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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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24

싱가포르 합의 계승이 능사는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 접근법에 정부와 여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이어질 것인지 여부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2019년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인정하도록 설득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한·미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은 2019년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 재확인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과 당내 한반도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은 발빠르게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가 트.. 2020. 11. 20.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의 입구’가 될 수 없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다시 꺼냈다. 3번째 시도다. 그만큼 종전선언에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모두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종전선언은 노무현 정부의 구상이었다. 2006년 11월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노무현·조지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시발점이다. 회담 후 송민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대북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외에 ‘평화체제 관련 상응조치’도 협의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 리스트에 한국전쟁 종료선언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종전선언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구상은 먼저 종전선언과 함께 협상.. 2020. 10. 16.
전략적 인내의 부활이 두려운가 미국 대선 판도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우세로 바뀌자 국내에서 ‘전략적 인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미국이 허송세월하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같은 인식은 트럼프가 승리해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개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오바마는 정말 북한에 관심이 없었을까. 재임 시절 그의 대북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2009년 1월 취임 직후 북한과 직접 접촉을 모색했다. 그러나 북한은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4월5일 오바마가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설파하던 날을 골라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리고 한 달 뒤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취임 첫 행보부터 북한에 모욕을 .. 2020. 8. 14.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관계 파탄의 원인이 아니다 순항하던 남북관계가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급변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협력사업에 사사건건 개입해 제동을 걸고 남북사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워킹그룹은 남북관계의 족쇄’라는 인식은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 워킹그룹은 대북제재를 포함한 북한 문제 전반을 다루기 위해 2018년 11월에 만들어진 한·미 간 논의의 틀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워킹그룹이 생기고 나서 갑자기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핵 문제가 발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한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 같은 논의 .. 2020. 7. 22.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위안부 문제의 전부인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 해도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반대로, 일본이 반성은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배상만 하면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는 것인가. 한·일 갈등의 핵심요소인 위안부 문제는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전부인 것처럼 인식된 지 오래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짓밟은 위안부 문제를 법적으로만 해결하려는 이 상황은 지독한 역설이자 한·일 모두의 불행이다. 법은 인간사회의 가치체계에서 가장 하위의 개념이다. 특히 동양적 사고체계에선 가장 정점에 있는 ‘성(聖)스러움’을 인간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현실적 의미를 담아 구체화할 때 정의-도덕-예의-법의 순서로 내려온다. 정의는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도덕은 누구나 갖춰야 할 덕.. 2020. 6. 17.
문재인 정부의 ODA 철학은 뭔가 코로나19 방역에서 ‘한국형 모델’로 모범적인 성과를 거둔 정부는 지금 두 번째 과제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닥쳐올 ‘코로나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기업의 해외 인프라 수주를 위해 향후 3년간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주요 파트너 국가를 대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승인 규모를 70억달러(약 8조5000억원)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풀어보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전략인 신남방·신북방 정책 거점 국가에 대규모 ODA를 지원해 인프라 사업을 발굴하고 그 사업을 국내 기업이 수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정부의 외교전략 추진과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일거양득의 방책처럼 보이지만, 이 계획은 개발원조의 국제적 .. 2020. 5. 13.
코로나 이후 국제질서에서 한국의 역할 인류 문명사의 전환점에는 항상 바이러스가 있었다. 페스트는 13~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봉건제가 무너지고 시민사회가 출현하는 단초가 됐다. 16세기 유럽의 정복자들과 함께 남미에 상륙한 천연두는 당시 내성이 형성되지 않았던 원주민 90%를 절멸시킴으로써 남미 문명의 몰락을 가져왔다. 남미 정복으로 얻은 막대한 금과 은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자본주의의 기초가 형성됐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 이면에는 1918~1920년 전 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이 있었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도 세계 질서를 바꾸게 될 것이다. 지금 전 세계를 짓누르고.. 2020. 4. 8.
감염병 세계화 시대, 한국의 선택 감염병은 대중에게는 공포이지만 정권에는 위기다. 관료제는 돌발적 위기 대응에 효율적이지 않아서 어느 나라든 위기가 닥치면 정부가 비난을 받기 쉽다. 정권의 위기감은 외교의 기조를 바꾼다. 국내정치와 외교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전염병이라는 보건의학적 이슈는 이처럼 정치라는 경로를 통해서 외교의 영역으로 침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내놓은 가장 쉬운 선택은 입국제한이다. 대중의 공포와 정권의 위기 앞에서 외교적 관례나 국제예양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봉쇄는 감염병을 지연시킬 뿐 궁극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잡아야 하는 정권의 입장에서는 제한적 조치라도 마다하기 어렵다. 코로나19 감염국에 대한 입국제한이 바이러스보.. 2020. 3. 13.
문재인 정부의 ‘트럼프 중동평화구상’ 논평 유감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래 공들인 결과물이다. 트럼프 구상의 골자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의 주권을 인정하고, 예루살렘을 온전히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도록 하고 이를 받아들일 경우 10년간 50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불법을 힘으로 합법화하려는, 중동에 평화가 아닌 혼란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하고 부당한 시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대해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유지해온 원칙이 있다. 1960년대부터 무수히 만들어진 안보리결의, 유엔총회 결의는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확장한 영토가 불법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 2020.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