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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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79

딩전과 중국의 빈곤 구제 ‘딩전의 인기, 세계를 뒤흔든 중국의 힘.’ ‘딩전의 화제로 빈곤 구제 사업의 새로운 방식 열려.’ 중국을 뜨겁게 달군 20세 청년 ‘딩전(丁眞) 열풍’에 중국 관영매체까지 가세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왕훙(인터넷 스타)에 극찬을 쏟아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딩전은 쓰촨성의 작은 산골 마을인 리탕현에 사는 티베트족 청년이다. 지난달 21일 한 사진작가가 딩전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는데, 잘생긴 얼굴과 밝은 미소, 이국적 분위기, 산골 풍경까지 어우러진 모습으로 딩전은 일약 스타가 됐다. 중국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리탕현의 공기업인 문화관광 회사가 그를 특별 채용했다. 월급은 3500위안(약 58만원). 그가 참여한 관광 홍보영상 덕분에 리탕현을 비롯한 쓰촨성 관광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 2020. 12. 16.
중국 다궁런과 월급쟁이 “좋은 아침, 다궁런(打工人)!” 최근 중국 회사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출근 인사다. 다궁런은 그대로 번역하면 노동자라는 의미지만, 업무량은 많지만 월급은 적고, 만성피로에 절어 하루하루 버텨내는 월급쟁이 느낌이 더 강하다. 온라인에는 “삶의 80%는 노동에서 오는 고통이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이 없는 데서 오는 100%의 고통으로 채워진다. 어쩔 수 없이 노동을 선택해야 한다”는 내용의 ‘다궁선언’까지 나왔다. ‘인간은 철이다. 노동으로 단련해야 한다’ ‘사랑은 한순간이지만 직장은 영원할 것’ 같은 식의 자조 섞인 유머가 공감을 얻고 있다. 부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다궁런’이라고 칭한다. 중국의 수많은 회사에는 야근, 휴일 근무 등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되어 있다. 대부분은 초.. 2020. 11. 18.
티베트어의 현재와 미래 지난 17일 중국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외곽의 한 주택단지. 티베트 전통복장을 입은 그는 서너 살쯤 된 아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티베트어로 말했고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그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몸짓으로 소통했다. 찍은 사진을 보내주고 싶다고 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숙소로 돌아와 모자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전송했다. 그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티베트어와 함께 꽃 사진과 강아지 동영상으로 답장을 했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고맙다는 뜻이다. 외국 기자에게 취재는 물론 여행도 쉽게 허용되지 않는 ‘금단의 지역’ 티베트를 중국 당국 초청으로 일주일간 방문했다. 4개 도시를 돌며 만난 티베트인 중 대부분의 중노년층은 티베트어로 대화했다. 중국어는 간단한 소통만 가능했다. 현지 간부들은 티베.. 2020. 10. 21.
옥수수 밭으로 간 시진핑 지난 22∼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린성 시찰은 다소 의외로 여겨졌다. 이번 시찰은 양쯔강 유역 홍수로 중국 남부지역이 몸살을 앓고,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고 통보하면서 미·중 갈등이 끓어오른 시점에 이뤄졌다. 대내외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심 수습에 주력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민심을 다독이려면 장화를 챙겨 신고 남부지역으로 가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양쯔강 홍수가 발생했던 1998년 장쩌민 주석과 2007년 후진타오 주석은 그렇게 했다. 왜 시 주석은 홍수가 난 남부가 아닌 북쪽으로 향했던 걸까. 시 주석의 지린성 시찰 일정 첫 방문지는 쓰핑시 리수현에 있는 옥수수 생산기지였다. 그는 옥수수 밭에 들어가 작황을 살폈고, 농토 활용 현황과 농.. 2020. 7. 29.
대륙의 ‘승풍파랑 언니’ 돌풍 최고령 52세, 최연소 30세. 중국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승풍파랑(乘風破浪)의 언니> 출연자 연령대다. 지난 12일 처음 방송됐으니 오디션 프로로는 한참 후발 주자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첫 방송 직후부터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순위 상위권을 휩쓸고, 각종 매체에서 보도를 쏟아내며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를 방송하는 망고TV 모기업인 망궈차오메이(芒果超媒)는 방송 다음날 주가가 6.82% 상승하는 등 10거래일 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939억위안이던 시가총액은 일주일여 만에 1200억위안으로 방송 콘텐츠 회사 중 단연 선두에 섰다. <승풍파랑의 언니>는 기존 오디션 프로의 틀을 깼다. 30세 이상에게만 출연 자격을 준 것에.. 2020. 7. 1.
2878 대 1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 선포되기 하루 전인 1949년 9월30일. 인민정치협상회의 대표들이 모여 국가주석을 선출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만장일치 당선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결과는 찬성 575표, 반대 1표. 지지자들은 당황했다. 반대표를 버리자는 말까지 나왔다. 마오쩌둥이 “대표들이 마오쩌둥을 선택할 권리도 있고, 선택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면서 “그대로 두라”고 했다. 5년 후인 1954년.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설립됐다. 국가주석 선출을 비롯한 법률의 제정·수정은 전인대에서 표결로 결정한다. 그러나 지난 66년간 어떤 안건도 부결된 적은 없다. 지난달 28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는 홍콩의 반(反)중국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 2020. 6. 3.
법으로 야생동물 식용 막을까 중국 선전시가 다음달부터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전면 금지한다. 새 조례에 따라 개·고양이나 야생동물을 식용하면 거래 가격의 최대 30배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고 수준의 처벌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 동물단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과 연관성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연이어 관련 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신종 전염병의 70%가량이 동물로부터 비롯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전시의 강력한 조치는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지탄받아온 중국의 식문화에 새로운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중국의 광시성 위린시에서 열리는.. 2020. 4. 8.
코로나19에 빼앗긴 서점의 봄 지난 9일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가 특별한 인터넷 생방송을 했다. 제목은 ‘보위 독립서점’. 전국 각지에 있는 5개의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이 참여했다. 과거 방공호를 개조해 만든 난징의 셴펑(先鋒)서점, 광저우의 첫 24시간 서점 1200북숍, 충칭의 징뎬(精典)서점, 리커창 총리도 방문했던 항저우의 샤오펑(曉風) 그리고 자싱의 유토피아(烏托邦)서점 창업자들이 직접 출연했다. 창업자들은 이날 책을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셴펑서점의 창업자는 서점이 한 달 넘게 문을 닫은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텅 빈 서점을 보면 마음이 찢어지고 괴롭다”고 했다. 셴펑은 영국 BBC방송이 뽑은 세계 아름다운 10대 서점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샤오펑서점 .. 2020. 3. 17.
코로나가 들춘 ‘디지털 가난’ 지난달 29일. 허난성 덩저우의 14세 소녀가 자살하려고 엄마의 약을 삼켰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소녀의 어머니가 매일 먹는 약이다. 소녀가 죽으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인터넷 수업’ 때문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다. 농사 대신 구두 수선으로 생계를 꾸린다. 어머니는 정신질환이 있어 직업이 없다. 소녀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언니와 초등학교 6학년 남동생이 있다. 전에도 가난했지만 가난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가난의 민낯을 강제로 공개해버렸다. 코로나19는 개학을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시켰다. 스마트폰 한 대로 세 남매가 수업을 듣다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빼먹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왜 수업을 안 듣냐고 묻는데 대답하기 싫었다. 죽고 싶.. 2020.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