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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48

위기의 중국 조선족 살리는 법 중국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望京)에는 한국 음식점이 밀집돼 있고 한국어로 된 간판도 즐비하다. 한·중관계의 냉각기를 거치며 숫자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민들이 이곳에 모여 산다. 왕징에는 한국 국적의 교민들 이외에 한인 커뮤니티를 떠받치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동포들이다. 그들은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슈퍼마켓, 식당 등을 운영하거나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교민들과 얽혀 산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거나 개인사업을 하며 이래저래 한·중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이들도 많다. 조선족들은 중국인이라는 국가적 정체성과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는 간혹 충돌도 발생한다. 요즘 조선족 기성세대는 대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 2022. 9. 7.
펠로시가 열어준 ‘기회의 창’ 지난 한 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채 비밀 작전처럼 이뤄졌다. 방문 계획이 알려진 후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 악화와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를 우려해 미국 정부도 만류했지만 그는 결국 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의 하원의장으로서는 25년 만에 처음 대만 땅을 밟았다.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겼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하거나 대만 착륙을 방해하기라도 할 것처럼 으름장을 놨지만 결국 그의 대만행을 막지 못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누리꾼들은 ‘능력이 없으면 힘을.. 2022. 8. 10.
‘탈중국론’과 대중 정책 중국 외교부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례브리핑 내용에는 당초 브리핑에서 나오지 않은 질의응답이 하나 추가됐다. 브리핑 이후 기자의 추가 질문이 있었다며 외교부가 공개한 내용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발언에 관한 것이었다. 공개된 질문 내용은 이렇다. “최 수석은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간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내에서 ‘탈중국론’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측은 어떤 논평이 있나?” 이날 추가 질문이 있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외교부가 하고 싶은 얘기를 질의응답 형식을 빌려 끼워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답변은 이랬다. “지난해 한·중 간 교역은 전년.. 2022. 7. 13.
홍콩의 6월, 절망과 희망 사이 2019년 6월9일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의 서막이었다. 시민들은 당시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던 송환법이 홍콩의 인권운동가나 민주 인사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6월12일 시위대는 송환법 심의 저지에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 등을 동원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홍콩 정부는 사흘 뒤 송환법 제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6월16일 시위대는 200만명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은 송환법 완전 철회와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는 격화됐다. 경찰이 실탄을 쏘고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전시를 방.. 2022. 6. 15.
불안과 공포에 짓눌린 일상 “16~18일 3차례 핵산(PCR) 검사를 계속 진행합니다.” 어김없이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매일같이 아파트 단지 임시 검사소에서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를 3일간 또 연장한다는 안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틀에 한 번 진행되던 검사 횟수는 어느 순간 하루 한 번으로 늘었다. 얼마전 중국인 친구가 요즘 베이징의 일상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짤막한 글을 보내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젠캉바오(健康寶·방역용 건강코드 애플리케이션)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샤오취(小區·주거구역)에 코로나19 검사 대기줄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한다(매일 전 주민이 검사를 받다 보니 한 시간씩 줄을 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검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나면 불안감이 몰려온다(검사 결과는 48시간 내에만 유효하다).” 현재 중.. 2022. 5. 18.
‘양날의 칼’이 된 제로 코로나 “거대한 노력으로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 방역 투쟁은 중국의 정신과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2020년 9월 중국은 방역 표창대회를 열고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한창 팬데믹에 시름하던 때였다. 시진핑 주석은 방역 유공자들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하며 “코로나19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성과는 중국 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보여줬다”고 자찬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는 나라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해 중국은 2.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 중국의 방역 정책은 이후에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지난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 2022. 4. 20.
미 대법관과 민주주의 위기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저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적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자체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적 제도와 관행들을 무시함으로써 현대 민주주의 종주국 미국의 체면을 무참히 구겼다. 신뢰 하락은 정부를 구성하는 입법·행정·사법부를 가리지 않는다. 갤럽이 지난해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입법부 신뢰도는 37%, 행정부는 44%, 사법부는 54%였다. 같은 기관이 집계한 1997~2021년 신뢰도의 평균은 입법부 47%, 행정부 52%, 사법부 68%였다. 클래런스 토머스 미 대법관과 부인 버지니아 토머스의 사례는 정부 신뢰 추락에 일조하고 있다. 워싱턴 연.. 2022. 4. 6.
중국도 최저 혼인율에 위기감 중국에서 지난해 혼인신고 건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민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763만6000건으로 집계됐다. 1986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중국에서는 2013년 한 해 혼인 건수가 1346만9000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매년 평균 84만건 이상 혼인 건수가 감소해 10년도 안 되는 사이 결혼 인구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2013년 9.88건에서 지난해 5.41건으로 감소했다.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중국으로서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문제다. 혼인 감소는 출생률 저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 수는 1062만명으로 1961년 이후 60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인구 1.. 2022. 3. 23.
올림픽이 한·중에 남긴 과제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잔치가 끝났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성공 개최를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사뭇 달랐다. 개회식 때부터 시작된 각종 논란으로 ‘지구촌 축제’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는 평가다. 개회식 한복 문제에서 시작해 쇼트트랙 편파 판정 시비로까지 이어진 이번 올림픽 논란은 국내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해 온 선수들이나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국민들로서는 심판의 편파 판정이나 오심을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쇼트트랙 경기에서의 석연치 않은 판정은 국민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만 개회식 한복 논란은 의외였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중국의.. 2022.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