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김재중의 워싱턴 리포트'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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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김재중의 워싱턴 리포트16

세계의 걱정거리가 된 미국 “지난 몇 년 동안 선거의 공정성, 사법부 독립, 부패 억제 안전장치에 대한 압박을 포함해 민주적 규범과 기준들을 훼손하려는 노력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언론, 법의 지배 그리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다른 기둥들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퍼부은 사나운 언어를 동원한 공격은 이 나라가 다른 정부들을 향해 핵심적인 인권과 자유를 지키라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했으며, 오히려 독재자들과 선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악용하는 데 활용됐다.” 미국의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 세계자유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이 단체가 심각한 어조로 평가한 대상은 남미나 동유럽, 혹은 동남아의 어느 나라가 아니다.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미국이 주인공이다. 미.. 2020. 6. 17.
‘미국 예외주의’의 종언과 그 이후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9만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사망자의 약 28%에 해당하는 규모이자 두번째로 사망자가 많이 나온 영국보다 2.6배 더 많다. 하루에 발생하는 사망자가 전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700~800명대여서 조만간 10만명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가 브리핑에서 자주 인용했던 미국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분석평가연구소(IHME) 추계 모델은 8월 4일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4만3357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들이 봉쇄했던 경제 활동을 서서히 풀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받은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겪은 코로나19 사태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 .. 2020. 5. 19.
코로나바이러스와 기후변화 코로나19 사태로 온 가족이 사실상의 가택연금 상태에 묶인 지 한 달이 넘었다. 워싱턴에 자리잡은 연방정부와 싱크탱크, 대학들도 일제히 재택근무 또는 휴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워싱턴 거리엔 조깅과 산책을 하는 사람뿐 한산한 풍경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온 동양인에게 “아픈 사람이 왜 밖에 나왔냐”며 힐난했던 미국인들이었지만 이제 식료품점에 가려면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됐다. 미국 의료인력에게 줄 것도 모자란다는 N95마스크를 쓴 이들도 자주 보인다. 겉으로 태연했던 그들이었는데, 다들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0만명에 육박하고, 유명을 달리한 이도 4만2000여명에 달한다. 잔인하고 암울한 시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사망자가 .. 2020. 4. 22.
트럼프의 전쟁, 쿠오모의 전쟁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나라가 되면서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마트나 거리에서 만나는 미국인들의 표정에선 불안감이 흐른다. 마스크는 병자나 쓰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마스크 쓰기를 거부해온 그들이지만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뒤에 숨어 있는 대량 실업의 공포도 그들을 짓누르고 있다. 시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진 정치 지도자들이야말로 진짜 전쟁 중이다. 자신을 ‘전시 대통령’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내 감염자의 40%가 나오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최근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아직 재난의 초입에 불과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재의 재난에 대처하고 .. 2020. 4. 1.
‘트럼프 정치’의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피하지 못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 등 동북아 국가 지도자들을 차례로 시험대 위에 올린 코로나19 위기가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9일(현지시간)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752명, 사망자는 26명이다. 미국 본토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미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검사를 대폭 확대했으므로 발병 사례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가리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했다. 한 사회 내의 한정된 권력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 2020. 3. 11.
샌더스는 진짜 필패일까 미국 대통령 선거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 삶도 일정한 영향을 받는다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가 유독 2020년 미국 대선에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이런 현실적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기존 미국 대통령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국정운영 스타일로 미국을 두 쪽으로 나눠놓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지켜보는 것은 어떤 정치 드라마보다 흥미를 자아낸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민주당 후보들이 벌이는 경쟁 역시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데다 미국 정치 지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민주당 경선 판세를 요약하자면 ‘원조 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미.. 2020. 2. 19.
트럼프 탄핵 드라마의 결말 “당신은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신경이나 쓴다고 생각하는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 위에 올렸고, 폼페이오 자신도 무관치 않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끊은 뒤 신경질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넣으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키로 했던 군사원조를 연기시키면서 연계시켰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작년 가을 불거진 이후 반년 가까이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지만 정작 미국인 다수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의도는 겉으론 언론이 편파적으로 이 사안을 물고 늘어.. 2020. 1. 29.
미 대법원장의 ‘모순’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최근 발표한 연말 보고서가 미국 언론 주목을 받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거짓 정보 유통이 민주주의에 끼치는 위험성을 경고한 대목이 마치 ‘가짜뉴스 공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 같다는 추측을 낳았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 원리는 폭도의 폭력에는 자리를 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여기게 됐고, 시민 교육은 도중에 실패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순식간에 소문과 거짓 정보를 대규모로 확산시킬 수 있는 우리 시대에는 대중이 정부와 정부가 제공하는 보호들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미국 대법원장은 연말마다 짧은 보고서를 내는데 2005년 취임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늘 역사의 일화를 서두에 앞세웠다고 한.. 2020. 1. 8.
기로에 선 미국 민주주의 의 공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미국 코넬대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장군들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들, 즉 대통령, 총리의 손에서 죽는다. 시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완전히 이해했을 땐 너무 늦다.” 레비츠키 교수는 민주주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미국 역시 남미 국가들이 지난 세기 연속되는 쿠데타와 독재를 경험할 때 맞닥뜨린 것과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해 논쟁을 일으켰다. 그의 이론의 핵심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인물과 세력을 ‘경쟁자’를 넘어 ‘적’으로 규정하는 ‘관용의 고갈’, 즉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적 포퓰리스트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은 것은 정치적 경쟁자를 향해 ‘반역.. 2019.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