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511건

  1. 2019.07.17 아베, 스텝이 꼬이지 않으려면
  2. 2019.07.17 [사설]아베, ‘경제보복’이 자유무역 해친다는 NYT 보도 새겨야
  3. 2019.07.16 [사설]미 의회의 한국전쟁 종전촉구 결의 환영한다
  4. 2019.07.15 [사설]일본, 말바꾸기와 억지 그만하고 한국과 협상 나서라
  5. 2019.07.12 [사설]정작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건 일본이었다니
  6. 2019.07.12 [사설]일본의 유엔사 참여를 용납할 수 없다
  7. 2019.07.11 [기고]일본의 무역보복, 정면돌파의 길
  8. 2019.07.11 [사설]아베, 막다른 길로 가지 말라는 문 대통령 경고 새겨야
  9. 2019.07.10 [이대근 칼럼]아베로부터의 교훈
  10. 2019.07.09 [사설]문 대통령 ‘보복사태’ 첫 경고, 일본 무겁게 받아들여야
  11. 2019.07.05 [사설]아베, 일본 내 경제보복조치 반대 여론 안 들리나
  12. 2019.07.05 [정동칼럼]트럼프는 셀럽 아닌 ‘대통령’이다
  13. 2019.07.03 [여적]투키디데스 함정 그 후
  14. 2019.07.03 [사설]‘WTO 위반’ 보복조치가 정당하다는 아베의 억지
  15. 2019.07.02 [사설]‘판문점 회동’ 후속 북미협상 내실있게 준비해야
  16. 2019.07.02 [세상읽기]비핵화, 서둘지 말고 집중하자
  17. 2019.07.01 [사설]남·북·미 정상, 분단 상징 판문점에서 평화의 악수를 하다
  18. 2019.06.28 [사설]미·중 무역갈등·비핵화 협상 교착 속 열리는 G20의 과제
  19. 2019.06.27 [사설]문 대통령의 ‘영변 전면폐기’ 비핵화 구상을 주목한다
  20. 2019.06.25 [여적]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

역사는 데자뷔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수출규제로 반발한 가운데 66년 전에도 한·일 간에 역사 문제가 통상 갈등으로 비화된 적이 있다. 바로 1953년 열린 국교정상화 교섭에서였다. 한국이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자 일본 측 수석대표인 구보다 간이치로는 “일본도 철도·항만에 대한 청구권을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일본이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에 점령돼 더욱 비참한 상태에 놓였을 것”이라고도 했다. 격분한 이승만 정부는 즉각 일본과의 무역중단을 선언했다. 이른바 ‘구보다 망언’ 사건이다.


구보다 망언사건은 일본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부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이 때문에 불법성을 주장하는 한국과 갈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타협할 수 없는 역사문제의 하나가 되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법원이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일본이 한국에 지불한 3억달러로 모든 청구권이 매듭되었다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고, 일본이 이에 반발해 일으킨 것이 이번 사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1953년의 한·일 무역분쟁과 수출규제 사태는 공통점 외에 차이도 있다. 무엇보다 양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일본은 여전히 동북아 강국이지만 한국은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국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을 힘으로 윽박질러 해결하려 드는 태도가 여전하다. “국제정치의 본질은 권력(힘)”이라고 주장한 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신봉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런 모겐소도 힘의 본질과 한계를 인식하고 협상 등 외교적 수단을 고수하라고 권장했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면 과연 ‘준비의 일본’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경제와 안보 분야를 한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간주하고, 이 분야를 포괄하는 반도체를 콕 집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용의주도하다. 반도체를 집중 공격하면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한국 정부를 ‘종북’으로 몰아 무릎을 꿇릴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 것 같다. 특히 대북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보수 세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운 이른바 ‘김정은 대변인’ 프레임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과거 진주만 공습 1년 전부터 어뢰투하훈련을 했다는 나라이니 이런 정도는 약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의 스텝은 시작부터 꼬였다. 한국에 대한 ‘대북제재 불이행 의심국가’란 일본의 의혹제기는 1주일도 안돼 근거 없는 허위로 판명났다. 오히려 일본이 레이더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수출규제 명분은 무너지고 한국으로부터 국제기구의 대북제재 위반 조사를 받자고 역공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자유한국당의 ‘초당대처’ 방침으로 ‘종북몰이’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워졌다. 수출규제 조치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점점 더 불분명해지고 있다. 근거 없는 주장과 억지 논리의 끝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간과한 대목은 더 있다. 국제사회는 정글 같은 곳이지만 동시에 이성과 상식이 여전히 통용되는 무대란 점이다. 역사를 통상 문제와 엮는 것은 21세기 자유무역질서에 반하는 행동이다. 여태껏 자유무역을 주장해온 일본의 태도와도 모순된다. 따라서 이런 시도는 성공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현시점에서 일본의 한국 보복이 실패할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비록 수출규제 명분이 약화됐어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지금 일본을 지배하는 것은 ‘약속을 안 지키는’ 한국 정부를 혼내줘야 한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은 66년 전의 만만한 국가가 아니다. 혹시 일본이 미국에 차이고 중국에마저 추월당해 구겨진 자존심을 세울 상대로 한국을 선택했다면 잘못 고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국가다. 같은 아시아 경제 블록의 주요 국가로, 서로 부품과 완제품 제공국가로 종횡으로 얽혀 있다. 북한 등 동북아 안보 문제에 대해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다. 더구나 관광과 한류 등 양국 민간 교류도 긴밀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신봉하는 동북아 ‘유이(有二)’의 국가들이기도 하다. 양국 갈등으로 인해 이런 소중한 공유자산을 훼손하지 않기 바란다. 이들 가치는 식민지배의 불법성 문제와 연계해 논의할 수도 있을 터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이 대목에 유의했으면 한다.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리는 21일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닫아둔 마음의 문을 열기 바란다.


<조호연 논설주간>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국의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NYT)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를 세계무역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를 따라 하며, 한국에 대해 무역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일본이 확실하지도 않은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아베 신조 총리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상대국에 관세폭탄을 안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방하고 있다는 표현도 썼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2일 (출처:경향신문DB)


NYT의 이 보도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이라는 오랜 가치와 모순된다고 지적한 점이다. NYT는 아베 총리가 지난달 말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주최국 의장으로서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는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근간”이라며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해놓고 이틀 뒤에 한국을 상대로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런 조치로) 아베가 자유무역에 타격을 가한 가장 최근의 세계 지도자가 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이 제3자의 시각에서 하는 비판을 일본과 아베 총리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이 신문은 일본이 ‘한국과의 신뢰 관계’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 등을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도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정치와 무역 등 경제 활동은 분리하는 것이 지난 수십년간 국제 경제를 발전시켜온 근간이었는데 일본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일본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3번째로 안보를 무역에 연관시켜 보복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은 핵·화학 무기 제조에 쓰이는 불화수소를 몰래 북한으로 밀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슬며시 거둬들였다. 일본이 억지 논리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자유무역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임을 이번 보도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측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16일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을 매각하면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다음 조치로 한국과 산업 기술교류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이기면 더 공세를 펼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지금 할 일은 추가 대응이 아니다. NYT 보도 같은 국제사회의 객관적인 지적을 새기는 것이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국 의회에서 의미 깊은 결의가 지난주에 채택됐다. 미국의 내년 국방예산안인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외교를 통한 대북 문제 해결과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가 포함된 것이다. 이 조항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하원 전체회의의 구두표결로 가결됐다. 미 연방의회가 한국전쟁의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를 의결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결의에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북한과의 군사충돌을 피하기 위한 노력,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북한 억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고 69년간 지속한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해 지속적이고 신뢰할 만한 외교적 노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의회의 인식’이라는 단서가 붙어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의 법안에 삽입된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이번 결의의 가결은 미 의회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의회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립각을 세워온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미 의회의 이번 결의는 북·미 실무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이 갖춰지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공개리에 언급한 것은 미 의회의 결의와도 부합하는 취지여서 주목된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경제제재 해제보다 체제안전보장을 더 강조해온 만큼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대화 분위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외교경로를 통해 북측에 실무협상을 이번주에 열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을 어떻게 뗄지를 놓고 전략을 가다듬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월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내실 있게 진행되려면 늦어도 다음주에는 실무협상이 열려야 한다. 북·미 정상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을 통해 하노이 이후 교착상태를 해소한 만큼 실무협상도 속도감 있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 의회까지 가세해 마련된 대화동력을 살려나가려면 북한은 실무협상 제의에 조속히 응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유와 관련해 말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등에 따른 ‘양국 간 신뢰훼손’ 때문이라고 하더니 얼마 안 가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등 ‘안보 우려’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거꾸로 일본이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전력이 드러나자 ‘안보 우려’ 주장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도쿄신문은 지난 12일 열린 한·일 양자 실무회의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이유로 제기한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 “북한 등으로의 물자 유출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고 13일 보도했다.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으로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공세를 펴다가 거꾸로 일본이 북한 유출 혐의를 받게 되자 ‘꼬리를 내린’ 셈이다. 수출규제 이유가 애초에 정당했고, 자신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스텝이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말바꾸기 행각이 안쓰러울 정도다.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관리에 허술했던 정황은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 10건을 분석한 결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들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수출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했다. 품목 중에는 레이더, 기중기, RC수신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레이더는 대함 미사일 발사능력을 갖춘 군함에 장착돼 있었고, 기중기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BRM) ‘화성-12호’를 발사대로 옮기는 데 사용됐다. 무인기에 쓰인 부품들도 여럿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9일 (출처:경향신문DB)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일본 산케이신문 2009년 3월21일자 기사가 ‘일본이 북한 핵물자를 대주는 짐꾼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일본 내에서도 이런 우려가 오래전부터 있었던 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가장 호들갑을 떨던 일본이 정작 자국 기업들의 ‘뒷거래’는 방치해왔던 것이다. 그래놓고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에 넘겨온 듯한 의혹제기를 하다니 이런 적반하장도 없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지난 1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나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체제 위반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했다. 국제기구 검증을 통해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자는 이번 제안에 일본 정부는 성실히 응해야 한다. 아니면 그간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 대해 정식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입장이 궁해지니 억지주장까지 펴며 대화를 기피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도쿄의 양자 실무협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부터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철회’라는 말은 없었다”고 했다. 일본 보복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일본까지 찾아간 한국 정부 대표가 철회 요구를 하지 않았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속기록에 ‘철회’라는 글자가 없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듣고 싶은 것만 기록한 모양이다.  


일본은 한국이 제안한 추가 실무협의 요청도,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제안한 한·미·일 고위급 협의도 응하지 않을 태세다. 이런 식의 태도는 일본의 국격만 떨어뜨릴 뿐이다. 일본은 당장이라도 한국과 대화할 것을 촉구한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불화수소 북한 밀반출 의혹을 부풀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불화수소를 북한에 밀반출하다 적발된 사례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일본의 사단법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의 ‘부정수출사건개요’ 자료를 확인한 결과 1996년부터 2013년까지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는 일본 기업이 1996년 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나트륨 50㎏, 2월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수소산 50㎏을 각각 선적해 북한에 밀수출했다가 20만엔의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4월 직류안정화전원 3대가 경제산업상과 세관장 허가 없이 태국을 거쳐 북한으로 수출됐으며, 2004년 11월에는 주파수변환기 1대가 화물 항공편으로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갔다.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문제 삼아야 할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상대로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다니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말 그대로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사실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일본 정치권과 언론들은 한국 기업이 불산을 북한에 유출한 의혹이 있다는 설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1면에 한국이 “생화학무기를 포함해 대량파괴무기 제조로 전용 가능한 물자를 시리아, 이란 등 북한의 우호국에 부정수출했다”며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산업부 조사결과 국내 일부업체가 무허가로 수출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며, 문제의 불산은 일본에서 수입한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산케이가 무허가 수출 건수가 201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2건에 달하는 등 적발건수가 많아 수출통제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한 것에 대해 산업부는 “이는 무허가 수출 적발건수가 많은 미국의 수출 통제제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총 적발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 사례만 선별해서 공개하는 일본이야말로 수출통제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지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본 정치권과 언론들은 더 이상 한국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아무리 분쟁 중이라고 하지만 가짜뉴스까지 동원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의 근거 없는 음해공세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한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과 장비를 지원받을 ‘전력 제공국’에 일본을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듯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이 최근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를 통해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빌미가 됐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안보 책임을 일본과 분담하기 위해 일본의 역할을 용인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미군 측은 “미국이 일본에 7군데 후방기지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과 협력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례적으로 발간하는 문서에 처음으로 이런 문구를 넣은데다 지난해 한국 몰래 독일을 전력 지원국에 넣으려고 한 사실이 있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이양하더라도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13년 6월 비무장지대 철책 부근에 유엔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연합뉴스


유엔사 18개 회원국 중 전력 제공국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유엔사에 전력을 제공한 국가 중 워싱턴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재참전을 결의한 전투부대 파견 16개국이다. 따라서 참전국이 아닌 일본은 원칙적으로 전력 제공국이 될 수 없다. 국방부는 언론 보도 후 즉각 “일본은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 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의료 지원국으로 인정된 독일이 유엔사에 연락장교를 파견하려다 무산된 사례도 있다.


일본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서조차 진솔하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식민지배 과정에서 침탈했던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교과서에 기술하고 있다. 해상자위대 함정은 틈만 나면 독도 주변의 한국 영해를 침범한다. 지난해 말에는 동해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해군 함정을 초계기로 위협하는 적대행위도 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일본은 급속도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줄달음질치고 있다. 이런 일본 군대를 한국 영토에 발을 들여놓게 한다는 것은 한국민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은 유엔사 전력 제공국에 일본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한국의 뜻을 무시하고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또 일각에서는 미국이 유엔사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넘겨준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작전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시작전권 이양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도 한국민의 이런 생각을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이런 일로 한·미 양국 관계가 불편해지면 안된다. 정부도 혹여 이런 논의가 나오지 않게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진짜 이유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인지 의문이 든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 수출을 견인해 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소재를 대상으로 한다. ICT 산업은 한국을 포함해 과거 개발도상국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화 제조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발전하는 발판이었다.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2000년 대다수 ICT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가속화했고, 놀라운 판세 변화가 일어났다. 40개 주요국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ICT 수출 통계를 보면, 2000년 당시 미국은 전체의 22%로 1위, 일본은 15%로 2위, 한국은 8%로 3위, 중국이 6%로 4위였는데, 가장 최근 자료인 2012년 자료에서는 중국이 전체의 44%로 1위, 미국이 2위(11%), 한국이 3위(7%), 일본이 4위(6%)다. 1~2% 정도의 근소한 차이지만 우리가 일본을 앞서간 것은 2009년부터다. ICT 산업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1·2위전이라면, 일본의 이번 조치는 3·4위전의 시작이 아닐까?


장기침체에서 벗어났다고는 해도 2019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크다. ICT 산업은 수출 확대에 핵심 역할을 하는데 2012년 일본의 ICT 산업 수출액은 727억달러로 2000년의 67% 정도로 축소됐다. 수출에서 ICT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16.95%에서 2017년 8.35%로 지속해 줄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ICT 수출은 2000년에 비해 157% 확대됐고, 수출 비중도 2017년 24.74%로 건실하게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이 확실한 서열 정리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왜 자국의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출 규제를 선택하고, 왜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걸고 있을까?


보통의 무역전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과 같이 상대국으로부터 수입되는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오랜 대일 무역적자에서 보듯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액수가 적기 때문에 수입 관세로 우리에게 치명타를 입히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이 판매자인 분야의 수출 규제를 택했고, 세계적으로 드문 수출 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협약을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언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강제징용 판결과 같은 한·일 간 해묵은 문제들이 진짜 이유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내는 다르며, 이번 기회에 기술 패권 다툼에서 한국에 자신들의 우위를 확실히 해놓고 싶은 게 그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저널에서는 종종 세계 경제대국, 기술대국 일본이 FDI와 합작회사를 통해 자국의 기술을 이전한 덕분에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기술 발전과 수출 성장을 이뤘다는 불편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일본은 그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쏙 빼고 저렴한 인건비로 부려먹을 수 있을 만큼만 기술을 이전했고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홀로 설 수 없는 기술무역구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외교적인 협상이나 단기적인 해법으로 이들이 만들어 놓은 경직된 구조를 깨고 기술 독립과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에둘러 가는 길은 없다. 아베 내각의 저의를 꿰뚫고 기술 발전과 산업에 대한 이해, 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과 역량을 먼저 챙기라는 세간의 말들이 단지 ‘원론적’이라고 치부돼선 안된다.


<이지수 호서대 교수 글로벌통상학과>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30대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했다”며 “(일본이)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아무런 근거 없이 (수출규제 조치를) 대북 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최근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하면서 대북 제재 이행과 연결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기업인들과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데서 문 대통령의 절박한 인식이 느껴진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아베 정부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지금까지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를 직접 비판하지 않고 자유무역주의로 돌아가라는 말만 해오던 것과 딴판이다.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아베 총리와 자민당 지도부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일부러 한국에 대한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특히 일본 측이 수출규제의 이유를 북한과 연루시킨 대목은 묵과할 수 없는 거짓 선전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은 불화수소가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입증할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또 이 불화수소를 이용해 사린가스를 제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 더 비싼 불화수소를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 대통령이 아베를 향해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로 이웃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비판한 셈이다.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하는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일본의 일방적 주장을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문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본은 이틀 전에도 문 대통령의 수출규제 조치 자진 철회 요구를 일언지하에 일축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는 한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중재를 요청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또다시 협의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수출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등 추가 공세를 해서는 절대 안된다. 양국이 12일 도쿄에서 실무협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외교부 국장급이 방일도 추진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 파국만은 피하자는 요구에 일본은 답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위기가 항상 도둑처럼 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위기는 느리고 긴 걸음으로 온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부각된 한·일관계 위기가 그렇다. 이 위기는 무역보복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오래된 위기다. 지난 7년 동안 그것은 한·일관계에 깊고 넓게 퍼져 있던 보편적 현상이었다. 


2012년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역사적 판결을 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종결됐다는 한·일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결정이다. 당연히 정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일본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일관계 위기의 시작이다. 정당, 언론, 지식인도 뒤늦은 역사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의미에 초점을 맞출 뿐 곧 닥칠 난관은 무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 나아갔다. 대통령 최초 독도 방문, 일왕 사죄 발언과 같은 반일공세로 일본을 자극하고 갈등을 조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오사카 상점가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활동을 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교도 _ 연합뉴스


이후 아무런 대책 없이 5년이 흘러 2017년 대선 국면을 맞았다. 여야,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모든 후보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공약했다. 합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국가 간 합의를 깰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성찰은 없었다. 선거 상황에서의 약속이 국가 통치를 책임지는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안다면, 집권 후 합의 파기에 신중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아마 다른 정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과거사에 관한 한 최대주의가 선이다. 대소 경중 선후 완급이 없다. 강경 입장만이 정치적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합의 폐기에 관해 정부와 시민사회 간 이견도 거의 없었다. 아니, 누가 더 단호한지를 두고 경쟁했다. 위기는 지속됐다. 


이렇게 6년을 허송세월하는 사이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제기한 재상고에서 2012년 판결을 최종 확인했다. 법원은 위자료 확보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막다른 길이다. 이명박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 박근혜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숙제를 떠넘긴 결과다. 사법부 결정 존중과 54년간 한·일관계 기초였던 한일협정 사이에서 묘수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피해자 중심의 접근도 버릴 수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막전막후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이었고, 8개월이 그냥 지나갔다.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잘 안다.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 방침 발표, 한·일 레이더 조사(照射) 및 초계기 갈등,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관련 한국 승소, 일본의 징용 문제를 위한 중재위원회 개최 요구와 한국의 불응, 한국의 양국 기업 공동 기금에 의한 징용 피해자 위자료 지급 제안과 일본의 거부. 양국 간 불화 위에 불화가 차곡차곡 쌓였다. 일본의 관점에서는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는 시간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은 합의를 깨고 국제법을 무시하고, 일본을 모욕하고, 이유 없이 도발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아베 신조는, ‘한국과 개별 현안을 논해봤자 소용없다, 한국인이 일본의 힘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게 정경분리, 즉 하나의 갈등이 다른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쳐둔 칸막이를 제거, 한국에 투사할 힘을 키운 이유일 것이다. 이런 전략이 아니더라도 전후 체제 탈각을 내세운 아베의 역사수정주의 자체가 문제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베의 도발로 우리가 성찰할 기회를 잃으면 안된다.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에게 과거사에 기반한 반일 애국주의, 민족주의적 열정의 과잉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미래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욱일기 시비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10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한국이 자위대기인 욱일기 게양을 반대해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인들이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하고 있지만 해상자위대는 1998년, 2008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달고도 아무런 시비 없이 참석했다. 


일본 건국 설화를 형상화한 욱일기는 ‘빛나는 아침의 태양’(朝日·아사히)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본의 문화적 전통에 속한다. 진보적 언론 아사히신문이 1800년대부터 사용하고 있는 로고도 욱일 문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일관계 위기가 지속된 7년 우리 안에 민족주의가 팽창했다. 그런 열정과 욕망은 일본과의 협력은 부끄러운 일로, 갈등은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일로 만들었다. 이런 조건에서 한·일관계의 발전은 없다. 아베의 지나침에서 우리의 지나침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대근 논설고문>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직접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의 철회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사태 자진 철회가 해법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맞대응할 것임을 경고했다. ‘싸움을 바라지는 않지만, 싸우게 되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언급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5일 (출처:경향신문DB)


문제는 일본이 자진 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지난 7일 ‘수출규제 북한 관련성’ 시사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민방TV에 나와 “한국은 ‘(대북)제재를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게 됐다.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이 대북 제재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니 일본의 전략 품목들이 북한에 유출될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논리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웃나라를 음해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이 기가 찰 노릇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들은 더 노골적이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정치인은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가 한국에 수출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행선지는 북한”이라고도 했다. 수출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가짜뉴스들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대해 한국측이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응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규제 대상을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좋을 게 없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이성을 되찾아 외교적 방식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기 바란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본 정부가 4일을 기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일본의 참의원(상원) 선거운동 개시일이기도 하다. 집권 자민당이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로 표를 모으겠다는 정략적 술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그동안은 북풍(北風), 즉 ‘북한 때리기’로 선거를 치러오더니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혐한풍(嫌韓風)’이라도 일으키겠다는 속셈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선거에 득이 될지는 의문이다. 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연일 사설을 통해 아베 정부의 조치를 정면 비판하는 등 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통상국가의 이익을 손상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외교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 무역 절차를 들고나와 정치 도구로 사용한 것”이라며 “일본이 중시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보복조치 방침이 발표된 지난 2일부터 일본의 6대 주요 일간지 중 마이니치와 니혼게이자이, 아사히, 도쿄 등 4개 신문이 비판대열에 선 것이다. 수출규제 조치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서도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인 셈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런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한다.


일본 언론들도 지적했지만 이번 조치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줄면 일본 업체가 생산하는 유리기판, 반도체 제조장비는 물론 컴퓨터, TV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경제의 상호의존이 심화돼 있는 양국이 치고받으면 결국 득을 보는 것은 중국뿐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과 국제사회에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설명하는 방안 등 외교적 대응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 마땅한 대응이다. 다만 의연하고 치밀하게 대처해 후유증이 없도록 할 것을 당부한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일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논의 등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용두사미에 그쳤던 전례를 감안하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일본 국민들의 감정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직업 면에서 세 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 


첫 번째는 그의 본업인 부동산 사업자, 즉 비즈니스맨이다. 매우 현실적이어야 하고, 이득과 비용을 항상 계산해야 하며, 사업상 막힌 것이 있으면 뚫고 나가야 하는 직업이다. 현실적 ‘해결사’여야 한다. 


두 번째 모자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셀럽, 즉 셀러브리티(celebrity)이다. 사실 이 직업은 상당히 미국적인 연원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이해하는 스타나 유명인과는 매우 다른 성격의 직업이다. 미국의 셀럽은 꼭 연예인일 필요가 없다. 유명인 중 누구나 항상 화제를 뿌리고 다니면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면 셀럽이 된다. 그리고 대중과 언론은 그 셀럽의 일상을 쫓아다니면서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정보를 만들어 팔고 소비한다. 요즘 한국의 아이돌 스타가 그런 면에서 셀럽에 해당된다. 정치인 중에서는 지금은 고인이 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선구적인 셀럽이었다. 트럼프는 브랜드 사업을 하기 위해 자신이 셀럽이 되었는데, 리얼리티쇼 방송 출연을 통하여 그 직업을 더욱 확고히 하였다. 셀럽은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쉬운 사람이 되면 실패한다. 그리고 항상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속칭 ‘관종’이 되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트럼프의 세 번째 모자이자 현업은 대통령, 즉 정치인이다. 트럼프가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남긴 인터뷰 기록을 보면 젊었을 때부터 경제, 사회, 정치 이슈에 대해 상당히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즉 뚜렷한 정치 지향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정치 지향은 예측하기 어려운 셀럽과 다르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매우 일관되고 뚜렷한 성향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직업이 대통령인 경우에는 자신이 내건 선거 공약에 그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 있으며, 그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그 직업을 잘 수행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에 대한 인격적인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위에서 말한 모든 직업에 다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다 성공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현업이 대통령이라는 것이고, 이 역시 충실히 하고 있다. 그의 공약에 대한 선호를 떠나, 그는 현재 공약 이행률에 있어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매우 우수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금의 그는 해결사형 정치인에 제일 가깝다. 셀럽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소프트파워로 활용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셀럽 트럼프가 아닌 해결사적 대통령 트럼프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 중요한 안보 이슈인 북핵 문제를 셀럽과 같이 취급할 리 없다. 그는 해결을 줄곧 공약해 왔다. 


그런데 요즘 북한과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셀럽으로만 주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북한과 우리 정부가 소위 정상 간의 톱다운 어프로치를 고수하는 이유가 셀럽 트럼프가 세기적인 이벤트를 위해 과거 대통령과는 달리 통 크게 정상 간에 딜을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아마도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별로 준비도 안된 채로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합의문을 덥석 받는 모습을 봤기 때문일 수 있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들어있지 않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제적 용어도 사용하고 있는 문서에 서명을 하였고, 또 기자회견에서 단번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지시키고, 그 훈련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주인공이 되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사람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 딱 한 장의 무리한 협상카드를 가지고 나온 북한, 하노이 회담에 대해 유난히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었던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벤트만 된다면 경제 제재도 쉽게 풀어줄 것이라고 셀럽 트럼프에만 너무 주목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만약 그런 계산을 했고, 또 아직까지 그런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정치인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게 시간은 급하지 않으며 비핵화의 최종단계에서 경제 제재 해제를 할 것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판문점 번개 정상회담을 보면서 북한과 우리가 다시 셀럽 트럼프에 대한 믿음을 강화해 과도한 낙관론을 갖게 된다면, 하노이와 같이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판문점 정상회담 후에도 시간은 급하지 않고 제재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똑같은 해결책을 반복하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셀럽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기원전 480년 아버지 다리우스 1세가 마라톤 전투에서 패배한 뒤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는 설욕을 다짐하며 500만 대군을 이끌고 그리스로 출정했다. 헬라스인들은 힘을 합해 페르시아에 맞섰다.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도 전사를 이끌고 아테네를 돕기 위해 건너왔다. 그는 페르시아군의 화살이 구름처럼 쏟아질 것이라는 말에 “그늘에서 싸우게 되어 좋다”면서 부하들을 고무하며 싸웠다. 그러나 300인의 결사대와 함께 테르모필레에서 몰살당했다.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아테네는 페르시아군을 살라미스 바다로 끌어들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폭풍이 지나가자 상황이 변했다. 아테네가 ‘제국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첫째는 두려움이, 다음에는 체면이, 끝으로는 우리 자신의 이익이 그렇게 하도록 강요했다’고 했다. 페르시아 침공에 어깨를 맞대고, 힘을 모아 대항했던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서로에게 적이 되었다. 제국이 된 아테네가, 부상하는 스파르타와 충돌하는 상황(투키디데스 함정)이 왔다.


결전의 무대는 그리스에서 수백킬로미터나 떨어진 시라쿠사(시칠리아). 시라쿠사는 스파르타인들이 이주해 사는 땅이다. 아테네는 밀 곡창인 시라쿠사가 스파르타에 넘어가면 패권에 위협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테네는 원정길에 나섰다. 그러나 참혹하게 패배했고 지휘관 니키아스는 생명을 구걸하다 처형됐다. 그리스의 패권은 스파르타가 차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앉아 있다. 오사카/AFP연합뉴스


스파르타의 영화도 오래가지 못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패권경쟁은 테베가 힘을 키우는 기회가 되었다. 스파르타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테베로 들어갔다. 레욱트라 평원에서 일전이 벌어졌다. 테베의 지휘관 에파미논다스의 전술에, 스파르타군은 종잇장처럼 날아갔다. 곧이어 테베도 그리스 북부변방에서 세력을 키우던 마케도니아의 수중에 떨어졌다. 불화와 다툼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었고, 시대의 주인공 자리도 넘어갔다.


미·중이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IT산업에서 유사한 상황이다. 대법원의 징용판결문제로 일본이 경제보복에 나섰다. 양국은 협조와 공생에서 갈등과 보복의 관계로 악화되고 있다. 서로가 만신창이로 끝날 싸움이라면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박종성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부합하며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아베 총리는 2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국가와 국가의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면서도 “WTO의 규칙에 정합적이다.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신뢰관계’를 거론한 것은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 성격이라는 것을 시인한 것 아닌가. 정치적 이유에 따른 경제보복을 금지한 WTO 규칙을 명백히 위반해 놓고도 억지를 부리는 것이 볼썽사납다. 아베 총리만이 아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 부장관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신뢰관계하에서 수출관리를 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대항조치인지를 묻자 “적절한 수출관리 제도의 운용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일본이 안전보장 관련 제품의 수출에 관한 규정을 동원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가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해 ‘군사전용 우려가 있는 제품의 수출에 대해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한국을 안보 위험국가로 취급한 셈이다. 한국이 이 부품들을 수입해 일본을 위협하는 무기라도 만들 것이라고 여기는 건지 일본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7월 3일 (출처:경향신문DB)


이번 조치가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는 일본 언론들의 반응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일간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전 징용공을 둘러싼 대항조치의 응수를 자제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조치는 국제정치의 도구로서 통상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이라는 의심이 짙다”며 “트럼프 정권과 중국이 사용하는 수법으로, 일본은 이런 수법에 선을 그어왔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조차 이번 조치의 치졸함을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열도 분쟁과 관련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불공정 무역보복이라며 WTO에 제소한 바 있다. 이번 조치가 당시 중국이 일본에 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일본 내 반발 기류를 보면 이번 조치가 오히려 참의원 선거에서 마이너스가 될 공산도 있다. 아베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보복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내외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내 정치권도 초당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 한·일 의회 교류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자칫 ‘적전분열’이 되지 않도록 사려 깊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정부 대일외교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일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후 “북·미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협상 시점이) 7월 중순 정도가 될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북한 매체들도 1일 회담 결과에 만족을 표시하며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대화를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이달 중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팀과 북한의 새로운 협상라인 간에 실무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개월 동안 교착에 빠져 있던 북·미 협상을 재개하게 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회동을 마친 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기남 기자


북·미 양측은 연내 합의를 목표로 실무합의가 이뤄지면 3차 정상회담을 열어 협상을 최종 마무리하기로 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을 모색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는 다르다. 하지만 양측은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교환 등을 규정한 싱가포르 합의 이행 방안과 인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신뢰 구축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후 평화체제 논의, 그리고 비핵화 순서로 가는 이른바 ‘단계적·동시적 이행방식’을 원한다. 반면 미국은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입체적으로 추진(동시적·병행적 이행)할 것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실무협의 성패의 관건은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북핵 문제를 푸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 차가 내포돼 있다. 미국의 대선이 코앞에 닥친 것도 장애물이다. 북·미 모두 국내 요인을 감안할 때 대폭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 


이번 판문점 회동을 만들어낸 것은 양측이 인정한 ‘유연한 접근’이다. 북·미 모두 자기 방식만 고집한다면 협상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북·미 실무협상팀은 유연한 태도로 양측 간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 북·미가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을 재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내실 있게 협상을 준비하는 일이다. 정상들이 어렵사리 살려낸 회담의 동력을 꺼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북·미 간에는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협상이 하루아침에 깨질 수 있다. ‘하노이 담판’ 때처럼 또다시 본회담에서 뒷걸음질 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북·미 협상에서 칼날을 잡은 쪽은 역시 북한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제안에 전격적으로 응한 것은 협상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북한이 과거 벼랑 끝 전술과 다른 셈법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미국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접근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미 모두 냉철한 자세로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담대한 접근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양측의 실무협상을 추동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외 통신사들의 서면인터뷰(6·26)에서 영변이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했다(청와대는 하루 뒤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가는 입구’라고 수정). 작년 11월 조윤제 주미대사가 영변 핵시설만이라도 서로 합의하고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하자고 일찌감치 ‘애드벌룬’을 띄울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핵 목록이나 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영변 핵폐기를 핵프로그램 폐기라고 볼 수 없다”부터 “영변 비핵화로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중단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 “전체 핵신고가 필수”라는 주장 등을 제기했다. 어떤 이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분명히 하자. 문 대통령의 답변이 비현실적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6월 “(북한의) 비핵화가 20% 완료된다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25년 전 클린턴 행정부는 순항미사일로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또 있다. 2008년 5월 북한이 미국에 건넨 영변 관련 서류(1만8000쪽 분량)에서 극미량의 고농축우라늄(HEU)이 발견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영변은 북핵 프로그램의 과거와 현재를 해독할 수 있는 ‘로제타 스톤’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7월 1일 (출처:경향신문DB)


그럼에도 영변만으로 북한 비핵화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없다. 다만 임기 5년 내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내가 만나본 미국 전문가들 모두 트럼프 임기 내에 완전한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유엔 회원국이자 엄연한 주권국가인 북한을 패전국처럼 다루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슈퍼 매파’(super hawk)가 아니라면 말이다. 더군다나 집권 8년차 김정은으로서는 3년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 내년 재선이 불투명한 트럼프에게 미리 ‘발가벗고’ 나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중국이라는 뒷배가 있기에 영변을 잘 포장하여 그럭저럭 견디면서 후일을 도모할 거라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영변의 불능화가 불가역적으로 이뤄진다면 ‘미니 비핵화’를 이루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마침 지난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문주현 교수(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는 자신의 최근 논문을 토대로 영변 핵시설의 가치를 기술적으로 세밀하게 평가했다. 문 교수의 논거는 북핵 시설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온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의 연구 성과와도 궤를 같이했다. 첫째, 영변 내 핵심시설인 5㎿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을 폐기할 경우 연간 20kt(킬로톤=100t)급 플루토늄 핵무기 1기 분량의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HEU를 생산하는 원심분리기가 영변 내에 있기에 20kt급 우라늄 핵폭탄 2~3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 소멸한다. 셋째, 우라늄 농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체 상태의 육불화우라늄 생산시설 역시 영변에 있으므로 농축 중단 효과도 있다. 넷째, HEU를 핵연료로 사용하는 연구용 원자로 IRT-2000도 영변에 있으므로 IRT-2000에 핵연료 공급을 할 수가 없어 IRT-2000을 이용하여 생산하는 삼중수소(증폭핵분열폭탄과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 등 핵무기 고도화에 필요한 물질생산도 중단된다. 이는 삼중수소를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증폭핵분열탄이나 수소탄이 자칫 ‘고철 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영변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의 선이후난(先易後難) 접근법의 하나다. 김정은도 작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제는 미국이 관성적 사고에서 벗어나 연락사무소 개설 등 영변 비핵화에 비례적이고 등가적인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때다. 리얼리티쇼는 한번으로 족하다.


<이병철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 전쟁 당사국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래 처음으로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평화의 악수를 한 것이다. 두 정상은 판문점을 남북으로 가르는 5㎝의 경계석에서 마주 서서 악수한 뒤 함께 경계석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걸어 들어갔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분단의 최전선이자 66년 전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와 악수한 뒤 적대 국가인 북한 땅을 밟는 세기적인 순간이었다. 두 정상은 다시 남측지역으로 내려와 자유의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났다. 머릿속으로만 그려지던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3자 회동이 판문점에서 실현된 것이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으로 자리를 옮겨 모두발언을 포함해 50여분간 단독 회동을 했다.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것이다. 북·미 정상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지난 2월 하노이 등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판문점 약식 회담은 성명·합의문 없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지구상 유일한 냉전의 현장이라는 장소성을 고려한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위 사진). 김 위원장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밟았다(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아래). 판문점 _ 김기남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 대해 “어제 생각하기로 여기(대한민국)까지 왔으니, 김 위원장과 인사를 하면 어떨까 했다”며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북측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들어 친서 교환을 통해 ‘흥미로운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만남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이전부터 교감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국방문 계기에 단순 회동도 아닌 50분이 넘는 약식회담이 성사된 것은 두 정상의 친분과 신뢰가 매우 두터우며, 이것이 북·미관계의 굳건한 기반임을 말해준다. 이번 만남은 한반도 평화를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북·미 정상의 의지로 성사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두 정상의 용기와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 


판문점 회담은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도 거뒀다. 가장 큰 것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 실무팀을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판문점 깜짝 회동이 북·미 대화 재개를 추동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 초청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넘었다”고 했다. 판문점 자유의집을 나서는 세 정상의 밝은 표정이 북·미 협상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북·미 회동에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를 공약한 싱가포르 합의를 동시·병행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합의에 담긴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구축 의제를 동시에 병행하겠다는 것으로, ‘선비핵화’를 압박하던 미국의 기존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다만 ‘동시·병행적 이행’이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행동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실무협상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급하게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북·미 협상에 대해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하겠다”고도 했다. 판문점에서 연출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협상에서는 실질적인 성과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가 워낙 현격했던 터라 실무협상이 순항할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도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성과없이 끝나고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지 넉 달 만에 사실상 양국 정상의 단독회담이 열린 것은 향후 협상 방향 설정과 동력 제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한반도 냉전의 두꺼운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다. 정상적인 외교관행이나 의전 등을 고려한다면 결코 성사될 수 없었을 회동이 두 지도자의 파격적인 발상으로 현실화됐고,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큰 희망을 주게 된 것이다. 곧 재개될 실무협상도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담대한 상상력과 지혜로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제재 완화가 어렵다면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불가침 조약 체결 등 안전보장을 위한 상응조치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결코 성사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이 남측과 좋은 관계를 맺고 충분히 대화해야 북·미관계 역시 순항할 수 있다.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남·북·미가 함께하는 여정임을 오늘 판문점에서 여실히 체감했을 터이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8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27일 정상회담을 하면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등 정상 외교에 들어갔다. G20 정상회의는 통상 세계 경제와 무역·투자 문제가 핵심 의제이지만 이번에는 전체 정상회의보다 세계의 현안으로 대두된 미·중 정상회담이 회의를 지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양국 간 무역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한국으로서는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지지부진한 북·미 핵협상과 악화되는 한·일관계 등이 최대 현안이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과연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해 3000억달러 규모의 고율관세 부과를 강행할지 여부다. 미·중 양국이 협상에 실패해 양국의 모든 상호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전 세계 경제와 금융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미·중은 세계의 지도국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두 정상은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자세로 합의 도출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역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로 예측된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장기화·구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변화하는 정세를 파악해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등에서도 국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북·미 회담이 4개월 넘게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한·미·중 정상이 연쇄 회담을 여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주 방북한 시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함으로써 비핵화 협상 진전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시 주석이 이날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변함이 없으며,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한 것은 그런 역할의 시작으로 평가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 빠져 있다. 주최국 정상으로 19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웃나라 정상과 만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한국은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만큼 일본은 주최국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도 일본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막판까지 노력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북·미 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북·미 협상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며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 등 국내외 6개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하에서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과정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면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이며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적 또는 단계적 완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그간 관측 수준에 머물던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대화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의미가 있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4개월 만에 북·미 ‘톱다운 외교’가 재시동을 걸기 시작했으며 이를 공개해도 좋을 정도로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뜻이 된다. 이런 상황인식하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양측을 향해 비핵화 협상 방안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가치가 크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언급하긴 했지만 이번엔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핵시설 전부’ 등으로 더욱 구체화했다. 이를 검증하에서 폐기한다면 비핵화가 불가역적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고 한 것은 북·미 간 눈높이를 조율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의 무게감을 미국이 재평가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에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검증하의 폐기’라는 조건을 부과한 셈이다. 이 과정이 진전을 거두면 제재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하노이 결렬 이후 정부는 ‘굿 이너프 딜’ 등 비핵화 중재안을 내놓긴 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이번 제안은 하노이 결렬에 대한 충분한 복기와 성찰을 바탕으로 한 데다 28~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주변국들 간의 연쇄 정상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나온 만큼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뜻을 내비치면서 한국의 역할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능동적 의지를 밝힌 것도 긍정적이다. 비핵화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미 양측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토대로 조속히 협상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 우선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실무협상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국전쟁은 미국이 이기지 못한 ‘불명예스러운 전쟁’이자 ‘잊혀진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년 뒤 극동의 조그만 반도에서 벌어진 국지전인 데다, 베트남전처럼 전쟁을 성찰할 계기를 제공하지도 못했다. 전쟁 1년 만에 전선이 고착된 뒤에는 소모전을 되풀이하다 멈춰 드라마틱한 요소도 부족했다. 보통의 미국인들이 야전병원을 무대로 한 시트콤 &lt;매시(MASH)&gt;를 통해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저술가 시어도어 리드 페렌바크는 &lt;이런 전쟁&gt;(1963)에서 미국은 당시 며칠 혹은 몇달 안에 끝날 분쟁 정도로 여기고 참전했다가 수렁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준비 안된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미국과 한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동맹이 됐고, 한때 미국의 극동 방어선에서 제외됐던 한국은 자유진영의 최전선이 됐다. 비무장지대(DMZ)는 세계 최대의 군사력 밀집지역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전쟁연습이 벌어지는 현장이었다. 그러므로 ‘자유진영의 최고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는 것은 성지순례 같은 ‘의식(儀式)’이었다. 로널드 레이건(1983), 빌 클린턴(1993), 조지 W 부시(2002), 버락 오바마(2012)가 차례로 방문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은 그때마다 “전쟁광신자” “전쟁행각”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지 2주 만에 방한한 부시 대통령은 DMZ 내 도라산역 연설에서 ‘악의 축’ 발언을 반복하려다 김대중 대통령의 만류로 그만뒀다고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토머스 허버드가 후일 회고했다.

 

오는 29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이 초미의 관심사다.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아 북한 비핵화 관련 메시지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만남을 가질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는 분위기로 미뤄 트럼프의 DMZ 방문 양상은 적어도 이전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방문이 한국전쟁의 마침표를 찍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서의동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