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기자메모, 기자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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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기자메모, 기자칼럼45

반도체, 백강 그리고 5·24 얼마 전에야 중요한 역사를 뒤늦게 알았다. 서기 663년 백강전투. 이는 한·일 간 해묵은 갈등을 이해하는 실마리도 준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역사 전쟁’의 연장선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 등을 설거지하다가 깨진 그릇 하나다. 정부가 다소 거칠게 다루다가 떨어뜨린 꼴이랄까. 역사상 동북아 판도 변화에 주요 영향을 미친 세력은 다름 아닌 왜(倭)다. 요즘 고교생의 국사 교과서가 궁금해 삼국시대 편을 훑어보다 놀랐다. 우리 때와 달리 백강전투가 당당히 기록됐다. 백강전투는 민족주의 관점에선 다소 꺼림칙하다. 외세를 빌려 삼국을 통일한 나당연합에 더해, 백강전투로 왜구까지 개입했기 때문이다. 왜가 망해가는 백제를 도와서 약 5만 대군에, 함선 1000척이.. 2019. 7. 4.
볼턴 방한은 누구의 ‘나와바리’인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주말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20일 CNN 보도는 국내에서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정부는 이 보도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확인도 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이 왜 오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등을 물어봐도 답이 없다. 청와대는 21일 오전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문의에 “우리 정부가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담은 문자를 발송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방한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확인할 사안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답변은 가당치 않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카운터파트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물론 백악관과 청와대 안보실의 협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이 그간의 상례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북·.. 2019. 2. 22.
우리는 감당할 수 있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오랜 세월 유럽의 죄인이었다. 국가·민족·애국 등 나치를 연상시키는 이념이나 상징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일은 금기시됐다. 이런 연유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수많은 독일인이 거리에서 국기를 흔들던 모습은 이웃 유럽인들에게 역사의 페이지 한 장이 넘어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독일은 어깨를 활짝 펴고 국가적 자부심을 광장에서 만끽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있다. 메르켈은 2005년 11월 독일 총리로 취임해 무려 13년을 집권했다. 이 긴 세월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위기 및 시리아 난민 위기에 개입했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지켜봤다... 2018. 12. 11.
사악해지지 말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구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여러 동의 건물이 들어선 드넓은 단지에선 대학 캠퍼스와 비슷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직원들은 구글 로고처럼 파란색과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이 칠해진 자전거를 타고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이동했다. 햇볕이 좋은 곳엔 파라솔 꽂힌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사무실이 답답한 직원은 야외에서 일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방문객을 안내하던 구글 직원은 이 같은 구글 특유의 환경과 구내식당에서 공짜 점심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힘주어 자랑했다. 구글의 업무 단지는 이방인의 부러움을 사고도 남을 만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이게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직원들이 건물 사이를 오갈 때 타던 자전거는 탐날 정도로 예뻤지만 ‘걸어 다닐 시간을 아껴서 일하.. 2018. 11. 6.
혼란만 부추기는 ‘북핵 용어’ 최근 북한의 핵능력을 과거핵·현재핵·미래핵으로 나누는 분류법이 등장했다. 과거핵은 이미 완성해 놓은 핵무기·핵물질을, 현재핵은 진행 중인 핵프로그램을, 미래핵은 핵·미사일 실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언론은 물론 상당수의 전문가와 청와대 고위 관계자까지 이 분류법을 따른다. 분류의 근거는 둘째치고 일단 용례와 개념이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혼란을 일으킨다. 특히 이 분류법으로는 무엇이 현재핵이고 무엇이 미래핵인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이 진행 중인 핵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의 일부인 핵·미사일 실험을 따로 떼어놓고 하나는 현재핵, 다른 하나는 미래핵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과거핵은 원래 북한이 비밀 핵활동을 통해 은닉한 플루토늄을 말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992년 처음으.. 2018. 10. 4.
트럼프가 보낼 청구서 국제 뉴스를 다루는 기자들의 일과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사거리가 될 만한 돌발 발언을 트위터에서 즐겨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10분마다 한 번씩 컴퓨터 자판의 ‘F5’ 키를 눌러 트위터 타임라인을 ‘새로고침’하면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6·12 북·미 정상회담처럼 주요한 행사를 앞둔 시기엔 더욱 그렇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선수가 트위터로 설화를 일으키자 “트위터는 시간 낭비”라고 일갈한 바 있는데,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는 그 자신뿐 아니라 전 세계 외교관과 기자들의 시간까지 축내고 있다. 그러나 트위터를 확인하는 외국 기자들의 수고는 트럼프가 ‘우리 대통령’인 미국 시민들과 기자들의 피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 2018. 6. 12.
꼿꼿한 김여정과 북·미 협상 벌써 8년 전이지만 생생한 TV 화면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연평도는 그렇게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개인적 기준으로 남북 사이에 가장 섬뜩했던 사건은 2010년 11월23일 북한의 ‘느닷없는’ 연평도 포격이었다. 한국전 휴전 후 처음 영토가 포격당한 일대 사변이다. 언제든 이 땅에 다시 포성이 울릴 수 있다는 일촉즉발의 위험을 보여준 신호다. 연평도 사건은 김일성군사종합대 포병과 출신으로 핵을 가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담함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그런 김정은의 최측근인 여동생 김여정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지난 2월 서울과 강원 평창에 나타나자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었다.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를 비롯해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언행은 당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고개를 꼿꼿.. 2018. 5. 31.
[여적]신발 디저트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발로 노예와 자유민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맨발은 노예의 비천함의 표시’라고 했다. 노예는 신발을 사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스의 자유시민은 노예로 오해받을까 두려워 누구도 신발을 신지 않고는 공공장소에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로리 롤러 ) 신발은 오랫동안 부와 신분, 계급의 상징이었다. 신을 때 그랬다. 벗을 때는 달랐다. ‘태업’이라 번역되는 사보타주(sabotage)는 프랑스어 ‘사보(sabot·나막신)’에서 연유한 말이다. 중세 유럽 농민들이 영주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해 수확물을 나막신으로 짓밟은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프랑스 노동자들이 공장주에게 항의할 때도 나막신을 활용했다. 나막신을 벗어 기계에 던져넣어 가동을.. 2018. 5. 9.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1968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그해 4월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사망했고, 반전·평화를 외쳤던 5월 혁명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었다. ‘그 후 50년이 흐르는 동안 전쟁은 끝났고 차별은 옳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달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은 우리 안의 차별 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고 완고한 것인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23세 동갑내기 사업가인 레이션 넬슨과 돈테 로빈슨은 이날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에서 또 다른 사업 파트너 앤드루 야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넬슨과 로빈슨은 스타벅스 직원에게 “음료를 아직 주문하지 않았지만 화장실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야멸차게도 “안.. 2018.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