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403건

  1. 2019.02.14 [사설]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망발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2. 2019.02.13 [이대근 칼럼]트럼프가 북핵 비관론을 잠재울 기회
  3. 2019.02.13 [사설]대북 투자 의향 밝힌 짐 로저스의 방북을 주목한다
  4. 2019.02.12 [세상읽기]‘용접외교’ 이후를 생각한다
  5. 2019.02.11 [아침을 열며]‘스몰 딜’보다는 커야 할 하노이 정상회담
  6. 2019.02.11 [사설]개성공단 중단 3년, 남·북·미 모두 재개 노력 기울여야
  7. 2019.02.08 [사설]‘방위비 분담금’ 사실상 타결, 1년 독소조항 재조정해야
  8. 2019.02.07 [사설]북·미 정상 베트남서 2차 회담, ‘비핵화-평화체제’ 결실 맺길
  9. 2019.01.29 [조성렬의 신 한반도 비전]한·일관계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
  10. 2019.01.29 [사설]한·일관계 악화일로인데 시정연설에서 한국 외면한 아베
  11. 2019.01.28 [동서남북인의 평화찾기]오키나와 정체성의 표상, 다마키 데니
  12. 2019.01.28 [사설]개성공단 기업인 자산점검 차원 방북도 못하나
  13. 2019.01.28 [시론]일본 초계기 도발과 그 이면의 의미
  14. 2019.01.25 [사설]비핵화협상 중인데 핵개발하자는 한국당 당권주자들
  15. 2019.01.25 [편집국에서]트럼프는 왜 ‘스타워스’를 쏘아올렸을까
  16. 2019.01.24 [사설]일본 초계기 또 위협비행 도발, 저의를 묻고 싶다
  17. 2019.01.23 [조호연 칼럼]초계기 논란, 고백도 참회도 없는 일본
  18. 2019.01.23 [조호연 칼럼]초계기 논란, 고백도 참회도 없는 일본
  19. 2019.01.22 [송두율 칼럼]반북 강박장애
  20. 2019.01.22 [사설]‘레이더 증거’ 내놓지 않고 협의 중단 일방선언한 일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그것은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지난 10일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합의안에 가서명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내년 분담금 인상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쏟아낸 발언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사실에 맞지 않는다. 그는 “한국이 분담금 5억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한국에서 쓰는 비용은 50억달러이며 한국은 약 5억달러를 지불해왔다”고도 했다. 한국이 분담금 5억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는 말은 합의안과 명백히 다르다. 합의안에는 한국의 분담금이 지난해보다 8.2%, 즉 787억원 오른 1조389억원으로 돼 있다. 트럼프가 수치를 착각했거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부풀렸을 수 있다. 주한미군이 50억달러를 쓴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한국의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남짓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지난해 9억달러를 지불했으니 미국이 쓴 비용도 그 언저리일 것이다. 게다가 “전화 몇 통 걸었더니 5억달러가 나왔다”는 발언에선 모욕감마저 느껴진다. ‘약자의 팔을 비틀어 돈을 뜯어내는 불량배’를 떠올리며 분개한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의 '90일 무역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3월 1일을 다소 연장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3월 2일부터 예고된 추가적인 대중(對中) '관세 폭탄'도 잠시 유예될 수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가 과장과 자기 과시가 섞인 특유의 어법을 구사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각료회의라는 공식 석상에서 던진 동맹국을 향한 망발마저 그대로 넘겨선 안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합의한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원”이라고 반박했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발언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다음번 협상에서도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 측은 이번에 합의한 협정에서 종전 다년이던 유효기간을 1년으로 바꾸는 안을 관철해 매년 분담금을 인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은 안보의 상당 부분을 주한미군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의 패권과 동북아 전략적 이익에도 기여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미국의 합리적이지 못한 분담금 인상 압박은 동맹관계를 해칠 우려가 있다. 한국만이 수혜자라는 식의 ‘안보무임승차론’을 들먹이며 돈을 더 받아내려는 대국답지 못한 행동에 진저리 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음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Posted by KHross

미국 민주당 의원 13명은 지난달 29일 미 국방장관 대행에게 편지를 보내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훈련이 핵 제거를 압박하면서도 외교적 노력은 해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지지부진하나마 그동안 북·미대화가 지속된 건 훈련 유예 덕분이다. 한반도 화해의 물꼬를 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훈련을 미뤘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라는 미국의 완고한 태도에도 북한이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 또한 훈련 유예 때문이다. 훈련 유예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유일한 성의 표시였고, 협상 동력이었다. 훈련 재개는 협상을 깨는 최후통첩이 될 것이다. 당연히 외교적 노력을 해친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같은 날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체제 생존에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외교관계 정상화, 제재 해제, 훈련 중단을 내세운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핵 폐기 조건을 놓고 이제서야 북·미 간 본격 협상 중인데 그는 협상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비핵화 의사가 없는 증거로 삼았다. 이상한 논리다.

 

북한이 여전히 핵 관련 활동을 하는 것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38 NORTH’ 기고문에서 자신이 미·소 간 핵군축 협상에 참여했던 경험을 들어 반박했다. 군축 협상 중 미·소 모두 핵무기 개발을 계속했다고 한다. 협상 실패에 대비하면서 협상력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게 대체로 협상하는 방식이다. 협상 무용론과 비핵화 불가론은 훈련 재개 주장처럼 반트럼프의 당파성에 기인한 비논리적 주장이거나, 종전선언을 통해 미군 철수 혹은 한·미동맹 해체를 노린다는 음모론적 발상이 대부분이다. 정부 기관조차 북한에 대한 맹목적 불신에 사로잡혀 앞뒤 안 맞는 보고서를 낼 정도라면, 민간 차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막연한 반북 감정과 북한 불신에 기댄 주장이라서 쉽게 반증할 수 있는, 설득력 없는 견해들이 서로 지지하고 섞이고 뭉치면서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사정이 어떻든 이런 현상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8개월이 지나도록 실질적 비핵화를 못한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 1차 회담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풍경도 불가론을 강화한다.

사람들은 무용론·불가론에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가 아니라, 비핵화가 얼마나 진전되었는지에 관심을 둔다. 아무리 허구라 해도 세상을 지배하는 건 그런 것이다. 김정은이 속마음을 꺼내 보여주지 못하는 한 이 엄연한 현실을 피할 순 없다. 사실 인내심 있게 비핵화를 낙관하던 사람들도 점차 지쳐가고 있다. 북핵 협상은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비관론을 잠재우고 낙관론에 다시 불을 붙이지 못하면 핵 협상의 앞날은 어둡다. 이 어둠을 걷어내는 유일한 해법은 김정은이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동시적 행동을 통해서건, 통 큰 양보로 선제적 행동을 하건,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치든 2차 회담은 과감한 핵 폐기의 출발점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밖에서도 껍질을 깨야 한다.

 

비핵화는 김정은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비핵화의 장애물을 제거해줘야 한다. 첫째,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 비핵화의 긴 시간 동안 전면 제재를 유지하며 일방적 폐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비핵화를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목표는 핵 폐기지 제재가 아니다. 둘째, 종전선언·연락사무소 설치 등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북한 논리에 따르면 그것은 핵무장의 원인인 대북 적대가 사라지고, 따라서 핵의 정당성이 무너지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 트럼프는 북한에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은 걸 자랑해왔다. 트럼프 비판을 일시 달래주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트럼프 자신을 감옥에 가두는 일이다. 보상도 없지만, 핵 폐기도 없는 감옥.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비핵화의 돌파구를 연 그가 자기 감옥의 수인(囚人)으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지금 사람들은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보상한 적 없다며 알리바이를 내세울 단계가 지났다는 뜻이다. 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은, 좋은 거래였다고 평가받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세상의 시선도 대북 보상 문제가 아닌, 트럼프가 이루어낸 핵 폐기 성과에 쏠린다. 그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당신은 감옥에서 탈출해야 한다. 하노이에서 멋진 장면을 기대한다.

 

<이대근 논설고문>

Posted by KHross

세계적인 투자가인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이 다음달 북한을 방문한다. 정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에 대해 “로저스 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았고 미국 정부도 그의 방북을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28일) 직후 로저스를 북한으로 불러들인 것은 자신의 개방과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로저스 회장의 방북이 대북 투자의 마중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인물로, 전부터 북한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달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을 1980년대 중국에 비교하며 “북한에 정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5년 CNN 인터뷰 때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을 만큼 수년째 대북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로저스는 지난해 12월 금강산에 골프리조트를 보유한 리조트 개발업체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처가 북한 관광산업이라고 본 것이다. 서방 자본의 대북 선도 투자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이자 로저스홀딩스의 회장인 짐 로저스 회장이 2018년 7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베트남식 또는 중국식 개방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를 선택한 것은 그 현장을 보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이 로저스를 초청한 데는 대북 국제 제재를 풀어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로저스의 방북은 대북 투자에 앞서 비핵화 협상의 보험이자 촉진제 성격을 갖는다. 

 

북·미 협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대북 제재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는 신중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포착해 큰 수익을 거둔 로저스의 통찰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의 경제발전을 낙관하며 북한에 대한 민간 투자를 강조했다. 주목할 대목은 로저스가 남북한 경제발전을 하나로 본다는 점이다. 남한의 자본과 경영기술,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을 결합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북한 발전론의 핵심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이웃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기업도 차근차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북한 비핵화의 세부 이행계획이 합의문에 포함되느냐 여부이다. 물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북한 비핵화의 범위, 방법(순서),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게 된다. 비핵화 과정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도 그랬다.

 

김일성이 계획한 핵무기 개발의 뿌리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평안북도 영변의 구룡강 근처 ‘가구공장’ 위장 간판을 달고 출발한 핵센터가 불편한 진실의 씨앗이었다. 이후 북한은 영변핵센터를 핵 단지(일명 ‘분강지구’)로 확장하면서 여기에다 핵무기 관련 시설들을 짓기 시작, 현재 건물만 390개에 달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5㎽ 흑연감속로를 착공 7년 만에 가동한 1986년부터였으며 이후 영변 핵시설들은 미국 정찰위성의 표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3년 전 1차 핵실험을 거쳐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마친 북한에 위장 간판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북한은 되레 2012년 4월 헌법 전문에다 핵보유국임을 명기했다. 이후 북한 비핵화는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무지개’가 됐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제네바합의, 6자회담, 9·19공동성명, 2·13합의, 남북정상회담 등은 무지개를 좇고서 남은, 말하자면 미완성 북한 비핵화의 훈장들이다.

 

비핵화를 두고 벌이는 유관국들 간 협력과 긴장 관계는 초식 동물들처럼 여러 개의 위(胃)를 거쳐야 완전히 소화가 되는 단계적이고도 복잡한 구조다. 그러다보니 안타깝게도 북한 비핵화는 두번째 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수십년째 첫번째 위에서만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벌써부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서도 두번째 위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암울하게 전망한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것이다.

 

누구는 이 불편한 진실과 이제는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당초 북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완전한 비핵화가 대리석 바닥에 내던져진 유리컵이 됐다고 비웃는다. 핵무장 주장도 다시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여차하면 ‘핵의병(核義兵)’들 주도로 팟캐스트 ‘우리도 핵 가질레오’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 모두 비핵화 협상 실패라는 참사 뒤에 닥쳐올 ‘퍼펙트 스톰’이 한반도를 강타할 수도 있음을 자각하라는 경고이자 반동처럼 보인다. 동시에 전쟁터 참호에서처럼 숨죽인 채 우리의 시선은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향해 있었다.

 

2박3일 동안 ‘평양대첩’을 치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한 연구소가 주최한 연설에서 김정은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이미 약속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폭스뉴스 방송에서 피력한 북한 비핵화의 낙관적 전망에 앞서 금년 1월 퇴역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역시 미국 공영방송(PBS)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편견이 분석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도 비건, 폼페이오 그리고 브룩스의 주장 모두 ‘보면 믿겠다’가 아니라 ‘믿으면 보인다’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됐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말이 최소 ‘영변 플러스 알파’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평양과 워싱턴을 연결하는 용접공 사고(思考) 너머의 국가책략을 어떻게 정교하게 짜느냐이다. 왜냐하면 나는 김정은이 1968년 1월 나포한 미국 정찰함 푸에블로호를 트럼프에게 정치적 선물로 되돌려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용접외교’에서도 ‘시아게’(‘마무리’를 뜻하는 일본어)가 중요하다면 비핵화 협상 중 불씨가 한·미동맹의 부비트랩인 주한미군 감축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로 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관건은 현 상황에 대한 오인식을 서로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법을 요약하면 ‘이전 행정부에선 하지 못했던 일들이 내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해결되고 있다’는 식이다. 북한 문제로 가면 목소리에 힘이 더 들어간다. 자신은 아직 북한에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억류한 미국인들을 돌려보냈고, 15개월 동안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했으며,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고 강조한다. 만약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한반도에는 진즉 전쟁이 났을 것이라고 한다.

 

한반도 정세는, 또 북·미 관계는 지난 1년간 대결에서 대화로의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을 전적으로 반박하기는 어렵다. ‘최대의 대북 압박’ 정책이 통했기 때문인지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야의 우려에도 북한과의 대화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분명하다. 그는 이를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라고 했다.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 “김 위원장의 지도력으로 북한은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하고,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사고방식을 믿는다”고 한다.

 

외교가에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는 말이 있다. 어느 두 나라가 정상회담을 기획할 때 외교 라인들이 사전에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 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내놓을 게 있을 때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다르다. 이번 역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처럼 양 정상의 결정으로 회담 일정이 공개되고, 후속 실무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안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회담을 앞두고선 말도 줄이고 있다. 트럼프답지 않게 신중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승리주의,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그는 국정연설에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66년간 ‘제한 전쟁’ 상태인 한반도의 근원적 구조가 한두 번의 협상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 한반도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에 합의한 것은 출발이다. 함께 가야 할 공동의 목적지를 설정한 것이다. 이번에는 이를 위한 각각의 ‘행동 대 행동’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북한은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있는지, 미국은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할 의향이 있는지가 하노이에서 드러날 것이다. 서로에게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노력’이 어떤 결말을 그릴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그 역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비핵화가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궁극적으로 미국민의 안전이 목표다”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기를 원한다” 등의 언급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회담이 ‘스몰 딜’, 즉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축을 대가로 미국이 최소한의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든다. 애당초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김 위원장을 만나봐야 시간 낭비라는 게 요지다. 트럼프 대통령도 눈에 확 띄는 합의가 없을 줄 알고 있으니 국정연설에서 북한 관련 메시지를 짧게 하고, ‘북한 비핵화’란 표현을 쓰지 않았으며, ‘역사적 노력’을 운운한 것 아니냐는 나름의 추론을 내놓는다. 한반도 운명이 기로에 선 지금, 중요한 것은 협상이 중단 없이 꼬리를 물고 지속되는 것이다. 도출한 합의를 서로 이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그다음의 합의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연쇄적 움직임이 불신을 신뢰로 바꿀 수 있고 빅딜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이 선언의 해였다면, 2019년은 실천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최종 목적지는 북한의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를 모두 없애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다. 소소한 딜로 기약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마냥 늘어져서는 곤란하다. 속도가 필요하다. 미국 내 사정도 느긋하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4년의 반환점을 돌았는데 러시아 스캔들 특검, 민주당의 하원 장악 등으로 국내정치 상황이 곤궁한 처지다. 하노이에서 양측이 잠재울 스몰 딜보다 큰 합의를 공개해야 북·미 협상 회의론을 희석시키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늘려 협상의 동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이번에는 ‘악순환’ ‘실패의 역사’로 덧칠된 사반세기 북핵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안홍욱 국제부장>

Posted by KHross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한 지 10일로 꼭 3년이 됐다. 2016년 이날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은 다음날 공단 폐쇄와 남측 자산 동결, 남측 인원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입주 기업인들이 공장건물을 뒤로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귀환하던 처연한 광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개성공단은 12년간 남북 경제협력의 성공 모델이자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의 결실이었다. 남과 북은 물론 국제사회도 남북 상생을 위한 모범적 사업으로 평가해왔다. 그런 개성공단의 폐쇄가 남북관계에 미친 충격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가 탄핵된 뒤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고, 남북관계가 복원되면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열리는 변화가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도 사상 처음으로 열리면서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기업인들이 시설 점검을 목적으로 방북하겠다고 정부에 7차례나 신청했지만 번번이 불허됐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대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을 위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8일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벌였다. 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갈 비핵화 이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집중 조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방북 뒤 서울로 귀환한 비건 대표는 이번 방북 협의가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대표와 추가로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미국의 상응조치 목록에 포함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조치로 시작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매듭이 추가돼 풀기가 간단치 않은 점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만큼이나 한국 정부와 기업인들도 희망하고 있음을 미국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북한도 미국이 개성공단을 제재대상에서 풀어줄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그 명분이다. 개성공단의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Posted by KHross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수혁 의원은 7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금년도분만 결정하기로 했고, 국방비 인상률 8.2%를 반영해 1조500억원 미만으로 합의돼 가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르면 이번 주말에 협상안에 가서명한다고 밝혔다. 결국 협상은 미국 측이 주장한 ‘협정 유효기간 1년안’을 한국이 수용하는 대신 금액은 처음 요구한 것보다 다소 후퇴한 선에서 타결된 셈이다.

 

이번 방위비 협상이 전례없이 난항을 겪은 이유는 미국에 있다. 미국은 분담금을 1.5~2배 높이라고 요구하더니 막판에 돌연 방침을 바꿨다. 최상부에서 내려온 지침이라며 협정의 적용기간을 1년으로 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당시 양국 대표단은 미국의 10년안과 한국의 3년안을 놓고 협의해 ‘5년안’으로 이미 의견을 모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 해를 넘겼다. 막판 한국 정부는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워 ‘유효기간 1년’안에 동의한 것 같다. 그러나 한국민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사실상 타결을 제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대하여 재협상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이번 협상은 처음부터 합리적인 주장을 기반으로 한 밀고 당기기가 아니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을 앞세워 밀어붙였다. 한국이 내는 분담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더라도 결코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은 0.068%로 일본 0.064%보다 높다. 주한미군 평택기지 신설비용의 90% 이상이 한국이 낸 분담금에서 나왔다. 미군은 해마다 한국이 내는 분담금을 다 쓰지도 못하는 데다 어디에 쓰는지도 불투명하다. 진정한 협상은 이런 불합리한 내용을 고치면서 액수를 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3월 시작해 꼬박 1년이 걸렸다. 이대로라면 4월 국회에서 비준을 받자마자 다시 내년도 협상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 1년 조건을 고집하는 것을 두고 국내에서는 한반도 상황에 따라, 또는 무기 구입 등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분담금을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유효기간 1년’ 조항을 그대로 두는 한 협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에 이롭지 않은 분담금 협상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Posted by KHros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2차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서울에 와 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날 미군기를 이용, 평양으로 직행해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정상회담 합의문 조율 등 실무협상에 나섰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차를 타고 나오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평양에서 협상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작은 사진)와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가졌다. 연합뉴스

 

북·미가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신경전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양측 간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앞서 비건 대표는 최근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공개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인정했다. 또 미측은 완강한 ‘선비핵화’에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동시적·병행적’ 이행으로 태도 변화를 보였다. 이견을 보여온 비핵화 방안에 대해 양측이 접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이 취할 조치이다.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이외에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의 재개가 포함되느냐는 것이다. 당초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로 출발한 만큼 개성공단을 국제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명분은 충분하다. 미국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허용으로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다자협의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화체제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안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난다. 북·미, 미·중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의 물꼬를 트고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미·중 정상이 종전을 선언한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에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6일 비건 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오산 미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및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 합의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회담의 목표는 그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북·미 정상이 2차 회담의 일정을 1박2일간으로 잡은 것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다. 두 정상은 역지사지의 태도와 담대한 결단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의 빅딜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한국 정부도 회담의 촉진자 역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Posted by KHross

최근 한·일 갈등이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일 화해치유재단의 해산과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 판결과 같은 역사문제에다가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우리 군함에 대한 위협 비행과 같은 안보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한·일 갈등은 양국의 국민감정까지 개재되어 있는 터라 어느 한쪽의 양보나 승리로 끝나기는 어렵다.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갈등이 아베 총리가 자신이 추진하는 개헌을 위해 국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러한 해석은 지난해 9월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총리가 2020년까지 개헌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설득력을 얻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의석을 지켜내 올해 내로 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한 뒤, 도쿄 하계올림픽의 열기가 고조됐을 때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를 얻어 통과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해석에 동의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베 집권 이전인 민주당 노다 정권 때부터 한·일 갈등이 시작됐고, 근년에 들어와 일본 내에서 이른바 ‘리버럴’(친한파 지식인 그룹)이라고 불리는 일본 인사들도 반한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조용한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최근 수년간의 한·일 갈등은 초기에 관리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되면서 장기화되는 추세이다. 특히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경제문제와 결부시켜 왔고, 최근 들어서는 안보문제로까지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1월7일 (출처:경향신문DB)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한 대표적인 예가 한·일 통화스와프 계약이다. 2011년 700억달러까지 늘었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노다 정권은 만기 도달한 570억달러의 연장을 거부했고, 아베 정권은 2015년 2월 잔여금액도 만기가 도래하자 종료시켰다. 우리 측이 통화스와프 재개를 요청해 협상이 시작됐으나 2017년 1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자 이를 빌미로 중단시켰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 판결이 나오자 11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 세척용 불산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고, 최근 자민당 내에서 한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수년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강경 입장을 펴는 배경은 무엇인가? 일본의 대한 강경론의 근저에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유일한 아시아국으로 활동하던 G7이 2008년부터 G20 정상회의로 확대되고 여기에 한국, 중국 등이 참가하면서 아시아 대표의 자리를 잃었다. 또한 일본은 2010년에 제2 경제대국의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고, 2018년 한국은 5000만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하게 되었다. 일본 국력이 중국에 역전된 데 이어 한국에도 바짝 추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아베 정권은 과거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연결시키면서 전후외교를 총결산하고 대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일본의 군사 도발 양상들을 보면, 모두 일본이 주장해 온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발생했다. 해상자위대가 스스로를 ‘일본해군(Japan Navy)’이라고 부른 것도 문제지만,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일본 주장의 EEZ와 인접한 동해와 이어도 근해에서 한국 함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위협비행을 감행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해상자위대의 우리 군함에 대한 근접 위협비행은 광활한 EEZ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중장기 전략 속에서 나온 행동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 정부는 역사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투트랙 대일외교 원칙을 천명해 왔다. 하지만 일본은 두 문제를 연계시키고 있어 현 아베 정권하에서는 우리 정부의 투트랙 외교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올해 한·일관계 전망도 밝지 않다. 아베 정권의 개헌 야심에 더해, 올해는 3·1절과 임시정부 출범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고 일본에서는 5월1일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생존한 일왕이 퇴임하고 새로운 일왕이 등극하게 된다. 자칫 한·일 양국의 민족주의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정부는 과감하게 지금까지 견지해 온 대일 투트랙 외교를 재검토하고 변화된 정세에 맞게 한·일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새로운 대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일본은 중장기 전략하에서 외교적 수단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적 수단을 동원해 우리를 압박해 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한·일관계를 단지 외교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경제와 안보 등 다측면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범정부적인 대일외교 종합대책 TF를 만들어 중장기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제 한·일관계의 새판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성렬 | 전 국가안보전략연 수석연구위원>

Posted by KHross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반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레이더-초계기 저공비행 갈등’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구상은 평가한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한국을 일부러 무시한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기국회 첫날인 28일 중의원에서 올해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 _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지난해 한국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표현을 생략한 채 짧게만 언급해 홀대했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연대한다”고만 언급했다. 중동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까지 언급해 놓고 정작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조차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의도적으로 한국을 무시함으로써 일본 내 보수층의 반한 감정을 건드리겠다는 심산이 보인다.

 

한·일관계가 좋을 때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양국 관계는 군사교류를 올스톱하는 최악의 국면으로 가고 있다. 해군은 다음달로 예정했던 1함대사령관의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 방문 계획을 취소했고, 이에 맞서 일본 방위성도 오는 4월 해상자위대 함정의 부산항 입항을 취소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오는 8월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에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때 일본 총리가 한 해의 시정 방향을 밝히는 연설에서 양국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는 북한과의 수교도 어렵다.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는 북·일 수교를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지금처럼 일일이 맞대응하는 방식으로는 갈등 해소가 어렵다. 양국 모두 차분하고 절제된 행동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28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것은 적절했다. 해군 제독으로 미군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스 대사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은 미국에 중재를 맡기고 추가적인 대응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 갈등이 정치권으로 더 이상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국 정치권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한다.

Posted by KHross

전주의 시민운동단체 ‘한몸평화’와 함께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기행의 막바지에 이에지마(伊江島)를 찾았다. 오키나와 북부의 모토부(本部)항에서 뱃길로 30분, 10㎞도 안되는 거리다. 둘레 18㎞, 인구 4500명의 땅콩깍지 모양의 조그만 섬에는 2차대전 당시 동양 최대의 군용비행장이 있었으며 섬의 최고봉, 172m의 성산을 둘러싼 공방에서 일본 군민 3500명이 죽고, 1120명의 미군 사상자가 나오는 격전이 벌어졌다. 섬을 점령한 미군은 비행장을 확장하여 훈련장으로 사용했다가 6·25전쟁이 터지자, 북한을 겨냥한 모의핵폭탄 투하훈련장으로 이용했다.

 

섬의 절반(지금은 20%)이 군용지로 강제 수용되어 주민들은 2년 동안 수용소 생활을 하다 집도 땅도 빼앗기고 내동댕이쳐졌다. 농민들은 1954년부터 토지의 반환과 보상, 미군의 폭력 반대를 외치고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섰다. 그때부터 수백명의 남녀노소는 섬을 나가서 오키나와의 마을마다 걸식하면서 미군의 포악과 농민들의 곤경을 호소하는 ‘거지행진’을 벌였다. 같은 처지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전 오키나와를 뒤흔드는 ‘시마구루미’(온 섬, All Okinawa) 투쟁으로 발전하니, 1958년 미군은 토지사용료의 대폭 인상을 약속하게 되었다.

 

지난해 10월1일 열린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다마키 데니 전 중의원 의원이 당선된 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마구루미’ 투쟁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2014년 당시, 자민당 소속 나하시장이던 오나가 다카시(翁長 雄志)가 당의 정책을 거슬러 헤노코(野古) 기지 건설 반대를 표명하여 출당되면서도, 범야권 후보로 현(縣)지사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오나가는 “이데올로기보다 아이덴티티”라는 구호로 초당파적 선거태세를 만들어 ‘All Okinawa’라고 불렀다. 일본에 의한 오랜 오키나와 지배와 차별, 그리고 일본 면적의 0.6%에 지나지 않는 오키나와에 주일미군기지의 70%가 몰려있는 부조리를 권력과 돈으로 밀어붙이려는 아베 정권의 오만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러 그들을 각성시켰다. 그래서 오나가 지사는 아베의 헤노코 기지 건설 강행에 완강하게 맞서다가, 작년 8월에 갑자기 암으로 죽었는데, 9월에 다마키 데니(Deny 玉城)라는 이색적 인물이 현 지사로 뽑혔다.

 

그는 미 해병과 이에지마 출신의 아메라시안(미국인과의 혼혈아) 여성 사이에 태어났다. 다마키는 미국으로 가버린 아버지의 이름도 주소도 모른다. 그는 고교를 졸업하고, 라디오의 MC,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경묘한 우치나구치(오키나와 말)로 노인들의 인기를 모았다. 2009년에 민주당 후보로 중의원에 출마하여 내리 4선을 했는데, 소수정당 소속의 그가 국회의원이나 현 지사가 된 것은 다분히 운이 작용했지만, 미군병사를 생물학적 아버지로 둔 가난한 미혼모의 아이가 지사가 된 것은 미군이 버리고 간 아메라시안 아이들이나, 미군기지에 성적 착취를 당하며 사는 여성들이 신기하지 않은, 오키나와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지사선거에서 다마키는 39만6632표를 얻어 자민당 후보에 비해 8만표가 많은, 역대 최대 표차로 승리했다. 선거 출정식을 벽지인 어머니의 고향 이에지마에서 연 것은 정체성에 대한 그의 집착을 시사해준다. 그의 승리요인에는 요즘 보수화되어 가는 젊은이들의 높은 지지율도 있다고 한다. 노래 부르고 춤추고 쉽게 말하는 다마키는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호감과 지지를 받았다. 오만불손한 아베에게 감연히 맞서는 그 모습은 포스트모던적인 동아시아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오키나와가 아베의 과거회귀 구상에 걸림돌로 버티고 있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의 요석(Key Stone)으로 미국의 냉전 최전선의 구실을 해왔다. 한국도 그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지배체제의 구도 속에 위치해 왔다. 바로 그 ‘요석’이 다마키라는 표상을 얻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아베의 뒤통수를 치려 하고 있으며,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지배에 심각한 균열을 내고 있다. 오키나와는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

 

Posted by KHross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이 또다시 유보됐다. 이번이 벌써 7번째다. 통일부는 지난 25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공문을 보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통지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간 협의, 국제사회의 이해 과정뿐 아니라 북한과도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며 “여건들이 다 충족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기업인들은 시설 점검을 위해 1사1인씩 모두 179명이 하루 일정으로 방북하겠다는 신청서를 지난 9일 제출한 바 있다.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 등 채널을 통해 미국과 기업인 방북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공유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공감대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정부 당국자는 답변을 피했지만 미국이 북·미 협상을 앞두고 기업인들의 방북을 탐탁지 않게 여겼을 개연성은 있다. 개성공단 문제는 북·미 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이고, 이르면 오는 2월 말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재가동 문제가 협상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개성공단기업비대위 주최로 열린 개성공장 점검 위한 방북승인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철훈 기자

 

하지만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은 어떤 전략물자 반입도 동반하지 않는 ‘맨손 방북’이다. 이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이 북·미 협상 진전과 연동돼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방북 목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면 사실상 방북 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미국에 한국 정부도 소극적인 태도로 동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미국의 경직된 태도는 최근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 문제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한·미는 지난해 말 워킹그룹 회의에서 타미플루 대북 제공에 합의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약품 전달을 준비해왔으나, 미국이 약품 수송차량이 대북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약품 전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이 돈다.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타미플루 제공은 겨울철이 지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해 대북 제재를 견고하게 구축해왔다. 남북교류도 제재의 틀을 준수하면서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이나 제재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남북교류에 대해서조차 강경 대응하는 것이 무슨 실익이 있는지 미국에 묻고 싶다. 한·미 양국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조속히 허용하길 바란다.

Posted by KHross

일본의 초계기 도발이 상궤를 넘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처음부터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의 수준도 낮추었다. 그간 우리군과 일본 자위대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 현안에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 유엔사 후방기지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많이 고려한 듯 하다. 그러나 그 이후의 계속된 도발로 우리 정부와 군의 침착한 대응은 의미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첫번째 사건을 우발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 세 번의 도발은 명백하게 의도적이다.

 

문제는 일본의 의도적인 도발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의 의도적인 도발을 한 것은 그 뒤에 벌어질 수 있는 군사적인 충돌까지 고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군은 일본의 계속되는 도발이 군사적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우리 군이 사격통제 레이다를 가동했다면 일본은 이를 빌미로 우리 해군함정을 공격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후 세 번의 도발에 우리 함정을 무방비로 노출시킨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지난 26일 해군 초계기 조종사용 가죽점퍼를 입고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착 중인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에 강력한 대응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 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었다. 이번 도발이 징용배상이나 위안부 문제 등과 같이 최근의 불편한 한일 관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던, 아베 정권이 국내 정치적 지지를 올리기 위한 것이던 간에 모두 정치적 문제이지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일본 자위대가 우리 해군의 사격통제 레이다 주파수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을 듯 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확보한 주파수를 공개한다면 누가 이것을 믿을 것인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일본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군사적인 방법을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일본이 군사 실무급 문제 해결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알려진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는, 즉각 외교 당국이 개입하여 한일 간의 대화는 물론이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 사건의 본질을 밝히고 이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켰어야 했다. 지금처럼 일본 방위성 장관이 초계기 부대를 방문해서 격려하고, 우리 국방장관이 해군 작전사령부를 방문하여 강력 대응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다. 정말 강력 대응해서 일전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각오가 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만일 교전이 벌어져서 우리 장병들의 인명 손실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이 군사적인 충돌로 나가야 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일본의 초계기 도발로 인해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한국군의 평시작전권 행사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제까지 한미동맹은 북한의 남침이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군의 평시 작전권도 유엔사령부의 정전시 교전규칙에 따르게 되어 있었다. 이제까지 미측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국군이 유엔사의 정전시 교전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만일 한일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면 우리 군은 유엔사의 정전시 교전규칙에 얽매일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그럴 경우 한국 공군과 해군은 독자적 교전규칙을 수립해서 적용해야 한다. 당연히 평시작전권의 행사를 위한 사령부의 역할과 성격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공세적 행동까지 계속되는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든 한미동맹의 성격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 한미동맹의 성격과 역할에 관한 문제이다.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 비록 한국과 일본이 직접적인 동맹을 맺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의 동맹구조 때문에 한·미·일은 잠정적인 군사동맹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만일 일본이 군사적 도발을 계속한다면 그동안 유지되어 오던 동북아 지역의 한미일 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과 일본 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었다. 한·일 간의 갈등이 역사문제일 경우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정책이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일 간 군사적인 충돌의 가능성에 관한 문제라면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한·일 간의 관계에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일본은 너무 나가버렸다. 국내적이든 국제적이든 잘못한 것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일본이 이번 사건으로 우리가 처한 안보현실을 분명하게 깨우쳐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설 예비역 준장·전 육군군사연구소장>

Posted by KHross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핵개발 논의를 촉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오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북핵 의원모임이 지난 23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핵개발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촉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타전되면 미국과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면서 “외교적 부담이 되는 것을 알지만 야당발로 시작됐다는 점만으로 전략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뜬금없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에 뜻을 모으고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차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제1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인사가 핵개발을 주장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더구나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 아닌가.  


한국의 핵개발은 명분도, 현실성도, 실익도 없다. 당장 북한 비핵화를 주장할 명분이 사라질 뿐 아니라 우리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이 제재를 받게 되면 경제가 쓰나미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주도하는 ‘핵확산 방지’를 한국이 거스르게 된다면 한국당이 그토록 중시하는 한·미동맹도 파탄을 맞을 수 있다.


오 전 시장은 “외교안보에 전략적 도움이 되는 선택지”라고 했지만,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 비춰 본다면 너무도 순진한 주장일 뿐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핵개발’ 주장을 하루속히 거둬들이는 것이 온당한 처사다.

Posted by KHross

미국 대통령 레이건과 트럼프는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역대 1, 2위 고령 대통령이다. 또 워싱턴 정치와는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 출신이다. 특히 트럼프는 선출직 경험이 없는 첫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돼서도 옛 직업의 엔터테인먼트 능력을 활용한다는 점도 같다. 하나 더 든다면 두 사람 모두 핵전쟁 두려움에 사로잡혀왔다는 점일 게다. 레이건이 옛 소련과의 핵전쟁 공포에 시달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나온 게 ‘스타워스’로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이다. ‘우주에 탐지와 요격을 위한 센서와 무기를 배치해 적의 미사일을 발사 후 상승단계에서 파괴한다’는 계획은 매혹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기술적으로 실현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레이건의 구상은 옛 소련의 붕괴로 중단됐다. 하지만 그의 후임자들은 스타워스 유혹에서 못 벗어났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시작해 8년 주기로 발표되는 핵태세점검보고서(NPR)는 그 방증이다. 이들은 우주 요격체는 삭제했지만 선제타격이나 적 공격에 대한 핵무기 보복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레이건을 닮고 싶어 한 트럼프도 예외가 아니다. 취임 두 돌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그는 ‘우주의 전장화’를 선언했다. 새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를 발표하면서 트럼프는 “우리는 우주가 우주군이 이끄는 새로운 전투영역임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1983년 스타워스를 떠올린다”고 했다. MDR은 트럼프의 스타워스 부활 선언인 셈이다. 젊은 시절부터 핵 공포에 사로잡혀온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핵 집착증을 보여왔다. 미국에서만 아니면 핵전쟁이 나도 괜찮다고까지 했다. 우주의 전장화 선언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우주군 창설 계획을 밝혔다. 실현되면 육·해·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미군이 된다. 우주군 창설과 우주의 전장화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선언한 1967년 우주선언(OST)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의 스타워스 부활 선언은 뜬금없어 보이지만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몇 가지가 달라졌다. 첫 번째가 지난해 10월 중거리핵전력(INF)협정 파기 발언이다. 1987년 미·소 정상은 우여곡절 끝에 INF 협정을 체결했다.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의 전면 금지와 기존 무기 폐기가 핵심으로,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종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는 파기 이유로 러시아의 합의 위반과 중국의 위협을 들었지만 신냉전 우려를 낳았다. 두 번째는 최근 시리아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감축, 세계 경찰 노릇 중단 선언 등 일련의 전쟁 중단 움직임이다. 이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비판했던 역대 행정부의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반개입주의를 실천에 옮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집권 3년차 진입을 앞두고 벌어진 이 같은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트럼프 집권 상반기를 상징하는 ‘어른들의 축’의 퇴진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좌관은 존 볼턴으로, 존 켈리 비서실장은 믹 멀베이니 대행으로 바뀌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도 2월 말이면 물러난다. 나이 든 어린아이에 비유되던 트럼프와 달리 이들은 끝없는 전쟁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트럼프에게 군대 증강과 국방예산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의 퇴진은 트럼프의 홀로서기를 의미할 수 있다.


스타워스의 부활은 지난 2년간 ‘후견’ 기간을 보낸 트럼프의 고민의 결과가 아닐까. 그는 ‘전쟁은 평화’라는 조지 오웰식 현실 인식 아래 중국과 러시아를 굴복시키고 싶어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군비경쟁을 부추겨 세계를 핵전쟁 위험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트럼프는 스타워스 구상을 발표하며 “향후 예산은 우주에 기반한 미사일방어 기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는 2019년 미사일방어(MD) 예산으로 103억달러를 승인했다. 트럼프의 스타워스 실행 시 그 예산은 급등할 게 뻔하다. 트럼프 집권 이후 국방예산은 그 이전보다 이미 1330억달러 (23%)나 늘었다. MD는 국방부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사기극이라는 말이 있다. 스타워스가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트럼프의 일련의 전쟁 중단 움직임은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일 수 있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리는 날 새벽이면 ‘운명의날 시계’가 조정된다. 지금은 핵전쟁에 의한 지구종말을 의미하는 자정 2분 전에 멈춰 있다. 트럼프가 쏘아올린 스타워스가 운명의날 시곗바늘을 자정 쪽으로 더 다가가게 할까 우려된다.


<조찬제 국제·기획 에디터>

Posted by KHross

일본 해상자위대의 P-3 초계기가 23일 오후 2시쯤 남해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작전 중인 한국 구축함에 접근해 위협비행했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일 초계기는 해군함정을 명확하게 식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약 540m, 고도 약 60~70m로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면서 “이를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또다시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본이 지난달 20일 동해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쐈다고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또다시 저공비행 도발을 가해온 것이다. 


이어도 인근 해역은 한·일 양국 해군의 작전수역이 겹치는 곳이다. 비록 양국의 영해 밖이라 하더라도 함정에 지나치게 근접비행하는 것은 위협이다. 일본은 이날 광개토대왕함에 150m까지 근접한 것보다 더 낮은 60~70m 고도까지 초근접비행을 했다. 초계기는 20여차례의 경고 통신도 무시한 채 공격모의 비행까지 했다. 더구나 이런 저고도 위협비행은 지난해 12월 이후 4번째다. 저공비행이 의도적인 행위임을 뒷받침한다. 합참이 이날 “일본 정부에 재발방지를 요청하였음에도 또다시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 함정에 대한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평가한 것은 온당하다. 일본은 지난 21일 레이더 논란에 대한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한·미·일 3국 간 군사협조는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 놓고 이틀 뒤 저공비행으로 도발한 것은 이율배반이다. 이날은 한·일 외교장관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어디까지 가자는 심산인지 일본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강제징용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 후 일본이 대응기조를 바꾼 듯하다. 하지만 징용자 배상 판결은 과거 한일협정이 개인의 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법원의 독립적인 판단이다. 삼권분립이 엄연한 민주국가의 정부라면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이를 이성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일방적으로 뒤집은 것인 양 주장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할 뿐이다. 일본은 추가 도발을 멈추고 레이더 발사 사실 확인에 진지하게 응해야 한다. 일본의 자중을 요구한다. 군은 일본의 도발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

일본이 21일 돌연 ‘초계기 위협비행-레이더 조준 갈등’에서 ‘휴전’을 선포했다. 일방적으로 협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사태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자신의 주장에 허점이 보이자 교묘한 언설로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며 봉합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 측은 협의 중단에 대해 “한국 측이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할 자세를 보이지 않아 협의를 계속해도 진실규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한국 군함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준은 객관적 사실인가. 아니다. 객관적 사실은 충분한 증거가 뒷받침되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받아야 성립된다. 일본은 사태 현장을 담은 동영상과 초계기의 전자파 접촉음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둘 다 사실 입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영상에는 “한국 군함에서 추적 레이더가 나오고 있다”는 초계기 승무원 발언과 “우리를 향하는 한국의 추적 레이더를 감지했다”는 초계기 기장의 발언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객관적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 일본 측이 추가 증거로 제시한 초계기의 전자파 접촉음 역시 탐지일지, 방위각, 전자파 특성 등이 첨부돼 있지 않다. 그러니 “실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음일 뿐”(국방부 평가)일 수밖에 없다. 일본이 객관적 사실이 아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문제 삼는 것은 억지다. 


국방부가 4일 한일 '레이더 갈등'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 모습(노란 원)으로 해경 촬영 영상이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일본 초계기의 한국 군함에 대한 위협비행은 어떤가. 일본 측 동영상을 보면 초계기는 한국 군함의 옆구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공격적 기동으로, 명백한 도발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거 쿠바 해상봉쇄 때 미군기가 러시아 선박의 측면으로 파고들며 위협하는 사진을 연상시킨다. 공격의사가 없다면 선박과 나란히 비행하면 된다. 초계기가 군함으로부터 500m 거리에서 150m 고도로 근접비행한 것부터 결코 정상적인 초계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 일본은 위협비행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선 구조활동 중인 군함에 왜 그렇게 가까이, 그리고 측면에서 접근하는 비행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 


사실 당시 초계기의 활동 전체가 의문스럽다. 일본 측 동영상을 보면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하면서 육안으로 군함의 어선 구조 상황을 파악한 승무원이 특이사항이 없다고 복창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초계기의 임무는 끝난 것이니 귀환하면 될 터인데, 선회한 뒤 다시 군함 쪽으로 다가와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촌각을 다투는 어선 구조작업 중인 군함을 자극해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북한 어선 구조활동을 도왔다면 한국과 갈등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좋은 신호가 되었을 것이라 본다. 당장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북한의 신뢰 기억의 창고에 저장될 것만은 분명한 일이었다. 물론 다 지나간 이야기다. 


애초 이번 사태는 양국이 실무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그에 따라 뒤처리를 하면 그만일 사안이었다.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서 문제를 키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사실관계 확인은 소홀히 한 채 국내외를 상대로 여론전만 벌였다.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해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한국은 양국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하자고 요구했지만 일본은 응하지 않았다. 문제 해결보다 갈등 조장을 목적으로 한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감소하자 새로운 군사적 위협을 제기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군사력 증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건에 투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한국인들이 이번 사태에서 운요호 사건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875년 일본 군함 운요호는 측량 명목으로 조선 해안에 침투해 조선군의 공격을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불평등한 강화도조약을 맺었다. 현대의 민주국가 일본은 제국주의 일본과 전혀 다르지만 트집과 억지로 주변국을 흔드는 행태는 놀랍게도 닮아 있다. 일본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의 저자 이어령은 일본에는 고백은 있으되 참회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고백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은 이번에 신뢰 자산을 크게 잃었다. 향후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일본이 순리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보수 우경화와는 별개의 문제다. 경제대국 일본의 위상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조호연 논설주간>

Posted by KHross

일본이 21일 돌연 ‘초계기 위협비행-레이더 조준 갈등’에서 ‘휴전’을 선포했다. 일방적으로 협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사태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자신의 주장에 허점이 보이자 교묘한 언설로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며 봉합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 측은 협의 중단에 대해 “한국 측이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할 자세를 보이지 않아 협의를 계속해도 진실규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한국 군함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준은 객관적 사실인가. 아니다. 객관적 사실은 충분한 증거가 뒷받침되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받아야 성립된다. 일본은 사태 현장을 담은 동영상과 초계기의 전자파 접촉음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둘 다 사실 입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영상에는 “한국 군함에서 추적 레이더가 나오고 있다”는 초계기 승무원 발언과 “우리를 향하는 한국의 추적 레이더를 감지했다”는 초계기 기장의 발언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객관적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 일본 측이 추가 증거로 제시한 초계기의 전자파 접촉음 역시 탐지일지, 방위각, 전자파 특성 등이 첨부돼 있지 않다. 그러니 “실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음일 뿐”(국방부 평가)일 수밖에 없다. 일본이 객관적 사실이 아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문제 삼는 것은 억지다. 


그렇다면 일본 초계기의 한국 군함에 대한 위협비행은 어떤가. 일본 측 동영상을 보면 초계기는 한국 군함의 옆구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공격적 기동으로, 명백한 도발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거 쿠바 해상봉쇄 때 미군기가 러시아 선박의 측면으로 파고들며 위협하는 사진을 연상시킨다. 공격의사가 없다면 선박과 나란히 비행하면 된다. 초계기가 군함으로부터 500m 거리에서 150m 고도로 근접비행한 것부터 결코 정상적인 초계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 일본은 위협비행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선 구조활동 중인 군함에 왜 그렇게 가까이, 그리고 측면에서 접근하는 비행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 


사실 당시 초계기의 활동 전체가 의문스럽다. 일본 측 동영상을 보면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하면서 육안으로 군함의 어선 구조 상황을 파악한 승무원이 특이사항이 없다고 복창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초계기의 임무는 끝난 것이니 귀환하면 될 터인데, 선회한 뒤 다시 군함 쪽으로 다가와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촌각을 다투는 어선 구조작업 중인 군함을 자극해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북한 어선 구조활동을 도왔다면 한국과 갈등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좋은 신호가 되었을 것이라 본다. 당장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북한의 신뢰 기억의 창고에 저장될 것만은 분명한 일이었다. 물론 다 지나간 이야기다. 


애초 이번 사태는 양국이 실무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그에 따라 뒤처리를 하면 그만일 사안이었다.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서 문제를 키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사실관계 확인은 소홀히 한 채 국내외를 상대로 여론전만 벌였다.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해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한국은 양국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하자고 요구했지만 일본은 응하지 않았다. 문제 해결보다 갈등 조장을 목적으로 한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감소하자 새로운 군사적 위협을 제기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군사력 증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건에 투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한국인들이 이번 사태에서 운요호 사건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875년 일본 군함 운요호는 측량 명목으로 조선 해안에 침투해 조선군의 공격을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불평등한 강화도조약을 맺었다. 현대의 민주국가 일본은 제국주의 일본과 전혀 다르지만 트집과 억지로 주변국을 흔드는 행태는 놀랍게도 닮아 있다. 일본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lt;축소지향의 일본인&gt;의 저자 이어령은 일본에는 고백은 있으되 참회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고백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은 이번에 신뢰 자산을 크게 잃었다. 향후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일본이 순리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보수 우경화와는 별개의 문제다. 경제대국 일본의 위상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조호연 논설주간>

Posted by KHross

모두가 궁금하게 여겼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을 확인하려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먼저 눈에 들어온 독일 매체들의 기사 제목은 하나같이 북한이 다시 미국을 협박한다는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그래서 곧 미국에서 나온 기사와 논평을 찾아보니 이와는 조금 달랐고, 일부 언론은 신년사에 나온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반도와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사실의 보도 내용도 이같이 서로 다르다.


이런저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외국 언론매체는 역시 신년사에서 단 한 번 언급된 ‘새로운 길’의 내용에 주목하고 이를 해석하는 데 매달렸다. 새로운 길이 북·미 협상을 재촉하는 북한의 협박인지, 아니면 오히려 절박감의 호소인지를 둘러싸고 엇갈린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새로운 길을 현재 진행 중인 북·미 협상을 파기하고 비핵화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으로 확대 해석하며, 북한이 미국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30년 전에 발표한 나의 논문 ‘북한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다시 떠올렸다. 냉전시기에 북한을 보던 시각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화백


이 글이 발표된 이후에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독일 통일, 소련의 해체, 톈안먼 사태에 이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浮上) 등, 일련의 큰 세계사적인 변화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이어 김정은 체제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으로 이어진 담론 중 하나가 북한의 붕괴였다. 심지어는 점을 치듯이 붕괴의 정확한 시점까지 예견하는 논문도 있었다.


1994년 10월 미국이 제네바에서 북한에 2기의 경수로 건설에 합의한 것도 경수로의 완공 이전에 북한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시간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하기에 기다리면 북한이 스스로 항복의 길을 택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북한은 오히려 그사이에 키운 핵무력을 바탕으로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까지 왔다.


프로이트가 ‘반복강박장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비근한 예로 어떤 물건이 놓였던 장소에 그대로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계속 불안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놓았던 물건이 그대로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이에 대한 치료법의 하나는 환자로 하여금 정반대의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즉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흐트러진 상태를 받아들이는 사고와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불량국가’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당연히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미국은 오랫동안 생각하고 행동했다. 여기에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자신들의 예측과 다른 변화나 현상이 설사 나타나더라도 같은 생각과 행동을 늘 반복해왔다. 비교적 합리적인 논조를 지킨다는 뉴욕타임스 같은 매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마 전에 이 신문은 ‘숨겨진 북 미사일 기지’라는 과장된 보도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이렇게 반복되는 강박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전임자나 여론의 사고와 행동과는 정반대로 정상회담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러한 만남과 대화 그리고 협상이 갈등의 근본적인 해소로 곧 연결되지는 않지만 어떤 경우든 대화 없는 갈등보다는 대화 있는 갈등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상대방을 잘 알기 때문에 소통(疏通)이 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탈코트 파슨스(1902~1979)의 구조기능주의와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의 사회체계이론은 서로가 상대방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이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이중적 우연성(二重的 偶然性)’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바둑을 둘 때 서로가 상대방의 수를 대국 이전에 완전히 읽을 수 있다면 무슨 재미로 바둑을 두겠는가. 서로가 상대방의 수를 모르는 상황에서 대국은 시작되기 마련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간에 여전히 펼쳐지는 상대방에 대한 요구, ‘네가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들어준다면 나도 네가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는 팽팽한 기싸움도 실은 이런 이중적 우연성에 기인한다. 이는 서로가 상대방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다거나, 전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우선 배제한다. 이중적 우연성은 갈등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이를 축소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우리는 많은 경우 법체계에 의존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도 그러한 법적 장치의 하나다. 그러나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의 핵보유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는 물론, 최근 핵무기 보유 선언국 사이에 다시 불붙는 핵무기의 현대화 경쟁은 이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보편적인 정당성을 밖으로 내건 국제법적인 체계보다 이를 실질적으로 구축한 미국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길을 찾았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 그리고 북·미관계의 정상화에 대해 원론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2월 말에 열리게 될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상호연동(聯動)에 관한 구체적 내용과 일정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여러 경로를 통해 북·미 간에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을 검토하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내용의 윤곽도 드러난다. 북·미 간에 걸린 이중적 우연성이 안았던 위험부담도 그간 상당히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회담 장소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비핵화가 될 때까지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토대로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변화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판단한다면 무엇 때문에 다시 정상회담을 여는 데 북·미가 합의했겠는가.


‘꼬마 로켓맨’(2017·9·24)으로부터 시작해,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위험은 없다’(2018·6·13)를 거쳐 ‘다음번 정상회담을 갈망한다’(2018·12·24)는 트럼프의 트위터 내용의 변화를 보면 북핵을 매개로 시작된 북·미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오히려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도 많다. 반북(反北)강박장애를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이들은 북한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아예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를 움직인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바로 귀였다’라고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는 증언한다. 남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경지를 의미하는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는 공자의 가르침도 실은 같은 내용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대화는 시작된다.


<송두율 | 전 독일 뮌스터대학교 사회학 교수>

Posted by KHross

일본 방위성이 21일 ‘한국 레이더 조사(照射) 사안에 관한 최종견해에 대해’라는 성명을 홈페이지에 발표하고 “진실 규명에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협의 계속은 이미 곤란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군이 레이더를 쏘았다는 ‘새로운 증거’라며 ‘화기관제용 레이더 탐지음’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이라는 이름의 음성파일 2개도 함께 공개했다. 일본이 레이더 논란을 일으킨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 일방적으로 공세를 취한 뒤 협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일 양국이 사실에 기초해 냉정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이 문제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를 보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처음부터 공세를 취했다. 방위성은 연 사흘 동안 “명확한 적대행위로, 사죄하라”고 하더니 마지막에는 외무성이 나서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일본이 레이더의 종류를 착각했거나 사안을 과장한 정황이 강해졌다. ‘명백한 적대행위’로 규정하면서 초계기가 계속 저공비행하는 장면에 일본 내부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 측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한·일 장성급 협의에 레이더 전문가도 참여시키지 않았다. 문제를 풀겠다는 진실한 자세가 아니다. 


국방부가 지난 4일 유튜브에 공개한 한·일 ‘레이더 갈등’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 위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서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원 안)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일본 초계기가 나타나기 직전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모습이다. 연합뉴스


일본이 새로 내놓은 탐지음이라고 하는 것은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에 기록된 음이다. 하지만 이 경고음만 공개하면 어떤 레이더 전파에 맞았는지 규명할 수 없다. 당시 현장에는 여러 종류의 레이더가 운용되고 있어서 시간과 방위까지 다 밝혀야 레이더를 특정할 수 있다. 또 이 탐지음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음파라고 한다. 황당하다. 결국 일본은 한 달 내내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하다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자 협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일본의 일방적 협의 중단으로 이 문제는 진상 규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런 일을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다. 일본이 진정 한·일관계를 유지·발전시키고 싶다면 일본이 주장한 대로 증거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초계기가 레이더 전파를 맞은 일시와 방위, 그리고 레이더의 주파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회피하는 것은 일본이 처음부터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기 위해 한국군의 정상적인 작전을 논란거리로 만들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일본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