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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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81

중국 다궁런과 월급쟁이 “좋은 아침, 다궁런(打工人)!” 최근 중국 회사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출근 인사다. 다궁런은 그대로 번역하면 노동자라는 의미지만, 업무량은 많지만 월급은 적고, 만성피로에 절어 하루하루 버텨내는 월급쟁이 느낌이 더 강하다. 온라인에는 “삶의 80%는 노동에서 오는 고통이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이 없는 데서 오는 100%의 고통으로 채워진다. 어쩔 수 없이 노동을 선택해야 한다”는 내용의 ‘다궁선언’까지 나왔다. ‘인간은 철이다. 노동으로 단련해야 한다’ ‘사랑은 한순간이지만 직장은 영원할 것’ 같은 식의 자조 섞인 유머가 공감을 얻고 있다. 부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다궁런’이라고 칭한다. 중국의 수많은 회사에는 야근, 휴일 근무 등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되어 있다. 대부분은 초.. 2020. 11. 18.
티베트어의 현재와 미래 지난 17일 중국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외곽의 한 주택단지. 티베트 전통복장을 입은 그는 서너 살쯤 된 아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티베트어로 말했고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그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몸짓으로 소통했다. 찍은 사진을 보내주고 싶다고 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숙소로 돌아와 모자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전송했다. 그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티베트어와 함께 꽃 사진과 강아지 동영상으로 답장을 했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고맙다는 뜻이다. 외국 기자에게 취재는 물론 여행도 쉽게 허용되지 않는 ‘금단의 지역’ 티베트를 중국 당국 초청으로 일주일간 방문했다. 4개 도시를 돌며 만난 티베트인 중 대부분의 중노년층은 티베트어로 대화했다. 중국어는 간단한 소통만 가능했다. 현지 간부들은 티베.. 2020. 10. 21.
[특파원 칼럼]가난 물려받은 ‘싼허청년’ 중국의 싼허(三和)청년들은 하루 일해서 번 돈으로 사흘간 논다. 싼허청년은 선전시 싼허인력시장에 모이는 20∼30대 농민공을 뜻한다. 인력시장에서 택배배달, 경비, 건설노동 등 일용직을 구한다. 매일 출근을 싫어하기 때문에 월급 주는 직장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싼허청년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중국의 사회 문제가 수십년간 얽히고설키면서 탄생한 ‘괴물’이라는 정체가 드러난다. 톈야라는 작가가 6개월간 싼허청년과 합숙하면서 쓴 에 따르면 이들은 착취와 압박, 차별 때문에 정규직을 갖기 싫어한다. 개혁·개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공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와 차별은 심각했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했다. 공장이 제공한 숙소에서 사는 이들에게 출퇴근 경계도 모호했고 개인.. 2020. 9. 23.
[특파원 칼럼]항일과 투쟁 제2차 상하이사변 막바지인 1937년 10월. 상하이의 ‘사행창고(四行倉庫)’는 항일 전투 최후의 보루였다. 4개 은행이 공동으로 세웠다는 뜻의 이 6층짜리 창고는 강을 사이에 두고 영국이 통치하는 국제조계지와 마주하고 있다. 국민당 군대인 국민혁명군 제88사단 524연대를 이끌던 셰진위안과 400여명의 소속 군인들은 4일간 일본군의 10여 차례의 무차별 공격을 몸으로 막아냈다. 장비와 병력 수로는 열세였지만, 몸에 폭탄을 설치하고 적군에게 뛰어드는 희생으로 사행창고를 지켜냈다. 당시 일본군 희생자는 200명이 넘었으나 중국 측 희생자는 10여명에 불과했다. 외부에는 일부러 실제보다 많은 “800명의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고 알린 데서 유래해 ‘800명의 용사들’로 불린다. 이 사행창고 전투를 담은 영화.. 2020. 8. 26.
옥수수 밭으로 간 시진핑 지난 22∼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린성 시찰은 다소 의외로 여겨졌다. 이번 시찰은 양쯔강 유역 홍수로 중국 남부지역이 몸살을 앓고,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고 통보하면서 미·중 갈등이 끓어오른 시점에 이뤄졌다. 대내외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심 수습에 주력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민심을 다독이려면 장화를 챙겨 신고 남부지역으로 가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양쯔강 홍수가 발생했던 1998년 장쩌민 주석과 2007년 후진타오 주석은 그렇게 했다. 왜 시 주석은 홍수가 난 남부가 아닌 북쪽으로 향했던 걸까. 시 주석의 지린성 시찰 일정 첫 방문지는 쓰핑시 리수현에 있는 옥수수 생산기지였다. 그는 옥수수 밭에 들어가 작황을 살폈고, 농토 활용 현황과 농.. 2020. 7. 29.
대륙의 ‘승풍파랑 언니’ 돌풍 최고령 52세, 최연소 30세. 중국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승풍파랑(乘風破浪)의 언니> 출연자 연령대다. 지난 12일 처음 방송됐으니 오디션 프로로는 한참 후발 주자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첫 방송 직후부터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순위 상위권을 휩쓸고, 각종 매체에서 보도를 쏟아내며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를 방송하는 망고TV 모기업인 망궈차오메이(芒果超媒)는 방송 다음날 주가가 6.82% 상승하는 등 10거래일 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939억위안이던 시가총액은 일주일여 만에 1200억위안으로 방송 콘텐츠 회사 중 단연 선두에 섰다. <승풍파랑의 언니>는 기존 오디션 프로의 틀을 깼다. 30세 이상에게만 출연 자격을 준 것에.. 2020. 7. 1.
2878 대 1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 선포되기 하루 전인 1949년 9월30일. 인민정치협상회의 대표들이 모여 국가주석을 선출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만장일치 당선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결과는 찬성 575표, 반대 1표. 지지자들은 당황했다. 반대표를 버리자는 말까지 나왔다. 마오쩌둥이 “대표들이 마오쩌둥을 선택할 권리도 있고, 선택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면서 “그대로 두라”고 했다. 5년 후인 1954년.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설립됐다. 국가주석 선출을 비롯한 법률의 제정·수정은 전인대에서 표결로 결정한다. 그러나 지난 66년간 어떤 안건도 부결된 적은 없다. 지난달 28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는 홍콩의 반(反)중국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 2020. 6. 3.
법으로 야생동물 식용 막을까 중국 선전시가 다음달부터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전면 금지한다. 새 조례에 따라 개·고양이나 야생동물을 식용하면 거래 가격의 최대 30배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고 수준의 처벌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 동물단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과 연관성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연이어 관련 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신종 전염병의 70%가량이 동물로부터 비롯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전시의 강력한 조치는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지탄받아온 중국의 식문화에 새로운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중국의 광시성 위린시에서 열리는.. 2020. 4. 8.
코로나19에 빼앗긴 서점의 봄 지난 9일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가 특별한 인터넷 생방송을 했다. 제목은 ‘보위 독립서점’. 전국 각지에 있는 5개의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이 참여했다. 과거 방공호를 개조해 만든 난징의 셴펑(先鋒)서점, 광저우의 첫 24시간 서점 1200북숍, 충칭의 징뎬(精典)서점, 리커창 총리도 방문했던 항저우의 샤오펑(曉風) 그리고 자싱의 유토피아(烏托邦)서점 창업자들이 직접 출연했다. 창업자들은 이날 책을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셴펑서점의 창업자는 서점이 한 달 넘게 문을 닫은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텅 빈 서점을 보면 마음이 찢어지고 괴롭다”고 했다. 셴펑은 영국 BBC방송이 뽑은 세계 아름다운 10대 서점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샤오펑서점 .. 2020.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