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585건

  1. 2020.06.24 [사설]기어이 대북전단 살포 시도한 탈북민단체
  2. 2020.06.22 [아침을 열며]북한 무엇을 바라는가
  3. 2020.06.22 [사설]남북 모두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킬 전단 살포 중지해야
  4. 2020.06.18 [사설]막나가는 북, “감내하지 않겠다”는 남측 경고 새겨들어야
  5. 2020.06.17 [사설]개성 연락사무소 폭파한 북, 긴장 조성 행위 즉각 멈추라
  6. 2020.06.16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하인리히 법칙과 북의 도발 가능성
  7. 2020.06.16 [사설]북, 소통·협력으로 돌파구 찾자는 문 대통령에 응답해야
  8. 2020.06.15 [특별기고]6·15선언 20년, 자주와 신뢰를 생각한다
  9. 2020.06.15 [사설]북, 남한과 결별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10. 2020.06.10 [사설]남북 연락채널 다 끊은 북한, 대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건가
  11. 2020.06.08 [사설]북한은 대남 압박 멈추고, 정부는 대북 정책 재점검해야
  12. 2020.06.05 [사설]남북 긴장 조성하는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돼야
  13. 2020.05.26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한반도 문제와 일본의 존재감
  14. 2020.05.06 [기자칼럼]김정은 오보 사태가 남긴 것
  15. 2020.04.28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한반도 평화 플랫폼, 지금이 기회
  16. 2020.04.28 [사설]문 대통령의 실천적인 ‘코로나 협력’ 제안, 북한은 응답해야
  17. 2020.04.21 [사설]철도연결 재개, 방역협력 넘어 남북관계 복원 견인하길
  18. 2020.03.31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북한의 미국 대선 대처법
  19. 2020.03.06 [사설]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방역 협력으로 발전하길
  20. 2020.03.06 [기고]북한 김정은 위원장, 세 번째 시험대에서 만난 복병

지난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정부와 사회 각계의 호소를 무시하고 기어이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22일 밤 경기 파주 지역에서 대북전단 50만장을 풍선에 띄워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단 살포용 풍선 등은 23일 오전 강원 홍천에서 발견됐다. 살포 지점에서 동남쪽으로 70㎞가량 떨어진 남측 지역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위는 무시한 채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 탈북민단체의 행위가 참으로 무책임하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전단 살포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전쟁도 아닌 평화기에 악의로 가득 찬, 그것도 심리전의 효과조차 의문시되는 조악한 내용의 전단으로 북측을 자극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가 안보나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위보다 우위에 있지는 않다. 이 탈북민단체는 당국의 눈을 따돌리고 전단 살포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풍향 등 정황상 전단의 대량 살포는 믿기 어렵다”며 “북측 지역으로 간 전단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데다 추가 살포가 ‘남북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문구를 담은 전단 실물을 공개한 데 이어 살포용 풍선 3000개를 준비해놓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다음 조치에 대해 “남측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방법으로 전단을 살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자칫 2014년 10월처럼 서로 화기로 대응사격하는 상황이 재연되는 것은 물론 휴전선 일대 육지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공 모두에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판문점선언에 따라 철거한 대남 확성기를 2년 만에 재설치하고 있다. 대남방송까지 재개할 경우 남측으로서도 맞대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남·대북 방송 심리전을 재개하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남측보다 열악한 장비로 북한이 얻을 것은 없다.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재개는 판문점선언의 폐기를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소중한 약속이 깨져서는 안 된다. 당국은 이번 전단 살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조치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야당도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를 만류해야 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나. 시민의 안전을 넘어 민족의 안위를 위해 더 이상의 도발은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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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남전단(삐라) 살포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재차 예고한 21일 경기 파주시 북한군 초소가 보이는 접경지역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권도현 기자


말과 행동이 너무 험하다. 어제와 오늘 말이 다른 행태를 하루 이틀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 북한의 태도 변화는 너무 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6·15 메시지는 “철면피한 감언이설”이 됐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포옹에 박수를 보냈던 남쪽 사람들은 “남조선 것들”이 됐다. 급기야 북한은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이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때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단둘이 대화하고, 그해 9월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함께 손을 들어올렸던 게 엊그제 일이다. 대북 제재가 여전하고, 남북협력 사업은 진척이 없고, 북·미관계가 교착되는 등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게 섭섭했을 수 있다. 하지만 70년 쌓인 불신과 냉전의 잔재를 몇 차례 정상회담으로 모두 거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북한은 너무 조급했다.


북한 의도를 둘러싼 해석은 갈린다. 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을 겨냥했다고 한다. 남측을 때려 긴장을 조성하고, 대북 외교를 치적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대북전단을 꼬투리 삼아 남북관계 속도를 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에선 북한이 불안한 국내 상황을 덮고 후계구도를 분명히 하기 위해 긴장을 연출한다고 관측한다. 어느 분석이 맞을지 알 수 없다. 여러 이유가 겹쳐졌을 수도 있고, 다른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 있다. 이유가 어떻든 북한은 얻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미국을 움직이려 한 것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코가 석 자다.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와 감염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응 실패 비판에 허덕이고 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연방군을 투입한다고 했다가 군부 반발에도 부딪혔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지지율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볼 여력이 있겠는가.


만에 하나,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이 바라는 수준, 예컨대 핵동결과 제재완화 등을 맞바꾸는 식의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절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애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홍보용 이벤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을 통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되고 불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북한을 감싸기 어렵다. 정부는 대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악화된 국내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제동에도 남북관계에 속도를 낸다는 생각을 지난해 말 이전부터 했었던 것 같다. 지난 4월 총선 압승 후엔 그런 구상이 더 굳어졌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았을 때 법적 근거 논란이 일었음에도 단속의지를 천명하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 그 증거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믿고 기다렸어야 한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모색해 국제사회 제재로 막힌 경제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우는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 하지만 연락사무소 폭파는 당분간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한때나마 김 위원장을 동생처럼 여겼을 문 대통령은 “어이구, 이 친구야” 하며 안타까워할지 모른다.


북한이 국내 문제를 덮기 위해 도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 신변에 문제가 발생해 후계구도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것인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면에서 남쪽을 때리는 상황을 보면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도 북한은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년간 만들려 노력했던 정상국가 이미지는 연락사무소 폭파의 굉음과 함께 허물어졌다. 정상국가라면 내부 문제를 덮기 위해 이런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외교부장관과 관광지를 산책하며 악의 없는 듯한 표정으로 셀카에 찍혔다. 당시 해외 언론들은 “은둔의 왕국에서 성장한 젊은 지도자는 과거 관행들과 결별을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김 위원장은 ‘불량국가의 믿을 수 없는 독재자’로 되돌아갔다. 북한은 무엇을 바라는가.


<이용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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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규모 대남전단 살포를 준비 중이라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비방 대남 전단을 공개하며 살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21일 ‘삐라(전단) 살포’에 대해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대량으로 대남 전단을 제작, 살포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전단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파괴와 금강산·개성지역에 대한 화력부대 배치에 이어 대남전단 살포 공세를 행동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남북합의를 준수하겠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노력을 외면한 채 공세로 일관하는 북한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전단을 살포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상호 비방 전단을 살포하지 않기로 한 판문점선언을 남측이 먼저 어겼으니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또 남북 합의가 이미 깨졌기 때문에 지킬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전단 살포는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북한이 공개한 전단의 수준은 경악할 정도이다. 문 대통령의 사진 위에 담배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려놓고,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고 썼다. 단연코 이런 저급한 전단으로 얻을 수 있는 선전·선동 효과는 없다. 전단이 남측 집권세력을 흠집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이다. 오히려 남측 주민들에게 혐오감만 주고 대북 여론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 틀림없다.


전단 살포 시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우발적 충돌 위험이다. 북한은 전단 살포 주민과 인민군 보호를 위해 무장 병력을 접경지대로 진입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할 경우에는 해류에 의해 의도치 않게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할 수도 있다. 남북은 2014년 10월 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조준사격과 대응사격을 한 전례가 있다. 지금같이 민감한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낳을 수 있다. 북측은 그동안 격한 대남공세를 통해 메시지를 충분히 전한 만큼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


남측 내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 행위도 중지되어야 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5일 전후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다른 탈북단체가 대북 쌀 페트병 보내기 행사를 보류했듯 전단 살포 계획도 마땅히 취소해야 한다. 정부도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북한이 전단 살포를 ‘남북 충돌의 도화선’이라고 한 점을 남북 모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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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로 앙상한 기둥만 남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이 지난 16일 폭파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KBS는 17일 오후 헬기 촬영 영상을 단독보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부터 직선으로 16㎞ 떨어진 파주 장단콩마을 2000m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4층 높이의 연락사무소 건물은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 않다. 외벽은 사라진 채 앙상한 기둥만이 간신히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 KBS 제공


북한이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17일 원색적인 언어로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6·15정신을 되돌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굴종적인 상대와 더 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청와대의 대북특사 파견 제안 사실까지 공개했다.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발표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 공업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이날 비판은 상궤를 벗어났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저버리는 조치를 하고도 남측 정상을 향해 “역스럽다”라는 언사를 동원했다. 특사 제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외교관례를 깼을 뿐 아니라 그 거절 과정을 모욕적으로 언급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한에 대해 ‘몰상식한 행위’ ‘비상식’이라고 비판했다. 당연한 대응이다. 나아가 윤 수석은 “북측의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 6월 18일 (출처:경향신문DB)


북한이 예고한 DMZ 내 군대 재주둔은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을 없애버리는 조치다. 개성 공업지구 군부대 재배치,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 철거와 군부대 재배치가 이뤄지면 남북관계는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대화가 단절되는 정도가 아니라 대결의 시대로 후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까지 한다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2017년처럼 일촉즉발의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내부 결속용이든, 한국을 추동해 북·미 협상을 촉진하려는 것이든 지난 20년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이 쌓아온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려는 행태는 결코 옳지 않다. 남북이 대결 국면에 접어들어서 북한이 얻을 것은 내부 단속 효과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오히려 “북한은 역시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대북 제재의 명분은 확실해진다.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면 인민의 삶은 더욱 곤궁해진다. 한국 내에서도 대북 교류협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손해볼 것은 북한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등 일정을 감안하면 북한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당분간 남북 간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상황관리에 집중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되돌아보고 재점검해야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보실을 포함해 외교안보 전체의 진용을 쇄신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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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가 폭파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하는 조치를 이행했다”고 폭파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문을 연 사무소는 1년9개월 만에 사라졌다. 일방 철거는 엄연히 남북 합의 위반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풀자고 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청와대가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북측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이날 폭파는 북한이 최근 밝힌 대남 적대선언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 지 사흘 만에 실행에 옮겼다.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남북 합의로 비무장된 지역에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북한의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언급한 군대 파견 비무장화 지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인 것으로 보인다. 또 지상·해상·공중 완충 구역 내 군사 활동 재개와 공동경비구역(JSA) 근무병 총기 휴대,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도 거론된다. 


만일 북한이 예고한 대로 개성공단 지역에 군대가 재배치된다면 이는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퇴조가 될 것이다. 과거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전까지 이 지역에는 북한의 전차와 자주포, 방사포로 무장한 사단과 포병여단이 주둔했다. 금강산 지역에도 관광특구가 되기 전 잠수정과 전차, 방사포 기지가 있었다. 이 때문에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서 군대를 빼내 평화지대로 만드는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금강산 지역이 다시 요새화하면 완충지대가 사라져 전방 지역 긴장 고조는 불 보듯 뻔하다.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과 금강산을 첨예한 군사 대결의 장으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9·19 군사합의 파기다. 이 군사합의는 남북 정상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의 가장 중요한 장치다. 그동안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군사합의 파기는 남북이 어렵게 이룬 합의와 신뢰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뿐 아니라 남북을 대결시대로 회귀시킨다. 북한이 군사합의를 파기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이다.


북한이 강경 행동에 나선 것은 대북 제재에 코로나19 창궐까지 겹치면서 전에 없는 경제난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북·미 하노이 핵 담판 실패 후 높아진 내부 불만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움직이려는 ‘벼랑 끝 전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이런 식의 행동은 북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모험적 행동은 한·미 양국의 운신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북한은 추가 행동을 멈춰야 한다. 정부도 북한의 돌발적인 군사행동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상황을 냉철하게 관리하면서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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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적으로 대형사고를 예측하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 29건과 경미한 징후 300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남북관계에 적용하면 최근 북한이 내놓은 대남 조치들은 작은 사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이전부터 여러 징후가 있었으나 우리가 이를 무시했거나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대형사고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300> 북한의 대남, 대미 강경 선회의 조짐은 작년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나타났다. 작년 4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더 이상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한·미 군사연습, 북한탄도미사일 요격시험 등 북한 적대정책을 중단하라면서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요구했다.


북측은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과 평양 북·중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판문점에서 6·30 남·북·미 정상회동을 갖는 등 여러 가능성을 모색했다. 작년 5월부터 금년 3월까지 17차례 단거리발사체 시험발사를 계속하면서 최소한의 연락채널만 남긴 채 남북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10월 초 북·미 실무회담 결렬을 선언하며 북·미 대화도 완전히 중단했다.


북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며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평통은 한·미 군사연습, 첨단무기 도입을 지속하며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다면서 남측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다. 작년 11월 초 우리 측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치도 모르는 상대”라면서 거부했다.  


<29> 김 위원장이 정한 시한이 다 되도록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지 않자, 연말에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고 미국과의 대치가 장기성을 띠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이때 이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파국이 예고됐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떨던 3월3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청와대가 북한 군사훈련을 문제 삼은 데 대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아직 본격적인 행보는 아니었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의 진정과 남측의 4·15 총선 결과를 기다리며 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4월 하순 한·미 연합공중훈련, 해병대 연례상륙훈련이 실시되자 전염병 사태로 전 세계가 군사훈련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공격형 훈련을 실시했다고 맹비난하였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북한당국이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통일신보 등 선전매체들이 나섰다. 


마침내 6월4일 김여정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대남정책의 전환을 선언하였다. 김여정 6·4 담화를 신호탄으로 북측은 남측을 ‘적’으로 규정한다는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한다는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 회의 지시를 잇따라 내놓았다. 김여정의 6·13 담화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1> 여러 징후들과 작은 사고들로 볼 때 한반도 정세를 2017년 상황으로 되돌릴 대형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예고한 조치들로는 이미 실시한 통신연락선 전면차단 외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철거 및 군부대 배치, 9·19 군사합의서 폐기 등이 있다. ‘대적 행동’을 넘겨받은 북한군 총참모부가 시행할 군사도발로는 해안포 봉인 해제 및 사격훈련,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복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무기반입,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이 예상된다.


이제 북측 화살은 미국을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리선권 외무상은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정근 미국국장도 “비핵화는 개소리”라며 “힘을 계속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여정이 넘긴 대적 행동권의 주체가 전략군이 아닌 총참모부인 걸로 볼 때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같은 북·미 합의를 깨는 조치까지는 당장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는 11월3일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북측이 북·미 합의를 넘어선 전략도발을 저지른다면 ‘양치기 소년’이 되어 북·미 대화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인다고 우리 정부가 북측에 끌려다닐 걸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정부와 여당이 준비해왔던 것이라 북측 요구에 호응한 것뿐이다.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대로 ‘눈과 귀를 가린 그릇된 관행들’에서 벗어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이제라도 ‘우리 민족끼리’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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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남북 정상의 만남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아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오랜 단절과 전쟁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6·15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20년 전 오늘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 공동선언에 합의한 뒤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대결 시대로 회귀할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20주년 행사들도 빛이 바랬다. 지난해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남측에 연대사를 보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함께 열자고 했지만, 올해 북측은 6·15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착잡하고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6·15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부침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2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된 데는 북·미관계가 당초 기대와 예상만큼 풀리지 않으면서 북한의 초조함이 커졌고, 그 원망이 남쪽으로 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6·15선언 20주년을 맞아 재확인할 것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이다. 6·15선언의 첫째 항목은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한다’이다. 이는 ‘통일’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평화를 자주적으로 일구기 위해서는 남북 간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 신뢰는 남북이 해왔던 말과 약속을 지키는 데서 시작되지만, 북측은 물론 남측도 제대로 지켰다고 하긴 어렵다. 이번 남북 갈등의 불씨가 된 대북전단 살포 중단도 남북 간 합의에 포함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남북합의가 “정권과 지도자가 바뀌어도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남북 공동의 자산”이라고 했다. 이 합의를 뒷받침하려는 노력에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게을렀던 점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향해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 대결의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범하고 진부한 듯 보이지만, 정공법이다. 현 상황에 답답한 것은 남북이 마찬가지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하길 바란다.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하자는 제안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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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은 매우 특별한 달이다. 15일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고, 25일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이다. 70년 전인 1950년, 강대국들 간의 동서냉전이 그들이 갈라놓은 한반도에서 6·25전쟁으로 터졌다. 우리 민족은 대량 학살당하고 ‘불신과 대결’의 질곡 속에서 반세기를 살아오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화해와 협력’으로의 대전환을 이뤄냈다.


오늘 우리는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다. 6·15 공동선언의 의의는 무엇이며, 그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정책적 시사점은 무엇인가? 올 6월 들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6·15의 핵심적인 의의는 공동선언 제1, 2항에 잘 나타나 있다. 첫째, 남북한은 한반도 통일문제의 ‘주인’으로서 서로 협력하여 ‘자주적’으로 통일문제를 해결해나가자. 둘째, 무력통일이나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통일’만이 유일한 통일의 길이고, 통일은 ‘과정’으로 이뤄나가되, 현재의 통일단계는 ‘연합제’ 단계이다. 이러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나가자는 것이었다. 


위의 의의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1945년 남북 분단 이후 고통받아온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이 협력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경쟁자인 남북한 간에 통일의 현주소와 방안에 대해 공동인식과 합의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동인식과 합의 없이는, 민족 화해와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 등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논의하기도 어렵고 합의를 제대로 실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불신·대결에서 화해·협력으로 

2000년, 남북의 역사적 대전환 

이후 2018년 9·19군사합의까지 

믿음 위에 이뤄진 서로의 ‘약속’ 

근본적 열쇠는 언제나 ‘신뢰’다


한편 한반도 문제는 민족문제와 국제문제가 결합되어 있어 자주성(민족주의)과 국제성(국제주의)의 힘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2000년 6월 남북 지도자들은, 국제질서는 기본적으로 강대국 이익 중심의 질서임을 인식하면서 통일문제 등 우리의 운명은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간다는 ‘자주’의 원칙에 합의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민족이 최초로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을 6·15의 가장 중요한 의의와 성과로 꼽기도 했다.


김 대통령에게 있어 자주는 ‘민족 대 외세’라는 기계적인 이분법에 얽매인 ‘배타적 자주’가 아니라, ‘민족 공조를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국제공조를 확보’해나가는 ‘열린 자주’였다. 회담 초기에 배타적 자주를 주장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결국 열린 자주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6·15가 현재 우리에게 주는 정책적 함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6·15 이후 역사상 유례없는 폭과 깊이로 진행된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전쟁 위협 완화와 평화프로세스는 다름 아닌 위에서 설명한 6·15의 ‘약속’ 위에서, 보다 직접적으로는 그러한 약속을 한 상대방에 대한 ‘신뢰’,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리라는 ‘믿음’ 위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역사적인 6·15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남북관계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북한은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면서, 정상 간 핫라인, 군사통신선 등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끊었다. 남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 났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번 대남 적대행동은 총참모부의 군사적 행위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왜 이렇게 강하게 나오고 있는가? 추측컨대, 북한 지도부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강경파들의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보면서 그들이 북한 정권교체의 꿈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양절 참배에 불참하자, 외부 세계가 이를 김정은 사망, 김여정 후계자, 북한의 급변사태, 작계 5029 이행 준비 등으로 이어가면서 상황을 북한 정권교체 쪽으로 몰아가는 것을 심각하게 지켜봤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탈북민 단체까지 나서 북한 지도자 및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대북전단을 더욱 과감하게 살포했다. 이에 북한은 전단 살포 중지를 약속한 판문점선언의 당사자인 문재인 정부가 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고 보고, 그동안 북한 나름대로 쌓였다고 주장해온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도 한반도 문제의 해결 당사자이고,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9·19 군사합의서의 당사자라는 점이다. 남한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 우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정반대로 나오고 있어 크게 실망스럽다. 북한이 군사적 강공으로 나온다면, 남한 사회에서 대북 적대감이 어떻게 증폭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남북 정상, 남북 정부 사이에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6·15시대를 열 수 있었던 신뢰, 10·4 정상선언,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9·19 군사합의서를 가능케 했던 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민족 자주의 원칙’을 재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제대로 진전시키지 못하면 우리 민족이 한반도의 주인인데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교훈의 실천을 주도하고, 북한에도 이 교훈을 실천토록 요구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조속히 비공개 대북 특사를 파견해 남북 지도자 차원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백학순 | 세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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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 대남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담화가 연일 쏟아지고있는 가운데 14일 판문점으로 향하는 길목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가 이동 차량이 적어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쌓아올린 남북관계를 아예 없던 일로 되돌리겠다는 ‘결별 예고’이자 파국 압박이다.  


지난 열흘간 북한은 일방적인 비난을 퍼붓다가 급기야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단계로 남북관계를 몰아갔다. 마치 ‘파국 시나리오’라도 정해놓고 움직이는 듯 일사불란하다.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북한의 담화가 나오자 통일부는 곧바로 대북전단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인 단체 2곳을 수사 의뢰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북전단 살포행위 엄정대응 방침을 내놨다.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일면 타당하다고 본 정부가 이례적일 정도로 기민하게 움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을 모두 단절하는 등 강수를 연발하면서 대화 여지를 아예 차단해왔다. 왜, 무엇 때문에 북한이 이토록 과잉행동을 벌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15일은 남북 정상이 해방 후 처음으로 만나 남북 화해와 협력을 다짐한 6·15공동선언 20주년이다.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남북이 상호 신뢰를 쌓는 ‘이정표’를 세운 날을 함께 기리기는커녕 결별을 위협하는 현실은 실로 유감스럽다. 특히 2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특사로 방한해 ‘화해의 전령’ 역할을 했던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 압박을 진두지휘하는 건 더 안타깝다. 남북행사 때마다 예의를 갖추며 남측 인사들을 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일견 북한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열고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이루지 못하고 미국의 대북 제재에 갇혀 있는 남측 정부에 실망감이 클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북·미관계와 무관하게 남북협력을 증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탓에 쌓인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미국보다 부담이 덜한 남한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북한이 당면한 어려움을 짐작할 수는 있으나,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  


청와대는 14일 심야에 NSC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협의했다. 만일의 사태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북한의 난폭한 언행은 남북화해를 열망하는 여론을 악화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북한은 더 이상의 대남 압박은 멈춰야 한다. 지지부진한 남북합의 사항 중 못마땅한 게 있다면 현 상황에서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며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게 정도이지 않겠는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만들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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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판문점과 연락사무소, 군 통신선, 청와대 핫라인 등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단절했다. 북한은 또 “대남 업무를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남측을 ‘적’으로 규정했다.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남측 당국의 대응을 비판해온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위한 실행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북한의 조치는 남북관계를 2018년 이전의 험악했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북한은 진정 남북대결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연락채널 단절이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의 첫 단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추진 중이라는 사업계획에는 이미 공언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연락사무소와 남북 군사합의서는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주요 성과물이다. 이를 폐쇄·폐기하겠다는 것은 지난 2년반의 남북관계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뜻이 된다. 북한은 최근 대남 압박조치들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하고, 군중집회까지 열고 있으니 당분간 태도를 돌릴 가능성도 낮다. 대남 군사행동에 나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행동은 한반도 평화를 해칠 뿐 아니라 남북화해를 지지하는 남측 여론까지 등 돌리게 할 수 있다. 북한은 더 이상 대남 압박을 멈추고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북한의 대남 압박은 북·미 대화를 촉진하려는 한국 정부의 힘만 빼는, 북한으로서도 백해무익한 행동이다.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채널을 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보이는 북한 초소에서 북한군이 남측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 _ 연합뉴스


정부는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사태악화의 원인이 된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비상하게 대응해야 한다. 대북전단은 북한에 대한 극도의 증오·저주를 담고 있으며, 북한 지도층을 모욕하기 위해 합성한 저질 사진이 실린 적도 있다. 이런 전단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일부 탈북인 커뮤니티에서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자며 페트병·풍선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사용하던 물품을 넣어 보내자는 논의가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발상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하루빨리 이들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보수세력은 정부의 전단 규제 움직임에 대해 ‘대북 굴종’이니 ‘북한 하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부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거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왔으며 대법원도 이를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 시도도 전부터 있었던 만큼 ‘하명법’ 운운은 당치 않다.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2014년 10월 북한군은 남측에서 띄운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 10여발을 쏜 바 있다. 탈북민 단체들이 오는 25일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면 그런 일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여야가 의견을 달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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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7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각계의 반응을 보도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채로 노동신문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연못무궤도전차사업소 역전대대 노동자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들어 남북관계 단절까지 언급하는 등 연일 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적은 역시 적” “갈 데까지 가보자”는 극언까지 나왔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는 지난 5일 대변인 담화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적한 내용들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남측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할 경우 취할 조치로 거론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실행에 옮길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남북관계가 2년 반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지극히 유감스러운 상황 전개다. 


북한이 갑자기 이처럼 격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과 의도는 분명치 않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 협상을 둘러싸고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남북정상회담을 세차례나 열고도 미국의 대북제재 등을 해소하지 못한 남측의 역할에 실망감을 표시한 것은 분명하다. 북한 선전매체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의 선순환’ 기조에 대해 “성격과 내용에서 판판 다른 남북관계와 조미관계를 억지로 연결시켜 ‘선순환관계’ 타령을 하는 자체가 무능의 극치”라고 한 데서 이런 인식이 보인다. 핵 협상을 진전시켜 경제개발을 촉진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은 만큼 북한으로서는 답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측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 남북연락사무소와 남북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이 거둔 최대 성과물이다. 이런 장치가 파기된다면 남북화해 기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위험으로 몰아넣는 대남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도 상황을 관리하면서 대북 접근 방식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한편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대북 정책과 협력사업을 모색해야 한다. 탈북자 단체는 한국전쟁 70주년인 오는 25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뿌리겠다고 한다. 탈북자 단체의 전단은 북한에 대한 극도의 증오·혐오 표현을 담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는 ‘북한 눈치 보기’ 비판에 굴하지 말고 대북전단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1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를 훼손하거나 주민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정치권도 진영을 떠나 이 문제 해결에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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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고 남측에 요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4일 노동신문에 실린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북전단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인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와 연계해 해결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다지는 상황에서 나온 북한 측의 특이 동향이라 각별히 주목하게 된다. 


대북전단 살포는 그동안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온 사안이다. 2014년 10월 북한이 한 탈북단체가 경기 연천에서 살포한 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하고, 군이 응사하면서 지역 주민을 불안에 떨게 만든 바 있다. 탈북단체는 전단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실상을 알림으로써 북한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그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탈북단체가 살포한 전단 상당수는 북한으로 가지도 못한 채 남한 지역에 떨어져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대남도발의 빌미를 제공해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대북전단 살포 중지는 남북 간 약속된 사항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은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과 더불어 전단 살포를 멈추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그동안 경찰력을 동원해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아왔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전 승인을 받아 전단을 뿌리도록 하는 정부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교착에 빠져 있는 북·미 간 핵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 정부는 대북전단 문제 해결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 개정을 통해 전단 살포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대북전단이 남북관계 개선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부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여야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정부·여당의 진지한 설득과 야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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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일본 방위상의 집무실에 한반도 전도가 걸려있는 것이 언론에 공개됐다. 방위상 집무실에 일본열도 외에 특정국가 지도가 걸려있는 것은 한반도뿐이다. 우리 국방부 장관 집무실에 일본열도 전도를 걸어놓았다면 한국군이 일본을 노리고 있다며 일본 언론이 아우성쳤을 것이다. 방위성 측은 고노 방위상 이전부터 걸려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일본 군부는 줄곧 한반도를 호시탐탐해왔음을 인정하는 것인가.


고노는 작년 10월 자신의 공식사이트에 한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방비가 2018년부터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한국 국방중기계획의 국방비 증가율이 연간 7%, 일본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의 증가율이 1.1%로 5년 후 한국국방비가 일본의 1.5배 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를 근거로 극우성향인 산케이 계열의 ‘석간 후지’는 이승만 라인을 들먹이며 한국 위협론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가 한갓 방위상 집무실의 한반도 지도에 주목하는 것은 아베 정부에 들어와 독도 영토야욕이 노골화돼서다. 작년 9월 발간된 일본 방위백서와 금년 5월 발간된 일본 외교청서에서도 독도를 다케시마라며 자국 영토로 표시했다. 일본 내 우익전문가들은 현행 헌법으로는 독도를 지킬 수 없다며 전쟁할 수 있도록 헌법 제9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는 것은 비단 일본의 관리나 보수언론만이 아니다. 작년 2월 도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에 관한 기조연설에 대해 일본 측 토론자가 ‘일본에 대한 언급이 한 곳도 없다’며 쇼크를 받았다고 하자, 한국 측 참석자가 ‘일본 측이 쇼크를 받았다고 하니 그게 더 쇼크다’라며 반박한 바 있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본 측 인식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개입을 불편하게 여기는 한국 측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한국 측의 불편한 대일 인식은 일본이 자초했다. 2차 북핵 위기 때 일본 정부의 참가 요구를 수용해 6자회담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은 의제 밖의 납치 문제를 꺼내며 ‘2·13 합의’를 어기며 중유 20만t을 끝내 주지 않아 6자회담 결렬의 빌미를 제공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선수단의 참가 명분이 된 한·미 군사연습 연기를 취소해야 한다며 내정간섭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된 뒤 아베가 급히 미국으로 달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 문제 선해결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려다가 거절당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본 측은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들은 대법원의 ‘강제동원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강제징용공’에 대한 ‘보상’ 판결로 왜곡하며 우리 정부가 국가 간 약속을 어긴 것처럼 사실관계를 호도한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던 일부 단체의 부실운영이 여론화되자 일본 언론들은 연일 대서특필하며 마치 과거 죄악이 면죄부를 받은 듯이 행동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 초기의 ‘미투’ 운동처럼 4·15 총선 이후 시민단체 내부의 자정 운동일 뿐으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이 후퇴할 일은 아니다. 


최근 각종 스캔들과 부실한 코로나19 대응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아베는 지지율이 떨어지면 반한 감정을 조장해 국민여론을 외부로 돌리려 했으나 한계에 부딪혔나 보다. 그래서인지 아베가 한국을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다시 부르고 얼마 전 발간된 외교청서에서도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기본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


아베 정권은 강제동원피해자, 위안부, 독도 도발, 원전 오염수, 수출규제 강화 등 이웃국가인 우리에게 온갖 폐를 끼쳐왔다. 이 같은 비우호적인 태도에도 우리 정부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자제력을 발휘해 왔다. 작년 3·1절 100주년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자제했고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이후 15개월 만인 작년 12월 한·일 정상회담을 열었다. 


한·일이 진정한 이웃이 되려면 일본 정부는 효과도 없고 관계만 악화시킨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풀고 화이트리스트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아직 일본전범기업의 압류자산에 대한 현금화라는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일본은 과거사 외면과 영향력 투사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그리고 동아시아 역내 평화·번영을 위한 진정한 협력관계 구축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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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기사는 가장 쓰기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쉽게 쓸 수 있는 분야다. 북한 내부를 직접 취재하기 불가능하다보니 북한 매체가 무슨 보도를 하는지, 중국 등 주변국 움직임은 어떤지 정황 분석과 간접 취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북한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다. ‘팩트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 입장에선 취재가 힘든 구조다.


그렇다보니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게 ‘대북 소식통’ ‘정보 소식통’이다. 이 ‘소식통’들은 정부 관계자일 수도,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일 수도 있고, 정치권 인사나 탈북민 단체일 수도 있다. 소식통이 누구냐에 따라 정보의 신빙성은 천양지차이지만 ‘팩트처럼 보이는’ 기사를 쓸 수 있는 유용한 루트다. 당사자가 북한이다보니 사실 확인도 어렵지만, 설령 ‘오보’로 드러나더라도 법적 시비에 휘말릴 위험이 없다. 기자들이 특종과 오보 사이에서 맴돌게 되는 이유다. 


문제는 추측과 미확인 전언이 수두룩한 북한 뉴스가 국내에 미치는 파장은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신변 이상설을 다룬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0일 한 북한전문매체가 ‘김 위원장이 묘향산지구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을 때만 해도 파장이 그리 크진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CNN이 김 위원장이 심혈관 수술을 받고 위중한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CNN 보도 당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3% 가까이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 동선에 대한 설명을 비교적 소상히 내놓았지만 추측성 보도는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됐다. 북한 뉴스에 민감한 일본의 한 주간지는 중국 의료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었다며 김 위원장이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가정을 전제로 한 ‘~라면’ 기사도 쏟아졌다. 김 위원장의 위중·사망을 전제로 한 후계구도를 예측하는 기사들이다. 이 같은 상황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다’ ‘수술 쇼크로 사망했을 확률이 99%’라는 말을 보태며 정점을 찍었다. ‘국내 매체 보도→해외 언론의 재가공→정치권과 보수 유튜버의 확대 재생산→국내 언론 보도’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사이 한반도 리스크는 고조됐다. 


김 위원장이 태양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고, 북한 매체들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 신변 이상설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더구나 그의 비대한 몸집은 건강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증거가 오보에 대한 책임을 덜어줄 순 없다. 더구나 대북 정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정부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위중설·사망설을 다룰 정도라면 반박하기 힘든 수준의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익명의 소식통과 외신 보도에 기대 무분별한 기사를 쏟아낸 언론의 의도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클릭 수를 높이고 싶거나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어쨌든 이번 사태를 통해 언론의 위상은 또 한번 바닥을 확인했다. 진실 보도가 어렵다면 가짜뉴스만이라도 쓰지 말자.


<이주영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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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4월22일 (출처:경향신문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태양절’ 참배 불참으로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가운데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이했다.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협력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포괄적 보건의료협력과 이산가족 상봉의 추진의사를 밝혔다. 작년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 남북대화가 중단된 채여서 북측 반응이 주목된다.


냉각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여러 제안을 내놨었다. 작년 8·15 경축사에서 철도·도로 연결, 남북공동올림픽 합의를 재확인하고, 제74차 유엔총회에서 DMZ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내놨다. 금년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 5대 협력사업을 제안했고, 신년기자회견에서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별관광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3·1절 기념사에선 포괄적 보건의료협력을 제안하였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면서 대북 제재에 동조하고 있다며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금년 신년사에서 북·미 협상의 종속변수에서 탈피해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 남북관계를 증진시킬 현실적 방안들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마침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승리함으로써 대북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다. 북한이 기존 태도를 바꿀 경우 변화된 국내정세 속에서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기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는 국민 참여 캠페인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관계 재정립의 출발점은 하노이 노딜 이전인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직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비핵화 이전’에 할 수 있는 남북협력사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을 만들겠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남북협력사업의 추진을 위해 어떤 경우든 닫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재개하고 당국 간 대화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남북 간 대화채널이 복원된 이후에는 다음과 같이 한반도 평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첫째,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동의를 얻어 관련된 입법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남북 간의 기본관계를 규정하는 ‘남북기본협정’을 추진한다. 남북기본협정은 단순히 남북 간 기본관계를 규정하는 문서 차원을 넘어 한반도 평화의 플랫폼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과거 분단독일의 경우 동서독기본조약을 플랫폼으로 하고 하위체계로 추가의정서 형태의 분야별 협정을 담았다. 남북도 남북기본협정을 플랫폼으로 하면서 보건의료협정, 경제협력강화협정 등 분야별 부속합의서를 체결해 한반도 평화공존의 구조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 플랫폼을 구축할 추진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원회,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치분과위, 군사공동위, 경제교류·협력공동위,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의 경제협력공동위와 같은 공동추진체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9·19 군사합의서에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를 조속히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비롯해 부문별 위원회와 함께 총괄적인 상위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부처별 남북사업을 조정하고 범부처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총괄조정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군사분계선 및 DMZ 남측지대의 통행과 비군사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남북 협의를 거쳐 2000년과 2002년 때처럼 유엔사-북한군 간에 정전협정 보충합의서를 채택한다.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져야만 DMZ 국제평화지대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비군사 분야의 남북 통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군이 DMZ 통행·관리권 일부를 위임받기 위해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유엔사 측과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지속되는 고강도 경제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폐쇄가 겹치면서 북한 경제와 주민생활이 어려움에 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연기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대화에 힘을 실어줄 여력이 없는 등 비핵화 협상 동력이 크게 떨어져 북·미 협상의 조기 개최는 쉽지 않다. 반면 한반도 차원에선 남북관계 개선의 주객관적 조건을 갖췄다. 첫 독일통일을 이끌었던 재상 비스마르크의 말처럼 역사의 문을 빠져나가 과거로 가기 전에 ‘신의 옷자락’을 잡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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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판문점선언 2주년인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협력에서 시작해 가축 전염병과 접경지역 재해 재난, 기후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등 생명의 한반도를 위한 남북 교류와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면서 “코로나19 위기가 남북 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코로나19 공동대응을 지렛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등 국제적 제약으로 판문점선언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현실적인 제약 요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작은 일이라도 끊임없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협상 교착과 대북 제재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남북 협력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판문점선언에 담긴 대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은 남북겨레의 소망이자 시대의 절박한 요구다. 우리는 무감(無感)해진 지 오래지만, 남북은 70년 전 벌어진 전쟁조차 미처 끝맺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남북은 민생에 쓰여야 할 재원을 막대한 군사비로 쏟아붓고 있다. 따라서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 된다. 


정부는 이날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개최했다. 남북 연결 구간이 아니라 강릉~제진의 남측 구간이지만, 판문점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사업 자체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커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반도 뉴딜 사업’(김연철 통일부 장관)이라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한국은 코로나19가 성공적으로 통제되고 있지만, 북한 상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장기간 멈추면서 그의 건강에 대한 억측도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이 안개처럼 깔린 한반도 정세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열어젖히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2년 전 판문점선언은 그 실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남북은 가장 시급한 현안인 코로나19 공동대응으로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공급이 달리고 있는 마스크와 방호복을 개성공단에서 함께 생산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만하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 정치권도 남북관계 재가동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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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 동해선 조사팀이 함경남도 풍례터널을 둘러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통일부가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110.9㎞ 구간의 철도건설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오는 23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이를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받아 조기 착공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북·미 협상 교착과 남북관계 동결로 1년 넘게 방치돼온 철도연결사업을 재개해 대북정책을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동해선 연결은 2년 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인 만큼, 남북 간 약속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국방부도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남측지역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이날부터 재개했는데, 이 역시 9·19 남북군사합의에 담긴 유해 공동발굴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정부가 총선 직후부터 남북 철도건설 추진과 유해발굴에 나선 것은 올 들어 달라진 대북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 아니라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치중하다 남북관계 발전을 소홀히 했다는 성찰이 대북정책 기조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북한지역 개별관광을 모색했으나 코로나19의 창궐로 중단해야 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하면서 대북정책에 재시동을 걸 여건을 마련했다. 4·15 총선의 여당 승리로 정치적 환경도 호전됐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만 의욕을 보인다고 해서 일이 성사되지는 않는다. 북한은 올 들어 개별관광, 방역·보건협력 등 남측의 구상에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국제기구에 의료물품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역협력을 의제로 삼아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선은 정부가 분명한 어조로 방역협력을 북한에 제안해야 한다. 북한은 방역 국제공조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호응해야 한다. 


남북 방역협력에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등은 제재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원단체들은 기초적인 의료물품 지원조차 제재면제를 받기가 까다롭다고 호소한다. 미국의 독자제재 탓에 금융기관의 협조를 받기도 어렵다. 미국은 경제제재가 의료지원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북한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이 지구적 재난에 공동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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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4만명을 넘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코로나19의 확산 책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전국민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집권 후 이를 무력화시켰다. 또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글로벌감염예방프로그램 예산을 80%나 줄였고, 내년도 글로벌보건프로그램 예산도 30억달러나 삭감하는 등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삭감했다.


고용, 주가 등 경제실적으로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 초반에 우세를 보였지만, 감염병 확산으로 실업자가 늘고 주가가 폭락해 위기관리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미 대선은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11월3일 대선일까지 시간이 있어 속단하기 이르지만, 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우리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가 재선될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지에 따라 한반도 문제가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현 북·미 협상 방식을 되풀이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3월 중순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북·미 관계개선 구상을 제시한 데서 보듯이, 그가 재선되면 본격 협상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초기 협상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외교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는 정책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 후보경선은 28명에서 출발해 지난 3월3일 슈퍼화요일을 거치면서 이제 중도파 조 바이든과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그 뒤 치러진 경선에서 잇달아 승리하면서 바이든이 오는 7월16일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바이든은 작년 5월 김정은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라고 불러 북한당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는 줄곧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방식을 비판했지만 외교적 해법과 조건부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했다. 그는 웹사이트 공약집과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동맹국 및 중국 등과 조율할 것이며,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가 대북 해법의 청사진을 제공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국가 명운이 달린 북한으로서는 트럼프에게만 올인할 수는 없을 것이고 민주당 집권에도 대비하려 할 것이다. 여기서 바이든의 부통령 시절 타결된 JCPOA에 주목이 필요하다. 이는 독일이 중재를 맡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참여한 ‘5P+1 방식’의 협상 틀에서, 이란이 핵시설의 성능과 수량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한다면 북한의 협상상대로 미국 외에 중국, 러시아, 그리고 유럽의 안보리상임이사국 영국, 프랑스가 참여하는 방식이 된다. 여기서 우리 정부는 독일이 했던 중재자 역할을 맡아 새로운 협상 포맷이 만들어질 때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대행의 오스트리아 대사 임명이 눈에 띈다. 그는 1990년대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6자회담 성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핵협상 전문가이자 미국 전문가이다. 협상 타결 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시설의 감시·검증·사찰을 맡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그가 유럽국가들과 접촉해 새로운 협상 포맷을 구축하는 임무를 맡을지도 두고볼 일이다.


향후 북한의 태도에서 중요한 것은 미 대선 때까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작년 말 북한 당중앙위 전원회의는 ‘새로운 전략무기’의 시험발사를 예고했다. 금년 들어 네 차례 단거리발사체를 쏜 북한이 전술무기를 넘어 전략무기 시험발사로까지 나간다면 미 대선에서 북한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될지 모른다. 이는 대선 후 북·미 협상 재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미 대선 전에 한국과 미국이 제안한 공동방역을 위한 의료지원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유엔안보리 제재하에서 당창건 75주년 사업으로 추진 중인 평양종합병원도 건물 완공은 몰라도 최신 의료장비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북한에 한·미 의료협력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북·미 협상의 재개에 대비해 제재의 면제 또는 완화의 명문과 실리를 축적할 기회도 된다.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스스로 내세운 ‘정면돌파전’ 추진을 위해서도 북한당국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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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코로나19와 싸우는 남측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내왔다. 문 대통령도 감사의 뜻을 담은 답장을 5일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피력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낸 것은 지난해 10월30일 문 대통령의 모친상 당시 조의문 이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측 국민과 문 대통령을 위로하는 친서를 보낸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남북관계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정상 간 신뢰는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친서를 보내기 전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의 발사체 발사 중단요구에 대해 거친 표현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어리둥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훈련을 둘러싼 공방과 친서를 굳이 연결시켜 의미를 절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친서에 담긴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 ‘조용히 응원하겠다’는 표현이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자”는 문 대통령의 3·1절 제안에 대한 화답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김 위원장이 피력했다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진솔한 소회와 입장이 무엇인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처럼 남북 정상 간에 솔직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마련된 것은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그동안 모두 네 차례씩 친서를 주고받으며 남북 대화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왔다. 이번 정상 간 친서교환도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할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지만 현실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대북 제재와 어긋나지 않는 방법으로 남북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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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로 집권 9년째를 맞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권좌에 오른 김 위원장에게 국제사회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였다. 불투명한 이력과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에 우려가 컸지만, 유학 경험을 가진 젊은 지도자에게 개혁과 개방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만 보면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문제다. 김 위원장에게 올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집권 이후 세 번째 시험대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험대는 홀로서기였다. 급조된 세습체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통치 기반을 다지는 것이 과제였다. 김 위원장은 취약한 정통성과 일천한 국정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부득이 장성택과 리영호 등 원로들(이른바 운구차 7인방)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모부이자 최고 실세였던 장성택을 제거하고 헌법 개정과 조직 개편을 통해 당·정·군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안정적 통치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다. 


두 번째 시험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맞상대였다. 대미 직접 협상은 선대로부터 해결하지 못한 숙원사업으로, 이를 통해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대외환경을 개선하는 중차대한 과제였다. 김 위원장은 2017년 말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이를 수단으로 대미 접근을 시도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나고 남북, 북·중,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위상 제고에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로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고 전망도 불투명하게 됨에 따라 두 번째 시험대는 절반 이하의 성공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세 번째 시험대는 새로운 길로 선택한 ‘정면돌파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조선노동당 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미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현 국면을 장기전으로 보고 ‘경제전선’을 주 전선으로 하여 자력갱생을 통해 트럼프의 정책 전환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평양시 군중대회를 비롯한 주민 총동원 체제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구상은 예상치 못한 복병(伏兵)으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면돌파전’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대중 국경폐쇄로 ‘뒷문’ 역할을 해오던 중국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고, 비상방역으로 주민동원도 어렵게 되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전염병 유입 시 심각한 후과”를 경고하면서 방역활동을 “인민 보위의 중대한 국가사업”으로 규정하였다. 그만큼 사태를 위중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북한 내 확산으로 이어질 경우 정면돌파전에 실패하고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읽힌다. 김 위원장의 올해 국정운영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안보(emerging security) 위협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감염병을 비롯한 신안보 이슈는 군사력 중심의 전통안보(traditional security)와 달리 초국경적이고 예측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혼자 힘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남북한 협력과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김 위원장이 세 번째 시험대를 어떻게 통과할지 두고 볼 일이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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