설마 그럴 리가?” 그렇게 가볍게 농담조로 넘겨 버렸다. 요즘은 그 설마가 현실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국 국내정치의 갈등이 심하다.


알려진 것처럼, 미 민주당 주도의 하원이 지난 9월 말 공식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탄핵 조사를 시작했고, 이에 맞서 트럼프는 자신이 탄핵당하면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하원(House)의 과반수가 넘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트럼프 탄핵에 찬성을 표시하고 있다. 문제는 상원(Senate)인데, 최소 20명 정도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찬성해야 탄핵이 통과된다. 현재로선 난망한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탄핵당하든, 그렇지 않든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지형은 극심한 갈등과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이런 미국 내 정치갈등은 북핵협상에도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혹자는 트럼프가 국내정치 위기의 타개를 위해, 또 대선에 본인 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말까지 북핵협상을 타결지으려 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트럼프나 김정은 본인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 아닐까 싶다. 누가 미래를 정확히 알겠는가. 다만 미국 국내정치에 초점을 맞춰 현 국면을 보자면, 결국은 ‘노딜’로 끝날 공산이 높아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정치 양극화 심화로 북핵 관련 초당적(bipartisan) 협력이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90% 이상이 트럼프의 국정수행을 지지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제 5%도 채 안되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정치 양극화다. 탄핵정국에 접어들자 트럼프 열혈지지층과 열혈반대층이 더욱 뚜렷이 갈리고 있다. 다음 대선을 가를 주요 6개 주에서의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 또한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본격 대선정국으로 접어들면 이 갈등은 더더욱 심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러니 북한의 입장에서도 트럼프의 탄핵이나 재선 여부와 상관없는 ‘지속 가능한’ 포괄적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보장이나 북·미 수교 등은 미 의회의 지지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는 트럼프가 이번 탄핵조사를 받게 된 건 미국 대선에 외국정부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북한과 일시봉합식(interim deal) 협상결과라도 만들어내고 싶어 할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고, 만에 하나 내년 대선 국면에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하게 될 경우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북한의 부분적 핵동결과 일부 경제제재 해제 등을 맞바꾸는 ‘스몰딜(small deal)’을 할 경우,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위기 탈출 및 대선용으로 활용하려 든다는 공격에 직면해 더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가 모험을 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지만 그가 초당적 지지 없이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보장을 약속해 줄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세 번째는 트럼프가 대북 협상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진행해 온 핵심 추동력은 트럼프의 밀어붙이기식 성향이다. 오바마가 해결하지 못했던 북핵 문제를 자기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유아독존식 성향이 아니고선 설명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불확실해질수록 그의 대북한 협상 추동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정치적 공백을 이용해 종래 한반도 관련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쥐어왔던 군사 및 정보 관련 조직들이 다시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영변만의 부분 핵동결에 적극 반대해 왔다. 물론 섣부른 보상에도 반대다. 이미 영변 이외의 추가 핵시설 및 SLBM 등의 추가 미사일 프로그램 등이 확인된 상황에서 영변만의 부분 핵동결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 부분타결을 하느니 아예 결렬을 선언하고 종래의 핵억지 봉쇄전략으로 나아가는 게 국가안보나 그들 조직의 이익에 더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변화를 택해서 얻을 이득이 불확실하면 언제나 현상유지를 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이들 조직의 생리는 더욱 그렇다.


결국 미 국내정치 상황상, 북핵협상은 결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은 언제나 차고 넘친다. 외교나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예술영역이라고 하지 않던가! 내 전망이 보기 좋게 틀리기를 바란다. 다만 희망사항을 투사해 상황을 오판하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냉철함이 더 요구되는 국면이다.


<강명구 뉴욕시립대 바룩칼리지 정치경제학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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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교류의 상징인 금강산의 남측 시설에 대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면서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됐다면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으로 금강산관광을 추진했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금강산이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아래 사진은 금강산관광 관련 남측 시설들이 들어서 있는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지시는 한마디로 금강산에서 남한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것이어서 충격과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한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에도 어긋난다. 북한은 평양공동선언 이후 남측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해왔고,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대가 없는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대북 제재를 의식한 남측 정부가 소극적 자세를 보이자 금강산에서 남북협력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버리겠다는 최후통첩을 해온 셈이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봐온 김 위원장은 남한이 앞으로도 한·미 공조의 틀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굳힌 것 같다. 북·미 협상으로 비핵화가 진전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실망감의 표출로도 보인다. 그러나 어떤 명분으로도 남북화해·협력의 물꼬를 튼 금강산관광 사업을 ‘남북관계 파탄의 상징’이 되도록 해선 안된다. 남북 합의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강산관광에 거액을 투자했던 현대아산의 손실도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북측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입장에 함몰돼 대북 제재의 예외항목인 관광사업을 재개할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은 설득력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는 선순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만 지나치게 북·미 협상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시설 철거를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라고 한 만큼 대화의 계기는 일단 마련됐다. 하지만 북측의 연락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곤란하다. 선제적 대화 제의와 해법 제시 등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금강산의 문이 닫히는 걸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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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평양에서 열리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남북전에 남측 응원단과 취재진의 입북이 끝내 무산됐다. 통일부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북측에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측의 응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상파 TV 3사도 북한과 협상을 벌였으나 중계권 확보에 실패했다. 이로써 1990년 10월 남북통일 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에 성사된 평양 남북축구 경기는 TV 중계도, 남측 응원단도 없이 치러지게 됐다. 선수단과 대한축구협회 임원, 코치진 등은 서해 직항로가 아닌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했다. 당국 간 대화가 막혀 있다고 비정치적인 스포츠 교류까지 철저하게 차단하는 북한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한국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당국 간 대화는 물론 민간교류까지 중단시켰다. ‘하노이 결렬’로 북한이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에 의구심을 품게 된 상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북·미 협상을 위해 노심초사해온 것은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첨단무기 도입 등을 들어 대남 비난을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도 최근 몇달간 미사일 발사시험을 되풀이해온 만큼 일방적으로 누굴 탓할 입장은 아니지 않은가.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이 확인된 뒤 정부가 방역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남한에서도 휴전선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ASF가 번지기 시작했다. 방역협력이 이뤄졌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지난해 남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위해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자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북관계는 이 약속이 무색하다.


북한 당국에 묻고 싶다. 북·미관계가 풀리기 전까지 남북관계를 이처럼 계속 닫아놓을 것인가. 남북 화해·협력을 열망해온 남측 시민은 낙담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비정치적 분야의 남북 교류와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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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냉각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렵게 열린 북·미 실무협상마저 결렬되었다. 북한은 미국이 추진한 한·미 군사연습과 한반도 주변의 전쟁장비 반입을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해 한·미 군사연습과 한국군의 전력증강을 문제 삼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북한당국이 한국과 미국에 불만을 갖는 것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좀 더 넓은 시각에서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


지난 7일 동해 대화퇴 해역부근에서는 북한 어선이 일본 어업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9일 일본 농림수산성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들어온 북한 어선이 단속을 거부하다 일본 어업단속선과 충돌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일 “조선동해수역에서 정상적으로 항행하던 우리 어선을 침몰시키는 날강도적인 행위”라고 반박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EEZ(북한명 전속경제수역)를 둘러싼 북한과 일본의 이익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화퇴 해역은 한·일 중간수역의 밖에 위치하며 일본이 자국의 EEZ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북한도 이 해역을 자국의 전속경제수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대화퇴 해역에서는 지난 8월23일과 24일에도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북한해군 깃발을 단 군함이 마주친 바 있다. 당시 북한외무성 대변인은 “우리의 전속경제수역에 불법 침입했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선박들이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조치에 의해 쫓겨났다”고 밝혔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동북아지역에서 전면전쟁의 가능성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해상영토 침범과 EEZ 내 어로활동, 자원개발 등 회색지대(Grey Zone) 사태 발생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무력침공과 같은 정규전은 아니면서도 군함이나 전투기가 타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나 방공식별구역(ADIZ)을 무단으로 항행·진입하거나 일본 해상보안청, 중국 해안경비대와 무장어선 등이 분쟁해역에서 무단활동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회색지대 사태가 일어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주변국들은 고의로 회색지대 전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회색지대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북한은 핵무기를 ‘만능의 보검’이라고 부르지만, 핵과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회색지대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은 전면전에 대비한 군사력 확보에 주력하다 보니 최근 발생하는 회색지대 사태에는 대처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북측에는 저강도 분쟁에 대비한 방위태세와 그에 걸맞은 적절한 재래식 군비가 필요하다.


북한은 회색지대 사태에 대한 대비보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증강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증강이 주변국의 잠재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북한당국은 이해해야 한다. 북한이 문제 삼는 한·미 군사연습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정부는 2014년 10월 한·미 안보협의회회의(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함에 따라 조건의 충족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실시하기로 한 세 차례의 훈련 가운데 1단계인 초기운용능력(IOC) 평가를 2019년 8월11~20일에 실시하였다. 앞으로 2020년 완전운용능력(FOC)과 2021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더 실시한 뒤 빠르면 2021년 말~2022년 초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완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최소화된 형태로 한·미 연합군사연습은 줄여나가고 북한이 한국군의 군비증강이 불가피함을 인정하되 투명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선 남북한이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상호 안보우려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비핵화 협상 중에 대북 군사공격 또는 공격위협을 금지하기로 약속하고 비핵화가 완료되면 불가침 공약을 제공한다. 이러한 군사적 약속들을 하나로 묶어 ‘남·북·미 3자 군사협정’으로 법제화를 추진한다.


지난달 러시아 측이 북한 어선 3척을 나포한 데 이어 일본 순시선과 충돌해 북한 어선이 침몰한 사태에서 보듯이 북한당국이 주변국들과의 잠재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점점 커졌다. 그동안 북한당국은 서해어장을 중국 어선에 내주고 동해 EEZ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채 방치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가속화시켜 하루빨리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국들과의 회색지대 사태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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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됐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어렵사리 성사된 협상이 또 결렬된 것이다. 이번 협상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의 일방주의적 비핵화 접근법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비치면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 협상이 결렬된 것은 비핵화 접근법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점으로 단계적 합의를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북한과, 최종단계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 차는 한 차례 실무협상에서 좁혀질 만큼 간단치 않은 게 현실이다. 


다만 회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미 국무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갔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 반면 북한은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들고나오지 않았다”며 ‘결렬선언’까지 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진전을 이루기 위한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서도 미리 소개했다”는 미국의 설명을 감안하면 하노이 때보다는 미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북한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경위야 어찌 됐건 북한의 결렬선언으로 협상이 다시 고비를 맞게 된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연말로 비핵화 협상시한을 제시한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게다가 미 의회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 추진이 돌발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날씨마저 험한 형국이다. 


물론 양측 모두 추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낙담은 이르다. 미국은 2주 이내에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측의 초청을 수락했고, 북한에도 제안했다고 한다. 김명길 대사는 대화 재개 여부에 대해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외교협상에서 100% 완승은 있을 수 없고, 70년 적대관계를 단기간에 해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유념해야 한다. 7개월 교착 끝에 되살려낸 협상 모멘텀이 꺼지지 않도록 양측이 조속한 시일 내 협상을 속개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해법을 만들어갈 것을 당부한다. 쌍방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삼가면서 타협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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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일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해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했다. 사거리는 450㎞로 비교적 짧았지만, 정점 고도가 910㎞로 높아 고각으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2000㎞를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이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힌 단거리 미사일을 넘어서 준중거리 미사일에 해당한다. 북한이 북·미 대화를 재개한다고 발표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단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협상정신에 위배된다. 북한의 모험적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미 계획된 시험을 한 것인지 아니면 북·미 협상에서 체제의 안전보장을 최우선 의제로 삼기 위한 포석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 의도가 무엇이든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다. 우선 이번 미사일은 단거리의 범주를 벗어나는 데다 종류가 SLBM이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폭격기 등과 더불어 전략핵무기의 한 축으로 분류되는 위협적인 무기체계이다. 북한은 2016년 8월 사거리 500㎞의 ‘북극성-1형’ SLBM을 시험발사한 바 있는데 이번 미사일은 그 개량형인 ‘북극성-3형’으로 추정된다. 사거리를 늘린 이 개량형 미사일을 북한이 지난 7월 개발 중이라며 일부 공개한 대형 잠수함에 탑재한다면 그 위협은 더욱 커진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웬만한 미군기지는 모두 공격할 수 있어 미국에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 


현재 북·미는 실무협상 재개에만 합의했을 뿐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듯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전날 “조미(북·미)가 4일 예비접촉을 한 뒤 5일 실무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 비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미 협상을) 일주일 내에 할 것”이라고만 발표했다.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이 미심쩍어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SLBM 발사와 같은 행위는 미국 내 강경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협상의 판을 흔들 수도 있다. ‘하노이 실패’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미국의 협상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려 있어 북·미 협상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가장 피해야 할 일이 오판이다. 모험적인 승부수가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북한은 더 이상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안을 다듬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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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오는 5일 실무협상을 열기로 했다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일 밝혔다. 최 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10월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불발로 끝난 지 7개월 만에 양측이 마침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된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비록 ‘실무’급 협상이지만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운명을 가르는 중차대한 자리가 될 것임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북한 비핵화의 방법론을 놓고 이견을 좁혀야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양국관계에 질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하노이 결렬 이후 올해 말을 비핵화 협상시한으로 못 박은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내년이면 대통령 선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연말까지 석달 남짓한 기간 동안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 순항시켜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앞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 출발점이 되는 이번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협상 과정을 섣불리 전망하는 건 금물이지만 그리 어두워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리비아 방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접근방안을 들고 나갈 용의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리비아 방식’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해야 제재완화·안전보장 등 상응조처를 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은 이를 ‘강도적 요구’라며 반발해왔다. 지난달 23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 정신이 유효하다는 데 공감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비핵화보다 우선순위에 배치돼 있다. ‘선 비핵화’에 집착해온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물론 비핵화 방법론에서 이견이 좁혀졌다는 징후는 아직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은 ‘동시적 접근법’을 , 북한은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다. 비핵화의 정의와 최종단계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양측이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한 발짝씩 양보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랜 교착 끝에 열리는 이번 실무협상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전환의 서막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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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가 몇 년 새 이렇게 빠른 속도로 미국 주도 국제정치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반복한 사례가 언제 있었나 싶다. 싱가포르(2018·6·12)와 베트남 하노이 회담(2019·2·27~28), 그리고 판문점에서의 회동(2019·6·30)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케미’가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여기에다 사이사이 주고받은 연서(戀書) 같은 서신은 북·미관계의 청신호들로 해석되기에 충분하고도 강력한 증거였다. 46년생 대 84년생이라는 연령 차이만큼이나 이질적인 두 정치지도자가 어떤 동기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됐을까?


첫째, 두 지도자는 비현실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국제정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비틀어 보기로 작심한 지도자들이다. 이들의 신념은 국제정치의 이단(異端)이다. 트럼프 등장 이후 국제정치 이론을 다시 써야 한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현실은 끊임없이 재구성된다고 믿는, 좋게 해석하면 국제정치학 용어로 구성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다. 국제정치가 국가들이 간주관적으로 서로 공유하는 아이디어, 규범, 가치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게 구성주의의 골자다. 구성주의자들은 국가의 정체성도 상호교류를 하면서 변한다고 인식한다. 이들의 눈에 국제체제의 구조는 관념적이다.


둘째, 두 지도자는 ‘접촉’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은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트럼프 역시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훌륭하고, 똑똑한 협상가”라고 치켜세웠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위가 그릇된 고정관념들을 변화시킬 거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역사적 만남이었다. 그 결과 현재까지 무사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 국내 정치적 요소를 가볍게 여겼다. 특히 트럼프는 워싱턴 주류들만의 ‘외교문법’들을 무시하고 파격적 방식으로 협상에 나섰다. 싱가포르 회담 합의문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도발적’이고 ‘전쟁게임’이라고까지 칭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내비친 것들이 대표적이다. 동맹의 이름으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폭기가 한국까지 비행하는 것을 순전히 ‘돈’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트럼프를 목전에서 지켜본 김정은 입장에서는 여차하면 주한미군 감군 또는 철수, 핵우산 철폐까지 트럼프가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싱가포르 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이라는 문구를 성안시켜 1승을 거둔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산 넘고 물 건너 달려온 김정은으로서는 모욕적인 회담 결과였다. 이제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에 개최돼 영변비핵화와 연락사무소 맞교환 이상의 합의문을 작성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은 ‘선(先) 비핵화, 후(後) 국교정상화’를 고집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퇴장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북·미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석유시설 피격이라는 난기류를 만났다. 미국 외교정책에서 중동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북핵 문제는 트럼프 외교팀의 최우선 해결과제는 아니다. 둘째, 시간이 촉박하다. 이전의 실무회담 경험에도 불구, 추수감사절(11·28)과 내년 대통령 선거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의제, 장소 등을 확정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가 외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국가안보 측면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게 발각돼 트럼프 자신이 내부 고발을 당한, 정치적 인화성이 높은 사건이 발생했다. 셋째,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안보보좌관은 냉전 종식을 이끈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의 사도이자 수호자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해피 토크’ 회담이 사그라질 암운이 감돈다. 다시 긴장할 때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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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북·미 협상과 관련해 “ ‘리비아 방식’을 언급했던 것이 우리를 지연시켰다”며 “어쩌면 새로운 방식이 매우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지난 20일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북한이 호응하면서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리비아 방식’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고 나면 미국이 제재완화·안전보장 등 상응조처를 하겠다는 방식으로, 최근 경질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해온 것이다. 트럼프의 말은 리비아 방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협상안을 들고 나갈 용의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중대한 방향전환으로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지난해 재개된 북·미 비핵화 협상은 미국이 ‘선 핵폐기’에 집착하면서 답보를 면치 못했다. 북한은 양측 간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먼저 핵을 폐기하라는 것은 ‘강도적 요구’라며 반발해 왔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시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방식’에 대해 부연하지 않았다. 다만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이 아니라면 ‘동시적 접근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요구해온 ‘동시적·단계적’ 접근법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초기 행동 조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절충 가능성은 작지 않다. 비건 대표는 지난 6일 미시간대 강연에서 “미국과 북한이 대결로부터 불가역적 결별을 했음을 선언할 중대 조치에 신속히 합의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올해 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못 박은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내년이면 대통령 선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연말까지 석달 남짓한 기간 동안 북·미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셈이 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양측이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의기투합한다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큰 그림(로드맵)에 합의하면서 1단계로 실천 가능한 ‘주고받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와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뉴욕으로 출발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이뤄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 이번 실무협상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톱니바퀴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한·미 정상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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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다양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적으로 볼 때 가장 인접한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과거 한국이 일본에 점령당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 문화, 생활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기에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그동안 뫼비우스의 띠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으며 이제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일본과의 여러 가지 국면에서 한국의 갈 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항일은 일본에 대항한다는 의미다. 봉오동전투, 청산리대첩은 독립군의 빛나는 항일을 보여준다. 극일은 일본을 극복하고 넘자는 것이다. 한국의 부품 국산화는 극일의 단면을 반영한다. 배일은 일본을 배척한다는 것인데 일본제품 불매운동처럼 다소 감정적이지만 파급력이 있다. 반일은 일본보다는 한국 내부를 방향으로 하고 있다. 해방 이후 일본 식민지 시대에 친일과 반민족 행위를 한 친일파를 단죄하려 했다가 실패한 반민족특위, 그 이후 친일인명사전에서 반일을 찾을 수 있다. 벌일은 일본을 정벌한다는 뜻이다. 한국 역사에서 북벌 추진이 있었듯이 남벌도 있었다. 광개토대왕, 고려의 여몽연합군, 세종의 대마도 정벌 등이 그것이다. 탈일은 일본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일본에 없거나 일본이 할 수 없는 것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에게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은 극일이지만 반도체에 몰입하지 말고 기계보다는 휴먼메타기술 같은 다른 먹거리를 개발하면 탈일이 된다.


반면 이 모든 것과 다르면서 오래된 미래인 용일은 일본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 입장에선 일본의 정한론, 조선 도자기, 치욕적 일제 식민지 시대, 지금의 부품전쟁은 용한(用韓·한국을 이용)에 가깝다. 현재도 비슷한데 과거엔 명나라를 침략하려고 조선에 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핵, 국제정세 등으로 한국은 지정학적 완충 방패막이로 쓸모가 있다. 


역으로, 용일은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을 도구화하는 명분과 실리를 찾는 것이다. 예전에 일본 소니 제품은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지금 삼성의 갤럭시 폰은 선망을 넘어서 필수품이 되었다. 그것은 극일보다는 용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일은 여러 가지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어렵지만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 도쿄 올림픽 일부 경기를 좋은 시설을 갖춘 한국 경기장에서 할 수도 있다. 우수한 한류와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21세기 문화적 밀정을 심을 수도 있다.


대전환의 시대에 지울 수 없는 울분과 냉철한 열기를 간직한 채 어떻게 일본과 다시 만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강병노 | 서울한영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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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매파’ 존 볼턴의 경질이 한반도와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미국이 패권국가라 해도 고위인사 한 사람이 물러났다고 국제 정세나 특정 국가의 기본 입장이 달라지기는 어려울 터이다. 그러나 볼턴이 누구인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 자리잡은 근본주의자 아닌가. 미국 매파는 볼턴을 통해 자신들의 견해와 의지를 트럼프에게 전달했다. 더구나 볼턴은 매우 강한 성격이다. “볼턴은 망치이고 모든 것을 (때려 박아야 할) 못으로 본다”(인디펜던트)는 평가가 잘 말해준다. 그는 시리아, 이란,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을 주도했으며, 자기 의견 관철을 위해 트럼프와도 격렬하게 싸우는 터프가이였다. 지난해 3월 트럼프가 그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였을 때 관련 당사국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남북한은 우려했고, 일본은 환영했다. 볼턴이 경질된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기상 용어로는 ‘문재인 대통령 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화창, 아베 신조 총리 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문 대통령에게 볼턴 하차와 북·미 대화 재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멈춰서 있던 한반도 평화 시계가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우연한 행운은 아니다. 과거 뿌려놓은 북·미 대화의 씨앗이 움트고 자라나 열매를 맺은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의 공세가 위축되는 효과는 덤이다. 볼턴이 지난 7월 방한 때처럼 정부 당국자들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먼저 만나는 의도적인 외교적 무례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장기화되는 한·일 갈등과 남북관계 교착에 ‘조국 사태’까지 3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는 문 대통령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질지 모르겠다.


지난 2월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여성들의 글로벌 개발과 번영’ 이니셔티브에 서명하는 모습을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 _ 로이터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북 주민 앞에서 핵담판 성공을 장담했지만 그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구겨진 체면을 살릴 계기가 마련됐다. ‘하노이 노딜의 치욕’을 만회할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1994년 북핵사태 이후 25년간 악연을 쌓아온 “인간오작품 볼턴”(북 외무성 대변인)의 퇴장이 반가울 것이다. 볼턴은 북한 정권 붕괴를 선호하고, 북한이 거부하는 ‘리비아 모델’을 고집한 데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배후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피인물을 경질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고, 리비아 모델 폐기도 시사했으니 기쁨 2배다. 미국이 빅딜 대신 ‘다른 셈법’을 들고나올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 대한 일본의 전략적 레버리지가 대폭 약화될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이 성공하면 북한은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버퍼링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부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 모호성으로 인해 일본의 존재감이 위협받던 차다. 여기에 협력적 연대 속에 미 행정부를 연결해온 볼턴마저 실각했으니 우려 위에 우려가 쌓이는 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환경 변화가 아베 총리가 야심차게 전개해온 ‘문재인 때리기’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때리기는 과거사 갈등이 촉발했지만 기저에는 일본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 문재인 정부는 일본 옆구리에 박힌 가시”라는 미국 정치학자 조지 프리드먼의 분석이 정곡을 찌른다. 돌아보면 아베 총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한국 정부에 한·미군사훈련 재개와 대북제재 강화를 요구했었다. 한·일 사이에 과거사 갈등이 불거지기 전의 일이다.


한반도 정세 기상도는 변화가 심하다. 어제는 화창해도 오늘은 비가 쏟아질 수 있다. 꼼꼼히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북·미 협상의 중재자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그동안에는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 진전으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북·미 협상의 진전이 남북관계 진전으로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절박한 심정일 것이다. 기피인물도 사라지고 리비아 모델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이번 협상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정세를 기획한 트럼프 역시 부담이 크다. 대선을 위해 협상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협상 무대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베 총리로서는 초조할 것이다. 주변국과 불화하는 대외정책을 펴온 결과다.


‘하노이’ 이후 6개월여 만에 ‘트럼프와 김정은의 시간’이 돌아왔다. 결코 놓쳐서는 안될 드문 기회이다. 이번에야말로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협상이 여의치 않다면 한반도 정세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볼턴’도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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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19일로 꼭 1년이 된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남측 최고지도자로는 처음 15만 평양시민을 향해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역설했다. 남북이 평화공존의 탄탄대로를 달리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남북관계는 정체 중이다.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 대화를 추동하리라는 기대와는 딴판이다.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12월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사이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넘어 갔다 다시 남측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서성일 기자


지난 1년의 성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평양선언에 담긴 비핵화와 군사 긴장완화, 경제 협력, 이산가족 상봉, 문화·체육 협력 등 5개 분야에 걸친 남북 간 합의 중 일부는 시동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열어 철도·도로 연결과 산림 협력 등 분야별 이행 일정을 마련했다.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에 적잖이 기여했다. 남북이 비무장지대 내 초소를 시범적으로 폭파하고, 휴전선을 가로질러 도로를 연결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남북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화상 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은 아예 열지도 못했다. 군사 긴장완화를 위한 공동지뢰제거작업 등 후속조치도 남쪽만의 행동에 그쳤다. 이렇게 된 데는 대북 제재의 유지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탓이 크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더욱 남측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단거리 미사일 등 신무기 시험발사를 10차례나 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1년은 남북관계 진전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인지를 일깨웠다. 남북 모두 더 많은 인내와 노력, 그리고 의지로 관계개선의 재시동을 걸어야 한다. 북·미가 곧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에 나선다. 북한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모두 외교적 성과가 절실하다. 북한이 그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도 보장’을 미국에 요구했다. 체제안전보장은 물론 경제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미국의 전향적 응답이 필요하다. 다음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미 간 협상을 촉진하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 지난 1년 동안 하지 못한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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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또다시 대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9월9일 오후 11시30분 북한 최선희 제1부상은 9월 하순에 북·미 실무회담을 열자는 담화를 발표했고, 그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다. 최선희의 담화는 공교롭게도 아프간 평화협정의 체결을 하루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한 뒤에 나온 것이다.


이런 일들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아프간 평화협상 파기는 북한에 위기로 느껴진 것 같다. 작년에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볼턴이 리비아 해법을 주장하고 5월12일 이란 핵합의 파기를 앞두자, 김정은 위원장이 다급히 다롄으로 달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원을 요청했던 일을 연상하게 한다. 트럼프도 북한이 대화에 나올 뜻을 밝히자 볼턴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한 것이다. 트럼프는 볼턴을 경질하면서 그가 리비아 해법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아프간 평화협상이 중단된 마당에 트럼프로서도 한반도 비핵화 카드는 외교업적으로 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초강경파인 볼턴을 경질함으로써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어느 때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여전히 커서 협상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북한은 트럼프 리스크 탓에 단계적 접근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담화를 발표해 이번 실무협상에서 대안을 갖고 오지 않으면 북·미 대화가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볼턴의 경질로 미국이 실무협상에서는 ‘유연한 접근법’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트럼프로서는 내년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장애물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트럼프 리스크이다. 첫 번째 트럼프 리스크는 트럼프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지의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다면, 새로운 민주당 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북한으로서는 섣불리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빅딜’에 합의하기를 꺼리는 이유다. 두 번째 트럼프 리스크는 설사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합의한 이란 핵합의를 파기한 경력이 있는 트럼프가 재선된 뒤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두 가지 트럼프 리스크를 우려해 북한은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작년 3월26일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 때 단계적, 동시행동적 접근을 제시했다. 단계적 접근법은 미래핵, 현재핵은 트럼프 제1기 행정부와 합의하고 이행하지만 과거핵(핵무기, 탄도미사일)은 2021년 1월에 들어설 미국 행정부와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트럼프 리스크와 북한의 비핵화 단계론을 극복하고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2월 말 하노이 회담에서 미타결된 쟁점은 크게 ‘비핵화의 공동정의’와 ‘추가조치’에 관한 것이다.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에 대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중장거리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포기를 주장한다. 반면 대북 강경론자들은 여기에 더해 생화학무기,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도 포함시키라고 요구한다. 핵시설 이외의 추가조치에 대해 북한은 과거핵을 차기 미 행정부와 협상하겠다고 고집한다. 반면 볼턴과 같은 초강경파는 리비아 방식처럼 당장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해외이전을 주장하고, 미국 내 협상파는 어느 시점에서 포괄적 신고를 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을 하라고 요구한다. 


이처럼 두 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북·미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실무회담을 넘어 연내 3차 정상회담이 열려도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타결짓기 쉽지 않다. 연내 타결을 위해선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도 셈법을 바꾸어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를 확정지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북한도 어느 시점에 과거핵의 포괄적 신고를 할 수 있는지 조건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직접 설득하고, 대북 특사나 번개회동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다면 한반도 비핵화에 큰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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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밤 담화를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는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 두 달 넘게 호응하지 않던 북한이 갑자기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 국무부는 “아직 발표할 만남은 없다”고 했지만 그동안 미국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해왔다. 지난 6월30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뒤 2~3주 걸린다던 북·미 대화가 2개월여 만에 가시권에 들어왔다. 대화 재개를 환영한다. 


북한은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이후 체제안전보장이 최우선 과제임을 명확히 밝혀왔다. 북한이 최 부상의 대화 제의 담화를 발표한 지 반나절도 채 안되는 10일 아침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잇따라 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남측의 첨단무기 도입 등에 맞서 체제를 수호하려면 신무기가 필요하다며 시험 발사를 계속해왔다. 이날 발사도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는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주한미군 감축의 교환을 전략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의 안전을 미국이 보장하겠다는 뜻을 당국자들이 거듭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은 올해 말을 미국과의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북·미는 앞으로 남은 넉달 동안 비핵화 로드맵과 상응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 양쪽의 조건을 맞추는 일은 간단치 않다. 북한의 안전보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과 맞물려 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과도한 개입도 경계 대상이다. 북·미 양측이 하노이 담판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무협상을 통해 최대한도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북·미가 올해 말을 넘겨 미국이 대선 국면을 맞게 되면 북·미 대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북한은 이 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늦은 만큼 북·미 간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북핵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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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30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후 실무협상’을 갖자고 약속했을 때, 그렇게 될 것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수락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협상의 고비마다 돌파구가 됐던 톱다운 방식의 재연이었다. 하지만 2주가 한 달이, 다시 두 달이 돼도 만난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비핵화 담판이 시작되는 건데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겠냐’는 우려와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만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교차했다. 최근 양측에선 협상 재개의 신호는커녕 외교수장들끼리 “독초” “망발”(리용호 외무상) “불량정권” “가장 강력한 제재”(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와 같은 험한 말만 주고받았다.


상황이 이러니 대화 의지도 의심받는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미 실무협상이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 연말로 설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북·미 정상 간 관계가 틀어졌다고 볼 만한 일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얘기만 나오면 “관계가 좋다”고 말한다. 미 국무부와 유엔 북한대표부를 잇는 뉴욕 채널이나 판문점 채널 등과 같은 비공개 채널도 열려 있다.


도대체 북·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으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북한이 준비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지만, 연락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준비가 안돼 있다며 북한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교환하는 문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은 주고받기다. 서로의 생각을 알아야 맞춤형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구상을 파악하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하노이 만남 이후 양측이 진지하게 마주했던 것도 아니고, 미국이 제재와 대화 여지만 반복해서 거론하기 때문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도 그런 불만이 읽힌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길 원한다. 미국의 제재에 묶여 있으면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에서 ‘경제 우선’으로 방향을 이미 틀었다. 내년에는 북한의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끝난다. 경제 상황이 지지부진한데도 여유롭다면 그게 더 의아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강조하지만 제재라는 족쇄를 풀지 못하고 관계개선을 하지 못하면 경제발전은 요원하다. 베트남이 1987년 도이머이(개혁) 정책을 채택했지만 경제발전은 1995년 미국과의 관계개선 이후 본격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오히려 안전보장 문제를 꺼내는 것이 미국에 ‘제재 완화를 못해주겠다면 안전보장은 해주겠다는 거냐’고 따져묻는 듯하다. 이를 모르지 않을 미국이 먼저 대화의 손을 내밀지 않는 건 미국도 제재 해제나 안전보장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준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부른다.


북한은 ‘하노이 트라우마’가 있다. 하노이 회담 전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고 실무 라인에서 의제를 논의했지만 정상회담장에선 미국 측이 다른 얘기를 했다. 김 위원장이 빈손으로 귀국 열차에 오른 이유다.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협상팀이 바뀌었다. 북한 협상팀은 미국이 ‘뒤집히지 않을’ 성의표시나 분명한 입장을 확답해야 만날 수 있다고 하고, 미국은 만나기 전에는 미리 패를 깔 수 없다고 하는 형국이다.


리용호 외무상이 이달 하순 뉴욕 유엔총회에 불참키로 한 것은 미국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만나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미가 겉도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실무협상의 물꼬를 트지 못하는 교착 국면이니 언제 고위급 협상을 거쳐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서로가 솔직해져야 한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두고 각자가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구분지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을 쏘지 않는 ‘현상유지’ 상태를 치적으로 부각하지만, 올해 안에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대화의 동력은 급속히 사그라들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자극적인 언사를 피하는 등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지금 남한을 뒷전에 놓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에 북한의 상황을 적극 설명해 적극성을 발휘하도록 움직일 필요가 있다.


<안홍욱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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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4일,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2019 ‘표현의 부자유전(展) 그 후’에 출품된 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본 극우파들의 위협이 예상되어 관객의 안전을 위해 주최 측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란다. 


전시회의 주제는 이미 논란을 예고했다. ‘평화의 소녀상’뿐 아니라 일본이 금기시하는 일왕과 군국주의를 문제 삼는 작품이 주되게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함을 알리려는 전시회는 역설적이게도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허망하게 침해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 중단 사태가 갖는 특별한 점은 검열과 표현의 자유의 주체를 우리가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있다. 전시를 중단시킨 자는 누구인가? 


실제 전시 중단을 결정한 사람은 전시회 실행위원장을 맡은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이다. 그런데 오무라 지사는 애초에 이 전시를 승인한 사람이다. 반면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전시 중단을 오무라 지사에게 요구했다. 오무라 지사는 처음에는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본 극우파의 테러위협이 가중되자 관객의 안전을 위해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나중에 오무라 지사는 이 결정이 일본 헌법 2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검열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일본 극우파들의 협박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가 예술제 보조금 삭감을 시사하며 전시 중단을 압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 중단을 내린 실질적인 주체는 누구일까? 오무라 지사인가? 가와무라 시장인가? 일본 극우파인가? 아베 정권인가? 아니면 일본인들 그 자체인가? 오무라 지사가 실제로 전시 중단 결정을 내렸지만, 모든 책임을 그에게 전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안에는 포스트 군국주의 욕망을 둘러싼 일본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내재해 있다. 


이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자는 누구인가? 김운성 작가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검열을 당했다. 그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의 박찬경, 임민욱 작가도 자발적인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번 전시 중단 결정에 대해 일본 측 전시 실행위원들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오무라 지사에게 전달했다. 일본의 양심적인 문화예술인들도 이번 사태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의 38개 문화예술단체들도 일본의 끔찍한 검열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자들은 비단 한국 작가들, 한국 문화예술인들만이 아니고 일본의 문화예술인들, 이번 전시에 참여한 72명의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다.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 보상을 확정 판결한 후에 곧바로 가해진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는 사실상 21세기 군국주의 부활의 욕망을 품은 정치적 조치이다. 이 조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으로 이어지는 한·일 문화냉전의 대결구도로 이행했다. 


아베 정권이 노리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네이션’,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세계 시민’ 사이의 대결을 조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21세기 군국주의 부활과 그 효과로서의 문화내셔널리즘을 재생산하는 문화냉전 세력들이다. 


검열은 일본이 했고, 표현의 자유는 한국이 지켰다라는 일방적인 문화내셔널리즘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 안에도 검열의 주체들이 있고, 그들 안에도 표현의 자유의 주체들이 있다.


‘평화의 소녀상’ 사태가 주는 교훈은 아베의 포스트 군국주의가 재생산하려는 문화내셔널리즘을 경계하면서, 국경을 넘어 표현의 자유의 보편성을 위해 함께 연대하는 세계 시민의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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