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564건

  1. 2019.12.24 [사설]북·미 대화 모멘텀과 중국의 중재역할 강조한 한·중 정상
  2. 2019.12.20 [정동칼럼]‘비핵화 협상’ 노딜 이후
  3. 2019.12.19 [사설]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무력도발은 필요없다
  4. 2019.12.17 [사설]북한, 압박만 하지 말고 미국의 협상 제의에 호응해야
  5. 2019.12.17 [세상읽기]굿바이, 미스터 트럼프
  6. 2019.12.16 [사설]북한 ‘중대 시험’ 압박 속 비건 대표의 방한 주목한다
  7. 2019.12.13 [사설]미국과 유엔의 유연한 대북 태도 협상으로 이어져야
  8. 2019.12.11 [정동칼럼]한·중관계의 연속과 단절
  9. 2019.12.11 [사설]한반도 격랑 속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10. 2019.12.10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북·미 치킨게임과 트럼프 친서
  11. 2019.12.10 [사설]심상치 않은 북·미, 한국의 적극적 역할 필요하다
  12. 2019.12.09 [사설]비상한 북 ‘중대 시험’ 진행, 북·미 대화의 판을 깨선 안돼
  13. 2019.12.05 [사설]심상치 않은 북·미 움직임, 대화 해결의 원칙 이어가야
  14. 2019.12.04 [사설]한 달도 안 남은 북·미 협상 시한, 이대로 흘려보낼 건가
  15. 2019.12.02 [사설]미 의회도 “한국이 방위비에 상당한 기여한다”는데
  16. 2019.11.29 [사설]북한 또 발사체 도발, 협상판 깨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17. 2019.11.20 [사설]북한, 더 조건 달지 말고 대화 나서야
  18. 2019.11.19 [세상읽기]북한 비핵화와 그 적들
  19. 2019.11.18 [사설]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북·미 회담으로 이어져야
  20. 2019.11.13 [이대근 칼럼]북한이 모르는 북한의 힘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대화 촉진과 한·중관계 복원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 북·미 대화 중재를 요청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한국은 북·미가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에 빠지고 북한이 도발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대화를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두 정상이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의 관계 발전을 강조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 _ 연합뉴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미 대화를 중재해달라고 요청한 점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한·중 양국은 물론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며 중국의 중재를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에 빠지고 남북관계마저 얼어붙은 현시점에서 북한의 도발을 막고 북·미 대화를 이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중 입장이 일치한다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 방식을 지지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대북제재 완화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중국이 조만간 북·미 대화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두 정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소원해진 양국관계 발전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인화를 강조한 맹자의 말을 인용,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도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며 “양자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한목소리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자고 한 것은 인상적이다. 양국관계가 정상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반년 만에 만난 두 정상이 예정된 시간보다 25분 넘겨 총 55분간 대화를 나누고 화기애애한 오찬까지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미 대화가 연말 시한을 넘기고 북한이 성탄절이나 신년사를 통해 강경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위험한 물길을 돌리는 데 중국의 역할이 요구된다. 중국이 ‘한한령’을 3년 넘게 유지하는 것도 양국관계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돼 한·중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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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타결은 불가능해 보인다. 애초 연말 시한을 설정한 것은 북한의 자충수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오히려 그 시한을 무시해야 국내정치적으로 더 유리해지는 패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거꾸로 판단했을 수 있다.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도발하게 되면 트럼프의 재선가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므로, 그전에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는 중대한 오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정치문법을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한 것이다. 북한 문제는 미국 정치에서 판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변수가 아니다. 의료보험, 경제, 이민 문제 등에 비해 정치권 및 유권자들의 관심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배틀크리크 켈로그아레나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집회’에 나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배틀크리크 _ AFP연합뉴스


사실 한국 정부도 비슷한 오류를 범해오고 있지 않나 싶다. 작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일부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에 근거해 평양회담의 여세를 몰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연내에 추진해서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막상 중간선거 일정이 시작되자 트럼프는 자기 선거유세 일정이 바쁘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선거 이후로 한참 미뤘고, 그렇게 해서 잡힌 회담이 금년 2월의 하노이 회담이었다.


이 오판은 지속됐다. 북한이 4월에 연말로 협상시한을 설정하자, 내년도 대선국면에 들어서면 트럼프가 선거일정으로 바빠질 테고, 또 대선에서 본인의 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말까지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아니, 한국 정부가 더 적극 나서 연말까지 타결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판문점에서 트럼프·김정은의 깜짝 만남이 성사되고,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하자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아는 바와 같다. 탄핵 국면이 시작되면서 북핵 문제는 미국 내 정치담론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제 노딜이 가시화되자 미국에선 다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전망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이미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했고,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 엔진연료 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한 시험”을 했다. 위성발사를 가장한 ICBM 발사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후로 추정한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식 대북 유화적 접근을 반대하는 세력의 입장에선 북한의 도발을 오히려 바라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제 북한이 도발할 경우 트럼프의 재선가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까? 지극히 회의적이다. 도발의 책임을 트럼프에게 돌리기보다는 북한을 비난할 미국 유권자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물론 미 민주당이야 트럼프의 대북 정책 실패를 성토하겠지만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절대다수의 미국민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협상을 통해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극히 소수다. 그러니 북한의 도발로 인해 트럼프가 받을 정치적 타격 또한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군사적 수단에 의한 북핵해결에 대한 지지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입장에선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한국은 고조될 군사적 긴장과 충돌로 인해 가장 직접적이고 심대한 피해를 입게 될 당사국이 된다. 당연히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제어해 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 이유는 한국 정부가 스스로의 역할을 북핵협상의 ‘촉진자’나 ‘중재자’로 자임하면서 수동적으로 제한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의 셈법이 있다면, 이들과 다른 “한국의 셈법”도 당연히 필요하다. 여러 전략적 이슈를 복합적으로 연계해서 강온전략을 구사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선의에 기반한 온건평화 전략으로만 일관하지 않나 싶다. 수가 너무 뻔히 읽힌다. 1970년대 미·소 신데탕트가 시작된 계기는 어느 쪽에서 먼저 선제 핵공격을 하든지 간에 공격받은 쪽이 남은 핵전력으로 선제공격 상대를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비롯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유화적 접근 못지않게 한국의 독자적인 핵억지 군사능력 향상이 필수다. 평화를 위해선 강군을 육성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보다 더 과감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야 협상에서뿐만 아니라 실질 군사능력 면에서도 북·미에 대한 최소한의 압박능력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강명구 뉴욕시립대 바룩칼리지 정치경제학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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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연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군사적 긴장을 계속 높이고 있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7일 기자들에게 “내가 예상하기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이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며 “(남은 것은 쏘는 시점이) 성탄전야냐, 성탄절이냐, 신년 이후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교적 접근이 실패할 경우 2017년 북·미 대치 상황에서 검토했던 많은 수단들을 동원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북·미 모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유감스럽다.


[시사 2판4판]산타클로스 선물. 김용민 화백


브라운 사령관의 언급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경고함으로써 도발을 좌절시키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브라운 사령관이 전략자산 전개를 언급한 것은 도를 넘어선 부적절한 처사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브라운 사령관의 발언은 북한을 자극해 도발의 길로 몰아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름으로 연말까지 미국과 협상하지 못하면 장거리미사일발사 등 강경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미가 2년 전처럼 전쟁국면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내가 동결했다”고 자랑해온 것이 물거품이 된다. 국방연구원은 협상이 결렬되면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다탄두 ICBM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북한을 비핵화하기는커녕 북한의 핵개발을 방조한 셈이 된다. 북한도 함경북도 풍계리 핵 실험장까지 폭파한 대가를 얻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19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전격 방문한다. 이번 방중 목적은 일단 중국과 러시아를 대북 제재의 틀 안에 묶어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북한과의 접촉을 기대한다는 미국의 신호도 들어 있다. 북·미 양측은 비건 대표가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접촉해야 한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중국의 중재도 기대한다. 북한이 크리스마스에 무력도발을 하면 그것은 누구에게도 선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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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6일 북한에 만나자고 공개 제의했다. 그는 이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뒤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와 어떻게 접촉할지를 알고 있다”고 했다.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건 대표는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는 북측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균형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하게 협상할 것이며 실현 가능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 창의적 방안을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거론해온 ‘연말 시한’과 관련해 “미국은 데드라인이 없으며,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목표가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건이 던진 대북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라며 제시한 ‘연말 시한’에 미국은 얽매이지 않겠다는 점이다. 해를 넘겨 내년이 되더라도 북·미 양측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열의가 식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균형 있는 합의를 위한 유연성 있고 실현 가능한 창의적 방안을 내놓을 것이며 북한의 모든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한 것도 눈에 띈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최근 짙어지는 북·미 간 ‘긴장의 먼지’를 가라앉히고, 다시 협상모드로 복귀하자는 강력한 메시지로 평가할 수 있다. 비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협상파이자, 최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된 대북정책 핵심인사다. 그런 그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의 ‘중심 잡기’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으로서는 비건 대표의 대북 메시지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적극적인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접 만나 비건이 강조하고 있는 ‘유연성’이 어떤 건지 확인해 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 화답한다고 해서 북한이 손해볼 일은 전혀 없다. 비건의 방한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유연한 태도가 북한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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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맘때면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사실상 전(前) 대통령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미국·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과는 달리 한·미동맹이 위계적 방식으로 구축된 것이긴 해도 트럼프가 보여주는 일방적이고 무도한 행태는 반(反)동맹적이다. 7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선순환적으로 발전해온 한·미동맹의 본원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 중 상당수는 사실과 동떨어진 트럼프의 위협적이고 과장된 언사가 한·미동맹의 건전성에 도움이 안된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트럼프를 목전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근시안적 ‘동맹 파괴자’로 여긴다. 또한 극소수이긴 해도 트럼프의 저돌적 해결방식을 한·미동맹의 와해 내지 해체로 가는 전조(前兆)로 과잉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협량과 편견은 깊고, 오래갈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동맹의 침식(侵蝕)이 시작되었다고 단언한다.


2019년 12월 7일 미국 플로리다 주 할리우드에서 열린 이스라엘아메리카평의회 전국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정치학자 스티븐 월트는 유지되고 있던 동맹이 약화되거나 해체되는 첫 번째 이유로 공동 적의 위협을 두고 동맹국들 모두의 인식 변화를 언급했다. 과거 소련의 위협이 약해지자 나토의 무용론이 회자(膾炙)된 것이 그 예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하면, 한·미가 함께 김일성·김정일 시대 북한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해왔다면 김정은시대 북한의 위협을 두고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능력 증강과는 별개로 덜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적어도 1년 전에는 분명 그러했다. 


작년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이 합의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남북은 비무장지대 11개 감시초소(GP)의 화기와 병력 등을 철수시키고 초소들을 파괴했다. 판문점공동경비 구역도 비무장화됐다. 이런 조치들은 외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사동맹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둘째, 동맹국 간 불신이 동맹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위기 발발 시 우위에 있는 동맹국으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하위의 동맹국은 동맹을 이탈하거나 ‘중립적으로’ 위치를 옮기려고 한다. 1940년 히틀러의 독일과 동맹을 맺었던 루마니아가 히틀러의 패배가 짙어지자 소련으로 급선회한 사례가, 그리고 1970년대 중반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소련에서 미국으로 말을 바꿔 탄 경우가 그러했다. 동맹이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이런 유혹은 더욱 강하게 작동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이 점차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는 경사론(傾斜論)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셋째, 한국과 미국의 인구 구성원들의 분포 변화와 이에 따른 정치·사회적 경향의 변화가 동맹의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한·미 유권자들의 동맹에 대한 인식도 변할 것이며, 정치지도자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동맹의 혜택을 누려온 세대 내지 계층과 그렇지 않은 세대와 계층 간 이념적 갈등 양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정권 교체로 인한 동맹의 변화가 있다. 국가이익은 고정불변이 아니며 가변적이다. 단순히 정부의 교체(보수에서 보수 또는 진보에서 진보)나 합법적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와 달리 정변이 발생하여 급격한 권력구조의 변동이 발생할 경우 국가이익에 기반을 두는 동맹의 패러다임 이동은 선명해진다. 혁명 프랑스 정부가 오스트리아와 동맹을 끊은 일이 그랬으며, 볼셰비키 러시아가 독일과 평화조약을 맺은 일 등 사례가 적지 않다. 


66년간 정박되어 있던 한·미동맹호(號)를 묶은 밧줄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혈맹도 정기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잡초와 덩굴로 덮여버리는 정원처럼 되기 십상이다. 트럼프는 정원 관리비로 50억달러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하고 있다. 당분간 미국 주도 동맹의 매트릭스 위에서 우리 국가안보의 방향과 속도가 정해지더라도 트럼프 이후에는 한·미동맹이 인순고식(因循姑息)과 구차미봉(苟且彌縫)을 걷어내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받들어 유실되지 않기를 고대한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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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7일에 이어 엿새 만인 지난 13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14일 담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최근에 우리가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 연구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것은 이번 실험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밝힌 점이다. 국방과학원에 이어 7시간 뒤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이 담화를 내고 최근의 시험이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13일의 ‘중대시험’을 발표하면서 군 고위당국자까지 동원해 ‘핵 억제력’ ‘전략무기’ 등을 언급한 것은 심상치 않다. 보통 핵 억제력은 상대방의 핵 공격과 위협을 핵무기를 통해 방지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지난 7일과 13일에 실시한 시험은 인공위성 발사가 아니라 핵무기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북한은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엔진 시험이 중대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군사행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위협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라면서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미 압박수위를 극단까지 끌어올리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북핵 위기 때마다 반복돼 온 벼랑 끝 전술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현실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엄중한 정세 속에서 15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손에 어떤 대북 제안이 들려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내놓는 대북 메시지의 수위와 북한의 반응이 한반도 정세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비건 대표는 방한 전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게 없다”고 했지만 중요한 담판을 앞두고 말을 아꼈을 수 있다. 북한 박 총참모장이 담화에서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은 북한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건의 방한은 ‘연말시한’을 앞두고 한반도 대결국면을 진정시킬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북한도, 미국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상대방의 패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강 대 강’ 대치는 소모전일 뿐이다. 양측이 조금만 열린 태도로 나선다면 극적인 타협을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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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북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안보리 이사회를 소집한 것은 2년 만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던 2017년 12월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는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았다.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경고하는 안보리 성명도 채택되지 않았고, 미국은 대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면서 “그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병행적이고 동시적으로 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설 경우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지만 발언의 무게는 ‘유연성’에 실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크래프트가 언급한 동시·병행적 조치는 사실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는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고 신뢰를 쌓은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선호해온 북한의 입장과는 간극이 크다. 그런 만큼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미국이 이 원칙을 협상 과정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는 15일쯤 방한할 예정인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행보도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방한기간 중 판문점 등에서 북한과 접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방한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미 긴장국면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가 직접 접촉을 통해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낸다면 ‘파국시계’의 초침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연말 시한은 북한이 제시한 것이긴 하지만 미국도 내년 대선국면을 앞두고 북·미 협상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낸 채 미국과 충돌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측 모두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우선 비건의 한국 방문이 북·미 판문점 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정세가 2년 전으로 회귀하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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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중국의 엄청난 발전이다. 중국의 발전이 분명히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내가 최근 상하이에 체류하면서 갖게 된 의문은 ‘이렇게 번성하는 중국에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이었다.


우선 드는 생각은 인구, 영토, 경제력 그리고 이에 따른 군사력 등을 고려할 때 군사전략적 고려를 제외하면 한국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중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상당수의 한국인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각들은 중국의 조그마한 행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서 잘 나타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팔을 가져다 댄 것에 대해 외교적 실례라는 반응 등이 그 좋은 예다. 아마도 이 이면에는 일개 외교부장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중국의 번성을 부활한 역사와 함께 연속선상에서 보는 견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세기까지 존재했던 중국의 천하질서하에서 한국은 동쪽의 오랑캐로 간주되었고 우리는 국내 정치 정통성의 상징으로 중국을 종주국으로 대했었다. 최근에 이르러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내부는 물론 한국과 서구에서도 향후 동아시아에 현대판 종주권 질서의 등장을 주장하는 견해들이 등장했다.


이런 주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후발산업화의 성공국가로서 중국은 상실의 역사를 회복하고 지역 및 세계의 헤게모니 국가로 등장하게 됐다. 이 같은 새로운 국제질서하에서 전통적 질서를 고려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내적 평등을 구가하던 마오쩌둥(毛澤東) 공산체제하에서도 천하질서 개념이 죽지 않았던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연속적 역사관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바로 냉전 기간 동안의 변화이다. 수천년 연속적 한·중관계에서 냉전은 불과 수십년 지속되었던 짧은 역사였다. 그러나 냉전은 그 짧은 역사의 단절에도 불구하고 수천년의 한·중관계 역사를 뒤집을 만한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것은 한국의 국가정체성이다. 20세기 초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를 거쳐 2차대전 후 서구진영에 속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 한국과 중국은 정치적 적대국으로 실제 관계가 전혀 없던 이웃일 뿐이었다. 아마도 이렇게 지리적, 역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거의 절연상태로 들어간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한국의 서구 지향성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야기했지만 궁극적으로 서구적 패러다임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게 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서구 민주주의를 채택했고, 자본주의적 경제질서는 물론 교육·문화 면에서도 서구, 특히 미국 지향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과 연결 고리의 기초였던 유교질서도 형해화 과정을 겪었다.


한국 근대화에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면 탈식민지 국가 중 최초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하자면 한국은 제3세계의 영국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제국주의 패러다임 속에서 일본식 근대화를 하다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면 한국은 냉전 구도 속에서 근대화를 하면서 과거와의 큰 단절 속에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한국이 단순히 경제개발과 민주화에 성공한 사례라는 것을 기계적으로 되뇔 것이 아니라 한국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처한 이런 세계사적인 함의는 중국에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당면해 있는 도전이 새로운 힘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국제사회에 자신을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면, 한국이 새로운 정체성 속에서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서구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가 중국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것이 경제·군사적 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이 중국에 갖는 중요한 의미이다. 또한 안정되면서 한국적 특성을 가진 민주주의 정착과 새로운 경제질서의 구축이야말로 한국의 중요한 국제정치의 기초가 될 것이다.


학계와 언론계에 팽배해있는 한·중관계를 역사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중국의 변화에 지나치게 압도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런 시각은 냉전의 단절이 한국 정체성의 변화가 주는 의미를 간과하기 쉽다. 지정학적 숙명론으로 국내 정치를 어지럽게 하기보다는 정치, 경제 등 국내체제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지정학적 숙명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초임을 인식할 때다.


<하용출 미국 워싱턴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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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10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중국 대표로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담은 북·미 협상 시한을 앞두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조짐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때 열려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 또 한·일 두 정상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과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로 조성된 양국 간 갈등을 푸는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한·중·일 정상 간 연쇄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한반도 긴장 완화와 갈등 해소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역시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ICBM 또는 위성발사체(SLV) 발사를 사실상 예고해놓은 상태이다. 이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묵인해온 미국도 태도를 바꿔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불가피해지고, 북·미 대화도 파국으로 흐를 수 있다. 마침 이번 정상회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시사한 크리스마스 직전에 열린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중국이 나서 설득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북·미 대화가 대결로 비화되고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는 것은 중국에도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 최근 북한과의 유대를 강화한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일 정상회담도 징용피해자 판결과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일 두 정상이 의제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회담장에서 마주 앉는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GSOMIA 연장 조치로 더 이상의 갈등 악화는 일단 막아놨다. 마침 강제징용자 배상판결 해법을 놓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방안이 협상 분위기를 추동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한·일 정상이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복원하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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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히면서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가리켜 ‘전략국가 지위’라는 표현을 처음 썼는데, ‘변화’를 언급한 것을 볼 때 ‘중대한 시험’의 내용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연소시험이거나 정지궤도위성 발사를 위한 고출력 액체엔진 연소실험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2016년 4월 신형 ICBM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을 때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그 뒤 액체연료로 밝혀졌다. 실제로 2017년 3월 연소실험에 성공한 백두산엔진 계열의 고출력 대형엔진은 액체연료를 썼다. 북한은 2017년 7월4일과 7월28일 사거리 7000㎞의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발사한 데 이어 11월29일에는 사거리 1만3000㎞의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 모두 백두산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개발한 백두산엔진이 ICBM용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이는 우주로켓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백두산엔진은 옛소련제 RD-250 트윈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러시아제 ICBM인 ‘SS-18 사탄’ 핵미사일의 엔진이 RD-250 계열로, 이 엔진 4개를 묶어 1단, 1개로 2단을 구성해 사이클론 1호, 사이클론 2호, 사이클론 3호, 드네프르 로켓 등 상업용 우주발사체로도 사용되었다.


북한의 ‘우주개발전망계획’이나 동창리 발사장의 특성으로 볼 때, 이번 연소시험은 인공위성 발사 목적의 우주로켓용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2022년까지 정지궤도위성을 띄워 독자적인 GPS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고, 동창리에는 장거리 우주로켓용 67m의 발사대가 설치되어 있다. 북한은 1998년 8월31일 백두산 1호(대포동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총 여섯 차례 우주로켓을 발사했다. 이 중에서 2012년 12월의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7일의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하였다.


이번 고출력엔진 연소시험의 목적이 무엇이든 북·미가 합의한 ‘중장거리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금지’라는 레드라인을 넘기 직전의 조치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다음 조치가 인공위성 발사라고 해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2·29합의’에서 ‘장거리미사일 발사의 임시중지’에 동의했지만,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2호 1호기의 성격을 놓고 북·미 간에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장거리미사일에 우주로켓이 포함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결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이어져 북·미 대화가 파탄난 바 있다.


북한의 ‘대단히 중대한 시험’ 발표 직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사실상 모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2017년 북·미 대결상황을 되돌아볼 때 전망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고 시한을 못 박았고, 이달 하순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이 채택되고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경제총력노선 채택과 함께 레드라인이 설정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레드라인 결정의 취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사태가 심각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음에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비핵화 합의를 해줄 경우 선거에서 악재가 될 수 있어 선택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트럼프의 재선이 불확실한 조건에서 영변 안팎의 핵물질제조시설 이상을 내놓기는 어려운 처지다. 첨예한 이해대립 속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희망은 치킨게임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서로 공멸한다는 두 지도자의 절박감에서 찾을 수 있다. 북·미 치킨게임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미국은 중·러의 보증 아래 대북 제재의 조건부 유예 방안을 내놓고, 북한도 핵물질제조시설 해체 외에 핵무기·장거리탄도미사일의 조건부 신고 약속을 내놓는 극적 타협이 필요하다. 조만간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장관 내정자)가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왕이면 김정일 위원장 8주기(12·17)나 당 전원회의 이전에 오는 것이 좋다. 방한 뒤 판문점이나 평양에 가서 새로운 제안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해 ‘루즈-루즈(lose-lose) 치킨게임’을 막고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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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경고했다. 북한이 전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험’을 했다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자 내놓은 반응이다. 이에 북한은 9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에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고 되받았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북·미 협상의 ‘새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올수록 양측의 이런 공방은 가열될 것이다. 북·미 간 대화는 지난 10월 초 실무협상이 무위에 그친 뒤 끊긴 상태다. 결정적인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북한이 동창리에서 했다는 시험이 그들의 설명대로 ‘전략적 지위 변화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발사용 장거리 로켓을 위한 신형 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같은 선제조처에 대해 미국이 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 값을 받아내기 위해 북한이 장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는 도발에 나선다면 한반도 상황은 순식간에 2년 전으로 회귀하고 만다. 


북·미 협상이 삐걱거리면서 양측이 결국 대결 수순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고돼 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운신할 폭은 2년 전보다도 좁은 상태다.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남북대화를 전면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이라도 제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수단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도 이대로 손 놓은 채 파국을 지켜볼 수는 없다. 정부는 이달 중순쯤 방한할 예정인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움직임에 단호한 거부의사를 천명하는 한편 북·미 중재안을 다시 내놓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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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로 “전날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이번 시험 결과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 발사체에 필요한 고출력 신형 엔진시험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압박해온 북한이 그 수위를 한 단계 높여 ICBM 시험 발사를 경고한 셈이다. 북·미가 말폭탄 주고받기를 넘어 행동 단계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여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의 ICBM 개발 중심지인 ‘동창리 발사장’을 말한다. 북한이 북·미 1차 정상회담 후 해체하고 있다고 밝힌 데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영구 폐쇄를 약속한 곳이다. 북한이 이런 장소를 복원한 데 이어 장거리발사체까지 쏘아올리면 중대한 도발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실험 중지와 더불어 장거리미사일 시험 중단을 북·미 대화의 성과로 홍보해온 것도 무색해진다. 북한이 ICBM 발사를 위성 발사라고 주장해도 마찬가지다. 위성발사체(SLV)와 ICBM은 핵심 기술이 같다. 북한이 장거리발사체를 발사하는 순간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 되면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7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해 북·미 간 대화 모멘텀 유지에 공감했다고 밝힌 날이다. 또 같은 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 이슈가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선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 개입을 원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신의 재선 가도를 방해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미 어느 쪽이든 한발만 더 나아가면 결정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이 위성이든 ICBM이든 발사하는 순간 북·미 대화는 파국을 맞게 된다. 북·미 협상판이 일단 깨지면 내년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대화는 물 건너간다. 미국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다음주 방한한다. 북·미는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대화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촉진자 역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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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영국을 방문하는 중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거듭 강조한 뒤에 한 말이지만 지금껏 북한을 두둔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을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을 조롱하듯 불렀던 ‘로켓맨’이라는 말도 2년 만에 다시 입에 올렸다. 그런가 하면 북한 매체들은 4일 김 위원장이 군 고위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장면을 보도했다. 중대 사안을 결정한다며 노동당 중앙당 전원회의도 소집했다. 전날에는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연말까지 새 협상안을 내놓으라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시사했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대화를 둘러싼 난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근 북·미 간 신경전은 2년 전 상황을 상기시킨다. 북한이 2017년 7월4일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에 이어 ‘완전한 파괴’를 위협했다. 이후 전략무기 전개 등이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때처럼 ‘연말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미 양측의 군사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4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북한이 군사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미군도 연일 한반도 상공에 최첨단 정찰기들을 띄워 북한을 감시하고 있다.


지금 북·미가 쏟아내는 강경 메시지는 일종의 협상 전술로 보인다. 하지만 대화 분위기는 한번 흐트러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해 북한을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무력 사용’ 언급이 북한에 대한 엄포를 넘어 재선을 위한 대응책의 시작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자칫 협상판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


물론 북·미가 아직은 서로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 위원장을 좋아한다”고 했고, 북한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는 미국에 달렸다”고 했다. 북·미 양측은 이대로 극한 대치로 치달아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우선 군사대결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 마침 북·미 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달 중순 방한한다. 북·미는 대화를 통한 해결이 유일한 답이라는 점을 확인, 연말까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미 양측이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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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북·미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북한담당 부상은 3일 담화를 발표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면서 “연말 (북·미 협상)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새로운 해법’을 들고 오라고 한 시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이날 또다시 E-8C 조인트 스타즈와 RC-135U 컴뱃 센트 등 최첨단 정찰기 2대를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띄워놓고 대북 감시 활동을 벌였다. 북한의 중·장거리미사일 발사 동향을 집중 감시하는 것으로, 최첨단 정찰기 2대가 동시 출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협상 분위기는커녕 북·미 간 긴장만 고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백두산 인근 양강도 삼지연군에 건설 중인 신도시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을 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향했던 백두산을 50여일 만에 다시 찾았다. 연합뉴스


연내 북·미 협상이 무산될 경우 벌어질 상황은 심각하다. 리 부상이 언급한 ‘선제적 중대조치’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그동안 유예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재개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신년사를 통해 이를 선언할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이 2일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중대 결심을 할 때마다 찾는 북한 혁명의 발상지 격인 삼지연군을 방문한 것도 심상치 않다. 북한이 지난여름부터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올려놓는 콘크리트 토대를 전국 수십곳에서 증설하고 있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도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 강경 대응을 한다면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북·미 대화는 물 건너간다.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앞서 1차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첨단무기 도입에 반발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까지 잠정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에도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연결됐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서로에 대해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북·미 양측은 보다 유연한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미국은 실효성 있는 협상 카드를 보여야 하며, 북한 또한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만은 계속 유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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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3~4일 미국 워싱턴에서 재개된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협상에서 미국이 ‘공정하고 공평한 부담 분담’을 요구하며 1시간여 만에 회의를 결렬시킨 지 2주 만에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가 심의 중인 내년도 국방예산 법안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SMA 협상에서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법안에서 상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5%인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미국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상당한 분담 기여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상원은 한국이 ‘캠프 험프리스’ 기지 건설 등 직접비용 분담과 동맹 관련 지출을 통해 상당한 재정적 기여를 해왔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공동의 이익과 상호존중, 한국의 상당한 기여를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도 법안에서 한국·일본에 요구할 분담금의 세부 내용을 국방장관이 제출토록 했다. 행정부가 적정한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세목별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견제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는다.   


미국 조야에서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비판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2일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미국의 신뢰를 의심케 하는 모욕”이라며 “동맹을 돈으로만 바라보면 미국의 안보·번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미 전직 고위 관리들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의 욕심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겁박이 한·미동맹 훼손은 물론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뚜렷해지면서 미 의회도 제동 걸기에 가세한 셈이다.  


동맹국을 현금자동인출기(ATM) 취급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례한 겁박에 한국인들의 인내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더 이상 동맹을 흔들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분담금 협상에 임해 동맹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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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8일 오후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달 31일 평안남도에서 같은 발사체를 발사한 지 28일 만이며, 올해 들어 13번째 발사다. 그동안 세 차례 시험에서 실패한 연속사격 성능을 이번에는 입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은 이례적으로 작전부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 뒤 군사적 긴장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의도는 미국과 남측을 강하게 압박해 북·미 회담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에만 군 관련 행사를 세 번이나 했고, 다시 발사체까지 쏘았다. 지난 25일에는 김 위원장이 연평도 포격 9주기(11월23일)에 맞춰 서해 창린도를 방문, 해안포 수발을 발사했다. 9·19 군사합의를 처음으로 위반했다. 대남 매체를 통해 금강산관광특구 내 남측 시설도 다 부수겠다고 엄포를 놨다. 북·미 대화가 교착에 빠지자 다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을 협상장으로 불러들이기는커녕 한반도의 긴장만 높이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 행위에 미군은 정찰기를 띄워 감시를 강화했다. 27일 RC-135V 정찰기에 이어 28일에는 북한의 미사일과 장사정포, 잠수함 등을 정밀감시하는 첨단 지상감시정찰기 E-8C까지 띄웠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이미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연말까지 북·미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협상하자면서 도발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북한은 당장 도발을 멈추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제시한 연말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협상 조건과 내용을 놓고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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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19일 담화를 내고 “조선반도 핵문제의 근원인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되기 전에는 그에 대해 논의할 여지도 없다”며 미국은 비핵화 협상에 대해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조미(북·미) 사이에 신뢰구축이 선행되고 우리의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위협들이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전날 내놓은 담화와 거의 동일한 메시지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도 내달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 대화는 열리기 힘들게 되어있다”고 이날 밝혔다. 한·미 당국이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해 협상 재개의 명분을 제공했지만, 북한은 이를 평가절하한 채 미국이 한 발짝 더 움직여야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버틴 것이다.


북한이 경직된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협상 의제 선점을 위한 기싸움의 성격도 있겠지만,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50여일밖에 남지 않은 데 따른 초조감의 발로로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면서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북한을 설득할 카드를 미국이 들고 오지 않는 한 북한은 협상장에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을 시사해왔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악몽을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또한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데다 탄핵 정국에 몰려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큰 거래’를 하는 것이 타당한 건지 의문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등 ‘선제적 조치’를 무위로 돌릴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통 큰 결단’에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시간만 허비하게 될 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그렇다면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라는 모멘텀을 지렛대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미국도 좀 더 유연한 태도로 북한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북 제재 유지’에 집착하다 ‘큰 거래’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미 모두 결단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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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꿈이 2년도 채 되지 않아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듯하다. 지나치게 낙관했거나 성급했던 까닭에 남·북·미 모두 비핵화 길(로드맵)에서 어긋났다. 북한 비핵화라는 거대한 담론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작금의 한반도 안보 상황이 야기하는 (조선인민군이 오래전 한반도에서의 다음 전쟁은 재래식전쟁이 아닌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처럼) 위협과 불확실성은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작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빠르게 순항했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까지 개설되자(2018·4·20) 장삼이사들은 남북한 두 정상이 언제라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일주일 후 판문점(4·27)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천명했다. 이어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거듭 확인됐다. 신(新)한반도 여정의 서막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장기 뇌사상태다. 비핵화를 통해 북한에 궁핍과 절망으로부터 탈주(脫走)의 길을 터주고자 했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난망한 처지다. 세간의 지적처럼 비핵화 정의가 합의되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서로의 계산법이 맞지 않아 사달이 난 것일까. 트럼프와 김정은은 정말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일까. 서로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만책이 아니라면 비핵화 발목을 잡는 세력이 있다는 의미인가. 나는 비핵화에 재를 뿌리려는 세력들이 비핵화 길목 곳곳에 잠복해 있다고 추정한다. 


우선 김정은을 둘러싼 200~300여명의 지배 엘리트들을 비핵화의 적들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이 보기에 비핵화는 체제를 말살하는 아편과 같은 존재이다. 평양 엘리트들의 주된 관심은 북·중동맹 틀 속에서의 현상유지이다. 비핵화 논의가 깊어질수록 현상타파는 불가피하다. 북한 최상부 기득권층인 이들은 자신들의 체제 불안을 대외적 군사적 모험으로 표출할 수 있다. 수세(守勢) 안에 공세(攻勢)를 취하는 격이다. 


둘째,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들 수 있다. 군수산업은 지구촌의 크고 작은 전쟁과 각종 분쟁을 주식(主食)으로 하면서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심축이 됐다. 군산복합체의 강고한 먹이사슬에 놓여있는 집단은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싱크탱크, 무기중개상 등 직군도 다양하며 국적을 불문한다. 이들 거대 집단의 폐단이 얼마나 심각했기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퇴임 고별연설(1961·1·19)에서까지 군산복합체의 폐해를 지적했을까. 


셋째,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신뢰에 회의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일군의 사람들이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북핵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독자적 핵무기 개발임을 주창하는 사람들이다. 핵무기의 힘을 욕망하는 이들의 비핵화에 대한 저항은 이미 ‘핵무기가 배태된 저항’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물론 핵무기 개발을 시도할 경우 닥칠 후과(後果)에 대해서도 애써 침묵한다. 따라서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오래 생각해보는 비핵화 길의 대척점에 놓여있는 ‘관념적 핵무장론’은 자기만족이자 무책임한 선동과 진배없다. ‘눈에는 눈’의 보복은 우리 모두를 장님으로 만들고 만다. 


판문점, 평양, 싱가포르 그리고 하노이에서 서로 주고받았던 말들을 하나하나씩 곱씹어야 할 때다. 중단(stopping)이 곧 종결(ending)을 뜻하지는 않지만 비핵화 협상 중단으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나아가 비핵화에 비협조적인 세력들의 입지가 오히려 강화되는 기제가 작동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일본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북한의) 금강산관광 시설물 철거 요구 등과 함께 비핵화 협상 교착이 문 대통령에게는 손오공의 머리를 조이는 삼장법사의 긴고주가 됐다. 삼장법사는 나쁜 동기로 긴고주를 외는 일은 없다고 했는데,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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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회담을 열어 이달로 예정했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번 결정은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려는)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면서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 양국의 결단을 평가한다. 지난달 5일 스톡홀름 회담 후 열리지 못하는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기대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맞잡은 손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훈련 연기 결정 과정은 그 자체로 북·미 간 성공적인 협의라고 할 수 있다. 한·미는 당초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대체해 이달 중에 대대급 이하의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 공화국(북한)을 과녁으로 삼고 연합공중훈련까지 강행하며 사태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해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에스퍼 장관이 방한길에 훈련의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고, 북한도 14일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등의 연쇄 담화를 발표하면서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한·미는 15일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연합공중훈련 조정 문제를 협의했고, 방콕에서 추가 협의해 훈련 연기를 최종 결정했다. 남·북·미가 나흘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고리로 공개적으로 ‘직간접 대화’를 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훈련 연기로 군사 위협은 물론 재정적 부담도 더는 이중의 이득을 얻었다. 이제 북한은 북·미 간 실무회담에 응해야 한다. 에스퍼 장관이 언급한 대로 미사일 실험도 중지해야 한다. 


양측은 대화의 불씨를 어렵사리 살려낸 만큼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정상들 간 협의뿐 아니라 그를 뒷받침할 내실 있는 실무협상이 필수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북·미 회담의 시한은 이제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금강산에 있는 남측 관광시설을 철거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북·미 회담으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남북 간 대화를 촉진해 금강산관광 재개 해법까지 도출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한·미 연합공중훈련 중단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실질적 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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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북한은 기대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미국이 연말까지 북핵 문제 계산법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북한의 압박에 미국이 굴복하는 것 말이다. 미국은 결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북한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협상 방법의 문제를 넘어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지난달 6일 북·미 실무협상 결렬 뒤 “역스러운 협상” 운운하며 공격적인 언사를 마다 않던 북한은 체제 안전, 대북 제재 해제를 비핵화하기도 전에 다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그게 뜻대로 될 리 없다. “기회의 창이 매일 조금씩 닫혀가고 있다”는 지난 8일 외무성 미국국장의 자못 여유로워 보이는 경고에는 조급성이 잔뜩 묻어난다.


북한은 협상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관점에서 실무협상은 포괄적 합의 압박을 받는 자리다. 포괄적 합의를 위해서는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북한은 이걸 싫어한다. 하지만 거부할 논리가 약하다. 북한의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정은은 ‘북한의 제도 안전과 발전’을 막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면서 그걸 위해 도널드 트럼프가 연말 정상 간 담판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상 담판을 끌어내기 위해 북한이 동원하는 명분의 하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다. 북한은 협상의 진전을 원할 때 주한미군 철수, 한·미훈련 중단 입장을 거둬들인다. 1992년 북·미 간 첫 고위급 회담 때 그랬다. 2000년 일련의 회담, 즉 남북정상회담, 조명록 인민군 차수 방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방북 때도 북한은 통일 이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했다. 협상에 기대하는 것이 없을 때는 미군철수, 훈련 중단을 주장한다. 1990년대 후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이 좋은 예다.


훈련 중단 거론 여부는 향후 협상을 전망할 수 있는, 꽤 일관성 있고 신뢰성 높은 신호다. 김정은이 지난해 4월 예년 수준의 훈련은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 이후 대외관계는 전례 없는 속도와 범위로 진전됐다. 반면 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지지부진해졌고, 대외관계는 단절되거나 정체됐다.


‘미국의 신뢰 조치 결여론’도 북한이 동원하는 주요 명분이다.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에 상응하는 미국의 신뢰 조치가 없다고 비판한다. 이렇게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말인즉 옳다. 문제는 서로 기대하는 신뢰 조치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데 있다. 북한이 미국에 불만인 것처럼 미국도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북한에 불만이다. 최근 신뢰 부재의 상당 몫은 북한이 공약한 완전한 비핵화 불신에서 비롯된다. 비핵화를 믿을 수 없는데 비핵화를 전제로 먼저 내줄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이 미국에 최종상태(적대시 정책 폐기)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최종상태(비핵화 정의)는 제시하지 않겠다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그런 현실에서 비핵화를 신뢰구축 다음 단계로 미루는 것 자체가 신뢰 형성을 막고, 바로 그 때문에 비핵화는 더 어려워진다. 이 딜레마를 벗어나려면 신뢰·비핵화 분리가 아니라, 신뢰·비핵화 조치 병행으로 신뢰·비핵화를 서로 촉진하는 선순환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역시 포괄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연말 중거리 혹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쏜다면 북한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연말 시한을 무시했다. 시한에 구속된 존재는 김정은뿐이다. 북한으로선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 스스로 풀면 그만이다. 중장거리 미사일을 쏠 것처럼 행동하되 쏘지는 않고, 비핵화는 하지 않되 비핵화 공약을 내세우며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그로서는 현실적 대안이다.


그렇게 회색지대에 들어간 뒤 기존 핵 정책을 재점검하는 숙고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상대 지도자를 눈속임하거나 상대 정권이 바뀌거나 인기를 잃거나 하는 국내 정치변수를 이용하려는 앝은수에 집착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지도자 한 사람, 임기가 정해진 특정 정권만 유혹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 전체, 집권당, 야당, 국회, 여론을 설득할 묵직하고 진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시간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한 것이어야 한다.


북한은 ‘만능의 보검’이라며 핵의 힘을 과신한다. 힘은 상대를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게 하는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핵의 힘은 제한적이다. 김정은도 핵을 가졌음에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북한이 가진 진짜 힘은 따로 있다. 그 힘을 믿고 죽 밀고 가야 한다. 바로 비핵화다. 그것이 있으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지만,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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