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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1996

홍콩은 어디로 가고 있나 “언론계에 몸담은 30여년 동안 지난해 상황은 최악이었고,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크리스 융 홍콩기자협회장이 지난 3일 ‘세계 언론자유의날’을 맞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언론인 36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해 홍콩 언론자유지수는 32.1을 기록했다. 2013년 연례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2019년 조사 때보다 4.1포인트 낮아졌고 2013년(42.0)과 비교하면 10포인트나 추락했다. 정보 접근성과 언론의 감시자 역할, 매체의 다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점수다. 조사에 응답한 언론인 중 91%는 홍콩의 언론자유가 1년 전보다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5%는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근원이 홍콩 정부라고 봤다. 69%는 중국 정부 관리들이 ‘일국양.. 2021. 5. 6.
[여적]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이혼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나 친족을 부르는 다양한 호칭이 있다. 그 호칭을 통해 남과는 다른 끈끈한 관계임을 확인한다. 때론 남을 배척하는 경계로 삼기도 한다. 우리는 독특하게 친족을 숫자인 촌수(寸數)로 나눈다. 촌수는 혈연과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에 기반해 나를 중심으로 관계·거리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고는 삼촌·사촌·외사촌 등 그 촌수가 호칭이 된다. 촌수로 보면 부모와 자녀 사이는 일촌, 형제자매는 이촌, 아버지 형제자매와는 삼촌이다. 그런데 부부 사이는 촌수가 없어 0촌, 무촌이다. 혈연이 아니라 사랑과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가 부부인 것이다. 가장 친밀한 관계지만 또한 언제든 이혼으로 촌수가 없는 남이 된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민간자선단체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공동운영하고 있는 빌 게이.. 2021. 5. 6.
바이든 대북정책, 싱가포르 합의 계승?…아전인수 경계해야 지난 주말 미국이 공개한 대북정책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3일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외교적 해법과 단계적 접근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특히 미 당국자가 2018년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를 포함한 다른 합의들을 기초로 했다고 말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에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미 당국자가 이를 언급한 것은 한국의 요구가 반영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만족해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새로운 포뮬러(창의적 해법)’가 아니다. 외교적 해법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며 단계적 접근법도 이미 시도해봤던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노이 노딜’ 이후 강조해온 ‘포괄적 합의 이후 단계적 이행’과도 다르지 않다. .. 2021. 5. 6.
[여적]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집단학살은 ‘제노사이드(genocide)’로 불린다. 라틴어로 인종을 뜻하는 제노스(genos)와 살인(cide)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대량살육을 넘어 인종청소와 민족말살을 동반한 반인류적 범죄를 일컫는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로 가족을 잃은 폴란드계 유대인 법학자 라파엘 램킨이 1944년 이 용어를 제안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군사재판에서 나치 전범들은 제노사이드 혐의로 기소됐고, 다음해 유엔 총회에서 제노사이드는 ‘문명세계가 비난하는 국제법상 범죄’로 규정됐다. 그럼에도 나치의 교훈을 무색하게 하는 제노사이드는 끊이지 않았다.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 정권은 1975년부터 4년간 200만명을 학살했다. 1994년 르완다에서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 2021. 4. 26.
바이든의 ‘루스벨트 되기’ ‘조 바이든은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의 반열에 오를 것인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이 다가오면서 미국 호사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때이른 질문이다. 루스벨트는 12년 임기 중 대공황과 2차 대전이라는 ‘내우외환’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지도자다. 워싱턴 백악관 맞은편 벚꽃으로 유명한 ‘타이달 베이슨’에 있는 루스벨트 기념비에 가보면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깊은 존경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루스벨트에 비유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역사학자 존 미첨이다. 미첨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사 작성에 관여했으며,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역사학자들의 비공개 회동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와 경기침체, .. 2021. 4. 21.
북·미 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난의 행군’이다. 그는 지난 8일 6차 세포비서대회 폐회식에서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북한 상황이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대외전략·경제·내부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김 위원장의 직접 언급과 북한의 발표 등을 통해 이미 드러나 있다.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의 계획은 미국과의 협상, 경제 회복, 내부 장악력 등 모든 분야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고난의 행.. 2021. 4. 16.
[여적]아프간 전쟁 20년 2001년 9·11테러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애당초 시한이 없는 전쟁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조지 W 부시는 “(미국은) 지구상의 어느 테러조직이라도 찾아내 활동을 저지하며 격퇴시킬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첫 공격 목표가 된 것은 피할 수 없었다. 9·11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10월7일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20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아프간은 동서문명의 교차로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제국의 오랜 침탈 대상이었다.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에서부터 이슬람과 몽골족, 인도 등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아프간은 침략자의 무덤이 됐다. .. 2021. 4. 15.
[여적]‘외조의 왕’ 필립 영국 역사에서 여왕은 6명뿐이다. 메리 1세(1516~1558)가 처음이고, 엘리자베스 1세·메리 2세·앤·빅토리아 여왕을 거쳐 현재의 엘리자베스 2세가 1952년부터 왕실을 이끌고 있다. 여왕 남편의 공식 칭호는 ‘The Prince Consort’다. 첫 여왕 메리 1세의 남편인 펠리페 2세는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끈 국왕으로 더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1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여왕의 남편으로 부를 수 있는 첫 인물은 앨버트공이다. 대영제국 최전성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다. 그는 미혼으로 즉위한 빅토리아 여왕과 결혼한 뒤 죽기 전까지 21년간 보필했다. 하지만 결혼 17년이 지나서야 여왕의 남편 칭호를 받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다. 세계 최장수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공이 10.. 2021. 4. 12.
[아침을 열며]미얀마의 내전만은 막아야 한다 3월27일은 미얀마 국군의날이다. 1945년 3월27일 일본에 맞서 무장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이 그 무장항쟁의 주축이었다. 국군의날 76주년이던 지난달 27일 미얀마 군의 총구는 외세가 아닌 자국 시민들을 향했다. 군부는 전국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무차별 총격에 어린아이들의 희생도 잇따랐다. SNS상에는 피 흘리는 아이들과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부모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넘쳐났다. 이날 하루에만 114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그야말로 ‘피의 일요일’이었다. 군부는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대규모 국군의날 기념 열병식을 갖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중국, 러시아, 태국, 인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라오스 등 .. 2021.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