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511건

  1. 2019.06.25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판문점 3자 종전선언을 상상한다
  2. 2019.06.24 [사설]북·미 정상의 ‘친서 외교’, 협상 재개 돌파구 열길
  3. 2019.06.21 [편집국에서]트럼프와 배넌의 결합, 한번으로 족하다
  4. 2019.06.19 [기고]‘오랜 평화’가 이뤄져야
  5. 2019.06.19 [사설]G20 앞둔 시진핑 방북,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를
  6. 2019.06.17 [정동칼럼]전략적 사고의 빈곤
  7. 2019.06.17 [사설]남북 및 북·미 대화의 좋은 기회, 김정은 결단해야
  8. 2019.06.13 [사설]트럼프·김정은 친서외교 재개와 오슬로 구상을 주목한다
  9. 2019.06.12 [기고]‘헬싱키프로세스’에서 배울 점
  10. 2019.06.11 [사설]북·미 정상회담 1년, 미국 ‘전략적 인내’로 돌아갔나
  11. 2019.06.07 [사설]미·중의 ‘화웨이’ 한국 압박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12. 2019.06.07 [사설]결정하는 데 2년이나 걸린 800만달러 대북 지원
  13. 2019.05.29 [사설]트럼프, ‘북한과 대화’ 말만 하지 말고 유인책 내놔야
  14. 2019.05.28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통일 논의를 새롭게 시작하자
  15. 2019.05.20 [정동칼럼]북핵,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16. 2019.05.17 [사설]한·미 정상회담 6월 개최, 북·미 협상 환경조성 긴요하다
  17. 2019.05.15 [조호연 칼럼]김정은의 오폭
  18. 2019.05.14 [사설]북한의 잇단 남한 비판, 논리도 정세에도 맞지 않다
  19. 2019.05.13 [사설]미·중 무역분쟁 악화, 최악의 상황 대비를
  20. 2019.05.10 [사설]북한 이번엔 미사일 발사, 정말 이럴 건가

오늘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꼭 69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3년 7월 휴전 이후 몇 차례 군사충돌이 있었고 2017년 하반기 전쟁재발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지만, 2018년 이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한반도 정세는 안정화되고 있다.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서 채택이 무산된 뒤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가 중단됐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인내심을 갖고 계속 미국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를 전후해 한반도 정세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국가주석으로는 14년 만에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는가 하면, 이를 전후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교환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를 읽고 “그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15개월 동안 다섯 차례나 정상회담을 열고 ‘한 참모부’를 이루겠다고 언명한 북·중관계를 고려할 때, 시진핑 주석도 이미 친서 내용을 알고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어떤 제안이 담겼을까? 그 내용까지 알 길은 없다. 다만 그동안의 비핵화 협상 경과와 정치적·외교적 상황 등을 근거로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오는 29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로 판문점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11월 그가 서울에 왔을 때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을 방문하려다 짙은 안개로 헬기 운항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주한미군기지 방문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이 함께 판문점을 방문할 때 이에 맞춰 김 위원장이 내려와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이벤트를 상상해 보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핵심의제는 한국전쟁을 상징적으로 끝내기 위한 ‘3자 평화선언’(종전선언)이 될 것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의 가동중단과 미군유해의 추가송환을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경협에 대한 제재를 일부 면제한다고 밝히고, 문 대통령은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를 천명할 수 있다. 종전선언을 계기로 비건·최선희 간에 비핵화 고위실무회담이 시작되고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종전선언인가? 2006년 11월 하노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위해 “남·북·미 3자 정상이 종전을 공식선언하고 평화조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당시 부시는 원론적으로 말했으나, 노무현 정부가 이를 종전-평화조약의 2단계 구상으로 발전시켰다.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평화협정, 북·미 수교)은 핵폐기가 완료됐을 때나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서 핵폐기 시작에서 완료까지 과도기 동안에 대북 안전보장에 공백이 생긴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한·미 정상이 북한의 과도기 안전을 정치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2007년 10월4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종전선언 구상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묻혀있다가 4·27 판문점 남북정상선언에서 부활했다.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합의한 것이다. 작년 1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싱가포르에서 3자 종전선언이 재추진됐다. 지난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실무회담에서도 종전선언 채택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종전선언 채택은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4·20 시정연설에서 밝힌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근본방도’에 부합하는 것으로 일종의 ‘새로운 셈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으로서도 가역적인 종전선언을 내놓는 대신 대북 제재 카드를 계속 쥐고 있어 손해볼 게 없다. 종전선언이 채택되고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것은 중국에도 한반도정책 3원칙에 부합되고 평화체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나쁘지 않다.

 

하노이 회담 때 드러난 북·미 이견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침체된 비핵화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을 필요성에는 한·미 양국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나의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성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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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본 뒤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친서를 받은 시점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은 분명하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후 4개월 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북·미 대화에 반전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두 정상의 친서 교환과 긍정 평가를 적극 환영하며 북·미 양측 간 조속한 대화 재개를 기대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하노이 협상 실패 후 최근까지 북·미 양측 간 관계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대화할 수 있다며 올해 말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압박하고, 단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미국 역시 북한 화물선을 압류하는 등 대북 제재를 강화했다. 그러던 중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과 17일 ‘매우 따뜻하고 멋진 친서’ ‘아름다운 친서’라고 연속으로 칭찬했다. 김 위원장도 이번 트럼프의 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용기에 남다른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에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는 친서를 읽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단순히 외교적 수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례적인 찬사이자 강력한 대화 의지 표현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친서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고 한 것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보낸 김 위원장의 친서에 흥미로운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두 정상은 이미 협상의 큰 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21일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미·중 정상이 연쇄 회담을 한다. 정상회의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뜻을 미국에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화답한다면 북·미 대화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을 것이다. 북·미는 주변국의 노력과 친서 교환을 통해 확인한 정상 간 상호 신뢰와 대화 의지를 바탕으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북·미는 이번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3차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재개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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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배넌을 여전히 필요로 하는가. 주지하다시피 배넌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이 질문이 떠오른 건 두 계기 때문이다. 하나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있었던 트럼프의 재선 출정식이다. 더 직접적인 건 일주일 전 영국 신문 가디언 보도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배넌을 재선 캠프에 기용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는 야후뉴스 기자인 알렉산더 나자리언이 트럼프 재선 출정식 날에 맞춰 낸 <최고의 사람들: 트럼프 내각과 워싱턴 포위>의 내용을 미리 입수한 것에 바탕을 뒀다. 나자리언은 지난 2월 트럼프를 인터뷰했다.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지난 6개월 동안 배넌을 4~5차례 봤다”면서 “지금 배넌만큼 나에 대해 좋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4개월 전 이야기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배넌과 다시 한번 손을 맞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월22일 백악관에서 당시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과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 _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의문이 들 법하다. 배넌이 트럼프 재선에 중요한 인물인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지만 백악관을 떠난 지 2년이 다 돼 간다. 지난 5월 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전후 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2020년 대선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 그였다. 트럼프 상황도 지난 대선 때와는 딴판이다. 현직 프리미엄에다 공화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이러니 그가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 법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트럼프와 배넌의 결합이 낳은 결과를 생각하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배넌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때는 그해 8월17일이었다. 대선을 3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배넌은 대안 우파를 내세운 포퓰리스트 민족주의자였다. 2007년 공동으로 만든 브라이트바트 뉴스라는 매체를 통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반유대주의 등을 부추겼다. 트럼프와 통하는 바가 많았다. 캠프 합류 후에는 강경 이민정책과 무역정책을 앞세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승리를 이뤄냈다. 대선 승리 후 배넌은 승승장구했다. 인수팀에 곧바로 합류한 그는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땐 수석 전략가라는 직함을 받았다. 백악관에 한번도 없던 자리다. 권한은 비서실장에 비견됐다. 시사주간 타임이 당시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우고 ‘위대한 조종자’라고 뽑은 제목처럼 2인자 아닌 2인자였다. 그러나 백악관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주인은 엄연히 트럼프였다. 트럼프의 딸과 사위 등 경쟁자도 즐비했다. 생존을 위한 권력게임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사태 등 악재 끝에 대선 캠프에 합류한 지 꼭 1년 만에 백악관을 떠났다. 다시 브라이트바트 뉴스로 돌아갔다. 백악관 밖에서 트럼프를 지키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2018년 1월, ‘트럼프 사단’과 결별해야 하는 결정적인 일이 터졌다. 베스트셀러가 된 마이클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가 문제였다. 배넌이 트럼프의 큰딸 이방카를 ‘멍청이’라 부르고, 큰아들 트럼프 주니어에게 ‘반역적’이라고 한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로서도 두둔할 명분이 없어졌다. 하지만 세계는 넓고, 배넌으로서는 할 일이 많았다. 주 활동무대를 유럽으로 옮겼다.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극우 포퓰리즘 확산의 교두보로 삼았다. 그 결과가 지난 5월 말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극우파의 선전이었다. 배넌으로서는 2020년 미 대선을 다음 목표로 삼을 만했다. 트럼프 사단에서는 쫓겨났지만 트럼프와의 관계가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를 향한 구애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미국을 엄청 사랑한다. 그는 의무감으로 이끌어왔다. 트럼프가 나라를 구했다.” 


트럼프와 배넌의 첫 번째 만남이 낳은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은 확산됐고, 이민장벽은 높아졌다. 미 국내 정치도 마찬가지다. ‘오물 청소’를 강조하며 워싱턴 정가의 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한마디로 트럼프와 배넌의 결합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트럼프와 배넌의 재결합 여부는 선거 전략가로서의 배넌의 효용가치에 달려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통했지만 지금은 어떨까. 재선 캠프는 지난 대선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조직이나 선거자금이 탄탄하다. 배넌이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 유력주자들과의 맞대결에서는 불리하지만 결코 승산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자신감의 발로일까. 트럼프는 재선 출정식에서 특유의 분열을 조장하고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지키겠다”고 했다. 이는 현상유지를 강조한 말이다. 트럼프와 배넌이 재결합해 재선에 성공한다면 세계는 다시 한번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잘못된 만남은 한번으로 족하다.


<조찬제 국제·기획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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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에서 평화는 서로 다른 정치체제가 무력갈등이나 분쟁을 벌이지 않고,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정도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는 국가나 정치체제 사이의 협력과 제도적 보장이 필수다. 흔히 이런 경우를 ‘평화협정’이라고 말한다. 한반도에서 남한과 북한은 지리적 의미에서 출발한 분단이 정치체제의 주요 관점으로 변해온 역사를 안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의 인식으로 보면 분단은 서로 다른 체제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해방 이후 남한과 북한은 두 개의 독자적 사회로 형성되어 왔다. 때에 따라 남한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과 북한이 남한에 미치는 영향을 서로 주고받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사회구조는 전혀 다른 체제를 향하는 것이었다. 근대국가의 정치제도를 근간으로 하지만 남북한은 한 번도 동질적인 현대사회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해방 이전 과거의 것이지, 분단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남북한 사회의 독자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분단’을 재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회’의 고유성과 내적 중심성을 강조하고, 항구적인 평화로 이끄는 접근 방식이다. 영구 평화를 분단의 고착으로 폄하할 이유는 없다. 통합을 이룬다면 평화적인 방법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부 정치세력은 남북관계를 한·미관계의 종속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취약성 중 하나가 미국과의 관계라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것은 북한의 협력과 정부의 대미 외교에 달려 있다. 북한을 껴안은 채 미국을 설득하지 않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를 위한 자율성은 계속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는 것은 북한의 안전보장과 미국의 이해관계를 맞바꾸는 것이다. 


2018년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이어 남북한이 각 분야별로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선언’이나 ‘평화협정’은 남북한과 북·미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청하는 데 시대적 사명이 있다. 상대방의 체제를 보장하면서 극한의 대립에서 벗어나는 방안, 우호적이고 안정된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것이 평화이다. 평화의 좌표를 설정했다면 이제 그 나침반을 따라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때로 지남철이 심하게 떨리기도 하겠지만, 그 끝이 가리키는 평화의 좌표는 시민사회와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가진 힘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주변국의 신뢰를 얻기 위한 치열한 외교 노력을 해야 할 때다. 한반도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유일한 길은 평화공존이다.   


분단의 특징이기도 한 제도와 이념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장기적인 평화가 유일하다. 통일은 일종의 정치 현상이다. 어설픈 통일 방안에 대한 모색이 아니라 충분한 평화를 위한 공존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랜 평화의 전진이야말로 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흡수통일을 정강정책으로 삼지 않는 이상 어느 정치세력이 정부를 장악하더라도 한반도 평화는 우리의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독일 통일의 주역 빌리 브란트의 비전대로 “평화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평화 없이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


<한성훈 | 연세대 국학연구원·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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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북한을 국빈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 방북 이후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처음인 데다 북·중 수교 70년을 계기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4차례 방중하면서 시작된 북·중관계 복원 작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되는 셈이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준비하기 위해 18일 서우두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주목되는 것은 방북 시점이다.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이달 말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벌어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담판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으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년을 맞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친서외교’가 재개되면서 장기 교착 중이던 북·미 협상에 모종의 변화가 감지되던 참이다. 그런 만큼 시 주석의 방북에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북·중 결속을 과시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시 주석의 방북이 북·미 협상 재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에도 복잡함이 감지된다. G20에서 시 주석을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무역합의를 이끌려는 구상에 ‘방북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17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방북에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달성”이라는 원론적인 논평을 하는 데 그친 것도 이런 속사정 탓일 것이다. 정부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방북 발표가 나온 뒤 “시 주석의 방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와 이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시 주석의 방북이 문재인 정부와 긴밀한 협의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언급도 나온다.


18일 북한 평양의 한 상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가 진열돼 있다. 평양 _ AFP연합뉴스


시 주석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결코 미·중 패권 경쟁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미·중 갈등에 휩쓸려 좌초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받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문제만큼은 미·중이 갈등을 멈추고 협력할 것을 당부한다.


시 주석의 방북을 시작으로 28~29일 일본 오사카 G20까지 열흘간 북·중, 미·중, 한·중, 한·미가 연쇄 정상회담을 여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상외교가 숨가쁘게 전개된다. 그 결과에 따라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의 향방이 가려질 것이다. 한동안 작동을 멈췄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도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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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제재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북핵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비치는 우리 정부의 행동도 적절치 않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그간의 북핵 해결 노력이 성공적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잘못된 결과는 잘못된 과정의 축적이다. 미국은 전략적인 문제를 작전적으로 접근했고, 우리 정부는 전략적인 문제를 정략적으로 왜곡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전쟁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얼마간의 시사점은 있다. 전쟁에는 다양한 수준의 사고와 행동들이 중층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전략의 영역, 작전의 영역, 전술과 전투의 영역이다. 아무리 전술과 전투를 잘하더라도 작전적 오판을 극복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작전적 성과도 전략적 실수를 만회하기 어렵다. 전략은 장군들의 고유영역이었다. 근대적 의미에서의 민군관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전략은 점차 민간 정치지도자들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과거 장군들은 거의가 정치지도자였고 전략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영역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클레망소 프랑스 대통령이 “전쟁이란 너무 중요해서 장군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고 했을 때의 그 전쟁이란 바로 전략의 영역을 의미한다. 과거 장군들의 영역이었던 전략과 작전의 영역 사이에는 심연과 같은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전투를 잘한다고 훌륭한 작전가가 될 수 없다. 훌륭한 작전가가 뛰어난 전략가가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까지의 북핵 해결 노력은 통찰력과 인내가 필요한 전략적 접근이 아니라, 정확성과 신속성을 요구하는 작전적 접근방식에 가까웠다.


전략적 사고의 핵심은 방법과 수단이 아니라 문제 해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굳이 전쟁을 해야 한다면 이길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략적 사고의 원칙이다. 요구되는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목적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지금 미국은 제재를 북핵 해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병법서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손자병법>과 베게티우스의 <군사학 논고>가 가치 있는 것은 기묘한 작전과 전술이 아니라 전략적 수준의 통찰을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을 보면, 우리는 상대가 어떤 입장에 처해 있는가를 살펴보라는 <손자병법>의 기초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북한은 한·미동맹보다 중국의 위협을 더 심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북한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이를 상당한 수준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이 처한 입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전략적 사고능력의 결여를 의미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상황도 상정해야 한다. 북핵 폐기를 위한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안보우려와 경제발전이라는 요구를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무작정 핵만 포기하라는 주장은, 북핵 해결 노력에 관심이 없거나 전략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북핵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미가 강력한 동맹이지만 입장과 이해를 달리하는 부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미 간 전략적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강력한 단결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정파적 논란의 대상이 됨으로써, 우리의 안보이익을 식별하고 추구하는 데 실패했다. 우리 입장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매우 제한된 스펙트럼 안에 존재하고 있으며, 북한을 배제하고 강압하는 것보다 포용하고 끌어들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내용이다. 한편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세계 10대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통일전선전술로 인해 공산화될지도 모른다는 패배주의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북핵 문제의 성과를 현정부 지지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정파적 유혹의 반대급부인지도 모른다. 정상적이라면 걱정은 북한이 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는 전략적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미국은 북한을 친미국가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몇번이나 놓쳤다. 우리 정부는 정략적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여 오히려 스스로 입지를 약화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전략적이란 말은 통찰력과 인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본격적인 북·미 협상 전에 당국자들이 <손자병법>과 <군사학 논고>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좋겠다.


<한설 | 예비역 육군준장·순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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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로 북유럽 3개국 국빈방문을 마무리했다. 이 기간 중 문 대통령은 오슬로포럼, 한·노르웨이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스웨덴 의회 연설 등을 통해 사흘 연속으로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 ‘하노이’ 이후 교착된 북·미 협상과 남북대화의 복원을 위해 담아둔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이며 북한의 화답을 촉구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 국빈방문 중인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뮤지칼리스카 콘서트홀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함께 문화행사 공연을 본 뒤 한국 태권도 공연단을 격려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국민을 위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간 추진해온 대북 정책의 본뜻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보인다.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한 것은 추상적인 평화가 아니라 당장 실행 가능한 실천적·적극적 평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남북대화, 북·미 협상이 결국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성찰해 보자는 의미가 담겼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게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화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상호 이해와 신뢰라는 기본 태도를 강조한 것은 북·미 양측 모두 귀담아야 할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면서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연일 강한 톤으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미국의 대선국면이 임박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플로리다에서 2020년 대선 출정식을 열고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다.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를 살리지 못할 경우 북·미 협상 교착이 상당 기간 이어질 우려가 있다. 대선기간 중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득표전략과 연계되는 만큼 북한의 운신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크다. 


문 대통령은 할 말을 다 했고, 공을 북한으로 넘겼다. 문 대통령은 “시기·장소·형식을 묻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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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다시 친서를 보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내용이 “아름답고 따뜻하다”며 “아주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다. 마침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을 향해 남북 주민들의 피부에 닿는 교류협력을 강화하자는 ‘오슬로 구상’을 밝혔다. 싱가포르 회담 1주년을 맞아 남·북·미 간 협상 분위기를 돋우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친서는 북·미 협상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지부진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협상도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이번 친서도 하노이 회담 이후 협상이 장기 교착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오슬로에서 밝힌 대북 제의 역시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폭넓게 확대·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과거 동·서독이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에 공동 대응한 것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류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대북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협력을 모색하자는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조화와 조전을 보냄으로써 최근 별세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에 조의를 표한 것도 긍정적이다. 직접 조문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만났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미 양측은 그동안 제재 강화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기싸움을 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닫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3차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명분을 주는 모양새다. 이에 따른 북·미 간 실무접촉도 기대할 만하다. 남측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뜻을 사전에 파악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면 북·미 간 협상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북·미 간 실무접촉과 남북 간 대화가 재개돼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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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방문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헬싱키는 바로 유럽에서 냉전종식의 단초를 제공했던 ‘헬싱키프로세스’가 시작되었던 역사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헬싱키프로세스는 1975년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유럽 35개 국가가 참가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서 채택된 ‘헬싱키 최종협약’에 의해 시작됐다. 이 협약이 채택된 이후 이행 여부를 검토하는 회의가 유럽 도시에서 개최됐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마침내 1989년 동구권의 붕괴와 1990년 독일통일의 초석이 됐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한반도통일과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번영을 위한 제도적 틀을 구축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은 헬싱키프로세스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강대국인 러시아 및 독일과 인접한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생존을 위한 줄타기 외교정책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운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핀란드가 약소국이었음에도 초기 헬싱키 최종협약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핀란드의 중립적 외교정책 때문이었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무력 진압한 소련은 격앙된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범유럽안보협력회의 창설을 제안했다. 소련은 이를 위해 친러시아 중립국가인 핀란드에 실무협상을 위한 준비과정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고 서방 측이 동의함으로써 핀란드가 유럽안보협력의 중심무대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핀란드가 타 유럽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특히 당시 유럽안보의 핵심 이슈였던 동서독 분단 문제에 중립적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헬싱키프로세스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많은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헬싱키프로세스의 교훈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함의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헬싱키프로세스는 1972년 동서 양 진영 간 긴장완화가 최고조에 달한 데탕트라는 국제환경이 조성되면서 시작되었다. 서독은 동독을 국가로 인정했고 인접국가들과의 국경선 문제도 해결됐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남북 간, 북·미 간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시작되었다. 반면 헬싱키프로세스는 헬싱키 최종협약이라는 합의안을 도출함으로써 동서냉전의 종식을 가져왔으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북핵 문제라는 걸림돌로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진행되는 현시점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운전자 역할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핀란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외교노선이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결실을 맺지 못했던 것은 강대국들의 동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핀란드가 유럽안보협력의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국들의 자발적 요청과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더 나아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이 한국의 역할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냉엄한 동북아 국제질서에서 한국이 역할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운전자’보다는 ‘촉진자’ 역할이 더 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홍기준 |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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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만남’을 가진 지 12일로 1년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적대관계인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들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미군 유해송환 등을 담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70년 적대관계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를 담은 합의가 채택되자 국제사회는 열렬히 환영했다.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열린 것에 가슴 뛰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의 악수는 세계 분쟁 역사에 길이 남을 상징적 사건이었지만, 싱가포르 회담 1년이 지난 현재 한반도 정세는 기대만큼 빠르게 변화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긴 합의 중 실제로 진전된 것은 미군 유해송환뿐이었다. 북·미는 후속 협상에서 비핵화를 놓고 옥신각신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불신은 미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합의는 제쳐 둔 채 비핵화에만 집착했고, 금방 이뤄질 것 같던 종전선언도 무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비핵화가 20% 정도 진행된다면 제재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가 ‘완전한 비핵화 없이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고 태도가 돌변했다. 부실한 준비 끝에 모호한 합의문을 작성했다가 국내 보수세력들이 반발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북한도 비핵화의 정의와 전체 그림을 만들지 않는 등 치밀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은 예고된 참사였던 셈이다.    


그렇다고 현 상황을 싱가포르 합의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할 수는 없다. 두 정상이 서로 신뢰하고 있고, 공히 정세관리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내기도 쉽지 않다. 북한은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미국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완전한 비핵화’만을 되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따라하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북한의 핵 실험·미사일 발사 동결이 유지된다면 외교업적으로 충분하다는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런 식의 태도가 지난 30년간 북·미 협상을 실패로 이끌어왔음을 잊어선 안된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는 서로 속내를 파악했을 것이고, 과거로의 회귀는 안된다는 점도 공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6월 중 남북 정상이 만나 3차 북·미 정상회담의 디딤돌을 놓을 필요가 있다. 6월 하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4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협상 모멘텀을 살려낼 수 있다. 정부가 양측이 귀 기울일 만한 정교한 중재안을 가다듬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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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협력하는 국내 기업을 향해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라”고 했다. 화웨이에 대한 집중 견제에 나선 미국이 한국의 협력기업들을 직접 압박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5일 주한 미 대사관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단기적 비용 절감은 솔깃할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리스크와 비용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공사, 화웨이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중국 외교부 입장이 보도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중국이 한국 기자들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자 미국이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맞대응한 셈이다. 두 나라의 한국 압박은 매우 부적절하지만 미·중 갈등이 한국을 직격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자칫 ‘제2의 사드사태’가 재연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동맹국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고, 한국 기업에도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KT와 SK텔레콤 등은 유선망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제재에 동참할 경우 이들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LG유플러스는 LTE부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서비스 중단을 하지 않는 이상 화웨이 제품을 퇴출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대규모 경제보복에 나선 2년 전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미·중 양측의 압박이 노골화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전체 수출의 24% 정도를 중국에 의존할 정도로 경제의 중국의존도가 크지만, 그 못지않은 미국과의 동맹·교역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나 기업이 어느 한쪽에 서는 모습을 보이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중립원칙을 분명하게 밝히고, 기업들의 자체 판단에 맡길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미국과 중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면밀하고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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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일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는 국제기구의 사업에 남북교류협력기금 800만달러(약 94억여원)를 지원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영양지원 사업에 450만달러,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보건 사업에 350만달러를 무상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정부는 다음주쯤 국제기구로 지원금을 보낸다고 한다. 정부가 2017년 9월에 결정해놓고도 2년 가까이 미뤄온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집행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 지원 조치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WFP의 북한 사업 관련 홈페이지.


WFP의 지원 사업은 북한 내 9개 도 60개 군의 탁아소·보육원 등에서 영유아·임산부·수유부에게 영양 식품을 나눠주는 것이다. 유니세프 프로그램 역시 아동·임산부·수유부에 치료식과 기초 의약품 키트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7년 9월 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통해 이들 사업에 대한 지원을 결정해놓고도 집행을 미뤘다. 미국의 대북 제재 압박 기조에 맞췄다. 이번에 지원을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정부는 WFP 등 국제기구가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감소에 따른 북한 취약계층 삶의 질 저하를 우려해 적극적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한·미 정상이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이다. 이런 명백한 인도적 지원까지 정치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유감이다. 게다가 정부는 수혜자를 배려한다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내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해도 인도적 지원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했다. 북한 매체들이 ‘인도주의 지원은 부차적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할 만하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와 무관하게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통해 대화의 물길을 열 필요가 있다. 북한 스스로 밝힐 정도로 심각한 가뭄으로 벌써부터 북한의 식량난 가중이 우려되고 있다.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남쪽으로 전염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식량과 방역·방제를 위한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적기에 해야 한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뿐 아니라 남북 간 직접 지원도 필요하다. 북한도 인도적 지원에 한해서는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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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서 거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고 북한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아베 총리의 말을 면전에서 반박했다. 그 전날에는 트윗을 통해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렀지만 나는 아니다.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도 정면으로 뒤집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유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에서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한 뒤 환영하는 자위대 대원과 미 해군 장병에게 인사하고 있다. 요코스카 _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제스처는 정치적으로 계산된 측면이 보인다. 2020년 말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자랑해온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타격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정상회담 후 북·미 대화가 석달째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사를 견지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이처럼 견고한 대화 자세를 보여준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북한과 많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2년간 핵실험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의 표현도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대한 동력을 유지하면서 대화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전략적이다. 협상 전문가답게 북한과 대화하고 나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하는 일본과 한국 내 보수세력은 트럼프의 이런 현실감각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 국면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적 성과로 공인받으려면 이 정도로는 안된다. 트럼프는 이날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면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엄청난 제재가 북한에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압박을 유지하면서 기다리는 방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이 아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 역시 트럼프의 대화 의지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한국도 중재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무한정 이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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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서 채택이 불발된 뒤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4월11일 한·미 정상회담 때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지만, 북한매체들은 우리 정부가 근본 문제를 제쳐둔 채 인도주의 지원과 교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서 생색내기라 비난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제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장기전에 대비하며 대화 재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리용호 외무상은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부분적 제재 해제 문제를 꺼내든 이유를 미국이 아직 안전담보와 같은 근본 문제를 다룰 준비가 안됐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북한이 말하는 근본 문제란 무엇인가. 주한미군도 근본 문제의 하나지만, 금년 1월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더라도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인지 더 이상 언급이 없다. 최근 북한매체가 거론하고 있는 경성안보 현안은 한·미 군사연습 문제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같은 연성안보 문제도 있지만 이는 남북 간만의 직접현안은 아니다. 


근본 문제와 관련된 남북 간의 현안으로 9·19 군사합의서 이행과 같은 경성안보 문제가 있다. 아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안됐고,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이나 군사분계선 일대를 벗어난 군사훈련은 새로운 쟁점이다. 당장 대북 제재가 계속되어 교류·협력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적대하는 법제도 개정을 논의하거나 통일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연성안보를 풀어가는 의제가 될 수 있다.


우선 주목되는 연성안보의 근본 문제는 통일방안에 관한 논의이다. 올해 1월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1월23일 정부, 정당, 단체연합회의 명의의 호소문도 통일방안의 모색을 촉구하였으며, 재일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사상과 제도, 지역과 이념, 계급과 계층의 차이를 초월하여 겨레의 의사와 이익에 맞게 공명정대하고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통일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북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때 발표한 ‘6·15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남북이 논의하는 대신 이명박 정부는 ‘3대 공동체(통일)방안’을 내놓고 통일항아리운동을 벌였으며,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론에 이어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북측은 흡수통일을 꾀하는 제도통일론이라고 반발하며 핵·미사일 개발을 촉진하는 명분의 하나로 삼았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가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정권의 교체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담긴 ‘대북 4No정책’을 표명한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작년부터 남북합의나 대북제안을 통해 우리 측 통일 구상을 하나씩 구체화해 왔다. 4·27판문점선언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키로 한 데 이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상호대표부 교환을 제안했다. 9·19군사합의서에서 군사공동위원회 설치에 합의하였고 금년 3·1절 기념사에서는 경제공동위원회를 제안했다. 군사, 경제에 이어 문화, 보건의료, 과학기술 등 부문별로 공동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잘 운용된다면 남북은 사실상 협의체적 공동정부의 틀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평화체제와 경제공동체의 토대 위에 남북연합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현실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이처럼 연성안보 의제인 통일방안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대북 제재로 꽉 막힌 국면을 돌파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화로 이끌어낸다는 점 외에 지금 전개되고 있는 평화공존의 노력이 자칫 분단고착화 분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도 인위적으로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듯이, 새롭게 통일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과 조급하게 통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민간 차원에서 먼저 논의를 시작한 뒤 어느 정도 공감대가 마련되면 정부가 이를 공론화하면 된다. 북측은 전민족회의를 우선적으로 개최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되, 체제 차이나 사안의 장기성을 고려해 우리 내부의 논의를 수렴하는 것에서부터 단계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


<조성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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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3개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미국은 북한의 석탄운반선을 나포했고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고 하더니 점차 대결적 구도로 가는 듯하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작금의 상황이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북핵을 북한과 미국 간 해결할 문제라고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제3자가 되어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북핵 문제 당사자라고 주장해도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북한이 핵폐기 의사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 정도이다. 북한을 유인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불가능하다.


정치권의 행태는 실망스럽다. 그들에게 북핵이란 존망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현혹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에 불과한 듯하다. 소위 보수권은 현정부가 미국 보수층으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안에서는 싸우더라도 밖에 대해서는 단결해야 한다는 당연한 보수적 원칙도 무시되고 있다. 정적에 대한 증오심과 국익 추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분별력의 결여는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격언을 빛바랜 포스터로 만들었다. 북한 핵을 비난한다고 당사자 자격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 해결 과정에 개입해야 당사자다. 비난만 하는 것은 방관자다.


하노이 회담 실패에는 미국이 금번 협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듯하다. 이번 북·미 회담은 북한이 핵무장능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다음 이루어졌다. 과거의 회담과 차원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원칙고수를 주장하며 북한의 핵폐기 의사가 없다고 비난하는 데 집중했다. 언론들도 이에 동조했다. 잘못된 북한의 행동을 그냥 넘기면 안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번 회담 결렬의 의미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제재를 강조했다. 지속적인 제재로 북한의 입장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제재로 북한이 손을 들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북한이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북한체제도 붕괴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북한이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놔둘 것인가? 이런 당연한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하노이 회담 결렬이 아쉬운 것은 북한의 완전한 핵무장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은 북핵 문제 해결보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사 보수주의적 분위기 때문이다. 몇 차례 북한의 핵무장을 지연하고 중지시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미국과 한국의 강경파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변화에 관계없이 강경책만을 고수하는 것은, 비난을 감수할 도덕적 용기가 부족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절제심의 결여 때문이다. 지식인들과 언론이 비판적 사유라는 본질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출발해 위스콘신 주(州)로 떠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30년 넘게 진행된 북핵 협상의 역사를 살펴보면, 북한이 핵문턱의 마지막을 넘는 지금의 상황에서 제재의 효과를 운운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 수 있다. 북한이 연말 이후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한 말은 최후 통첩이나 마찬가지다. 회담 결렬 이후 전례없이 매우 절제된 북한의 태도는 자신만만함에서 나온 듯하다. 우리는 북한의 자신만만함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말이 지나면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제까지 전문가들이 북한의 행동 예측을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실험은 무의미하다. 시간을 허비하면, 내년 초 우리는 만수대광장에서 북한 전략군사령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ICBM과 SLBM의 작전배치 완료를 보고하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 전략핵무기 작전배치 이후 전개될 수 있는 상황에 무관심한 정치지도자들과 책임자들의 태도가 개탄스럽다. 북한의 전략핵 작전 배치는 동북아 및 태평양의 안보상황을 불확실하게 판을 바꿔버릴지도 모른다. 그것이 북핵 자체보다 더 큰 위협이다.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기대가 크다. 하수는 원칙을 주장하고 고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은 고금의 상식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는 병서의 지혜도 있다. 한·미 대통령이 그런 상식과 지혜를 굳이 거스르지 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 진정 지혜로운 전략가다. 더 이상 우물쭈물할 여유가 없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순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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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다음달 한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한·미 양국 정부가 발표했다.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만으로, 두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설명했다. 


트럼프의 방한 결정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미 협상이 자칫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을 방지하는 한편 협상재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한 시기는 미국 민주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 토론회를 시작하는 때와 겹쳐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지면서 ‘북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대선 정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이를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가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외교 분야의 치적으로 내세워 온 북·미 협상에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던 북핵 문제를 우선 과제로 복귀시킨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로서는 한반도 정세 전환의 모멘텀을 새로 확보하게 됐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방법론의 북·미 간 입장차를 좁힌 절충안을 가다듬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소강국면인 남북대화의 활성화가 필수다. 대북특사 파견 혹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추진해야 한다. 


북한도 시급히 대화에 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편에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뒤 비핵화 방법론을 한국과 숙의하는 게 교착국면 해소의 답이다. 한·미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은 40일 정도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면 미국의 협상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은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간에는 대북 식량지원이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정부는 식량지원의 시기와 방식, 규모 등에 대한 의견수렴 작업을 앞으로 1~2주 더 진행하겠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대북 여론이 나빠진 만큼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정세와 무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 식량 지원은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을 감안해 서둘러 결정할 것을 당부한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북한 식량난은 7~9월에 가장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직접적 식량지원의 경우도 1~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북한도 자존심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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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타격했다. 외견상 군사도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공격이었다.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해적 행동’을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였을 터이다. 이 시도는 일단 성공적인 모양새다. 한·미 양국에서 대북정책 실패론이 들끓고 있다. 두 대통령은 정치적 손상을 입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수세에 몰렸다. 제재해제를 중간 목표로 세운 순간 약점을 잡혔다. 하노이에서는 영변 핵시설까지 걸었지만 미국에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 주도의 제재 체제에 목을 매는 구도 속에서는 동등한 협상이 되기 어려웠다.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군사행동조차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북한의 난감한 처지를 십분 활용했다. 일방 항복이나 다름없는 빅딜만 고집하며 협상에서는 미적댔다. 인내심이 바닥난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 프레임을 ‘비핵화-제재해제 교환’에서 ‘비핵화-체제안전 교환’ 방식으로 전환했다. 제재해제 목표를 포기한 셈이다. 중간 단계를 빼고 최종 목표만을 설정하는 바람에 협상 성공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한은 ‘발톱과 이빨’을 다시 세웠다. 


화력시범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이 지난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망원경으로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정책은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성사의 중재자로, 남북관계 복원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군사적 긴장 완화 등 평화 조성과 ‘한반도 리스크’ 완화의 공적도 당연히 문 대통령의 것이었다. 트럼프 역시 국내정치에서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덕을 봤다. 차기 대선에서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울 게 분명하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가 판을 흔들었다. 두 대통령의 장점이 약점으로 바뀌었고, 급기야는 두 사람을 겨누는 창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 정부는 저강도 대응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추진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사일은) 단거리이며,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써 혼란스러웠던 상황은 다소 진정됐다. 한·미 보수세력의 ‘외교 실패’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나라의 평화와 안전은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 김 위원장의 입에서 군사력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한 것은 심상찮다. 북한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매체들은 연일 공격적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대결시대의 북한을 연상케 한다.  


김 위원장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사일이 외부 세계뿐 아니라 북한 내부도 타격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그 증거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에서 주민 1010만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이라며 향후 3주 안에 130만t의 긴급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인도적 식량지원 추진에 합의했지만 미사일 발사 후 “북은 미사일 쏘는데 남은 식량 지원하느냐”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 정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정세 변화에 따라 식량지원 계획 자체가 장기간 유보되거나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식량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면 누구보다 북한 주민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WFP의 대북 식량지원 규모 130만t은 생산활동은커녕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할 수 있는 ‘생명유지 최소열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1000만명이 당장 먹지 못하면 ‘생명유지’조차 쉽지 않은 중대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인구의 40%를 기아선상에 내몰고도 정치적 이유로 외부 지원까지 막는다면 무자비한 독재자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난관에 봉착하자 무력시위로 돌파하려는 구태 역시 그동안 쌓아온 국제사회의 지도자 이미지를 갉아먹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인민친화적 지도자’로서의 위상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것”(2012년 4월 연설),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결심”(2017년 신년사) 등의 공언은 언제든 김 위원장을 공격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체제안전과 경제강국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이 필수다. 그렇다면 두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는 독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미사일로 자신까지 타격한 꼴이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김 위원장의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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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이 연일 대남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13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라는 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 협력사업을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논의한다는 남측의 입장을 거론하며 “남조선당국이 자체의 정책 결단만 남아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재가동을 미국과 보수세력의 눈치나 보며 계속 늦잡고 있으니 이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북한은 12일에도 ‘조선의 오늘’을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은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면서 “(남측이) 승인이니, 제재의 틀이니 하면서 외세에게 협력사업에 대한 간섭의 명분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아리는 같은 날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새 역사를 써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인근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발사체의 발사 장면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발사훈련에 대해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이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남북관계 복원 이후 한동안 자제해왔던 북한의 대남비판이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개성공단 재가동이 남측의 결단만으로 가능하다는 온당치 않은 논리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남북경제협력은 문재인 정부로서도 오매불망의 숙원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피해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미국은 단독제재를 통해 북한과의 모든 무역과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익히 알고 있을 북한이 짐짓 모르는 체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고 무슨 득이 있을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의 대남비판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좀 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신청을 8차례나 불허한 것도 빌미를 제공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비판은 대북 식량지원 추진을 겨냥했다기보다 정부가 방침만 내놓은 채 좌고우면하며 시기를 놓치거나 지연해온 과거 사례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이런 대남비판은 대북여론만 악화시킬 뿐이다. 아쉽고 서운한 점은 직접 만나 풀어야 한다.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채 대남비판에 열을 올리는 것은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후퇴시키는 행위라는 점을 북한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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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0일 0시1분(현지시간)을 기해 2000억달러(약 23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5745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미·중은 무역협상 합의에 실패했다. 양국은 앞으로 3~4주간 더 협상한다. 이 기간 ‘대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터다. 협상은 경제적 득실 외에 정치적 셈법까지 작용, 타결까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35%가 넘는 주요 무역상대국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27%나 된다. 그중 원료 등 완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가 79%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우리 수출도 그만큼 타격을 받는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이 총 0.14%(8억7000만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관세부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국 등 주요 수입국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을 ‘남의 일’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논의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출부진을 내수로 뒷받침하려면 재정확대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선 수출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 ‘핀셋 처방’도 요구된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위기를 ‘산업구조 개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어차피 중국도 세계 교역무대에서 우리의 경쟁국이다. 미·중 협상을 통해 중국의 불투명한 경제규범이 바로 서고, 과도한 정부보조금 정책이 폐기되면 한국 경제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중국의 대미 수출은 8.8%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9% 증가했다. 미·중 무역긴장으로 최종재에 대한 한국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걱정만 할 게 아니다. 기업이 경쟁력으로 재무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동자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정부 차원의 교육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실업·빈곤 등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사회안전망도 촘촘하게 다져야 한다. 기업도 혁신을 위한 투자와 함께 수출 판로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국회도 정부의 재정확대, 제도 개선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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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오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 방향으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오후 4시29분과 4시49분경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각각 1발씩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 270여㎞이며 고도 50㎞를 날아 동해로 떨어졌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발사체가 발사된 평안북도 구성지역은 인민군 전략군의 탄도미사일 기지가 있는 신오리에서 서북방으로 40여㎞ 떨어진 곳이다. 


출처:경향신문DB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올린 건 지난 4일 이후 닷새 만이다. 비행거리도 당시의 240㎞보다 크게 늘어났다. 시점도 여러 면에서 공교롭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에 공감한 바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8일부터 한국을 방문 중이기도 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화 모멘텀을 찾기 위해 한·미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 속에서의 북한의 무력시위는 당혹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손을 내밀려는 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KBS 특집 대담에서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 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합참은 이번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난 4일에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보수세력들은 지난 4일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양국 정부에 강경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참이다. 

이번 무력시위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대응을 자제한 채 당분간 상황을 주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더라도 미국의 비핵화 접근법이 변화할 가능성은 낮은 반면 대북 여론을 악화시키고 대화파의 입지만 좁힐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발수위를 끌어올려 금지선을 넘는다면 2년 전의 위기를 재연하는 것 외에 북한이 얻을 건 없다. 벼랑 끝 전술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서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북한도 더 이상의 무력시위는 중단하고 남북대화에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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