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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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28

북·미 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난의 행군’이다. 그는 지난 8일 6차 세포비서대회 폐회식에서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북한 상황이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대외전략·경제·내부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김 위원장의 직접 언급과 북한의 발표 등을 통해 이미 드러나 있다.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의 계획은 미국과의 협상, 경제 회복, 내부 장악력 등 모든 분야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고난의 행.. 2021. 4. 16.
억지 명분으로 분담금 더 주는 게 동맹 강화인가 제11차 한·미 SMA(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올해 한국은 이전보다 13.9% 늘어난 1조1833억원을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또 향후 5년의 협정 유효기간 동안 매년 국방비 증가율만큼 분담금을 더 내도록 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중기국방계획에 따라 해마다 평균 6.1%의 국방비를 올리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은 ‘한국은 매년 분담금을 6~7%씩 늘리기로 한다’는 문장을 협정문에 명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결과 협정 마지막 해인 2025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했던 50% 증액이 이뤄지게 된다.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5년 뒤로 미뤄 들어주는 셈이다. 국방비 증가율을 연간 분담금 변화에 연동시킨 것은 명분도 근거도 없다. 따라서 전례도 없다. ‘국방비 연동’ 이유에 대해 정부.. 2021. 3. 12.
이순신은 왜 부산을 공격하지 않았나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곤혹스럽다”라고 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역사적인 판결’에 곤혹스러움을 표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격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그런 이유로 비난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한 국가의 권력 행위는 타국의 재판 관할권 밖에 있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이 판결의 의미가 있다. 위안부 문제 본질이 아닌 재판 관할권에 대한 판단이므로 승소든 패소든 일본이 반인권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제관습법의 국가면제는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국제적 대세다. 그래서 이를 인정하지 않은 한국 법원의 판결은 국제법 관점에.. 2021. 1. 29.
대북전단법에 투영된 정부의 인권·민주주의 인식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에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이 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 설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법의 문제점에 대한 해명이 비논리적인 데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다른 차원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 상당수가 전단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문서답이다. 이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전단 살포가 정당하다거나 막지 말라는 게 아니라, 법을 만들어 처벌하는 게 무리라는 것이다. 전단 살포를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훼.. 2020. 12. 28.
싱가포르 합의 계승이 능사는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 접근법에 정부와 여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이어질 것인지 여부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2019년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인정하도록 설득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한·미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은 2019년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 재확인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과 당내 한반도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은 발빠르게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가 트.. 2020. 11. 20.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의 입구’가 될 수 없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다시 꺼냈다. 3번째 시도다. 그만큼 종전선언에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모두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종전선언은 노무현 정부의 구상이었다. 2006년 11월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노무현·조지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시발점이다. 회담 후 송민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대북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외에 ‘평화체제 관련 상응조치’도 협의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 리스트에 한국전쟁 종료선언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종전선언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구상은 먼저 종전선언과 함께 협상.. 2020. 10. 16.
전략적 인내의 부활이 두려운가 미국 대선 판도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우세로 바뀌자 국내에서 ‘전략적 인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미국이 허송세월하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같은 인식은 트럼프가 승리해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개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오바마는 정말 북한에 관심이 없었을까. 재임 시절 그의 대북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2009년 1월 취임 직후 북한과 직접 접촉을 모색했다. 그러나 북한은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4월5일 오바마가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설파하던 날을 골라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리고 한 달 뒤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취임 첫 행보부터 북한에 모욕을 .. 2020. 8. 14.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관계 파탄의 원인이 아니다 순항하던 남북관계가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급변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협력사업에 사사건건 개입해 제동을 걸고 남북사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워킹그룹은 남북관계의 족쇄’라는 인식은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 워킹그룹은 대북제재를 포함한 북한 문제 전반을 다루기 위해 2018년 11월에 만들어진 한·미 간 논의의 틀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워킹그룹이 생기고 나서 갑자기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핵 문제가 발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한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 같은 논의 .. 2020. 7. 22.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위안부 문제의 전부인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 해도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반대로, 일본이 반성은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배상만 하면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는 것인가. 한·일 갈등의 핵심요소인 위안부 문제는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전부인 것처럼 인식된 지 오래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짓밟은 위안부 문제를 법적으로만 해결하려는 이 상황은 지독한 역설이자 한·일 모두의 불행이다. 법은 인간사회의 가치체계에서 가장 하위의 개념이다. 특히 동양적 사고체계에선 가장 정점에 있는 ‘성(聖)스러움’을 인간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현실적 의미를 담아 구체화할 때 정의-도덕-예의-법의 순서로 내려온다. 정의는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도덕은 누구나 갖춰야 할 덕.. 2020.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