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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23 [특파원 칼럼]가난 물려받은 ‘싼허청년’

중국의 싼허(三和)청년들은 하루 일해서 번 돈으로 사흘간 논다. 싼허청년은 선전시 싼허인력시장에 모이는 20∼30대 농민공을 뜻한다. 인력시장에서 택배배달, 경비, 건설노동 등 일용직을 구한다. 매일 출근을 싫어하기 때문에 월급 주는 직장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싼허청년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중국의 사회 문제가 수십년간 얽히고설키면서 탄생한 ‘괴물’이라는 정체가 드러난다. 톈야라는 작가가 6개월간 싼허청년과 합숙하면서 쓴 <어찌 집이 그립지 않겠나 : 싼허청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착취와 압박, 차별 때문에 정규직을 갖기 싫어한다. 개혁·개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공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와 차별은 심각했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했다. 공장이 제공한 숙소에서 사는 이들에게 출퇴근 경계도 모호했고 개인생활도 없었다.적게 벌고 적게 쓴다. 하루에 2만5000원 정도 벌어 850원짜리 국수로 끼니를 때우고, 2500원짜리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하루 일해서 번 돈으로 며칠씩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며 논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출생한 싼허청년들은 이전 농민공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고도 경제성장시기에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농민공들은 악착같이 번 돈으로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고 내집 마련의 꿈을 꿨다. 그러나 싼허청년들은 철저히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한다. 저축 대신 복권을 산다. 개인주의적 성향, 미래보다 현재에 몰두하는 생활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드러난다.

싼허청년들은 공장의 엄격한 관리 속에서 일하는 것을 증오한다. ‘공장 권력’이 정한 불공정한 임금, 열악한 근무 환경을 버티지 못한다. 싼허청년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적극적으로 항의한다. 인력중개 업소가 수수료를 떼는 행위를 하면 건물 옥상에 올라가 투신 소동을 벌인다고 한다. 실제 투신할 의도보다는 빠른 해결을 위한 방책에 가깝다.

밀레니얼 청년들의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은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법과 제도가 노동자들을 보호할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일용직의 삶을 택한 것이다.

대다수 싼허청년들은 농민공의 자녀들이다. 부모들이 돈 벌러 도시로 나가면서 고향에 홀로 남겨졌다. 조부모 밑에서 성장한 경우도 있고, 방치되다시피 한 이들도 있다. 부모가 일하러 도시로 떠나 농촌에 홀로 남겨진 이른바 ‘유수(留守)아동’들은 현재 6102만명을 넘는다. 부모와 떨어져 성장한 이들은 가족에 대한 애착이 적다. 도시에 친척이 있더라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곰팡이 피고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숙소라도 혼자 있는 게 편하다.

농민공들이 삶을 바꾸기 위해 도시로 나와 일했지만 이들은 자녀 세대의 삶을 바꾸지는 못했다. 후커우(호적) 제한으로 가로막힌 이들은 도시 밑바닥을 전전했다. 그리고 가난은 대물림 됐다. 이들의 자녀는 어려서는 유수아동, 커서는 싼허청년이 됐다.

싼허청년이 탄생한 선전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 같은 도시다. 가난한 어촌이었던 이곳이 경제특구로 지정된 지 올해로 꼭 40년이다. 40년 동안 경제 규모가 1만배 넘게 성장한 이 도시는 아직도 농민공들은 품지 못하고 있다.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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