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이 국가 훈장인 ‘공화국 훈장’을 처음 수여했다. 중국 건설과 발전에 공헌한 인물들에게 주는 최고 영예다.


8명의 수여자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선지란(申紀蘭·90)이다. 


선지란은 평생 농촌개혁에 앞장서왔다. 고향인 산시성 핑쉰현 시거우촌에서 당 간부에 임명됐지만 30년간 월급을 받지 않았다. 관용차량도 거절하고 버스를 탔다. 출장에 가면 가장 싼 여관, 가장 싼 음식을 찾았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선지란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과 김일성 북한 주석 같은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도 그와 만났다. 지난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100인의 개혁선봉 표창 수상자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최고 영예인 공화국 훈장까지 받았다. 


중국이 건국 70년간 여정에서 선지란의 공로를 크게 인정한 이유는 비단 청렴함 때문일까. 


선지란은 중국 정치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선지란은 1954년 중국 의회인 제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 선출된 후 13기까지 65년간 전인대 대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동안 모든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유일한 대표이기도 하다. 수천만 인민들을 아사시킨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 설립에 찬성했고, 중국 현대사 최대 비극으로 꼽히는 문화대혁명에도 찬성했다. 공산당이 대약진운동과 문혁에 대한 과오 청산에 나설 때도 찬성표를 던졌다. 류샤오치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한결같이 찬성했다. 공산당의 입장은 세월이 흐르며 바뀌었지만 그는 한 번도 ‘찬성’을 접은 적이 없다.


1949년 10월1일 마오쩌둥 주석이 톈안먼 성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인민정부가 오늘 성립되었다”고 선포한 이래 중국 경제는 비약적 발전을 했다. 그러나 정치체제도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왔는지는 누구도 확신하기 힘들다. 


지난달 30일 베이징전람관에서 열리고 있는 건국 70주년 기념전을 찾았다. ‘위대한 역정·빛나는 성취’라는 주제에 맞게 중국의 과학기술, 경제, 군사 등 다방면의 발전 성과가 잘 전시돼 있었다. 1952년 679억위안에 불과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74배 성장했다. 2010년에는 일본을 넘어 세계 2위 경제체가 됐다. 베이징전람관은 원래 소련의 기술과 자본으로 지은 소련전람관이었다. 소련 붕괴 후 베이징전람관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중국 공산당의 성과를 과시하는 곳이 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념전 관람 후 “70년간 역사적 성취와 변혁은 중국 공산당만이 중국을 이끌 수 있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만이 중국에 번영과 부강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중국 공산당은 소련 공산당의 69년 집권 기록을 깼다. 


그러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덩샤오핑의 유훈인 ‘집단지도체제’가 희미해졌다.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폐지해 장기집권이 가능해졌다. 헌법에 ‘시진핑 사상’을 삽입해 시 주석의 사상적 지위는 마오쩌둥 반열로 격상됐다. 시 주석이 2013년 국가주석으로 처음 임명될 때 찬성률은 99.86%였다. 반대표는 단 1표, 기권은 3표에 불과했다. 헌법 수정 표결 때도 반대는 2표뿐이었다. 


선지란은 “요즘은 거수 대신 전자개표기 버튼만 누른다”면서 “전인대 변화가 너무 빠르다”고 토로했다. 거수라는 공개 찬성을 통해 충성심을 과시할 수 있었던 과거가 그리운 것은 아닐까. 경제에서는 눈부신 개혁·개방 성과를 이뤘지만 개혁을 찾기 힘든 중국의 정치가 우려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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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톈안먼(天安門) 일대는 지금 ‘공사 중’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초상화가 걸린 톈안먼 맞은편에는 붉은색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근처에 위치한 첸먼(前門)도 새 단장이 한창이다.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이곳 톈안먼 일대에서 역대 최대 9만명이 동원된 대규모 연습이 진행됐다. 다음달 1일 이곳에서 열리는 중국 건국 70주년 경축 행사와 열병식, 퍼레이드 합동 연습이 처음 치러진 것이다.


관영 매체들은 분위기 띄우기에 분주했다. 인민일보, 신화통신은 앞다퉈 “이번 연습이 질서 정연하게 조직되고 예상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국경절 경축 행사를 성대하게,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베이징 인근 경비는 물론 온라인 통제가 한층 강화됐고, 베이징 주변 공장 가동도 제한되고 있다. 전 세계에 중국 건국 70주년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높아진 통제와 과도할 정도로 분위기를 띄우는 현 상황을 보면 오히려 중국 지도층의 불안감이 읽힌다. 


중국이 처한 현실은 안팎으로 복잡하다. 안으로는 홍콩 시위 사태의 장기화,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3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됐다.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위를 촉발시킨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지만 시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송환법 반대 목소리가 끓어오르던 지난 6월에 철회 발표를 했다면 어땠을까. 중국 중앙 정부의 고민이 길어지는 사이 홍콩 정부와 시위대의 반목의 골은 너무 깊어졌다. 호미만으로는 막기 어려워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이어온 중국은 150쪽짜리 무역협정 초안을 작성했다. 합의안에 사인하기 직전, 중국은 그간의 입장을 철회하며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이후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미·중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제품을 더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경제 하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시 주석은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우리가 마주한 각종 투쟁은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일 것”이라면서 경제, 외교, 홍콩, 대만 문제 등을 언급했다.


10월 초 미·중은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한다. 양국 간 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국경절 경축 행사를 치러낼 계획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도, 홍콩 사태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없다.


어려운 상황에 꺼내든 것은 대장정 정신이다. 시 주석은 ‘위대한 장정 정신’ ‘강대한 정신 동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중국 홍군은 1만5000㎞에 달하는 고난의 대장정을 치러냈고, 정권을 잡은 공산당이 중국을 이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홍콩 사태와 미·중 무역 갈등이 대장정 정신을 앞세운 버티기 작전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중국은 홍군이 정신력으로 버텨냈던 낙후하고 고립된 1930년대와 다르다.


중국 지도층은 애국심으로 불안감을 희석시키는 모양새다. 


10일 중국 관영 CCTV는 56개 민족 학생 대표단과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수만명이 톈안먼 광장에 모여 오성홍기를 흔들며 ‘사랑해요 중국’ 노래를 부른 장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청춘을 당신에게 바친다/내 어머니/내 조국’이라는 가사가 담겼다.


과연 중국이 안팎의 고난을 해결하고, 가사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국경절을 맞을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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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중국 대륙은 드라마 <장안십이시진(長安十二時辰)>으로 뜨거웠다. 새로운 줄거리는 아니다. 당나라 수도 장안성에 자객들이 침투해 장안성이 위험에 빠지자 군인 출신 사형수를 비밀 투입해 위기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옛 시간 단위 ‘시진’을 끌어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미국 드라마 <24시>에서 구성을 따온 듯한 이 드라마가 ‘중국판 짝퉁’으로 전락하지 않은 것은 철저한 역사 고증 덕분이다. 시간적 배경이 되는 정월대보름의 풍속을 상세히 묘사하고 당나라 시대 화장법과 복식 등은 원형에 가깝게 고증했다. 단순한 역사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찬사가 나왔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기록을 근거로 제시한다. 직책이나 풍속을 설명하는 자막이 유독 많다.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했지만 정사(正史)만 따르지는 않았다. 원작 소설 작가는 안녹산의 난에 대한 민간의 기록인 ‘안녹산 사적’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훌륭한 역사라도, 혹은 참혹한 일이라도 기록돼야 기억된다. 많을수록 정확해진다. 당나라 황실로서 안녹산의 난은 반역의 역사다. 편파적일 수 있는 기록은 안녹산 사적이라는 민간의 목소리가 보완한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지 않고, 관영 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목소리를 기록해 팔던 서점이 홍콩에 있었다. 홍콩 쇼핑몰이 밀집한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퉁러완 서점이다. 중국 본토에서 구할 수 없는 금서(禁書)를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 비화를 담은 서적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왕치산 부주석 등 지도자들을 풍자하는 책도 팔았다. 중국 정부로서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2015년 이 서점의 주주와 직원 5명이 갑자기 실종됐다. 몇 달 만에 나타난 서점 점장은 중국 공안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서점은 문을 닫았다.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가 통과되면 제2, 제3의 퉁러완 서점 사건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일국양제로 홍콩의 자치권이 보장될 줄 알았지만 중국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하나의 중국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홍콩인들이 직접 뽑지 않고 중국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행정장관 선거 제도 문제도 지적한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보통 선거를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번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18일 밤 정부청사 앞 차도에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혀 있다. 강윤중 기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이 출판·언론의 자유가 충분치 않았던 시절에 자신도 책을 사러 홍콩에 갔다고 했다. 자유의 공기가 가득하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자유를 잃었다. 금서를 살 수 있는 곳은 홍콩에서 대만으로 바뀌었다.


지난 17일 퉁러완 서점을 가봤다. 대로에 있는 푸른색 간판은 여전했지만 철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 밑에는 ‘홍콩 힘내라’ ‘지지한다’는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서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 문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오성홍기를 흔드는 친중국 시위를 적극 보도한다. 친중국 시위는 단체 참여가 많다. 지난 17일 집회에서는 후이저우, 충칭, 광저우 등 중국 각 지역의 향우회가 플래카드를 들고 와 여기저기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중국 매체들은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최대한 적게, 일부분만 기록한다. 주로 폭도나 폭력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18일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노트북을 켰을 때 누군가 다가와 말없이 물을 건넸고, 우산을 씌워줬다. 난간을 넘을 때 손을 내밀어 잡아줬고, 한국어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까지는 기사에 담지 못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더 자세히 기록돼야 한다. 폭도라는 짧은 단어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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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국기게양대에는 오성홍기가 깃봉에서 한참 내려와 달려 있었다. 지난 22일 사망한 리펑(李鵬) 전 총리의 영결식이 이날 치러졌다. 톈안먼 광장의 조기는 오롯이 리 전 총리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게양됐다.


리펑 전 총리. 그는 ‘톈안먼 학살자’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인 톈안먼 사태 때 그는 총리였다. 계엄령을 선포했고 탱크를 앞세운 군부대를 투입했다. 중국 당국이 밝힌 희생자는 수백명이지만, 1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이 톈안먼에서 사라져 간 지 30주기 되던 6월4일, 중국 당국은 톈안먼 광장의 경계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어떤 추모 행사도 열리지 못했다. 중국 영토 중에서는 겨우 홍콩에서만 톈안먼 희생자를 기리는 집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학살 주범’으로 지목받는 리펑은 톈안먼 광장에서 대대적이고 공개적으로 추모됐다.


톈안먼 광장에서 국무원 기자회견장까지는 2㎞ 남짓이다. 이날 국무원 산하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이곳에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40분의 기자회견 동안 법치라든가, 법률 및 기본법 준수 같은 말이 20여차례 나왔다. 대변인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법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주장의 목표가 아무리 숭고하다고 해도 폭력은 폭력이고 위법은 위법”이라고 했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를 폭력 시위로 규정했고, 법의 잣대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했다. 


리 전 총리는 톈안먼 시위 유혈 진압 외에도 논란이 많다. 1992년 생태계 파괴 우려에도 홍수 예방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싼샤댐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광둥성 다야만 핵발전소 건설도 그의 재임 기간 중 이뤄졌다. 1998년 창강에 큰 홍수가 나자 모래주머니로 방지둑을 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가장 큰 풀주머니(草包·차오바오)’로 홍수를 막자고 했다. 리 전 총리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중국어에서 차오바오는 바보라는 뜻이 있다.


리 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이었다. 그러나 10년간 총리를 지낸 후에도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하며 권좌를 누렸다. 장남인 리샤오펑은 2016년부터 교통운수부 장관을 맡아 권력의 대를 이었다. 


법치를 강조하는 중국은 리 전 총리의 수많은 논란과 과오는 한번도 객관적 잣대로 평가한 적이 없다. 법으로 판단받은 적은 더더욱 없다. 법치는 때때로 특정한 곳에서 강력하게 작용한다. 


장커우커우는 13세 때 어머니가 이웃에게 맞아 죽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러나 살해범이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판결을 받자, 군에 입대해 특공무술을 익혔다. 지난해 춘제 때 고향으로 돌아가 살해범과 그 가족을 죽이고 자수했다.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목도한 그는 성장과정 내내 괴로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미성년 범죄 처벌에 대한 비판과 구제 여론이 높아졌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문에서 “법원이 인간의 연약함을 헤아려 자비심을 가지고 역사에 남을 위대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법에 따라 17일 사형이 집행됐다.


보통의 중국인들에게 법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중국의 법치가 지도자들에게도 엄격하게 작용할까? 


리 전 총리는 생전 기고문에서 논란 속에 강행한 톈안먼 시위 진압, 싼샤댐과 핵발전소 건설 등 3대 결정은 모두 덩샤오핑의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리펑이 죽은 후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그가 “1989년 정치적 풍파 당시 결단력 있는 조치로 소란을 억제하고, 반혁명 폭동을 진압해 국내 정세를 안정시켰다”고 했다. 또 “전심전력으로 인민을 위해 봉사한 일생이었다”고도 했다.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들의 주장이 공허하기만 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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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홍콩 노래 ‘상하이탄’이 최근 상하이에서 ‘쓰레기 분리 송’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물티슈는 물기가 얼마나 있든 마른 쓰레기, 해바라기씨 껍질은 말라비틀어졌어도 젖은 쓰레기, 돼지가 먹을 수 있으면 무조건 젖은 쓰레기….”


가창자의 진지함이 가사 내용과 대비되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끌고 있다. 상하이탄이 쓰레기 분류 노래로 패러디된 이유는 상하이시가 지난 1일부터 역사상 가장 엄격한 ‘생활쓰레기 관리 조례’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사는 대다수 한국 교민들은 인터넷 등 각종 통제에 미치도록 답답함을 느끼지만, 쓰레기에 관해선 ‘자유’를 느끼곤 한다. 정해진 요일에 쓰레기를 배출할 필요가 없고, 음식물과 재활용품을 따로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아파트는 층마다 수거 통이 있어 쓰레기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새 조례가 시행된 상하이를 시작으로 쓰레기 배출 풍경이 크게 바뀌게 됐다. 모든 생활쓰레기는 젖은 쓰레기, 마른 쓰레기, 재활용품, 유해 쓰레기 4가지로 분류해 배출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버리면 개인은 최고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가오카오’(중국 수능)보다 더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분류 기준 때문에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 ‘분리배출 대행업’ 같은 새로운 산업도 등장했다. 


14억명 가까운 인구 대국인 중국은 쓰레기 배출도 ‘대국’이다. 2001년 이후 도시 쓰레기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7년 중국의 생활쓰레기양은 1억3470만t에서 2018년 2억1521만t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면서 일회용 포장 용기 사용이 급증했고, 온라인 상거래 발달로 택배상자가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쓰레기 분류 제도를 도입한 나라로 꼽힌다. 1965년 베이징 시내 주택 단지에서 분리배출을 실시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쓰레기 분류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2000년 들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8개 도시를 생활쓰레기 분류 수집 시범도시로 지정하고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 시스템 미흡과 부족한 시민의식 등으로 20년 가까이 정착되지 못했다. 배출된 쓰레기는 수집, 운반 과정에서도 분리 처리돼야 하는데 시스템 미흡으로 완벽한 분리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도 많았다. 또 중국의 쓰레기 분류를 ‘쓰레기를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拾荒人)들에게 의존한 측면도 있다. 8만2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이들은 뒤섞여 버려진 쓰레기 속에서 팔 수 있는 재활용품을 알아서 수거했다.


최근 쓰레기양이 급증하고, 처리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3일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이 “쓰레기 분리배출은 자원 절약과 사회 문명 수준의 중요한 구현”이라고 지시했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시행 일주일 남짓 된 상하이 쓰레기 분리배출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음식배달 앱인 얼러머 집계 결과 상하이에서 지난 1일부터 나흘간 일회용 수저를 거부한 비중이 전달 대비 149% 늘었다. 


그동안 가장 큰 난제로 꼽혔던 시민의식도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개방의 선진도시 상하이에서 먼저 앞장서자’ ‘나부터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져서는 안되는 전쟁’이라는 말도 나온다. 쓰레기 분리배출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숙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수십년간 시도에만 그쳤던 쓰레기 분리배출이 대륙에 뿌리내릴 적기를 만난 듯하다. 이제는 더 미룰 수도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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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개를 대상으로 한 ‘펑츠(자해 공갈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풀어서 설명하면 개 물림 ‘할리우드 액션’ 사기극이랄까. 


지난달 간쑤성 란저우에서 일어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남성이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여성 견주를 따라가다가 견주가 한눈을 판 사이 개에게 달려들어 밀친다. 놀란 개가 짖으면서 날뛰는 틈을 타 개에게 물린 척하고 견주에게 치료비를 뜯어낸다. 사건 당사자이자 목격자인 개가 증언을 못하니 속수무책 당하기 일쑤다. 란저우뿐 아니라 각지에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해 사기 수법을 자세히 알렸다.


그런데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예상과 정반대였다. 되레 사기꾼 남성을 응원하고 나섰다. 대부분이 “이 ‘펑츠’는 지지한다” “악은 악으로 다스려야 한다”면서 ‘당해도 싸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을 나온 견주가 백 번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공갈 협박범보다 무개념 견주에게 더 분노했다.


중국에서 자해 공갈 사기를 일컫는 펑츠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깨지는 도자기를 뜻한다. 일부 골동품 업자들이 금이 간,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길가 자판에 세워놓고, 행인들이 실수로 건드리기를 기다렸다가 돈을 뜯어내는 수법에서 나왔다. 길에서 쓰러진 노인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거나 고의로 차에 뛰어들어 다친 척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개 목줄을 하지 않은 견주를 겨냥한 펑츠는 수년 전부터 등장했다. 그러나 무개념 견주들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올라가면서 범죄를 지지하는 이상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수년 새 눈덩이 불어나듯 애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아파트에서 개 짖음이나 층간 소음은 물론, 배변물 방치, 개 물림 등 사고도 잇따랐다. 뉴스에서 다루지 않던 작은 사고까지 소셜미디어로 노출되면서 켜켜이 쌓여온 반려견 에티켓에 대한 불만이 응집돼 폭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는 약 6700만마리의 반려견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를 키우는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의식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 사고가 많은 곳으로, 교통사고로 다치는 이들보다 개 때문에 다치는 사람이 14배 많다는 조사 결과까지 있다. 반려견 등록, 목줄 착용 등 규정은 있지만 일일이 감시하기도 힘들다.


항저우에서는 전국 최초로 지난해 11월부터 밤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에만 반려견을 집 밖에 데리고 나가 산책시킬 수 있게 하는 강력한 통제에 나섰다. 그러나 일일이 단속이 어렵고 낮에 산책시킬 수 있게 해달라는 견주들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4월부터 낮에도 반려견을 산책시킬 수 있는 시범 지역 3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완전한 문제 해결은 어렵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가리기도 어렵다. 60대 여성이 산책을 하다 목줄을 하지 않은 강아지가 달려들며 짖는 것에 놀라 넘어졌고, 800만원이 넘는 입원비가 들었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이를 두고 부주의냐 개 탓이냐를 두고 2년간 소송을 벌이다 ‘쌍방과실’로 결론이 났다.


법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자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처단까지 나타났다. 결핵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 개에게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반려견들이 산책하는 공원에 일부러 뿌려놓는 사건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산책하던 개가 햄 속에 박혀 있던 약물을 먹고 죽는 일이 이어진다. 무개념 견주도 문제지만 유독물질을 공공장소에 뿌리는 일은 더 심각한 범죄다.


늘어나는 개 때문에 사회 분쟁이 늘어나고 있지만 법규와 감시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견주들의 의식 전환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텐데, 과연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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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에서는 ‘996’ 정신이 필요하고, 생활에서는 ‘669’를 지켜야 합니다.”


매년 5월10일은 ‘알리데이’다. 알리바바그룹 직원들의 축제인 이날 최고 하이라이트는 102쌍이 올리는 합동결혼식이다. 주례는 마윈(馬雲) 회장이다. 올해 주례사의 핵심은 996과 669였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남성들은 생활에서 669를 지켜야 한다”면서 6일에 6번 그리고 ‘오래’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9(九)의 중국어 발음인 ‘지우’는 오랠 구(久)와 같다. 주례를 한 마윈 회장도 웃었고 신혼부부와 내빈들도 웃었다. 669가 성적 의미가 담긴 야릇한 말이라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이들도, 또 동영상이나 기사를 통해 본 중국인들도 모두 다 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가운데)은 지난 10일 102쌍의 부부가 참석한 합동 결혼식의 주례로 나섰다. 사진 펑파이


마윈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담긴 996을 옹호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996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중국 IT 업계 근로 문화를 말한다. 마윈은 “여러분이 젊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가 젊은이들에게 ‘꼰대’로 낙인 찍혔다. 이날 주례사는 마윈이 여전히 알리바바에서는 996 정신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669가 불러온 야한 농담 논란이 996 꼰대 논란을 덮었다.


지난해 알리데이 합동결혼식에서도 마윈은 묘한 주례사를 했다. 그는 “결혼의 중요한 키포인트는 딩딩(釘釘)을 많이 쓰는 것”이라고 했다. 딩딩은 알리바바가 만든 채팅 프로그램이다. 모바일 채팅 앱 1위인 웨이신(微信) 대신 자사의 딩딩을 사용해 대화를 많이 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딩딩은 남성 성기를 뜻하는 딩딩(丁丁)과 발음이 같다. 마윈은 말미에 “행복한 결혼의 관건은 딩딩”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중국에서 적응이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같은 뉴스를 방송하는 일이다. 관영방송 CCTV의 <신원롄보>는 베이징TV에도, 상하이TV에도 똑같이 나온다. 몇 시간 후에 똑같은 신원롄보를 재방송하는 것을 보면 더 놀란다. 뉴스가 취재 경쟁의 산물이라기 보다 최고 지도자와 당의 움직임과 지침을 알리는 선전 도구라는 전제를 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고개를 숙이고 받아적고 있는 간부들의 모습도 단골로 등장한다. 뉴스 내용은 다음날 인민일보 1면에 똑같이 실린다. 번뜩이는 비판의 칼날보다는 칭송의 시가 많다. 


선전도 시대에 맞게 옷을 갈아 입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춰 공산당은 지난 1월 정책선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쉐시창궈(學習强國·학습강국)’을 내놓았다. 연설문과 다큐멘터리 등 시 주석의 사상과 정책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시(習)’자가 시 주석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일부 기업에서는 앱 이용 횟수로 직원들의 점수를 매겨 포상을 한다고 한다. 지난달 출장길에서 만난 한 지방 간부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쉐시창궈 순위를 자랑했다. 지도자의 말을 잘 숙지하면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이 앱은 알리바바가 개발했다. 


마윈의 ‘669’는 야해서가 아니라 알리바바의 선전 욕심 때문에 문제가 됐다. 알리바바는 마윈이 주례사를 마친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669를 새로운 개념이라고 홍보했다. 이 669론이 기업 안팎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코멘트도 했다. 노골적으로 성적 암시가 들어있는 이 말은 마윈은 물론 알리바바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마윈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러나 되레 새로운 개념으로 널리 알리기에 나서 지적을 받았다. 앞서 마윈의 996 옹호 발언을 널리 홍보한 것도 알리바바의 소셜미디어였다. 지도자의 말은 발언의 적절성을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무조건 학습의 대상이라는 관념이 뿌리 깊게 박힌 중국식 문화가 반영된 결과인 듯하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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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웨이신·웨이보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체리 한 개를 든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체리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한 개 가격은 2위안 정도. 300원이 넘는다. 사진에는 ‘나는 언제쯤 체리 자유(車厘子自由)를 누릴 수 있냐’는 한탄의 글이 함께 있다.


저렴하고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중국에서도 체리는 선뜻 사기 힘든 과일이다. 500g당 80위안 정도로 다른 과일에 비해 3배 수준이다. 중국산에 비해 당도가 높은 외국산은 비싸도 인기가 높다. 체리가 자유의 상징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올 초 ‘26세, 월급 1만위안, 그래도 체리는 못 먹는다’는 글이 화제가 되면서다. 대학원 졸업 후 베이징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26세 여성. 겉으론 대도시의 멋진 커리어우먼이지만 실제론 체리도 마음껏 먹지 못할 정도로 생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내용이다. 체리 자유에 공감하는 젊은이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체리보다 더 비싼 과일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 체리는 열심히 돈을 벌어도 마음껏 사 먹을 수 없는 ‘화중지병’의 대명사가 됐다.


현재는 체리가 그렇지만 60년 전 중국에선 망고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과일이었다. 1968년 파키스탄 대표단은 중국에 오면서 마오쩌둥 주석에게 망고를 선물했다. 과일에 관심이 없던 마오쩌둥은 ‘수도 노동자 마오쩌둥 사상 선전대’에 망고를 선물했다. 지금은 하이난, 대만산 망고를 전국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망고를 본 사람이 얼마 없었다. 게다가 마오 주석이 내린 것이니 그야말로 신성한 과일이었다. 중국 전체를 혼란으로 밀어넣은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시작된 이듬해였으니 더했다. 처음 망고를 받은 단체는 칭화대학교 사상 선전대였다. 마오 주석이 내린 신성한 물건을 손댈 수 없다며 먹지 않고 전시했다. 베이징 방직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망고에 절하며 경의를 표했다. 마오 주석의 성물에 대한 소문은 금세 퍼졌다. 그러나 망고는 고작 열댓 개에 불과했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자 결국 플라스틱으로 가짜 망고를 만들었다. 이 플라스틱 망고는 광저우까지 갔다. ‘마오 주석님 만수무강하십시오’라는 글이 적힌 유리 상자에 담긴 플라스틱 망고가 광저우공항에 도착하자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북을 치며 환영했다고 한다. 문화대혁명 시대에는 망고도 성물로 변할 수 있었다. 


문화대혁명은 수십 년 전 끝났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 젊은이들은 그만큼 자유로워졌을까. 체리 자유는 당초 글을 쓴 여성이 언급한 15단계 자유 중 6단계에 불과하다. 매운맛 불량식품 라티아오 자유를 1단계로 시작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회원 가입, 스타벅스에 이어 여섯 번째다. 상위권에는 여행, 연애, 내 집 마련의 자유가 자리하고 있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연애,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N포세대와도 통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을 했지만 월급이 물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을 사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기약 없는 경쟁에 내몰린 젊은 세대들이 체리에 빗대 자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젊은이들의 소비 과시 행태가 체리 자유라는 말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한다.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스타트업에는 ‘996 근무제’가 일반적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고 일주일에 6일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경기 둔화로 중국 기업체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996 근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삶의 질과는 더 멀어진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힘들다. 중국의 대표 기업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만 일하려는 이들은 필요 없다”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인 것일까, 청춘이니 아파야 하는 것일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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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안 좋아도, 이성 친구와 헤어져도, 혹은 취업을 못하더라도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상황이든 칭찬받을 수 있는 무적의 칭찬 단톡방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단톡방에서 조롱·딴지는 금지다. 누구든 ‘칭찬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단톡방 멤버들이 무한 칭찬을 보낸다. 중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진 ‘콰콰췬(誇誇群)’이다. 콰콰췬에서는 인생 문제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모든 것이 칭찬 대상이다.


“친구들은 다 꽃구경 떠났는데 나만 빈 기숙사에서 외롭게 있어. 칭찬 좀 해줘”라고 올리면 “독립심을 키울 좋은 기회야” “면벽 수행으로 인류의 영웅까지 될 수 있어”라는 칭찬과 위로가 올라온다. 


우산을 분실했단 글엔 “사람은 안 잃어버렸으니 최고지” “새 우산을 살 수 있게 됐어!” “휴대폰은 안 잃어버려 여기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잖아”라고 위로해준다. 무엇을 하든 지지와 격려를 받는다. 


콰콰췬은 개강 직후인 지난달 초 시안교통대학 학생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숙사 방을 쓰는 친구 3명이 컴퓨터가 고장나 낭패를 겪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시작이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중국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위챗) 단톡방 제한 인원 500명이 다 찼다. 칭화대, 난징대, 푸단대, 저장대 등 여러 학교들로 퍼졌다. 현재 대학별로 수십개의 콰콰췬이 만들어졌다. 친구를 위로해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칭찬 단톡방은 이제 대학 캠퍼스를 넘어 회사, 지역 커뮤니티로 번지고 있다. 


콰콰췬에서 칭찬을 듣고 안정과 힘을 얻었다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 모르는 이들이 건넨 칭찬이다. 가족이나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친구,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설교’가 많은데, 콰콰췬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힐링’을 준다는 것이다. 서로 칭찬을 주고받으면서 생활 속에서 누적된 스트레스가 풀린다. 특히 이전 세대보다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정신적으로 기댈 데를 찾기 힘든 젊은 세대들의 필요에 부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사범대학 자오융 교수는 신화통신에 “인터넷 시대의 특징인 가벼운 사회적 상호작용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콰콰췬에서 이뤄지는 교류가 완전한 진심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또 완전한 거짓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완전한 진심과 거짓의 중간 정도의 교류는 교감은 원하지만 간섭은 싫어하는 인터넷 세대의 교제 행태에 딱 부합한다. 


반면 영혼을 찾기 힘들고 말장난에만 치우친 칭찬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칭찬의 가치가 폄훼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는 칭찬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고, 이런 패스트푸드식 칭찬은 마음을 더 공허하게 할 뿐이라는 우려도 있다.


콰콰췬의 시작이 20대 초반 젊은이들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더 치열해진 경쟁에 내몰렸지만 제대로 된 칭찬이나 비판을 해줄 멘토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지난달 중국 명문대인 상하이교통대 교수가 단톡방에서 지도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뭇매를 맞았다. 전자전기공학과 소속의 이 교수는 지도학생들이 있는 단체채팅방에서 “매일 실험실에 나와 연구해야 하고 주말에도 쉬어서는 안된다. 너희들은 쉴 자격이 없다. 쓰레기, 문맹, 백치다. 너희들이 쓴 것은 다 똥 같다”고 학생들을 몰아세웠다. 스승이라면 단톡방에서 학생들에게 쓰레기라고 욕하기 전에 자신의 교육 방식을 먼저 반성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제 사이에 일방적 지시와 욕설은 틀렸다. 콰콰췬에서의 무조건적 칭찬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온라인 시대에는 칭찬조차 일회용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단톡방이 불법 영상 공유 같은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 요즘, 어떤 식이든 좋은 말만 오간다는 점은 칭찬할 만한 일이 아닐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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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성(蘇明成)식 캥거루족.’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인기와 화제를 끌고 있는 드라마 <도정호(都挺好)>가 유행시킨 신조어다. <도정호>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 남매가 아버지를 부양하게 되면서 불거지는 갈등과 가족 간 화합을 그리고 있다. 소명성은 주인공 가족의 둘째 아들 이름이다. 모범생 형, 여동생과 달리 학업에는 뜻이 없지만 ‘효심’을 내세워 비위를 맞추면서 부모님의 지갑을 열게 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결혼 자금은 물론 집안 인테리어비, 자동차 구매비용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됐지만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그는 형제들의 책망에 “집안 돈 가져다 썼지만 아버지를 모시지 않냐. 온갖 시중을 다 들고 있는데 내가 왜 캥거루족이냐”고 반문한다. 이 대사 때문에 ‘소명성식 캥거루족’ ‘부모 부양형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생겼다. 집안 재산을 거의 독차지하고 부양자금도 형과 여동생에게 받지만, 아버지 곁에 있기 때문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소명성식 논리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부모를 부양하는 일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무남독녀 소황제 자녀들이 느끼는 부양의 부담감, 현실에 맞지 않는 복지 제도, 점점 얕아지는 효 개념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얽혀 있다. 소명성의 가정은 14억 중국인 가정의 축소판인 셈이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중국은 초고령화사회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2018년 말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억4900만명이다. 국무원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는 2억5500만명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독거노인이다.

 

1970~1980년대 중국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따른 세대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부양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1980년대 태어난 외동 자녀들이 결혼한 후 역시 한 자녀를 낳으면서 4명의 부모, 2명의 부부, 1명의 자녀인 ‘421가정’이 보편화됐다. 중국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었다(未富先老). 효는 사라져가고 있는데 복지제도가 자리 잡기 전에 초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부모 세대 부양과 자녀 교육의 부담을 동시에 져야 하는 중간 세대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중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푸젠, 헤이룽장, 충칭, 쓰촨 등 14개 지역에서 외동 자녀에게 부모 간병 유급 휴가를 준다. 외동 자녀의 부모가 입원하는 경우 1년에 10~2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간병 기간 중 회사는 급여, 수당, 상여금을 공제할 수 없다.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간병 복지 대신 자녀들이 간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후커우(戶口·호적) 제도 때문에 거주 지역에서 의료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도 손을 본다. 자녀들과 도시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거주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제한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도시와 농촌 주민의 기본 양로금 최저 기준을 1인당 매월 70위안(약 1만2000원)에서 88위안(약 1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방정부 재정 형편에 따라 지급이 달라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양로보험 기금을 중앙정부가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중국 물가를 고려할 때 양로금 최저 기준은 터무니없이 낮다. 그만큼 불만도 높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최근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주요 과업으로 노인 복지를 꼽았다. 주간 돌봄, 재활 간호, 식사 및 외출 도움 등 지역 복지 서비스 기관에 조세 비용 감면, 자금 지원 혜택을 주고 신규 주거 단지에는 노인 복지 시설을 세우겠다고 했다. 리 총리는 “어르신들의 노후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젊은 세대들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미래가 노인 복지 문제 해결에 달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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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지 두 달 만에 소련을 방문해 두 달 간 머물렀다. 마오쩌둥의 첫 해외 순방이다. 모스크바로 출발하기 2주 전인 12월1일, 중국 공산당 산둥(山東)지국에 긴급 전보가 도착했다. 전보에는 “소련 스탈린 동지의 칠순을 맞아 당 중앙이 산둥의 배추, 무, 파를 선물하기로 결정했으니 최상급으로 준비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산둥 배추 2500㎏은 다른 선물과 함께 소련으로 건너가 스탈린에게 전달됐다. ‘배추 외교’가 ‘판다 외교’의 역사를 훨씬 앞서는 셈이다.

 

마오쩌둥 주석은 1949년 첫 해외 순방지로 소련을 방문했다. 당시 스탈린에게 줄 선물 중 하나로 산둥산 배추를 준비했다. 사진 인민망

 

배추는 ‘중국의 국민 채소’이자 중국인들의 자부심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데다 조리법이 다양해 활용도가 높다. 특히 북쪽 지방에서는 가구당 수백㎏씩 배추를 저장해두는 것이 필수 월동 준비였다.

 

‘동양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중국 화가 치바이스(齊白石)도 배추를 자주 그렸다. 잎은 푸르고 줄기는 하얀색인 배추가 청백한 기상을 대유한다고 믿었다. 그도 배추로 월동 준비를 했다. 겨울에 배추가 배달되면 고마움을 담아 배추 그림을 배달부에서 선물 줬다고 한다.

 

계획경제 시대에 배추는 국가 2급 물자로 분류돼 일괄 수매·판매됐다. 겨울 배추가 부족하지 않도록 공급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민생 업무였다. 베이징은 ‘가을걷이 채소 지휘부’까지 만들었다. 시민들은 이 지휘부를 ‘배추반’이라고 불렀다. 주 업무는 시민 1인당 1일 1근(500g) 배추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당시 베이징 인구는 400만명이었으니 하루 200만㎏의 배추가 필요한 셈이다. 가장의 중요 임무 중 하나도 배추 확보였다. 대부분의 직장에는 배추 휴가가 있었다.

 

배추의 전성기가 끝난 것은 1978년 개혁개방이 계기가 됐다. 시장경제 물결은 남쪽 지역의 다양한 채소들을 북쪽 지역으로 올려보냈다. 유일한 채소였던 배추는 ‘여러 채소 중 하나’로 전락했다. 1989년 배추가 대풍작을 이뤘지만 소비는 되레 줄었다. 정부가 TV와 신문을 동원해 배추를 ‘애국 채소’로 둔갑시키고 홍보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배추를 백채(白菜)라고 한다. ‘배추(白菜)는 채소(百菜)의 왕’이라는 말은 있지만 실제로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 굉장히 저렴한 가격을 껌값이라는 부르는 대신 배추값이라고 표현한다.

 

최근에는 화물 논란까지 겪었다. 후베이(湖北)에서 한 승객이 배추 두 포기를 들고 고속버스에 탔다가 200위안(약 3만3000원)의 벌금을 물었다. 한 경찰이 고속버스에는 화물 반입이 안되는데 채소는 화물이라고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배추가 수하물이냐 화물이냐를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시끌시끌했다.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경찰은 벌금 부과를 취소하고 해당 승객에게 사과했다. 

 

난징농업대 연구팀이 개발한 장미배추로 만든 다발. 사진 펑파이

 

한 때 나라를 대표하는 국례(國禮) 물품으로 쓰였던 중국 배추가 이래저래 치이고 있다. 푸대접 받고 있는 배추 살리기에 여러 방법이 나왔다. 중국의 신선 배추 수출은 미비하지만 가공식품인 김치 수출량은 점점 늘고 있다. 2016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율이 0.2%포인트 인하된 후 이듬해부터 김치 수출이 27만t, 29만t으로 늘었다. 한국의 연간 배추 생산량의 약 27%에 달한다.

 

품종 개량을 통한 차별화, 고수익 창출도 꾀하고 있다. 난징농업대 연구팀은 지난달 장미배추를 선보였다. 겉은 초록색, 안은 노란색의 배춧잎이 장미꽃잎처럼 벌어져 장미배추라고 부른다. 일반 배추보다 추위에 잘 견디고 비타민C 함량이 높으며 맛이 달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는 이 장미배추 다발이 연인 선물용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장미배추 다발과 함께 담긴 카드를 보니 ‘노란 장미 대신 노란 장미배추로 집에 가서 요리해줄게’라고 적혀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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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진시 상무국장은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황금연휴(2월4~10일)를 앞두고 베이징으로 ‘야간견학’을 왔다. 날이 저문 후 진행된 상무국장의 견학 루트는 술집이 밀집한 지역에 집중됐다. 이국적인 카페와 술집이 모여 있는 ‘베이징의 이태원’ 싼리툰 거리와 호수를 끼고 라이브바들이 성업 중인 호우하이를 둘러봤다. 그는 견학 후 “베이징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톈진의 야간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면서 6개 야간경제 시범거리 조성, 심야영업 브랜드 육성 계획을 밝혔다. 톈진시를 ‘불야성’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중국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다음달 초 소집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지방 전인대 회의가 한창이다. 올해 각 도시의 핵심 정책을 논의하고 수립하는 지방 전인대의 최대 화두는 하나같이 불야성 만들기다. 톈진의 롤 모델 베이징도 야간경제 활성화에 소매를 걷어붙인 상황이다.

 

베이징시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야간소비 촉진책을 내놓고 주요 골목 상권과 상가, 슈퍼마켓, 편의점의 영업시간 연장을 독려했다. 2020년까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10군데의 특색 시범거리를 조성하고 100개의 프랜차이즈 기업을 육성해 야간소비 진작에 나서고, 이에 부합하는 농산품 도매시장, 노포 등에 각 10만위안(약 1654만원)의 보조금도 지급한다. 상하이시 정부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심야소비 촉진을 위해 야시장 4~5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충칭시는 2020년까지 전국적 명성을 가질 수 있는 야시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 핵심은 야간경제 촉진이다.

 

중국은 야간경제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쇼핑, 요식업, 관광, 엔터테인먼트 등 3차 서비스 경제활동으로 규정한다. 생활패턴 변화로 도시 인구의 60% 이상이 야간에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시드니는 2017년 기준 야간경제 규모가 40억달러(약 4조4960억원)를 넘었고, 영국 런던은 야간경제로 1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통계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주가 하락, 부동산 가격 침체, 실업률 증가를 겪으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중국으로선 이보다 좋은 처방전이 없다. 경제활동 시간을 늘려 각종 시설 이용률을 높이고 고용 증대, 서비스업 확장, 관광객들의 소비지출 확대를 노리는 것이다. 대도시 회사원들의 퇴근시간이 늦고 올빼미족의 증가로 심야식당과 심야쇼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좋은 이유다.

 

베이징에는 자금성, 이화원 같은 유서 깊은 곳이 많아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린다. 그러나 타 도시에 비해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이 낮은 원인을 ‘밤소비’ 부족으로 보고 심야 문화예술 공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대도시들이 앞다퉈 야간경제 부흥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 주도의 불야성 정책에는 여러 한계가 보인다. 심야에 여는 식당과 상점이 늘어나더라도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다. 야시장을 늘리기 전에 심야버스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야간영업 보조금보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시간을 연장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꺼져 있던 심야식당의 불을 켜기 위해서는 제반 여건이 우선이다.

 

베이징, 톈진 등은 북방 지역 특성상 겨울이 길고 일교차가 크다. 대부분의 식당과 상점이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 이곳에서 불야성은 낯선 문화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심야에도 나와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는 심각한 상황에서 야간경제는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세심한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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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1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중국 출신의 전 미 중앙정보국(CIA) 간부 진우다이(金無怠)를 간첩과 사기 탈세 등 17가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미국 이름은 래리 우 타이 친. CIA 아시아 지역 총책임자였던 그가 40년 넘게 중국의 간첩으로 암약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옌징대학(현 베이징대)에서 신문학을 전공한 진우다이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상하이와 홍콩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다. 6·25전쟁 당시 한국에 근무하면서 중국군 포로 통역을 맡았다. 이때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포섭된 것으로 알려졌다. CIA 해외방송정보국(FBIS)에서 근무하다 분석관으로 승진했고 이후 CIA 아시아 지역 총책임자로 중국·대만·일본·한국 지역 기밀정보를 다뤘다. 6·25전쟁, 베트남전의 미군 전략 등 주요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는 1970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를 희망한다는 사실도 미리 중국에 전달됐다. 그는 스파이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100만달러의 보상을 받았고 카지노를 들락거리면서 도박으로 돈의 출처를 숨겼다. 대만 유명 앵커였던 아내도 체포될 때까지 남편의 정체를 까맣게 몰랐다. 1981년 CIA에서 정년퇴직한 후 CIA가 진우다이에게 계속 일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위장은 완벽했다. 간첩 행각이 드러난 것은 1985년 위창성(兪强聲) 중국 국가안전부 북미정보국장의 망명 때문이다. 위창성은 망명 대가로 미국 측에 간첩 정보를 넘겼다. 미국 내 중국 핵심 첩보망이 전부 파괴됐다.

 

진우다이는 판결 직전인 1986년 2월 감옥에서 자살했다. 주미 중국대사가 “진우다이 사건은 반중세력이 꾸며낸 것이며 중국 정부는 미국에 간첩을 보낸 적이 없다”고 그의 존재를 부정한 직후였다. 부인은 회고록 <나의 남편 진우다이>에서 남편 자살에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은 그를 변절자로 여기지만 중국은 ‘홍색 간첩’ ‘중국 최강 간첩’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위창성은 망명 2년 뒤 남미에서 중국 측 요원들로 보이는 이들에게 쫓기다 익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창성은 현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인 위정성(兪正聲)의 형이다.

 

대만의 핵개발 계획을 무너뜨린 것도 간첩이다. 장셴이(張憲意) 대만 중산과학연구원 원자력연구소 부소장은 1988년 1월 일가족과 미국으로 망명했다. 핵무기 연구 핵심 책임자였던 그는 20년 가까이 CIA의 비밀 간첩으로 활동했다. 대만의 핵무기 개발 배경과 과정이 담긴 수많은 기밀자료가 그의 손을 거쳐 미국에 전달했다. 장셴이가 망명한 다음날 장징궈(蔣經國) 대만 총통이 심장마비로 급서했다. 미국의 개입으로 대만의 핵개발은 완성 직전에 중단됐다. 이로써 대만은 중국의 무력통일을 저지할 전략적 무기를 잃고 국제사회에서 세력이 약화된 계기가 됐다.

 

중국에서는 스파이를 첩혼(諜魂)이라고도 쓴다.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있지만, 혼은 국가에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냉전시대 간첩들의 활동은 중국과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바꾸었다. 탈냉전시대에도 첨단 기술을 둘러싼 산업 스파이들의 전쟁은 여전하다. 미국은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긴밀한 관계를 근거로 화웨이 장비가 보안에 취약하다며 동맹국과 보이콧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화웨이 유럽 지사 간부가 폴란드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유학생은 모두 스파이라고 했고, 올해 미국의 명문 매사추세츠공대에 합격한 중국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중국은 2014년 반간첩법을 제정하고 간첩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베이징시는 간첩 신고자에게 최고 50만위안(약 8289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활약하는 간첩은 11만명에 달하며 이 중 4만8000명 정도가 외국인이라는 통계가 있다. 간첩만큼 효율적으로 상대를 공격할 수단도 찾기 힘들다. 미·중 대결이 격화될수록 스파이 전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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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있는 카르푸,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은 오후 10시쯤이면 문을 닫는다. 대부분 기업형 슈퍼마켓도 그즈음 영업을 끝낸다. 온라인 쇼핑몰이 유통 생태계를 빠르게 흡수 통일하면서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는 할인점과 슈퍼마켓은 점점 줄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생필품이 필요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편의점 수요가 많은 듯하지만, 웬일인지 베이징에서는 편의점 찾기가 ‘보물찾기’ 수준이다.

 

아파트 단지 앞 큰길에 2층짜리 대형 편의점이 새로 생겼다. 복사 같은 사무 서비스도 해준다고 써 붙여놔 내심 든든했는데 한 번 누려보기도 전에 ‘휴점’ ‘수리 중’을 거쳐 ‘폐점’이 됐다. 

 

지난해 기준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은 인구 9670명당 편의점 1개로 중국 전체 도시 중 20위에 그쳤다. 편의점이 발달한 상하이(3369명), 광저우(3076명)와 비교해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턱없이 적다. 대도시의 대표적 아이콘인 편의점이 이렇게 부족하니 수도로서 영 체면이 서지 않는다. 편의점 과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은 인구 1318명당 편의점 1개다.

 

신달자 시인은 ‘24시간 편의점1’에서 “그대 영혼의 내부 순환 도로/ 그 깊은 곳을 더듬어 나노라면/ 온몸 서서히 촉수 밝아져/ 나 뜨거워라/ 24시간 문 열어 두었다”고 했다. 편의점을 24시간 동안 사그라들지 않는 삶의 원동력처럼 표현했다. 편의점이 부족한 베이징의 활기는 오후 10시가 지나면 차갑게 식는다. 

 

베이징에 편의점 발달이 더딘 이유로 지리적 특성과 날씨가 꼽힌다. 업계에서는 1년의 절반, 하루의 절반, 거리의 절반만 영업이 가능하다며 ‘3개의 절반(半)’이라고 설명한다. 비수기인 겨울이 길다보니 1년의 절반은 영업실적이 부진하다. 야간활동 문화가 없는 데다 상업지구와 주거지역의 구분이 뚜렷해 24시간 영업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

 

베이징의 도로는 넓고 길다. 중앙분리대, 멀리 있는 횡단보도, 육교나 지하도 이용 등의 불편함 때문에 건너편 유동인구까지 흡수하지 못한다. 상하이, 광저우 등은 상대적으로 도로 폭이 좁고 골목이 많아 편의점 영업에 유리하다. ‘3개의 절반’ 외에 구멍가게가 많은 것도 주요 이유다. 중장년층은 편의점 물건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낯선 계산원이 있는 그곳보다 친숙한 주인이 있는 ‘동네 사랑방’ 구멍가게를 훨씬 선호한다.

 

1996년 상하이에 1호 기업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로손이, 광저우에 세븐일레븐이 문을 열었다. 베이징에 세븐일레븐이 들어온 것은 한참 뒤인 2004년이다. 이후 14년간 세븐일레븐의 베이징 성장세는 200개 점포에서 멈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베이징시가 편의점 유치 작전에 나섰다. 지난해 무허가 혹은 기준미달의 구멍가게를 대거 철거하면서 부족해진 소매 공급을 편의점으로 채우려는 것이다. 3년 내 베이징 편의점을 6000개까지 늘리겠다며 지난 10월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개점에 필요한 행정 허가 절차, 서비스 기준 등을 대폭 완화한 것이 골자다. 이달부터 처방전이 필요 없는 상비약 판매를 허용하면서 심야 약국 역할도 부여했다. 1일 공인체육관 근처에 있는 징커룽징제 편의점이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약품 판매허가를 얻었다. 감기약 등 62가지 약품과 체온계, 혈압계 등 35가지 의료기기가 식품과 나란히 진열됐다. 편의점 업계는 그린라이트가 켜졌다며 반색하고 있다. 

 

편의점은 일상에 소모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팔고, 금융이나 치안 같은 공적 영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와 문화적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폐점 시간 없이 끊임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변 상권을 용광로처럼 녹인다. 베이징은 시 정부가 앞장서 기어이 24시간 뜨거운 소비 도시 시대를 열 태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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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진먼다오(金門島)에는 도교사원이 편의점처럼 펼쳐져 있다. 과다출점된 서울의 편의점같이 ‘길 건너 하나’꼴이다. 진먼다오가 ‘도교사원 왕국’이 된 것은 지리적, 역사적 요인이 크다. 서울의 4분의 1 정도인 152㎢ 면적의 진먼다오에는 12만명이 살고 있다. 중국에서는 1.8㎞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대만과의 거리는 21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만 국민당의 최후의 보루이자 중국 공산당과의 최대 격전지였다.

 

1958년 8월부터 10월까지 중국군은 포탄 47만발을 진먼다오에 쏟아부었다. ‘진먼 포전’이라고 부르는 이 대규모 전투로도 중국은 진먼다오를 얻지 못했다. 비 오듯이 쏟아지는 포탄에 어찌할 수 없었던 주민들은 그저 신앙에 의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을 것이다. 불로장생을 지향하는 도교로 마음의 평안이라도 찾아야 했을 것이다.

 

종교와 신앙의 힘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었던 이곳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1990년 이후 대만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양안 간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서 진먼다오에도 기회가 왔다.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이 이뤄진 후 급물살을 탔다.

 

중국과의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은 관광지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8·27 전쟁 역사관에는 진먼 포격의 흔적을 담았다. 당시 치열했던 전투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사원들을 지으며 피해가기만 바라던 포탄도 훌륭한 자산이 됐다. 진먼 포격전에 사용된 포탄의 몸체는 단단한 경금속으로 이뤄졌다. 진먼다오 주민들은 이를 재활용하여 식칼을 만들었는데 포탄 나이프로 알려진 이는 진먼다오의 대표 상품이다. 진먼다오는 포탄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땅굴을 팠다. 이 금성민방갱도 등 당시 만들어진 땅굴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유명장소가 됐다. 매년 5월에는 도교사원 순례여행도 이뤄진다.

 

진먼다오 주민의 대부분이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식당·숙박·관광 등 3차 산업 비중이 54%, 진먼고량주·포탄나이프 등 제조업 종사자들이 43%에 달한다. 시내 곳곳에 있는 기념품점에서는 대만 군인의 군화를 본떠 만든 신발을 판다.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됐다.

 

중국과 가까워 전쟁의 포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진먼다오지만 현재는 샤먼(廈門)과 가까운 이점 때문에 되레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에서도 유명 관광도시인 샤먼에서 배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연계한 상품이 인기다. 중국인들이 대만을 가려면 통행증을 따로 만들어야 하지만 진먼다오는 신분증과 사진 등만 있으면 여행사에서 쉽게 방문증을 만들 수 있다.

 

2015년에 진먼다오에 2만㎡의 아시아 최대 면세점이 들어선 것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곳은 매년 25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이 중 3분의 1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진먼다오 주민들은 이제 포탄을 “마오쩌둥의 선물”이라고 부른다.

 

남북은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조치 후 관광객들과 참관 인원들의 자유왕래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달 중 JSA 왕래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는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JSA지만 훌륭한 안보견학 장소가 될 수 있다. 한반도 전쟁과 휴전의 중요한 장소인 JSA는 1976년 북한의 도끼 만행 사건 후 경계가 강화됐다. 이곳을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면 남북 간 긴장완화는 물론, 분단 현실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국제적인 여론을 이끄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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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범위를 중국 전체로 넓히면 더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에 있다는 이유로 취재 영역을 벗어난 질문을 받곤 한다. 예를 들면 “중국 사람들은 왜 잘 안 씻냐”(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혹은 “아직도 안 씻냐” 같은 질문부터 “중국에도 짬뽕이 있냐” 등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지난 한 달간 쏟아진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판빙빙은 진짜 어떻게 된 거냐”다. 근래 판빙빙 사건처럼 한국 대중의 전폭적 관심을 끈 중국 뉴스도 없어 보인다.

 

판빙빙 사건은 어찌보면 간단하게 정리되는 뉴스다. 이중계약 의혹이 제기된 후 3개월간 공개 활동을 중단했고, 이후 탈세 사실이 확인돼 9억위안(1437억원)가량의 벌금이 부과됐으며 이를 납부했다.

 

2018년 5월 8일 찍은 이 사진은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영화 '토도스 로 사벤'의 상영을 위해 도착했을 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체 한국 대중은 왜 그렇게 판빙빙 사건에 열광했을까. 중국 당국에 의해 통제된 언론 보도와 비밀스러운 조사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에 인기 정점에 있는 아름다운 여배우, 실종, 정치인과의 관련성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14억 인구 대국이자 통제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뭔가 더 비밀스럽고 ‘세상에 이런 일이’ 식의 쇼킹한 비밀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부채질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 수준의 가짜뉴스다. 판빙빙이 공개 활동을 하지 않자 실종설, 미국 망명설, 심지어 사망설까지 떠돌았다. 대부분 대만, 홍콩의 연예 매체의 ‘카더라 통신’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인체 표본’설은 기가 막힌다. 중국의 한 아나운서가 정치인 보시라이와 염문설에 얽힌 후 실종됐는데 10여년 후 그녀와 비슷한 인체 표본이 전시되면서 연관설이 떠돌았다는 것. 여기에 ‘실종’된 판빙빙의 뉴스를 슬쩍 얹었다. 마치 판빙빙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듯 말이다. 정작 이 뉴스에는 확인된 내용은 없고 염문설, 실종설, 임신설, 연관설 등 설뿐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치인과 아름다운 여배우의 연관설은 대중의 관심을 자극한다. 판빙빙이 탈세 혐의를 인정한 후에는 중국의 유력 정치인과의 관련설이 돌았다.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말도 나왔다. 중국의 수배를 받고 있는 재벌 궈원구이의 주장이 대만 매체를 통해 나왔다. 판빙빙-왕치산 동영상은 확인된 적도 없다. 말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마치 판빙빙 동영상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보도가 쏟아졌다. 사실 확인이 보도의 기본 원칙이겠지만 판빙빙 사건에 대해서는 외국 매체 인용이라는 면죄부로 세탁돼 퍼져나갔다. 이들이 인용한 홍콩, 대만 연예 매체는 무자비한 보도로 유명하다. 홍콩 잡지 ‘동주간’은 여배우 유자링이 폭력배들에게 납치된 후 강제로 촬영된 알몸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일말의 도덕 의식도 없다.

판빙빙은 이미 지난해 왕치산에게 성상납을 했다고 주장한 궈원구이를 상대로 명예 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의 연예인들도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 수사를 요청한다. 그러나 무자비한 한국의 보도에 대해서는 판빙빙의 감시가 닿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최근 가짜뉴스 근절에 애쓰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짜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중국 배우에 대한 한국 내 보도는 누구의 규제도 닿지 않는 회색 영역에서 부글부글 끓어넘쳤다. 매체와 상상력과 호기심이 빚어내는 이런 가짜뉴스는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홍콩 배우 궈푸청은 2년여 전 22살 연하의 팡위안과 열애 사실을 공개했다. 임신설을 비롯해 팡위안에 대한 근거 없는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궈푸청은 “유언비어는 지혜로운 자에 의해 멈춰진다”며 누리꾼들과 가짜뉴스 매체들에 일침을 놨다.

 

판빙빙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언제 또 제2, 제3의 판빙빙 사건이 나와 가짜뉴스가 양산될지 모른다. 신중한 보도,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 가짜뉴스를 걸러낼 지혜로움이 시급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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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어린이들은 최근 ‘가을방학’을 얻었다. 그러나 방학과 동시에 학부모들에게는 기이한 숙제가 떨어졌다. 숙제 제목은 ‘다 같이 나무심기 릴레이’다. 중국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웨이신에서 가상의 나무를 키우는 미니 게임이다. 원하는 종자를 골라 물을 주면서 나무로 성장시킨 후 이 나무 사진을 캡처해 담임 선생님에게 보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다. 웨이신 친구들에게 게임을 공유해야 종자에 계속 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숙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다단계식 게임 영업’을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숙제는 그대로 부모의 숙제가 된다. 복잡한 첨단 숙제에 학부모들만 바빠졌다.

 

사실 이 게임은 항저우의 유명 호수인 시후의 안전, 홍수 방지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공익 광고성 프로그램이다. 학부모들은 “어려운 건 둘째치고 이 숙제가 어떤 교육 효과가 있냐” “정부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일부러 아이들이 하기 어려운 숙제를 내 학부모들을 동원한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해당 교육청은 “캠페인을 알릴 목적의 숙제인 것은 맞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중국 교육 당국은 관련 규정에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없어 학부모들이 대신해야 하는 숙제는 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학부모도 어려운 ‘황당 숙제’가 넘쳐난다. 이상한 사람이나 기이한 사건을 뜻하는 ‘치파’라는 단어를 써서 ‘치파 숙제’라고 부른다. 매년 치파 숙제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올해는 질적, 양적으로 압도적이다. 중국 학부모들은 숙제와의 전쟁 중이다.

 

광둥성 불산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쌀알 1억개를 세어오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선생님은 학부모들이 있는 단톡방에 “오늘 1억개의 쌀을 세어오는 산수 숙제가 있으니 아이들이 숙제를 할 수 있게 독려해 달라”고 공지했다. 쌀알을 다 센 후 다음날 학교에 가져오라고도 했다. 1억개라는 말에 놀란 한 학부모가 “그걸 어떻게 세냐”고 묻자 교사는 “한 알씩 세면 된다”고 했다.

 

1초에 3알씩 센다고 가정하면 먹지도 자지도 않고 꼬박 1년간 세어야 한다. 600개 쌀알이 50g 정도이니 1억개 쌀알을 학교까지 운반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이다.

학교 측은 억이라는 숫자의 개념을 알게 하기 위한 숙제였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론 교

 

사조차 쌀알 1억개의 부피와 무게를 모른 채 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치파 숙제 사례는 끝도 없다. 유치원생들에게 파워포인트로 발표자료를 제작해 오라는 숙제를 비롯해, 부모와 함께 교정을 찬미하는 시 지어오기 같은 숙제가 있다.

 

학부모에게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매주 1만자 이상의 독후감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준 학교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 학부모들은 쥐잡기, 파리잡기 등 1960~1970년대 구시대 숙제 행태에서 나아진 게 없다고 한숨을 쉰다.

 

무리한 과제뿐 아니라 과도한 학부모들의 욕심도 문제로 꼽힌다. 한 학부모는 한 달간 보이는 달 모양의 변화를 그려오라는 자녀 숙제를 대신 해주다 4㎏이나 줄었다는 글을 올렸다 뭇매를 맞았다. 자연 관찰 숙제는 아이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인데 학부모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게 아니냐는 비난이다. 이 학부모는 아이가 시킨 대로 매일 밤 12시의 달 모양을 관찰해 스케치했다고 한다. 당초 숙제에는 몇 시의 달을 그려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다.

 

아이들의 호기심, 탐구심과 함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숙제의 본래 목적이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해냈을 때 이런 효과가 나온다. 형식에 치우쳐 학생들이나 학부모를 괴롭히는 치파 숙제는 좋은 숙제라고 할 수 없다. 참신하기만 하고 기준이 없으면 숙제는 수수께끼일 뿐이고, 숙제와의 전쟁도 끝나지 않는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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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25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은 인기 여배우 류샤오칭(劉曉慶·63)이 탈세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당일 CCTV도 저녁 9시 뉴스에서 같은 소식을 전했다. 영화, TV드라마 주인공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의 체포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관영언론이 발표하고 나서야 그동안 침묵하던 중국 매체들도 류샤오칭의 탈세 소식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류샤오칭이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체포 3개월여 전인 4월부터였다. 류샤오칭의 매제이자 류샤오칭이 운영하던 연예기획사 대표가 구속됐고, 5월에는 베이징시 지방세무국(국세청)이 류샤오칭 회사 거래은행의 예금계좌 196만위안(약 3억2000만원)을 압류했다. 이즈음부터 류샤오칭의 탈세, 구속, 정치인 연관설까지 온갖 루머가 떠돌았다. 그러나 3개월간 언론도, 중국 당국도, 류샤오칭 본인도 침묵했다. 류샤오칭은 이후 2003년 8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422일간 수감 생활을 했다. 다른 수감자 3명과 5㎡의 감방에서 지냈다. 중국의 유일한 여황제 측천무후를 연기했던 류샤오칭의 몰락은 그해 가장 큰 뉴스였다.

 

중국 유명 여배우 판빙빙이 지난 6월2일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정확한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 판빙빙 웨이보

 

류샤오칭 사건이 다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최근 판빙빙(范氷氷) ‘실종’ 즈음 부터다. 할리우드에도 진출한 중국 대표 여배우 판빙빙은 지난 6월2일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 티베트를 방문한다는 글을 남긴 후 어떤 근황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CCTV 유명 사회자 추이융위안(崔永元)이 판빙빙이 이면계약을 통해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탈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탈세로 체포됐던 류샤오칭 사건과도 겹친다. 판빙빙이 출연한 영화 개봉이 미뤄지고, 모델인 광고에서도 그녀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감금설, 미국 망명설, 최고위층 연관설 등 미확인 소문이 쏟아진다. 한 대만 매체는 “판빙빙이 감금 중이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주요 매체들이 판빙빙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동안 1인 매체 등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전하면서 소문이 진실인 양 번지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인기스타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잠적했을 가능성은 적다.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신변 자유에 제한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언론이 침묵하는 사이 오히려 외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로이터통신 기자가 판빙빙 실종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물었다. 겅솽 대변인은 “그게 외교 문제냐”고 되물은 후 대답하지 않았다. 판빙빙 실종은 외교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합법적 조사라면 사실을 밝히면 될 일이지만 중국 당국은 관련한 어떤 발표도 하지 않는다. 판빙빙이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추징금을 납부하면 된다. 중국은 ‘의법치국(依法治國)’을 전면 추진하겠다며 2035년까지 법치국가, 법치정부, 법치사회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기밀도 아닌 사안에 대한 비밀수사, 그에 대한 언론통제는 법치국가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15일 웨이보에 “판빙빙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의 사무실과 관련 부처가 협조해 대중에 단계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 편집장은 “판빙빙이 거액을 탈세했는지 여부는 법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라면서 “판빙빙이라는 인기스타의 실종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 역시 언론의 역할은 언급하지 않았다. 책임을 전가하며 침묵하는 사이에 소문만 더 기승을 부린다. 16일은 판빙빙의 37번째 생일이었다. 팬들은 그녀가 없는 웨이보에 생일 축하 글은 올리며 판빙빙의 소식이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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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는 평소 안 하던 것을 쉽게 실행한다. 하루 중 가장 분주한 아침에 한가로운 산책은 평소엔 불가능한 것이지만 여행지에서라면 가능하다. 휴가 기간 중 들른 북·중·러 3국 접경도시 훈춘에서는 아침 공원 산책에 필요한 시간과 여유가 허용됐다.

 

훈춘 시내의 룽위안(龍源)공원이 풍기는 늦여름의 상쾌함에 한창 빠져 있을 때였다. 나무 뒤에서 ‘그놈’이 쓱 나타났다. ‘그놈’은 바지를 반쯤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구릿빛 금속으로 만든 방울을 ‘그곳’에 갖다대고 흔들었다. 특유의 동작과 소리로 남의 시선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끌어당기려는 수법인 듯했다. 여중·여고 시절 수차례 ‘바바리맨’을 보며 단련된 멘털이지만, 중국 특색의 ‘바바리맨’ 앞에선 크게 당황했다.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교복 입은 여학생과 학생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그놈’ 앞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었다. 공원 근처에는 학교가 있다. 공원길은 수많은 학생들의 등굣길이다. 내게는 난감한 첫 경험인 중국 ‘바바리맨’이 그 두 사람에게는 일상일 것이다.

 

출처:경향신문DB

 

중국 ‘바바리맨’들은 자신의 나신을 트렌치코트 속에만 숨기지 않는다. ‘바바리맨’이라는 표현도 없다. ‘흉악한 노출광’이라는 뜻을 품은 바오루쾅(暴露狂)라는 단어가 이를 대신한다. 노출광 중에는 여성도 있지만, 대부분이 남성이다. 이름으로 규정된 지침이 없어서인지 노출 수법이 다양하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의 노출광은 바지를 입지 않은 채 팔에 걸친 외투로 하체를 가리고 의자에 앉아 있다 여성이 근처에 오면 갑자기 일어나 놀라게 했다.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서는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여성 행인이 나타나면 옆에 세우고 바지를 벗었다.

 

이들은 피해자가 놀란 틈을 타 순식간에 사라지는, 치고 빠지기식 수법을 구사해 체포를 어렵게 한다. 체포는 어려운데 처벌은 약하다. 중국은 고의로 공공장소에서 나체를 노출하는 등 공연음란죄에 대해 ‘치안관리처벌법’ 제44조 규정에 따라 최대 10일의 구류에 처한다. 한국이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는 것과 비교해도 수위가 낮다. 낮은 처벌 수위 때문에 재범 가능성이 높다. ‘바바리맨’의 공연음란 행위가 타인에게 물리적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처리하는 점도 문제다.

 

중국 특색의 ‘바바리맨’을 마주했을 때 미처 신고할 생각까지 미치지 못했다.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모녀보다 처음 본 사람이 용기를 내기 더 쉬웠을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작은 용기가 그 모녀의 평소 등굣길 풍경을 달라지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시의 28세 남성 팡모씨는 아내와의 성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바바리맨’ 짓을 저질렀다. 골목에 숨어 있다가 혼자 걷는 여성이 나타나면 ‘그 짓’을 실행했다. 여성 왕모씨는 귀갓길에 그와 마주쳤다. 당시에는 신고할 생각을 못했고 소셜미디어에 불쾌한 경험을 겪은 장소와 시간을 적었다. 이를 파악한 경찰이 해당 장소에 매복해 있다가 팡씨를 체포했다. 왕씨의 괴로움은 끝났지만 이미 세 차례나 바지를 입지 않은 팡씨와 마주친 후였다. 경찰은 노출광을 마주치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한다.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은 ‘바바리맨’ 근절에 효과를 발휘한다. 

 

베이징 스징산(石景山)구에서는 ‘유리창 바바리맨’이 활동했다. 그는 각 상점의 쇼윈도를 이용해 하체를 과시했다. 액세서리나 의류점 등 주로 여성 종업원이 많은 곳을 노렸다. 점원들이 출입구로 다가가는 사이 순식간에 건너편 도로로 도망가는 통에 잡기 어려웠다. 그러다 주변을 지나던 음식 배달원의 도움으로 덜미가 잡혔다. 점원들이 유리창을 통해 비친 그의 행각을 증거 사진으로 남겨둔 덕에 그의 발뺌에도 불구하고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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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탕(錢塘)강은 중국 항저우시를 가로질러 흐른다. 굴곡이 심하고 조석 차이가 크다. 교량을 건설하기엔 악조건이다. 중국이 자국 기술로 설계·완공한 첫 복층대교는 1937년 첸탕강에 세워졌다. 1453m 길이의 첸탕대교는 상층부에는 차량이, 하층부에는 기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류허(六合)탑과 시후(西湖)의 풍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37개월간 공사 끝에 완공을 앞둔 1937년, 중일전쟁이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전화가 상하이로 확대됐다. 항저우까지 함락될 위기에 처했다. 천탕대교는 그해 11월17일 전면 개통하면서 교량 밑에는 100여개의 폭발물을 설치했다. 일본군의 항저우 침략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안타깝게도 개통 한 달여 만에 폭파되고 말았다. 첸탕대교를 지은 ‘중국 교량의 아버지’ 마오이성(茅以升)은 제 손으로 만든 다리를 스스로 폭파시키면서 “항일전쟁에 반드시 승리하고, 이 다리도 복구한다”고 다짐했다. 이 다짐은 일본이 패망한 후 1946년 실현된다.

 

첸탕대교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항일의 역사가 됐다. 중국인들의 항일 정신을 일깨우는 상징이자,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국 기술로 만들었다는 자부심까지 안겨줬다. 중국의 교량은 육지와 육지뿐 아니라 역사와 역사를 연결하곤 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 지도자들에게 대교 건설은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중국에서 가장 긴 강줄기인 창(長)강에는 1950~1970년대 경쟁적으로 교량이 들어섰다. 이 대교들은 대약진 운동의 고난을 견디고 있던 중국인들에게 희망이 됐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1957년 개통된 우한의 창강대교는 신중국 성립 후 창강에 건설된 첫 교량이다. ‘만리창강 제1교’라고도 부른다. 마오쩌둥은 소동파의 ‘수조가두(水調歌頭)’를 본떠 지은 ‘수조가두·유영(游泳)’에서 “창강대교가 남북을 가로지르니 천연의 요새가 탄탄대로로 변했다”고 칭송했다. 이 다리의 건설은 제1차 5개년 계획의 중요한 성과로 기록됐다. 1968년이 돼서야 창강에 순 중국 기술로 만든 다리가 건설됐다. 난징의 창강대교다. 이 다리는 냉전시대에 중국의 기술적 자부심을 높였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체면을 세운 교량은 샤먼대교다. 중국의 첫 해상교량으로 1991년 개통됐다. 푸젠성 지메이와 샤먼섬을 연결하면서 샤먼 경제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장쩌민은 대교 현판을 친필로 썼고, 개통식에 직접 참석해 테이프를 잘랐다. 경제특구인 샤먼에 들어선 해상 교량으로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다리’는 홍콩과 광둥성 주하이(珠海)를 거쳐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다리는 전체 길이 55㎞에 달해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으로 기록된다. 2009년 12월부터 약 9년간 건설했지만 기술적 문제, 예산 초과, 건설 인부 사망 등 악재로 지난해 12월 예정이던 개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다리는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도 맞닿아 있다. 개통되면 주하이에서 홍콩까지 가는 시간이 기존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든다. 주하이, 홍콩, 마카오뿐 아니라 선전, 광저우까지 하루 생활권으로 묶어 경제 파워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2030년까지 광둥성과 홍콩 및 마카오를 하나로 묶는 세계 최대의 경제 허브를 건설하려는 계획의 핵심이다. 강주아오대교는 이르면 다음달 말 개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중국 성향의 홍콩 매체를 중심으로 시 주석의 영향력 약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강주아오대교가 시 주석에게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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