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52세, 최연소 30세. 중국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승풍파랑(乘風破浪)의 언니> 출연자 연령대다. 지난 12일 처음 방송됐으니 오디션 프로로는 한참 후발 주자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첫 방송 직후부터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순위 상위권을 휩쓸고, 각종 매체에서 보도를 쏟아내며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를 방송하는 망고TV 모기업인 망궈차오메이(芒果超媒)는 방송 다음날 주가가 6.82% 상승하는 등 10거래일 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939억위안이던 시가총액은 일주일여 만에 1200억위안으로 방송 콘텐츠 회사 중 단연 선두에 섰다.

 

<승풍파랑의 언니>는 기존 오디션 프로의 틀을 깼다. 30세 이상에게만 출연 자격을 준 것에서 한 번, 기존 연예인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깼다. 게다가 이들은 연예계에 데뷔한 지 최소 7년에서 많게는 36년이 지난 베테랑들이다. <프로듀스101>의 중년 버전이랄까.

 

시청자 팬덤을 형성하기 어려운 여성 중년 스타들의 출연은 오히려 강점이 됐다. 언니들은 ‘예쁘고 귀엽고 가끔 섹시한’ 기존 여성 아이돌 공식에서 벗어났다. 짧은 머리로 중성적 매력을 드러내고, 비주류 장르 음악도 선보인다. 규격화된 마른 체형이 아니어도 당당하게 드러낸다.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제작진 요청에는 “소개할 필요가 있냐”고 받아치는 등 하고 싶은 말은 시원스레 다 한다. 그간 켜켜이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가 있고, 경쟁자들을 토닥이는 따스함도 있다. 시청자들은 “30명의 언니들을 보니 나이 드는 일이 그리 두렵지 않다”며 이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마오쩌둥 주석이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고 말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앞서 남녀평등 개념을 세웠지만, 이후 진전은 빠르지 않았다. 전 세계를 휩쓴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열풍도 중국 대륙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여성 지도자가 나타났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여성 연예인에게는 더욱 가혹한 기준이 요구된다.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연기, 가창력, 내재된 매력이 아니라 얼굴, 체형 같은 외적인 것들이다. 중국 남성 연예인의 얼굴 상처나 후덕한 뱃살은 인간적 매력이나 귀여움의 상징이 되곤 하지만, 여성 연예인들에게는 퇴출 기준으로 작용한다.

 

승풍파랑은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라는 뜻으로, 원대한 포부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나아감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승풍파랑의 언니>는 중년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온갖 편견 속에서의 도전과 노력을 보여주며 감동을 준다.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이가 들면 인생의 부가가치가 늘어난다는 점을 느낀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1990년대 중화권 스타 중리티(鍾麗提)도 <승풍파랑의 언니> 중 한 명이다.

 

50세인 그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성별이나 출신 배경은 가상의 부호일 뿐”이라면서 “승풍파랑의 인생이 되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온전히 스스로 방향키를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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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 선포되기 하루 전인 1949년 9월30일. 인민정치협상회의 대표들이 모여 국가주석을 선출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만장일치 당선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결과는 찬성 575표, 반대 1표.


지지자들은 당황했다. 반대표를 버리자는 말까지 나왔다. 마오쩌둥이 “대표들이 마오쩌둥을 선택할 권리도 있고, 선택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면서 “그대로 두라”고 했다.


5년 후인 1954년.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설립됐다. 국가주석 선출을 비롯한 법률의 제정·수정은 전인대에서 표결로 결정한다. 그러나 지난 66년간 어떤 안건도 부결된 적은 없다.


지난달 28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는 홍콩의 반(反)중국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했다.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가 나왔다. 홍콩 민주진영과 국제사회에서 홍콩 자치권을 보장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위배된다며 비판을 쏟아낸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표차다.


전인대 성립 초기에는 거수, 박수, 무기명 투표방식이 혼재돼 있었다. 문화대혁명 때는 맹목적 박수가 대신했다.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반대표는 던지기 힘들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전자투표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는 내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1992년 3월 전인대 당시 싼샤댐 건설 프로젝트 안건은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창강(長江) 중상류의 협곡을 잇는 싼샤댐은 환경 및 생태계 파괴 우려가 제기됐다. 싼샤댐에 반대하는 황순싱(黃順興) 대표는 사전에 발언을 신청했지만 묵살됐다. 황 대표 등 25명은 회의장을 나갔고 기표하지 않는 것으로 항의했다. 싼샤댐 안건은 찬성 1767표, 반대 177표, 기권 664표가 나왔다. 전인대 역사상 이례적으로 반대·기권표가 많았던 사례다.


최근에는 반대표를 보기가 더 어렵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선출 때 나온 반대표는 단 1표였다. 2018년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주석 3연임 이상 금지 조항 폐기 개헌안 표결 때도 반대는 2표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과거 사례가 입증한다. 마오쩌둥에게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베이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정치학자 장둥쑨(張東蓀)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51년 미국 간첩 사건에 연루돼 정치 생명이 끝났고, 옥살이하다 감옥에서 사망했다. 본인은 간첩 행위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싼샤댐에 반대한 황순싱 대표도 이듬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홍콩보안법 반대 1표를 두고는 여러 추측이 나왔다. 보안법 수정안에 반대의견을 낸 홍콩 전인대 대표 마이클 톈(田北辰)이 지목됐다. 결국 톈 대표는 “찬성표를 던졌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 군데로 쏠린 집단사고는 때로 큰 사고를 일으킨다. 중국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교훈도 있다. 다수의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오고 사회도 발전한다. 그런 점에서 반대 없는 사회는 위험하다. 반대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면 더더욱 큰 문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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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시가 다음달부터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전면 금지한다. 새 조례에 따라 개·고양이나 야생동물을 식용하면 거래 가격의 최대 30배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고 수준의 처벌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 동물단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과 연관성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연이어 관련 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신종 전염병의 70%가량이 동물로부터 비롯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전시의 강력한 조치는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지탄받아온 중국의 식문화에 새로운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중국의 광시성 위린시에서 열리는 ‘개고기 축제’에서는 매년 1만마리의 개가 도축·판매돼 ‘중국 혐오’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신규 조치들이 야생동물을 추종하는 식습관과 남획을 막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법규의 모호함이다. 선전시의 새 조례에는 식용 가능한 동물, 즉 ‘화이트 리스트’가 포함돼 있다. 돼지, 소, 양, 닭, 오리, 거위, 당나귀, 토끼, 비둘기, 메추라기는 식용 가능한 동물 명단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라와 황소개구리는 “식용 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허가는 아니지만 금지 리스트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식용이 가능하다. 


자라와 황소개구리의 식용 허가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많았다. 선전시는 상위 규정에 속하는 ‘국가 가축 유전 자원 목록’에 포함됐기 때문에 양식한 자라와 황소개구리를 금지하지 않겠다고만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24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전면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로 박쥐, 천산갑 등 야생동물이 지목되자 발빠른 조치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안건의 4조에는 “과학연구, 약용, 전시 등 특수 상황에서 행해지는 야생동물에 대한 비식용 이용은 국가 규정에 따라 엄격히 심사하고 검역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약용 목적은 사실상 허가한 셈인데, 약용 범위, 종류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는 게 문제다.


중국의 야생동물 이용방식 중 1위는 약용, 2위가 식용, 3위가 전시 및 공연으로 알려져 있다. 약용과 식용의 구분도 모호하다.


야생 사향노루는 1950년대만 해도 중국 내 250만마리가 서식했지만, 1990년대 말 10만마리로 개체 수가 급감했고,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의약 처방집’에는 사향이 포함된 처방만 295종이다. 코로나19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천산갑도 전통의학(중의학) 약재로 쓰인다.


중국은 코로나19 치료에 중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를 성과로 과시하고 있다. 곰의 쓸개를 건조시켜 만든 웅담 성분은 코로나19 환자 치료 방안에 포함돼 있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 섭취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면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은 계속될 수 있다. 약용과 식용의 모호한 경계, 불분명한 규정은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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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가 특별한 인터넷 생방송을 했다. 제목은 ‘보위 독립서점’. 전국 각지에 있는 5개의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이 참여했다. 과거 방공호를 개조해 만든 난징의 셴펑(先鋒)서점, 광저우의 첫 24시간 서점 1200북숍, 충칭의 징뎬(精典)서점, 리커창 총리도 방문했던 항저우의 샤오펑(曉風) 그리고 자싱의 유토피아(烏托邦)서점 창업자들이 직접 출연했다. 


창업자들은 이날 책을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셴펑서점의 창업자는 서점이 한 달 넘게 문을 닫은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텅 빈 서점을 보면 마음이 찢어지고 괴롭다”고 했다. 셴펑은 영국 BBC방송이 뽑은 세계 아름다운 10대 서점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샤오펑서점 주인은 “2003년 사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에 문을 다시 열었는데 그날 손님은 15명뿐이었다.


유토피아서점은 지난달 말 이미 폐점을 선언했다. 토머스 모어가 쓴 동명의 책에서 이름을 따온 이 서점은 “유토피아의 이념, 평등, 자유, 공유의 방식으로 하나의 생활 방식을 만들어 보겠다”며 4년 전 개업했다. 독립영화 크라우드펀딩, 독서회, 민중가요 행사 같은 활동을 열어 문화공간 역할을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회원제 전환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차에 코로나19까지 만나 매출이 제로로 떨어졌다. 서점 주인은 “밥은 먹고 살아야 해 서점을 닫지만 지난 4년간 인정도, 즐거움도 얻었다”면서 “유일하게 잃은 것은 돈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각 서점에서 준비한 책 세트를 팔았다. 세트에 대한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5000개 넘게 팔렸다. 매출액으로는 50만위안(약 8800만원)에 달한다. 고객들은 이 세트가 어떤 책으로 구성됐는지 미리 알 수 없다. 세트마다 구성도 다 다르다. 이를테면 ‘복불복 게임’ 같은 책 꾸러미다. 보지 않고 사는 세트라 이름도 ‘망대(盲袋)’로 붙였다.


요 며칠 새 소셜미디어에는 이 책 세트를 전달받고 열어보는 ‘언박싱’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수준 높은 책을 추천해줘서 고맙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업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종이책을 파는 서점의 타격이 상당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뿐 아니라 중소형 독립서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달 중소형서점 연합회에서 1021곳의 오프라인 서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9%가 코로나19로 정상적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독립서점들을 응원하기 위해 방송에 참여한 작가 겸 출판인 쉬즈위안(許知遠)은 코로나19 사태에 책의 소중함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서점은 도시에서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삶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책을 이해하려는 갈망이 더 커진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산업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그러나 서점까지는 앗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매개로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쌓이는 서점까지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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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허난성 덩저우의 14세 소녀가 자살하려고 엄마의 약을 삼켰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소녀의 어머니가 매일 먹는 약이다.


소녀가 죽으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인터넷 수업’ 때문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다. 농사 대신 구두 수선으로 생계를 꾸린다. 어머니는 정신질환이 있어 직업이 없다. 소녀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언니와 초등학교 6학년 남동생이 있다.


전에도 가난했지만 가난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가난의 민낯을 강제로 공개해버렸다.


코로나19는 개학을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시켰다. 스마트폰 한 대로 세 남매가 수업을 듣다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빼먹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왜 수업을 안 듣냐고 묻는데 대답하기 싫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어 엄마의 약을 삼켰다.


가족들이 약을 먹고 쓰러진 소녀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다. 소녀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웃들이 1만위안(약 17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이제야 소녀는 제때 인터넷 수업에 출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소녀가 숨기고 싶어 했던, 수업을 듣지 못한 이유는 모두가 알게 됐다.


인터넷 수업은 학사 일정의 차질을 줄이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도시의 대다수 학생들은 인터넷 수업의 편의를 누리고 있지만, 일부 농촌과 빈곤 가정에서는 오프라인 수업보다 더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간 숨겨왔던 ‘디지털 가난’이 강제 폭로돼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장쑤성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은 명절을 쇠러 후베이 징먼 고향집에 왔다가 발이 묶였다. 산골 고향집은 와이파이 신호가 좋지 않다. 20일간 책상과 휴대용 스탠드를 메고 산 정상에 올랐다. 지역 간부들의 도움으로 고향집 마당에 6m 대나무 장대로 와이파이 증폭기를 설치한 후에야 ‘인터넷 등산’이 끝났다. 이 학생의 사연은 지방 정부의 성과로 포장돼 현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중국 서부의 한 현(縣) 간부는 펑파이신문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때문에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학생이 우리 현에서만 20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8억5450만명에 달한다. 중국인 10명 가운데 6명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셈이다. 반대로 보면, 10명 중 4명은 인터넷을 쓰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통계 속에 가려졌던 중국의 디지털 격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디지털화 시대에 인터넷은 중요한 인프라다. 인터넷을 아는 것은 글자를 읽는 것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지, 인터넷 접속은 되는지, 또 인터넷을 잘 다룰 수 있는지에 따라 삶의 기회와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미래 세대인 학생들이 정보 격차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책 추진도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빈곤 가정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요구된다. 또 그 배려는 학생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해야 할 것이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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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의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 기숙사 사이에 학생들의 물품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사진 웨이보


지난 9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쑥대밭이 된 한 대학의 기숙사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우한에 있는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WHVCSE) 기숙사 건물 두 개동 사이로 이불, 세숫대야, 신발, 컵 같은 살림살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 두펑(杜鵬)이 7일 기숙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병동으로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교직원들이 기숙사를 정리하는 과정을 찍은 것이다. 동영상 속 직원들은 기숙사 사물함에 있는 물건을 마구잡이로 꺼내 치웠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일 사진이 담겨 있는 액자도 마치 쓰레기처럼 ‘처리’됐다. 학생들과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학교 측은 빠르게 사과했다.  


10일 새벽 발표한 사과문에서 7일 우한시에서 학교 기숙사를 격리 시설로 이용한다는 긴급 통지를 받았고 9일까지 200여명의 직원들이 이 업무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사흘간 기숙사 7개동을 2000개 병상이 있는 격리 시설로 개조해야 하는 명령을 이행하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학교 측은 정리 과정의 부적절한 점을 인정하고 파손품은 보상하겠다고 했다. 또 “특수한 시기의 학교의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 학교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계단을 이용할 시간도, 인력도 없었다. 학교 측은 창문으로 학생들의 물건을 던진 후 한꺼번에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한의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 기숙사 내부에 생활용품이 쌓여있다. 이 학교는 기숙사를 신종 코로나 환자 격리 병동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정부 통보를 받았다. 사진 웨이보


코로나19 발병지인 우한은 12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1만9558명으로 중국 전체 확진자의 44%를 차지한다. 이중 820명이 사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치사율(4.19%)을 나타내고 있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과 격리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우한이 속한 후베이(湖北)성은 7일 우한시 소재 대학인 WHVCSE를 비롯해 우한 상학원(商學院), 장한(江漢)대학, 우한 선박직업 기술학원 등 4군데 기숙사를 신종 코로나 경증 환자 치료 격리 거점으로 삼고 8800개의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우한의 확진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부의 요구도 달라졌다. 


쑨메이화(孫美華) WHVCSE 부총장은 남방주말과 인터뷰에서 7일 통지에서는 1000개 병상을 요구했지만 다음날 두 배로 늘어나 2000개의 병상을 만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우한 상학원도 당초 1000개로 통보 받았지만 하루 만에 2400개로 바뀌었다고 했다. 


우한시 봉쇄령으로 외부로 통하는 항공, 철도, 도로가 막혀 상당수의 시민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지하철, 버스 등 내부 교통도 통제 돼 일할 수 있는 교직원을 찾기도 힘들었다. 대부분 교수들이 ‘이삿짐 정리’에 동원됐다. 한 교수는 “물건을 쓸어담으면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임무가 워낙 막중하고 시간이 절대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병실로 개조해야 할 학교는 계속 늘어나 우한시 교통학교, 우한시 제일직업교육중심 등이 추가됐다. 


전염병으로부터 인명을 구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통지, 늘어난 요구, 부족한 인력과 시간 속에서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또 3일 만에 만들어진 격리 병동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불안한 부분은 없는지 제대로 점검할 시간도 확보되지 않았다. 


우한시는 3일 1000개 병상 규모의 임시 격리병동 훠선산(火神山)병원, 9일에는 1600개 병상 규모의 레이선산(雷神山)병원을 열었다. 두 병원 모두 열흘 만에 지어졌다.  


훠선산 병원 개원을 앞두고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완공되기까지 10일간의 기록을 2분으로 편집해 내보냈다.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쉴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그러면서 ‘중국속도’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빠르게 번지는 코로나19를 막고,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격리병동을 빨리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속도만 강조하면서 중요한 것들이 무시되는 것은 아닐까.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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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친구들이 나한테 계속 물어오는데, 여기서 한꺼번에 답할게. 그거 진짜야!”


중국 영화감독 쉬정이 지난달 24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쉬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마(로스트 인 러시아)>는 당초 이날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상영이 갑자기 취소됐다. <중마>를 포함해 춘제(중국의 설) 특수를 노린 기대작 8편이 모두 상영되지 못했다. 나머지 7편은 ‘언젠가 개봉될 그날’ 기다리기로 했지만 <중마>는 동영상 플랫폼과 인터넷TV로 무료 공개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전무후무한 선택에 반신반의하는 관객들에게 쉬 감독이 직접 ‘진짜 공짜’라고 답한 것이다.  


파격적인 결정은 극장 업계에서는 ‘규탄’을, 관객들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다.


중국 23개 극장체인과 영화배급 관계자들은 “온라인 무료 상영은 시장 파괴 행위이며 현 영화 배급 시스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며 관련 당국에 상영 규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에 발이 묶인 관객들은 무료 상영을 환영했다. 영화제작사 주가는 무료 상영을 발표한 당일 19%나 올랐다. <중마> 배급사는 극장 측과 춘제 기간 박스오피스 수입이 24억위안(약 4072억원)을 넘어야 6억위안(약 1018억원)을 배당받을 수 있다. 영화사 측은 개봉이 취소되자 온라인 업체와 6억3000만위안에 판권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무료 상영에 나섰다. 공개 첫날에는 바이트댄스와 연관된 12개 동영상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 다운로드 차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개봉 전만 해도 “쉬정 감독이 나한테 영화표 한 장 값 빚졌다”는 혹평이 나온 영화였지만 온라인 상영으로 판세를 뒤집었다.


지난해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누적 수입은 642억위안(약 11조원)으로 전년 대비 5.4% 성장했다. 온라인에서 영화표를 사고 오프라인 극장으로 관람하는 것이 그간의 중국 관객들의 영화 소비 행태였다. <중마>의 온라인 상영을 시작으로 온라인 선 상영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드라마 시장에서는 방송국이 아닌 각 동영상 플랫폼으로 옮겨가 플랫폼 자체 제작 대작 드라마가 드라마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2002~2003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은 의료진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아픈 사건이다. 그러나 전염병의 공포는 온라인 쇼핑 성장의 계기가 됐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을 꺼리던 이들이 전염병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전자상거래 첫 경험을 시작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이 시기에 성장했다. 2003년 알리바바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중국청년보는 4일 “그동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후 소셜미디어로 영화평을 나누는 것이 고정 패턴이었지만 <중마>의 온라인 선 상영은 오랫동안 몸에 밴 소비 습관을 깨뜨렸다”고 했다. 사스가 인터넷 쇼핑을 경험시켰듯이 신종 코로나는 극장 관람에 대한 고정 관념은 흔들었다. 극장업계들의 저항이 거센 것은 그만큼 시장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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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타이주는 중국 고위 관료들을 취하게도 하고 긴장하게도 만든다.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술이기도 하고 때로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중국 남부 선전시 국유기업인 광밍(光明)건설발전그룹 장(張)모 회장은 송년회 때문에 해임됐다. 정확하게는 송년회 테이블에 올라온 마오타이주 때문에 잘렸다.


지난 4일 이 그룹 임직원들은 5성급 호텔에서 연간 보고회를 한 뒤 테이블당 83만원짜리 코스요리를 먹었다. 병당 134만원짜리 마오타이주를 식사와 곁들였다. 11개의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마신 마오타이주는 2688만원어치다. 이들은 마오타이주는 옆방에 숨겨놓고 다른 병에 따라 마셨다. 그러나 ‘암행어사’식 조사로 초호화 송년회 행태가 드러났고, 결국 장 회장은 면직 처분됐다.


중국에서 마오타이주는 고급술의 대명사이자 부패의 척도다. 중국 관영 CCTV가 12일부터 방송한 반부패 선전용 특집프로그램 <국가감찰>에서는 부패로 낙마한 구이저우 전 부성장 왕샤오광(王曉光)의 집에서 4000여병의 마오타이주가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왕 전 부성장은 2009년 마오타이주 가격이 급등하자 마오타이그룹에 압력을 가해 대리점 경영권과 131t의 마오타이주 할당량을 받아냈다.


1934년 11월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홍군이 대장정을 시작했을 때 마오타이주는 홍군의 사기를 진작하는 술이었다. 상처를 소독하는 약품 대용으로도 사용됐다. 독특한 향과 깊은 맛에 홍군 대장정과 맞물리는 역사 스토리까지 덧입으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가 됐다. 즐기려는 사람은 많은데, 5년 정도인 긴 제조 기간으로 공급량이 적다보니 투기나 뇌물 대상이 된다. 소장하고 있으면 가치가 상승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위 관료들만 마오타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마오타이 사랑도 그 못지않다. 지난해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낸 미국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대성공에도 마오타이주가 큰 몫을 했다. 중추절(추석)을 앞두고 시중보다 1위안(170원) 싼 1498위안짜리(약 25만원) 마오타이 페이톈(飛天) 제품을 내놓았다. 1인당 1병으로 구매를 제한했지만 이틀 만에 준비한 1만병이 모두 동났다. 마오타이 회장이 중추절 당일 “마오타이주는 마시는 것이지 투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투기에 가까운 마오타이주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춘제(중국 설)를 앞두고 마오타이주 사랑은 더 가열되는 분위기다.


우한시는 2016년부터 부패 공직자들에게 몰수한 뇌물을 공개 경매하고 있다. 지난해 경매에서는 총낙찰액 321만위안(약 5억4000만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30만위안(약 3억8300만원)이 마오타이주에서 나왔다. 주로 5~6병씩 함께 포장된 뇌물용 마오타이주는 15년산부터 50년산까지 다양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매에서는 진품 여부를 감별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간지 남방주말은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도 가짜 마오타이주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다고 전했다. 


가짜일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까지 감수하면서 고가에 낙찰을 받는 것은 중국인들의 마오타이주 사랑 때문일까, 아니면 허영 때문일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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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광둥성 잉더(英德)시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은 단순했다. ‘고사리손이 어른 손을 잡는’ 방식으로 가정마다 ‘ETC’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ETC는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 결제 장치로 중국판 ‘하이패스’다. 학교가 아이들을 동원해 어른들에게 ETC 등록을 강요한 것이다. 편지에 동봉된 회신문은 한술 더 떴다. 학부모 이름, 소유 차량 대수, 차량번호, ETC 단말기 설치 여부를 적어 제출하게 돼 있었다. 학부모들은 차량번호까지 조사한 것은 명백하게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며, 학생들의 피교육권까지 훼손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중국 정부는 전국 고속도로의 ETC화를 추진하고 있다. 요금수납원이 있는 차로를 대폭 줄여 ETC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ETC 단말기를 설치하면 무엇보다 통행료를 내기 위해 차를 세우고 지불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시간도 절약된다. 요금소 주변 정체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중국 정부의 ETC 보급은 강제적이다. ‘고사리손’까지 끌어올 정도니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나오고 있다. 후난성 등 일부 지역의 톨게이트에서는 수납원 차로를 아예 없앴다. 


샤먼시 북역 고속도로 요금소는 “ETC 미장착 차량, 국가적 호소에 응답하지 않은 차량은 고속도로 사용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무시무시한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ETC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은 차량은 매년 받아야 하는 자동차 검사도 받지 못한다. 사실상 운행금지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용의 편리성을 부각시키거나 할인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차주들을 핍박한다. 괴로운 건 운전자뿐이 아니다. ETC는 각 은행 카드와 연동해 요금을 지불하게 돼 있는데 전용카드 판매 실적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 문책을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마다 카드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중국 고속도로 요금소의 대부분 통로가 ETC 전용으로 바뀔 예정이다. 현금 및 전자페이 같은 수납원을 통한 방식은 대폭 줄인다.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이뤄진 갑작스러운 정책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광둥성에 사는 뤄모씨는 구이린(桂林)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다 저지당했다. 차량에 ETC를 설치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고속도로 관리원은 당장 설치하지 않으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고, 구이린에서 다시 나올 수 없다는 협박까지 했다. 차에는 임신한 아내가 타고 있었다. 뤄씨는 실랑이 끝에 2시간 만에야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교통운수부는 연말까지 ETC 이용률을 90% 이상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요금소마다 1개의 수납원 통로는 유지해야 하지만, 지방정부는 수납원 통로를 아예 없애는 방식으로 성과 달성에 나선 상태다.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정부가 직접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편리함을 내세우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빅데이터 수집을 진짜 이유로 꼽는다. 4차산업 흐름 속에서 빅데이터 패권을 노리는 중국은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각종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ETC는 데이터 확보에 효과적 수단이다. 


그러나 운전자의 동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데서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는 보호막이 없다. 고속도로 ETC가 아니더라도 공항, 지하철역, 기차역 등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로 개인 사생활은 훤히 드러난다.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빅브라더’의 도래가 바짝 다가온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를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이 중국인들에게는 없다. 혹시 교통수단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모를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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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되겠어(我不行了)!”


지난달 27일 새벽 1시30분 대만 모델 겸 배우 가오이상(高以翔)이 촬영장에서 쓰러졌다. 중국 닝보에서 저장위성TV 예능 프로그램 <나를 쫓아봐>의 추격전을 찍던 중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스태프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그는 이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향년 35세였다.


가오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17시간 동안 쉬지 않고 촬영했다. 70층 높이의 건물을 밧줄을 잡고 오르게 하는 등 혹독한 과제를 제시하는 걸로 유명한 이 프로그램의 촬영에는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이날 촬영하면서 여러 차례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를 쫓아봐>처럼 여러 스타들이 함께 연속적으로 촬영하는 프로그램은 영화 <모던 타임즈>의 컨베이어 벨트 공장처럼 굴러간다. 여러 부속품이 순차적으로 작동해야 완성되기 때문에 힘들다고 혼자 쉬는 것도 쉽지 않다.


가오는 모델로 데뷔해 활동영역을 넓혔다. 2011년 아시아인 최초로 루이비통 남성 모델로 발탁돼 주목받았다. 연기를 위해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 가 능숙지 않은 중국어를 따로 연습했다고 한다.


가오의 친구 장션웨이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가오이상을 “착하고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가오가 원래 28일 대만으로 돌아와 여자친구와 ‘특별한 저녁’을 할 예정이었고, 친구들도 초청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기를 원했다고 했다. 팬들은 가오가 프러포즈를 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오의 빈자리는 컸다. 친척도 없는 대만에서 연예계 생활을 하며 처음 사귄 친구인 농구선수 마오자은이 지난달 29일 결혼식을 했다. 가오가 서기로 했던 신랑 들러리 자리는 비워 있었다. 결혼식에서 가오의 추모 영상을 틀었고, 신랑과 신부는 눈이 붉어졌다.


가오의 시신은 2일에야 대만으로 돌아갔다. 숨진 지 7일째 중국에서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날인 두칠이었던 3일. 어쩌면 신부가 됐을지 모르는 여자친구는 그에게 “마음 편히 높이 날아가라”는 글을 남겼다. 아버지는 일부러 가오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영정으로 택했다.


안타까운 죽음으로 돌리기엔 가오의 죽음 뒤에 있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강도 밤샘촬영이 다반사인 중국 프로그램 제작 환경에서는 안전보다 촬영이 앞섰다. 그가 안되겠다면서 쓰러진 뒤에도 제작진은 “촬영을 멈출 수 없어서” 당장 달려가지 않았다고 중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그가 구급차에 실려간 후에도 계속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되겠다며 쓰러지기 전에 보냈던 여러 번의 신호도 무시당했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받았으니 그만큼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낸다. 가오의 출연료는 회당 15만위안(약 2528만원) 정도다. 기획사와의 배분, 비용 등을 제하면 그에게 돌아가는 돈은 이보다 적다. 무엇보다 얼마만큼의 거액이든, 목숨을 담보로 한 초과근무까지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보상할 수 있다는 관념이 가장 문제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전 회장은 “996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고 했다. 996이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6일간 일하는 것으로 중국 IT 업계에 만연한, 정당한 보상 없는 과도한 초과근무를 일컫는다. 중국 노동법 위반이지만, 퇴근 후에도 직장에서 온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받는 것이 일상화되고, 강제 야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런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스타들까지 ‘고강도 야근’을 당연히 하는 게 아닐까. 또 안전보다 성과가 우선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닐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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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즈룽(林志龍·35)은 2011년 중국 최고 예술대학으로 꼽히는 ‘중국미술학원’을 졸업했다. 학과 성적도 우수했다. 웬만한 회사는 골라서 갈 수 있는 ‘스펙’이었다.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대학 은사가 자신이 만든 회사로 스카우트했다. 


대우는 좋았다. 그러나 회사 업무는 상사 요구에 따라 ‘납품’하는 것일 뿐, 스스로의 생각과 능력을 충분히 발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회사에 대한 불만과 창업욕이 정비례로 증가했다.


린즈룽을 주인공으로 한 중국 바링허우(80後·80년대생)의 평범한 창업 스토리는 항저우라는 도시와 만나면서 좀 특별해진다.


창업 의지가 커지던 시기에 중국미술학원이 위치한 항저우에 즈장(之江)문화창업단지가 들어섰다. 졸업 후 5년 내 창업하면 3년간 사무실 임대료 면제, 세금 우대 등 각종 혜택을 줬다. 무엇보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의 교류 협력으로 회사의 프로젝트를 알릴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됐다. 그가 세운 회사는 2016년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LED 조명쇼를 맡으면서 전환점을 맞았고, 연매출 17억원의 회사로 커졌다. 항저우에서 만난 린즈룽은 “항저우는 빼어난 자연 환경을 가진 관광도시로 중공업·제조업에 의존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며 “50개 가까운 대학에서 풍부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도 창업 도시로서 최적화된 조건”이라고 했다.


지방정부의 지원 정책, 풍부한 고급인력이 바탕이 됐지만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창의성일 것이다.


지난 9일 찾아간 중국미술학원 샹산(象山)캠퍼스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건축 전시장 같았다. 위치와 모양이 제각각인 창문들, 대나무로 만든 난간과 기왓장은 주변 산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샹산캠퍼스를 설계한 건축가 왕슈(王樹)는 철거지역의 전통가옥에서 나온 기와 200만장으로 건물의 지붕을 덮었다고 한다. 지역성과 역사성을 품은 이 캠퍼스에서 학생들은 한계 없는 상상력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은 항저우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중국 기업이다.


1년 중 알리바바가 가장 분주한 시기는 광군제(11·11) 전후다. 10일과 11일 방문한 알리바바 본사 단지는 야근과 업무에 지친 모습보다는 활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입구에는 행사 ‘승리’를 기원하는 정승고(定勝鼓)가 놓여졌다. 전날에는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로, 당일에는 새 기록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북소리가 울렸다.


본사 단지 곳곳과 직원들의 책상에는 보리가 놓여졌다. 중국어로 보리(大麥)라는 뜻의 ‘따마이’는 많이 판다(大賣)는 단어와 발음이 같다. 또 수확을 상징하기도 한다.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여기저기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승리 기원 체조를 하면서 ‘일폭탄’ 행사를 하나의 축제처럼 즐겼다. 화장실에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양 안에 자아돌파, 필승 같은 글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분명히 새로운 실적을 달성해야 하는 도전이지만, 이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돌파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알리바바는 연애편지 대신 써주기, 사과 대행, 애인 대행 같은 이색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주목받았다. 매출도 중요한 목표지만, 재미를 추구한다.


10일 항저우에서는 ‘국제인재교류 및 프로젝트 협력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를 계기로 저장(浙江)성 최초의 창업실패보험이 시작됐다. 이 보험에 들면 창업에 실패한 이에게는 최대 3만위안의 생활자금 보조금을 제공한다. 전체 보장한도는 1000만위안에 달한다. 창업 지원뿐 아니라 안전장치까지 해주는 셈이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하늘 아래엔 항저우와 쑤저우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여유로움과 매력이 있는 도시로 유명한 항저우가 창업의 천당으로 자리매김할 분위기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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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은 건군 92년 동안 네 차례 전군운동회를 열었다. 첫 회는 건군 25주년을 맞은 1952년 8월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출전한 선수만 1800명, 관중은 7만명에 달했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같은 국가 지도자까지 참석한 이 운동회에는 기괴한 규칙 하나가 적용됐다. 달리기 선수들이 신호총 소리가 아니라 ‘글씨’로 출발한 것이다. 출발선에 쪼그려 앉은 선수들은 규정된 글씨를 올바로 쓴 것을 확인받은 후에야 달릴 수 있었다. 달리기 실력이 아니라 한자 수준으로 순위가 갈린 셈이다.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이유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문맹’이었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직후 5억5000만명 인구 중 80%에 해당하는 4억명이 문맹이었다. 1953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문맹탈출’ 기준을 보면 간부와 기술자는 2000자, 도시 노동자는 1500자, 농민은 1000자 상용자를 익혀야 ‘문맹’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쉽지 않은 목표였다. 


문맹 퇴치를 위해 ‘받아쓰기’ 출발이라는 고육책까지 짜낸 노력 덕분일까. 현재 중국의 문맹률은 유네스코 기준 3.6%로 떨어졌다. 중국은 이를 교육 역사의 가장 상징적 성과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dbq, xswl, bhys ….’


현재 중국은 문맹률이 아니라 ‘화성어’가 문제다. 자판을 치다 오타가 난 것 같은 이 단어들은 중국 ‘○○허우’(2000년대 출생자)들의 인터넷 신조어다. 10대인 이들은 중국 간체자의 발음기호인 병음 초성만 따서 줄임말을 생산해내고 있다. ‘dbq’는 미안하다는 뜻의 ‘뚜이부치’ 발음의 초성을 딴 것이다. ‘xswl’은 ‘웃겨 죽겠다’, ‘bhys’는 부끄럽다는 뜻이다. 기성세대는 암호 같은 10대들의 신조어를 화성어라고 부른다. 화성어 때문에 모바일 메신저에서 대화 장애를 겪고 있는 부녀가 광고 소재로 등장할 정도다.


신조어는 이전 세대에서도 나타난 ‘오래된’ 현상이다. 신조어의 주된 특징은 줄임과 간편함이다. 이제는 성년이 된 90허우(1990년대 출생자)들도 10대 때는 형이나 오빠라는 뜻의 거거를 gg로, 여동생은 mm으로, 헤어질 때 인사인 바이바이는 88로 줄여썼다.


최근 신조어의 두드러진 특징은 외래어와의 결합이다. lllllllllb(지연되다) 같은 유행어는 중국어 발음기호와는 무관한 영어에서 온 말이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10대들의 일상에 게임 용어가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광둥어, 번체자, 일본어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건너온 ‘꽃길 걸어라(走花路)’는 표현도 중국 10대들의 단골 멘트가 됐다.


코카콜라의 중국 비즈니스 성공 뒤에는 ‘가구가락(可口可樂)’이라는 이름이 있었다는 사례처럼 중국은 각종 외래어를 표의어 한자에 맞게 의미와 발음을 살려 현지화 해왔다.


최근 암호 같은 알파벳 자음들, 전 세계에서 건너온 외래식 표현 홍수에 대해 언어의 순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허우들은 이전 어떤 세대보다 인터넷 언어 오염이 심각해, 품위 있는 중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온라인판은 “인터넷 언어가 언어 오염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대평가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10대 또래 문화로 신조어가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긍정론도 존재한다. 학교 졸업 후 사회로 진출하면 ‘공용어’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들은 몇 년 전만 해도 나를 지칭하는 워(我) 대신 쓰촨, 후난 사투리 발음에서 따온 오우(偶)를 쓰는 게 유행했지만 이제는 구닥다리로 사라졌다며 자연 도태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맹 퇴치운동에선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중국이지만 화성어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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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이 국가 훈장인 ‘공화국 훈장’을 처음 수여했다. 중국 건설과 발전에 공헌한 인물들에게 주는 최고 영예다.


8명의 수여자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선지란(申紀蘭·90)이다. 


선지란은 평생 농촌개혁에 앞장서왔다. 고향인 산시성 핑쉰현 시거우촌에서 당 간부에 임명됐지만 30년간 월급을 받지 않았다. 관용차량도 거절하고 버스를 탔다. 출장에 가면 가장 싼 여관, 가장 싼 음식을 찾았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선지란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과 김일성 북한 주석 같은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도 그와 만났다. 지난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100인의 개혁선봉 표창 수상자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최고 영예인 공화국 훈장까지 받았다. 


중국이 건국 70년간 여정에서 선지란의 공로를 크게 인정한 이유는 비단 청렴함 때문일까. 


선지란은 중국 정치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선지란은 1954년 중국 의회인 제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 선출된 후 13기까지 65년간 전인대 대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동안 모든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유일한 대표이기도 하다. 수천만 인민들을 아사시킨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 설립에 찬성했고, 중국 현대사 최대 비극으로 꼽히는 문화대혁명에도 찬성했다. 공산당이 대약진운동과 문혁에 대한 과오 청산에 나설 때도 찬성표를 던졌다. 류샤오치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한결같이 찬성했다. 공산당의 입장은 세월이 흐르며 바뀌었지만 그는 한 번도 ‘찬성’을 접은 적이 없다.


1949년 10월1일 마오쩌둥 주석이 톈안먼 성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인민정부가 오늘 성립되었다”고 선포한 이래 중국 경제는 비약적 발전을 했다. 그러나 정치체제도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왔는지는 누구도 확신하기 힘들다. 


지난달 30일 베이징전람관에서 열리고 있는 건국 70주년 기념전을 찾았다. ‘위대한 역정·빛나는 성취’라는 주제에 맞게 중국의 과학기술, 경제, 군사 등 다방면의 발전 성과가 잘 전시돼 있었다. 1952년 679억위안에 불과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74배 성장했다. 2010년에는 일본을 넘어 세계 2위 경제체가 됐다. 베이징전람관은 원래 소련의 기술과 자본으로 지은 소련전람관이었다. 소련 붕괴 후 베이징전람관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중국 공산당의 성과를 과시하는 곳이 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념전 관람 후 “70년간 역사적 성취와 변혁은 중국 공산당만이 중국을 이끌 수 있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만이 중국에 번영과 부강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중국 공산당은 소련 공산당의 69년 집권 기록을 깼다. 


그러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덩샤오핑의 유훈인 ‘집단지도체제’가 희미해졌다.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폐지해 장기집권이 가능해졌다. 헌법에 ‘시진핑 사상’을 삽입해 시 주석의 사상적 지위는 마오쩌둥 반열로 격상됐다. 시 주석이 2013년 국가주석으로 처음 임명될 때 찬성률은 99.86%였다. 반대표는 단 1표, 기권은 3표에 불과했다. 헌법 수정 표결 때도 반대는 2표뿐이었다. 


선지란은 “요즘은 거수 대신 전자개표기 버튼만 누른다”면서 “전인대 변화가 너무 빠르다”고 토로했다. 거수라는 공개 찬성을 통해 충성심을 과시할 수 있었던 과거가 그리운 것은 아닐까. 경제에서는 눈부신 개혁·개방 성과를 이뤘지만 개혁을 찾기 힘든 중국의 정치가 우려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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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톈안먼(天安門) 일대는 지금 ‘공사 중’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초상화가 걸린 톈안먼 맞은편에는 붉은색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근처에 위치한 첸먼(前門)도 새 단장이 한창이다.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이곳 톈안먼 일대에서 역대 최대 9만명이 동원된 대규모 연습이 진행됐다. 다음달 1일 이곳에서 열리는 중국 건국 70주년 경축 행사와 열병식, 퍼레이드 합동 연습이 처음 치러진 것이다.


관영 매체들은 분위기 띄우기에 분주했다. 인민일보, 신화통신은 앞다퉈 “이번 연습이 질서 정연하게 조직되고 예상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국경절 경축 행사를 성대하게,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베이징 인근 경비는 물론 온라인 통제가 한층 강화됐고, 베이징 주변 공장 가동도 제한되고 있다. 전 세계에 중국 건국 70주년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높아진 통제와 과도할 정도로 분위기를 띄우는 현 상황을 보면 오히려 중국 지도층의 불안감이 읽힌다. 


중국이 처한 현실은 안팎으로 복잡하다. 안으로는 홍콩 시위 사태의 장기화,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3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됐다.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위를 촉발시킨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지만 시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송환법 반대 목소리가 끓어오르던 지난 6월에 철회 발표를 했다면 어땠을까. 중국 중앙 정부의 고민이 길어지는 사이 홍콩 정부와 시위대의 반목의 골은 너무 깊어졌다. 호미만으로는 막기 어려워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이어온 중국은 150쪽짜리 무역협정 초안을 작성했다. 합의안에 사인하기 직전, 중국은 그간의 입장을 철회하며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이후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미·중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제품을 더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경제 하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시 주석은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우리가 마주한 각종 투쟁은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일 것”이라면서 경제, 외교, 홍콩, 대만 문제 등을 언급했다.


10월 초 미·중은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한다. 양국 간 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국경절 경축 행사를 치러낼 계획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도, 홍콩 사태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없다.


어려운 상황에 꺼내든 것은 대장정 정신이다. 시 주석은 ‘위대한 장정 정신’ ‘강대한 정신 동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중국 홍군은 1만5000㎞에 달하는 고난의 대장정을 치러냈고, 정권을 잡은 공산당이 중국을 이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홍콩 사태와 미·중 무역 갈등이 대장정 정신을 앞세운 버티기 작전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중국은 홍군이 정신력으로 버텨냈던 낙후하고 고립된 1930년대와 다르다.


중국 지도층은 애국심으로 불안감을 희석시키는 모양새다. 


10일 중국 관영 CCTV는 56개 민족 학생 대표단과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수만명이 톈안먼 광장에 모여 오성홍기를 흔들며 ‘사랑해요 중국’ 노래를 부른 장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청춘을 당신에게 바친다/내 어머니/내 조국’이라는 가사가 담겼다.


과연 중국이 안팎의 고난을 해결하고, 가사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국경절을 맞을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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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중국 대륙은 드라마 <장안십이시진(長安十二時辰)>으로 뜨거웠다. 새로운 줄거리는 아니다. 당나라 수도 장안성에 자객들이 침투해 장안성이 위험에 빠지자 군인 출신 사형수를 비밀 투입해 위기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옛 시간 단위 ‘시진’을 끌어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미국 드라마 <24시>에서 구성을 따온 듯한 이 드라마가 ‘중국판 짝퉁’으로 전락하지 않은 것은 철저한 역사 고증 덕분이다. 시간적 배경이 되는 정월대보름의 풍속을 상세히 묘사하고 당나라 시대 화장법과 복식 등은 원형에 가깝게 고증했다. 단순한 역사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찬사가 나왔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기록을 근거로 제시한다. 직책이나 풍속을 설명하는 자막이 유독 많다.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했지만 정사(正史)만 따르지는 않았다. 원작 소설 작가는 안녹산의 난에 대한 민간의 기록인 ‘안녹산 사적’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훌륭한 역사라도, 혹은 참혹한 일이라도 기록돼야 기억된다. 많을수록 정확해진다. 당나라 황실로서 안녹산의 난은 반역의 역사다. 편파적일 수 있는 기록은 안녹산 사적이라는 민간의 목소리가 보완한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지 않고, 관영 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목소리를 기록해 팔던 서점이 홍콩에 있었다. 홍콩 쇼핑몰이 밀집한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퉁러완 서점이다. 중국 본토에서 구할 수 없는 금서(禁書)를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 비화를 담은 서적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왕치산 부주석 등 지도자들을 풍자하는 책도 팔았다. 중국 정부로서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2015년 이 서점의 주주와 직원 5명이 갑자기 실종됐다. 몇 달 만에 나타난 서점 점장은 중국 공안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서점은 문을 닫았다.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가 통과되면 제2, 제3의 퉁러완 서점 사건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일국양제로 홍콩의 자치권이 보장될 줄 알았지만 중국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하나의 중국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홍콩인들이 직접 뽑지 않고 중국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행정장관 선거 제도 문제도 지적한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보통 선거를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번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18일 밤 정부청사 앞 차도에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혀 있다. 강윤중 기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이 출판·언론의 자유가 충분치 않았던 시절에 자신도 책을 사러 홍콩에 갔다고 했다. 자유의 공기가 가득하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자유를 잃었다. 금서를 살 수 있는 곳은 홍콩에서 대만으로 바뀌었다.


지난 17일 퉁러완 서점을 가봤다. 대로에 있는 푸른색 간판은 여전했지만 철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 밑에는 ‘홍콩 힘내라’ ‘지지한다’는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서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 문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오성홍기를 흔드는 친중국 시위를 적극 보도한다. 친중국 시위는 단체 참여가 많다. 지난 17일 집회에서는 후이저우, 충칭, 광저우 등 중국 각 지역의 향우회가 플래카드를 들고 와 여기저기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중국 매체들은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최대한 적게, 일부분만 기록한다. 주로 폭도나 폭력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18일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노트북을 켰을 때 누군가 다가와 말없이 물을 건넸고, 우산을 씌워줬다. 난간을 넘을 때 손을 내밀어 잡아줬고, 한국어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까지는 기사에 담지 못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더 자세히 기록돼야 한다. 폭도라는 짧은 단어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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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국기게양대에는 오성홍기가 깃봉에서 한참 내려와 달려 있었다. 지난 22일 사망한 리펑(李鵬) 전 총리의 영결식이 이날 치러졌다. 톈안먼 광장의 조기는 오롯이 리 전 총리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게양됐다.


리펑 전 총리. 그는 ‘톈안먼 학살자’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인 톈안먼 사태 때 그는 총리였다. 계엄령을 선포했고 탱크를 앞세운 군부대를 투입했다. 중국 당국이 밝힌 희생자는 수백명이지만, 1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이 톈안먼에서 사라져 간 지 30주기 되던 6월4일, 중국 당국은 톈안먼 광장의 경계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어떤 추모 행사도 열리지 못했다. 중국 영토 중에서는 겨우 홍콩에서만 톈안먼 희생자를 기리는 집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학살 주범’으로 지목받는 리펑은 톈안먼 광장에서 대대적이고 공개적으로 추모됐다.


톈안먼 광장에서 국무원 기자회견장까지는 2㎞ 남짓이다. 이날 국무원 산하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이곳에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40분의 기자회견 동안 법치라든가, 법률 및 기본법 준수 같은 말이 20여차례 나왔다. 대변인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법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주장의 목표가 아무리 숭고하다고 해도 폭력은 폭력이고 위법은 위법”이라고 했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를 폭력 시위로 규정했고, 법의 잣대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했다. 


리 전 총리는 톈안먼 시위 유혈 진압 외에도 논란이 많다. 1992년 생태계 파괴 우려에도 홍수 예방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싼샤댐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광둥성 다야만 핵발전소 건설도 그의 재임 기간 중 이뤄졌다. 1998년 창강에 큰 홍수가 나자 모래주머니로 방지둑을 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가장 큰 풀주머니(草包·차오바오)’로 홍수를 막자고 했다. 리 전 총리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중국어에서 차오바오는 바보라는 뜻이 있다.


리 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이었다. 그러나 10년간 총리를 지낸 후에도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하며 권좌를 누렸다. 장남인 리샤오펑은 2016년부터 교통운수부 장관을 맡아 권력의 대를 이었다. 


법치를 강조하는 중국은 리 전 총리의 수많은 논란과 과오는 한번도 객관적 잣대로 평가한 적이 없다. 법으로 판단받은 적은 더더욱 없다. 법치는 때때로 특정한 곳에서 강력하게 작용한다. 


장커우커우는 13세 때 어머니가 이웃에게 맞아 죽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러나 살해범이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판결을 받자, 군에 입대해 특공무술을 익혔다. 지난해 춘제 때 고향으로 돌아가 살해범과 그 가족을 죽이고 자수했다.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목도한 그는 성장과정 내내 괴로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미성년 범죄 처벌에 대한 비판과 구제 여론이 높아졌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문에서 “법원이 인간의 연약함을 헤아려 자비심을 가지고 역사에 남을 위대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법에 따라 17일 사형이 집행됐다.


보통의 중국인들에게 법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중국의 법치가 지도자들에게도 엄격하게 작용할까? 


리 전 총리는 생전 기고문에서 논란 속에 강행한 톈안먼 시위 진압, 싼샤댐과 핵발전소 건설 등 3대 결정은 모두 덩샤오핑의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리펑이 죽은 후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그가 “1989년 정치적 풍파 당시 결단력 있는 조치로 소란을 억제하고, 반혁명 폭동을 진압해 국내 정세를 안정시켰다”고 했다. 또 “전심전력으로 인민을 위해 봉사한 일생이었다”고도 했다.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들의 주장이 공허하기만 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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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홍콩 노래 ‘상하이탄’이 최근 상하이에서 ‘쓰레기 분리 송’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물티슈는 물기가 얼마나 있든 마른 쓰레기, 해바라기씨 껍질은 말라비틀어졌어도 젖은 쓰레기, 돼지가 먹을 수 있으면 무조건 젖은 쓰레기….”


가창자의 진지함이 가사 내용과 대비되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끌고 있다. 상하이탄이 쓰레기 분류 노래로 패러디된 이유는 상하이시가 지난 1일부터 역사상 가장 엄격한 ‘생활쓰레기 관리 조례’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사는 대다수 한국 교민들은 인터넷 등 각종 통제에 미치도록 답답함을 느끼지만, 쓰레기에 관해선 ‘자유’를 느끼곤 한다. 정해진 요일에 쓰레기를 배출할 필요가 없고, 음식물과 재활용품을 따로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아파트는 층마다 수거 통이 있어 쓰레기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새 조례가 시행된 상하이를 시작으로 쓰레기 배출 풍경이 크게 바뀌게 됐다. 모든 생활쓰레기는 젖은 쓰레기, 마른 쓰레기, 재활용품, 유해 쓰레기 4가지로 분류해 배출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버리면 개인은 최고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가오카오’(중국 수능)보다 더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분류 기준 때문에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 ‘분리배출 대행업’ 같은 새로운 산업도 등장했다. 


14억명 가까운 인구 대국인 중국은 쓰레기 배출도 ‘대국’이다. 2001년 이후 도시 쓰레기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7년 중국의 생활쓰레기양은 1억3470만t에서 2018년 2억1521만t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면서 일회용 포장 용기 사용이 급증했고, 온라인 상거래 발달로 택배상자가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쓰레기 분류 제도를 도입한 나라로 꼽힌다. 1965년 베이징 시내 주택 단지에서 분리배출을 실시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쓰레기 분류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2000년 들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8개 도시를 생활쓰레기 분류 수집 시범도시로 지정하고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 시스템 미흡과 부족한 시민의식 등으로 20년 가까이 정착되지 못했다. 배출된 쓰레기는 수집, 운반 과정에서도 분리 처리돼야 하는데 시스템 미흡으로 완벽한 분리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도 많았다. 또 중국의 쓰레기 분류를 ‘쓰레기를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拾荒人)들에게 의존한 측면도 있다. 8만2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이들은 뒤섞여 버려진 쓰레기 속에서 팔 수 있는 재활용품을 알아서 수거했다.


최근 쓰레기양이 급증하고, 처리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3일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이 “쓰레기 분리배출은 자원 절약과 사회 문명 수준의 중요한 구현”이라고 지시했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시행 일주일 남짓 된 상하이 쓰레기 분리배출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음식배달 앱인 얼러머 집계 결과 상하이에서 지난 1일부터 나흘간 일회용 수저를 거부한 비중이 전달 대비 149% 늘었다. 


그동안 가장 큰 난제로 꼽혔던 시민의식도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개방의 선진도시 상하이에서 먼저 앞장서자’ ‘나부터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져서는 안되는 전쟁’이라는 말도 나온다. 쓰레기 분리배출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숙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수십년간 시도에만 그쳤던 쓰레기 분리배출이 대륙에 뿌리내릴 적기를 만난 듯하다. 이제는 더 미룰 수도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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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개를 대상으로 한 ‘펑츠(자해 공갈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풀어서 설명하면 개 물림 ‘할리우드 액션’ 사기극이랄까. 


지난달 간쑤성 란저우에서 일어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남성이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여성 견주를 따라가다가 견주가 한눈을 판 사이 개에게 달려들어 밀친다. 놀란 개가 짖으면서 날뛰는 틈을 타 개에게 물린 척하고 견주에게 치료비를 뜯어낸다. 사건 당사자이자 목격자인 개가 증언을 못하니 속수무책 당하기 일쑤다. 란저우뿐 아니라 각지에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해 사기 수법을 자세히 알렸다.


그런데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예상과 정반대였다. 되레 사기꾼 남성을 응원하고 나섰다. 대부분이 “이 ‘펑츠’는 지지한다” “악은 악으로 다스려야 한다”면서 ‘당해도 싸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을 나온 견주가 백 번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공갈 협박범보다 무개념 견주에게 더 분노했다.


중국에서 자해 공갈 사기를 일컫는 펑츠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깨지는 도자기를 뜻한다. 일부 골동품 업자들이 금이 간,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길가 자판에 세워놓고, 행인들이 실수로 건드리기를 기다렸다가 돈을 뜯어내는 수법에서 나왔다. 길에서 쓰러진 노인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거나 고의로 차에 뛰어들어 다친 척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개 목줄을 하지 않은 견주를 겨냥한 펑츠는 수년 전부터 등장했다. 그러나 무개념 견주들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올라가면서 범죄를 지지하는 이상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수년 새 눈덩이 불어나듯 애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아파트에서 개 짖음이나 층간 소음은 물론, 배변물 방치, 개 물림 등 사고도 잇따랐다. 뉴스에서 다루지 않던 작은 사고까지 소셜미디어로 노출되면서 켜켜이 쌓여온 반려견 에티켓에 대한 불만이 응집돼 폭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는 약 6700만마리의 반려견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를 키우는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의식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 사고가 많은 곳으로, 교통사고로 다치는 이들보다 개 때문에 다치는 사람이 14배 많다는 조사 결과까지 있다. 반려견 등록, 목줄 착용 등 규정은 있지만 일일이 감시하기도 힘들다.


항저우에서는 전국 최초로 지난해 11월부터 밤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에만 반려견을 집 밖에 데리고 나가 산책시킬 수 있게 하는 강력한 통제에 나섰다. 그러나 일일이 단속이 어렵고 낮에 산책시킬 수 있게 해달라는 견주들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4월부터 낮에도 반려견을 산책시킬 수 있는 시범 지역 3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완전한 문제 해결은 어렵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가리기도 어렵다. 60대 여성이 산책을 하다 목줄을 하지 않은 강아지가 달려들며 짖는 것에 놀라 넘어졌고, 800만원이 넘는 입원비가 들었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이를 두고 부주의냐 개 탓이냐를 두고 2년간 소송을 벌이다 ‘쌍방과실’로 결론이 났다.


법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자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처단까지 나타났다. 결핵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 개에게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반려견들이 산책하는 공원에 일부러 뿌려놓는 사건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산책하던 개가 햄 속에 박혀 있던 약물을 먹고 죽는 일이 이어진다. 무개념 견주도 문제지만 유독물질을 공공장소에 뿌리는 일은 더 심각한 범죄다.


늘어나는 개 때문에 사회 분쟁이 늘어나고 있지만 법규와 감시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견주들의 의식 전환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텐데, 과연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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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에서는 ‘996’ 정신이 필요하고, 생활에서는 ‘669’를 지켜야 합니다.”


매년 5월10일은 ‘알리데이’다. 알리바바그룹 직원들의 축제인 이날 최고 하이라이트는 102쌍이 올리는 합동결혼식이다. 주례는 마윈(馬雲) 회장이다. 올해 주례사의 핵심은 996과 669였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남성들은 생활에서 669를 지켜야 한다”면서 6일에 6번 그리고 ‘오래’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9(九)의 중국어 발음인 ‘지우’는 오랠 구(久)와 같다. 주례를 한 마윈 회장도 웃었고 신혼부부와 내빈들도 웃었다. 669가 성적 의미가 담긴 야릇한 말이라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이들도, 또 동영상이나 기사를 통해 본 중국인들도 모두 다 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가운데)은 지난 10일 102쌍의 부부가 참석한 합동 결혼식의 주례로 나섰다. 사진 펑파이


마윈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담긴 996을 옹호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996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중국 IT 업계 근로 문화를 말한다. 마윈은 “여러분이 젊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가 젊은이들에게 ‘꼰대’로 낙인 찍혔다. 이날 주례사는 마윈이 여전히 알리바바에서는 996 정신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669가 불러온 야한 농담 논란이 996 꼰대 논란을 덮었다.


지난해 알리데이 합동결혼식에서도 마윈은 묘한 주례사를 했다. 그는 “결혼의 중요한 키포인트는 딩딩(釘釘)을 많이 쓰는 것”이라고 했다. 딩딩은 알리바바가 만든 채팅 프로그램이다. 모바일 채팅 앱 1위인 웨이신(微信) 대신 자사의 딩딩을 사용해 대화를 많이 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딩딩은 남성 성기를 뜻하는 딩딩(丁丁)과 발음이 같다. 마윈은 말미에 “행복한 결혼의 관건은 딩딩”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중국에서 적응이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같은 뉴스를 방송하는 일이다. 관영방송 CCTV의 <신원롄보>는 베이징TV에도, 상하이TV에도 똑같이 나온다. 몇 시간 후에 똑같은 신원롄보를 재방송하는 것을 보면 더 놀란다. 뉴스가 취재 경쟁의 산물이라기 보다 최고 지도자와 당의 움직임과 지침을 알리는 선전 도구라는 전제를 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고개를 숙이고 받아적고 있는 간부들의 모습도 단골로 등장한다. 뉴스 내용은 다음날 인민일보 1면에 똑같이 실린다. 번뜩이는 비판의 칼날보다는 칭송의 시가 많다. 


선전도 시대에 맞게 옷을 갈아 입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춰 공산당은 지난 1월 정책선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쉐시창궈(學習强國·학습강국)’을 내놓았다. 연설문과 다큐멘터리 등 시 주석의 사상과 정책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시(習)’자가 시 주석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일부 기업에서는 앱 이용 횟수로 직원들의 점수를 매겨 포상을 한다고 한다. 지난달 출장길에서 만난 한 지방 간부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쉐시창궈 순위를 자랑했다. 지도자의 말을 잘 숙지하면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이 앱은 알리바바가 개발했다. 


마윈의 ‘669’는 야해서가 아니라 알리바바의 선전 욕심 때문에 문제가 됐다. 알리바바는 마윈이 주례사를 마친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669를 새로운 개념이라고 홍보했다. 이 669론이 기업 안팎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코멘트도 했다. 노골적으로 성적 암시가 들어있는 이 말은 마윈은 물론 알리바바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마윈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러나 되레 새로운 개념으로 널리 알리기에 나서 지적을 받았다. 앞서 마윈의 996 옹호 발언을 널리 홍보한 것도 알리바바의 소셜미디어였다. 지도자의 말은 발언의 적절성을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무조건 학습의 대상이라는 관념이 뿌리 깊게 박힌 중국식 문화가 반영된 결과인 듯하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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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웨이신·웨이보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체리 한 개를 든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체리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한 개 가격은 2위안 정도. 300원이 넘는다. 사진에는 ‘나는 언제쯤 체리 자유(車厘子自由)를 누릴 수 있냐’는 한탄의 글이 함께 있다.


저렴하고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중국에서도 체리는 선뜻 사기 힘든 과일이다. 500g당 80위안 정도로 다른 과일에 비해 3배 수준이다. 중국산에 비해 당도가 높은 외국산은 비싸도 인기가 높다. 체리가 자유의 상징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올 초 ‘26세, 월급 1만위안, 그래도 체리는 못 먹는다’는 글이 화제가 되면서다. 대학원 졸업 후 베이징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26세 여성. 겉으론 대도시의 멋진 커리어우먼이지만 실제론 체리도 마음껏 먹지 못할 정도로 생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내용이다. 체리 자유에 공감하는 젊은이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체리보다 더 비싼 과일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 체리는 열심히 돈을 벌어도 마음껏 사 먹을 수 없는 ‘화중지병’의 대명사가 됐다.


현재는 체리가 그렇지만 60년 전 중국에선 망고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과일이었다. 1968년 파키스탄 대표단은 중국에 오면서 마오쩌둥 주석에게 망고를 선물했다. 과일에 관심이 없던 마오쩌둥은 ‘수도 노동자 마오쩌둥 사상 선전대’에 망고를 선물했다. 지금은 하이난, 대만산 망고를 전국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망고를 본 사람이 얼마 없었다. 게다가 마오 주석이 내린 것이니 그야말로 신성한 과일이었다. 중국 전체를 혼란으로 밀어넣은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시작된 이듬해였으니 더했다. 처음 망고를 받은 단체는 칭화대학교 사상 선전대였다. 마오 주석이 내린 신성한 물건을 손댈 수 없다며 먹지 않고 전시했다. 베이징 방직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망고에 절하며 경의를 표했다. 마오 주석의 성물에 대한 소문은 금세 퍼졌다. 그러나 망고는 고작 열댓 개에 불과했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자 결국 플라스틱으로 가짜 망고를 만들었다. 이 플라스틱 망고는 광저우까지 갔다. ‘마오 주석님 만수무강하십시오’라는 글이 적힌 유리 상자에 담긴 플라스틱 망고가 광저우공항에 도착하자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북을 치며 환영했다고 한다. 문화대혁명 시대에는 망고도 성물로 변할 수 있었다. 


문화대혁명은 수십 년 전 끝났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 젊은이들은 그만큼 자유로워졌을까. 체리 자유는 당초 글을 쓴 여성이 언급한 15단계 자유 중 6단계에 불과하다. 매운맛 불량식품 라티아오 자유를 1단계로 시작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회원 가입, 스타벅스에 이어 여섯 번째다. 상위권에는 여행, 연애, 내 집 마련의 자유가 자리하고 있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연애,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N포세대와도 통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을 했지만 월급이 물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을 사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기약 없는 경쟁에 내몰린 젊은 세대들이 체리에 빗대 자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젊은이들의 소비 과시 행태가 체리 자유라는 말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한다.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스타트업에는 ‘996 근무제’가 일반적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고 일주일에 6일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경기 둔화로 중국 기업체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996 근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삶의 질과는 더 멀어진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힘들다. 중국의 대표 기업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만 일하려는 이들은 필요 없다”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인 것일까, 청춘이니 아파야 하는 것일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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