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4일 새벽, 미국인의 시선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입에 쏠렸다. 미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어산지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어산지는 그해 7월부터 클린턴에게 불리한 e메일을 폭로해왔다. 하지만 ‘한 방’은 없었다. 오히려 사흘 뒤 트럼프에게 불리한 소식이 터졌다. 음담패설 녹음파일의 공개였다. 약 5%포인트 뒤진 트럼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대선을 11일 앞둔 10월28일, 반전 카드가 나왔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클린턴 e메일 재수사 방침을 밝힌 것이다. 대선 이틀 전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클린턴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뒤였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코미 국장과 어산지가 트럼프 당선의 숨은 주역이라는 말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대선 전달인 10월에 선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막판 이벤트를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라고 부른다. 1972년 대선이 그 시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당시 대선의 최대 쟁점은 베트남전쟁이었다. 대선 12일 전인 10월26일,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평화는 가까이(at hand) 있다고 믿는다.” 사실은 달랐다. 전쟁은 2년 반이나 더 이어졌지만 어쨌든 닉슨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이변이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이 맞붙은 1980년 대선 쟁점은 이란 미대사관 인질사건이었다. 대선 전 인질이 석방되면 카터에게 유리한 국면이었다. 하지만 이란 정부, 카터 행정부 모두 대선 이후에도 인질 석방은 없다고 했다.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다.

 

‘전염병 대통령’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지난 27일 ‘코로나19 백신 10월 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미 언론들의 관점은 달랐다. 트럼프가 기대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라는 데 주목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처럼 막판 역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백신 개발 독려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찬제 논설위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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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린성 시찰은 다소 의외로 여겨졌다. 이번 시찰은 양쯔강 유역 홍수로 중국 남부지역이 몸살을 앓고,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고 통보하면서 미·중 갈등이 끓어오른 시점에 이뤄졌다. 대내외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심 수습에 주력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민심을 다독이려면 장화를 챙겨 신고 남부지역으로 가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양쯔강 홍수가 발생했던 1998년 장쩌민 주석과 2007년 후진타오 주석은 그렇게 했다. 왜 시 주석은 홍수가 난 남부가 아닌 북쪽으로 향했던 걸까.

 

시 주석의 지린성 시찰 일정 첫 방문지는 쓰핑시 리수현에 있는 옥수수 생산기지였다. 그는 옥수수 밭에 들어가 작황을 살폈고, 농토 활용 현황과 농업 기계화 상황도 점검했다. 시 주석은 “식량 생산을 늦추지 말라”면서 “농민들이 가장 좋은 기술로 최고의 식량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지린성 시찰이 끝난 후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연일 ‘시진핑 총서기 관심사’라는 제목으로 “백성들이 배불리 잘 먹게 하고, 식량 안보 기초를 다져 중국의 밥그릇을 튼튼하게 한다”는 내용의 선전성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옥수수를 사들였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14일 중국이 미국산 옥수수 176만2000t을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곡물 거래량으로는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앞서 10일에도 중국은 136만5000t의 옥수수를 구매했다. 중국이 지난 1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 구매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남부 홍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올여름 중국 남부는 장마철 평균 강우량보다 46% 넘게 비가 많이 내렸다. 대홍수가 있었던 1998년 같은 기간 강우량도 넘어섰다. 경작지의 약 20%가 침수된 것으로 추산돼 대규모 농작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10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대두, 옥수수 등 일부 곡물은 수입으로 채운다. ‘신냉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중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 식량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인민을 배불리 먹이는 일이 시 주석의 최우선 임무가 된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시 주석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2017년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 재선출돼 집권 2기를 시작했고, 이듬해 3월에는 국가주석 임기제를 폐지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양국 갈등이 남중국해, 홍콩 등 전방위적으로 번졌고 총영사관 폐쇄라는 초유의 조치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조치와 경제 회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데 대한 고민도 깊다. 표면적으로는 2분기 3.2% 경제성장률로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엿보인다. 경제적 발전으로 통치 정당성을 유지해 온 공산당으로서는 경기하향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량안보까지 위협받는다면 지도자의 위상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린성 옥수수 밭으로 간 시 주석의 행보에서 이 같은 고민이 깊게 묻어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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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호적이고 협력하는 미·중관계를 바랐다. 원만한 미·중관계하에서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으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중 우호관계하에서는 설사 양국 간 갈등 요인이 나타나더라도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었다.

 

실제로 미·중 사이 한국의 외교는 각 정권의 특색과 상관없이 본질적으로는 전략적 모호성이 기본 틀이었다. 어떤 정부도 안보와 경제 이익 중 하나가 훼손될 가능성의 발생을 피하려 했다. 민감한 현안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끌며 미·중의 합의 또는 상황에 변화가 올 때까지 버티며 어느 한 측과도 갈등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종합국력의 격차를 줄여오고 나아가 추월까지 전망되는 중국의 부상을 앉아서 바라볼 수 없었다. 또한 관여와 포용을 강조했던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정책이 중국의 자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의회를 포함한 미국 사회 내에서 점차 힘을 얻어나갔다. 미·중 무역협상, 남중국해에서의 대립, 대만관계, 화웨이 사태 등 경제, 군사·안보, 외교,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압박과 이로 인한 양국 간의 갈등은 점차 강도를 더해갔다.

같은 시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착이라는 당면한 목표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미·중 모두로부터의 협력이 필요했다. 주어진 대외환경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통할 공간은 구조적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었지만 이를 견지해왔다. 한국의 국익을 가능한 한 보호해 보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은 기존의 경제와 군사·안보적 갈등에 더하여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 및 ‘체제 우위’의 논쟁을 거치더니 이제 본격적인 ‘이념’ 경쟁으로 치달으며 더욱 격화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5월20일 발표한 중국 관련 전략 보고서에서는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분리하여 호칭하기 시작했다. 이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월30일 허드슨 연구소에서의 연설을 통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6월15일 기고문에서 중국 공산당을 비판했다. 6월30일에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킨 후에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까지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 비판에 가세했다.

 

미국이 이렇게 이념의 대립을 만들어가는 이유는 중국과의 경쟁 구도를 ‘미국 대 중국’에서 자국에 한층 유리한 ‘자유진영 국가들 대 중국’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의회와 함께 중국과의 이념 경쟁을 제도적으로 준비해왔다.

 

미국은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에서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에 ‘타이완 여행법’이, 2019년에는 ‘타이완 보증법’과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 등이 발효되었다. 2020년 들어서도 ‘위구르족 인권 정책법’과 ‘홍콩 자치법’이 발효되었으며, ‘티베트 정책과 지지법’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공산당체제의 정통성이 직접적으로 연계된 주권과 통일에 관한 문제라 물러서기가 어렵다. 중국이 경제적 파장을 각오하면서도 지난 6월30일 전격적으로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최근의 상황은 한국에도 ‘선택’의 압박을 더한다. 미·중 간 이념의 경쟁은 단기적으로 버티면서 상황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던 호주도, 화웨이 사건 때 중국의 손을 들어줬던 영국도 중국의 보복 조치를 각오하며 미국과 보조를 함께하고 있다.

 

한국의 더 큰 고민거리는 미·중은 물론 유사한 입장을 가진 다수의 국가들이 모호성을 유지하는 한국의 향후 행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미 입장이 분명한 러시아, 인도, 호주와 함께 G7에 초청된 것은 한국에 독이든 성배가 될 수 있다. 사실상 한국의 입장 표명 자리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미·중 어느 한쪽으로부터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에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에 폐쇄하라고 요구한 상황에서 이제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 통하는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만약 선택을 피할 수 없는 현안이라면 조속히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들과 합의된 가치, 정체성, 국익이 정의된 ‘원칙’을 가지고 대미 및 대중 외교를 새로이 준비해야 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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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24일 오후 4시(현지시간)까지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주중 미 영사관 폐쇄를 포함한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지난해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코로나19 책임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홍콩보안법 갈등을 넘어 공관 폐쇄로 번지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충은 생각하지 않고 충돌을 거듭하는 양국에 유감을 표한다.

 

외국 공관 폐쇄는 외교관계 단절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휴스턴 총영사관이 1979년 미·중 수교 후 미국에 설치된 첫 중국 영사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상징적이다. 미국이 폐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지식재산권 및 개인정보 보호다. 중국이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탈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말부터 기술을 탈취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인을 체포·입건해왔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도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은 휴스턴 총영사관을 미국 내 연구결과 탈취의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휴스턴은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린든존슨우주센터를 비롯해 제약·의약 분야의 연구도 활발한 곳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양국 간 여행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영사관 폐쇄의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하고, 미국이 공관 폐쇄를 추가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 연방수사국(FBI)은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이 비자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은 중국 군사 연구원을 은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대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미국인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움직임은 11월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무책임한 처사도 개탄스럽지만 다가올 중국의 대응도 우려스럽다. 중국은 최대한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이번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가장 곤란해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은 동맹관계를 앞세워 ‘반중 블록’ 참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당장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LG유플러스를 거명하면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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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강(river)을 ‘강(江)’과 ‘하(河)’로 나눈다. ‘강’은 건기나 우기에 상관없이 일정 수량을 유지하며 큰 바다로 흘러간다. 반면 ‘하’는 계절별 수량 변화가 크고 강물이 호수나 내해(內海)로 흐르는 경우를 지칭한다. 보통 중국 대륙 남쪽의 하천은 ‘강’으로, 북쪽 하천은 ‘하’로 부른다. 창장(長江) 진샤장(金沙江) 누장(怒江) 란창장(瀾滄江), 화이허(淮河) 황허(黃河) 헤이허(黑河)의 이름은 이런 분류를 따르고 있다.


창장은 중국을 대표하는 강이다. 약 6300㎞로 중국 최장이고 세계 3위이다.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창장은 쓰촨성 평원을 지나 동쪽으로 흐르다가 대협곡을 만난다. 싼샤(三峽)라 불리는 후베이성의 취탕샤(瞿塘峽)·우샤(巫峽)·시링샤(西陵峽) 지역이다. 물살이 세고 수력자원이 풍부한 이곳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이 들어서 있다. 2009년 완공된 싼샤댐은 수력발전, 홍수조절, 관광 등을 위한 다목적댐이다. 높이 185m, 너비 135m이고 길이는 2309m나 된다. 발전용량은 시간당 1820만㎾로 단연 세계 1위이다. 국가백년대계로 건립되었다는 싼샤댐은 완공 10년이 지나면서 홍수방지와 수력발전 등에서 일정 성과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형 댐 건설로 인한 부작용이다. 생태계 교란과 기후 변화가 눈에 띈다. 안개 끼는 날이 많아지면서 비염, 축농증, 관절염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크게 늘었다. 주변 지역의 산사태와 지진이 이 댐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08년 쓰촨대지진을 비롯한 중국 내 잇단 지진은 싼샤댐에 가둬둔 엄청난 물의 영향을 받아 일어났다는 것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댐 붕괴다. ‘싼샤댐 붕괴설’은 환경 파괴에 안전문제까지 겹치면서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에는 중상류에 폭우가 계속되면서 우려가 공포 수준으로 발전했다. 싼샤댐의 수위(20일 현재)는 165m로 홍수 통제수위(145m)를 넘어서 댐 최고수위(175m)에 육박하고 있다. 싼샤댐이 터지면 이재민이 4억명에 이르고 중국 국내총생산의 40%가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의 존망이 달린 싼샤댐의 붕괴를 맥없이 바라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마 속에 최고 수위로 치닫는 싼샤댐이 위태롭기만 하다.


<조운찬 논설위원 sid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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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던 남북관계가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급변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협력사업에 사사건건 개입해 제동을 걸고 남북사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워킹그룹은 남북관계의 족쇄’라는 인식은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

 

워킹그룹은 대북제재를 포함한 북한 문제 전반을 다루기 위해 2018년 11월에 만들어진 한·미 간 논의의 틀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워킹그룹이 생기고 나서 갑자기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핵 문제가 발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한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 같은 논의 방식이 지난해 11월부터 워킹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만약 워킹그룹이 없었다면 미국은 다른 방식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개입했을 것이다. 따라서 워킹그룹을 해체한다고 해도 미국의 개입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미국이 남북관계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북핵이다. 북핵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 안보와 비확산체제를 흔드는 국제적 사안이다. 특히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입증한 이후 북핵은 미국의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됐다. 북핵은 이제 미국의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남북관계는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는 한국의 인식과 남북관계 진전 과정에서 대북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북·미 핵협상에 장애가 될 정도의 인센티브가 북한에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이 충돌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8월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을 때도 미국의 첫 반응은 지금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 노력을 지지하며, 이 같은 노력이 비핵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남북대화는 반대하지 않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약화시킬 정도의 인센티브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의 충돌적 요소를 조화시켜서 한 방향으로 진전을 이루는 것은 한국 외교의 숙명적 과제가 된 지 오래다.

 

남북 국정 우선순위 차이가 원인
북한에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남북’보다 ‘미국과의 핵담판’
정교한 한·미 공동 전략으로
북·미 대화 재개를 유인해야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성의가 부족했기 때문도 아니고 북한이 남측의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도 아니다. 남과 북이 상정하고 있는 최우선 국정과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남북이 서로 평화를 유지하면서 교류하고 협력하는 단계까지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가장 시급한 것은 남북관계 진전이 아니라 ‘미국과의 핵담판을 통해 위협을 제거하고 제재를 풀어 정상국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북핵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남북문제가 북한의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북·미 대화가 끊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남북관계, 비핵화, 북·미 관계는 서로 꼬리를 물고 얽혀있는 톱니바퀴와도 같다. 그리고 북한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남북관계를 움직여 비핵화와 북·미 관계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다른 생각을 가진 당사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해가면서 동시 병행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핵이 없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아도 된다면 남북경협과 교류가 어려울 이유가 없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정상적인 남북관계는 불가능하고 미국과 국제사회도 한반도 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관계 복원이 아니라 정교한 한·미 공동의 전략을 만들어 북·미 대화가 재개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워킹그룹은 미국의 개입만을 위한 통로가 아니다. 만에 하나 북핵 논의가 한국의 입장을 배제한 채 북·미의 이해관계만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한국은 워킹그룹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고 한국의 입장을 반영시켜야 한다. 워킹그룹은 해체 대상이 아니라 용도에 맞게 활용해야 하는 도구다. 한반도 문제의 구조적 요인을 도외시하고 워킹그룹 탓을 하는 것은 비겁할 뿐 아니라 현명하지도 않다. 이런 식으로는 성공은 고사하고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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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30일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했다. “히틀러는 죄가 없다”는 등 나치 옹호 발언과 흑인·유대인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비속어가 잇따라 그의 이름으로 공표됐다. 트위터 측이 증오·혐오 발언 단속 방침을 밝힌 후 일어난 일이다. 2006년 첫선을 보인 이래 크고 작은 해킹 사고가 이어지며 취약한 보안 문제를 노출한 트위터가 직접 곤욕을 치른 해킹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해킹의 일차 목표는 ‘교란’이다.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판매, 사기, 협박 등 범죄로도 이어진다.

 

짧은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소셜미디어인 트위터는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3억3000만명에 달한다. 팔로어가 가장 많은 인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 1억2000만명대다. ‘트위터 정치’를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팔로어는 8300만명대다. 저스틴 비버(1억1200만명)·케이티 페리(1억800만명)·리아나(9700만명) 등 연예인들에 이어 세계 7위다. 한국에선 방탄소년단 관련 계정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트위터가 사상 최악의 해킹을 당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워런 버핏 등 미국 정·재계 유력 인사들의 계정이 동시에 털렸다. 이들 계정에 “가상화폐 1000달러를 보내면 2배로 돌려주겠다”는 사기 글이 올라가 순식간에 11만5000달러가 송금됐다고 한다. 트위터 애용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제외되고 반트럼프 진영 인사들만 해킹당한 점이 공교롭다.

 

이번 해킹을 두고 일부 보안 전문가는 해커가 돈만 노려 다행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면 국제정치가 대혼란에 빠질 뻔했다며 안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속단할 일이 아니다. 해커의 노림수가 유력 인사들의 의사소통 채널인 트위터상의 메시지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교란’ 일 수도 있어서다. 어느 진영의 소행인지 아직 모르고, 결과적으로 어느 쪽에 유리할지도 미지수다. ‘막는 자’를 능가한 ‘뚫는 자’ 해커의 ‘큰 그림’이 있는 건지, 있다면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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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의 관광지들이 문을 닫았다. 갈라파고스도 폐쇄됐다. 외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던 항공편이 3월 중순부터 끊긴 것이다. 바다사자와 이구아나와 새들이 다시 섬들의 주인이 됐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했다는 에콰도르의 이 섬들이 200년 만에 평화를 찾은 것 같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군도의 여러 섬 가운데 중심인 산타크루즈에는 ‘외로운 조지’의 동상이 있다. 2012년 세상을 떠난 마지막 핀타섬땅거북이다. 조지가 죽으면서 이 종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다른 거북이들도 언제 핀타섬땅거북이의 운명을 따를지 모른다. 그래도 인간에게 시달리던 이 단단한 생명체들은 코로나19 덕에 숨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키토대학과 찰스다윈재단의 과학자들은 모처럼 이 섬의 생태계를 차분히 연구할 틈을 가졌다. 사람들 발길이 끊긴 관광지구에서 수질과 해저 환경, 토양 침식, 지표식물 등을 조사했다. 바닷가에 고유종들이 늘어나고 부비새가 더 많이 오고 자연이 활기를 띠는 게 눈에 띄었다고 한다. 지난해 갈라파고스를 찾은 관광객이 27만명이라는데 올해엔 현저히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이 휴식이 지속될 수는 없다. 13일 에콰도르 환경장관은 트위터 글에서 관광 재개를 알렸다. 당장 비행기가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신청 사이트를 다시 열고 예약을 받는다고 했다.

 

코로나19 뒤 인도와 태국의 바닷가를 거북이들이 뒤덮고 영국의 거리를 산양들이 거닐고 칠레 도심에 퓨마가 활보하고 캐나다의 주택가에 새끼여우가 산보를 나왔다는 뉴스가 잇달았다. 로스앤젤레스의 청명한 하늘, 차들과 사람들이 사라진 파리와 밀라노와 모스크바의 초현실적인 풍경. 자동차와 공장들이 멈추자 지구가 맑아지고 빈사 상태의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것 같은 신호가 줄을 이었다.

 

코로나19에 숨 돌렸을 갈라파고스의 거북이들
잠시 멈춤에 맑아진 지구 산업·삶의 방식 안 바뀌면 돌아온 ‘생태’는 착시일 뿐

 

영국의 생태학자들은 ‘인간휴지기(anthropause)’라는 말을 썼다. 추적장치가 붙어 있는 야생동물들의 움직임을 조사해보니 코로나19 이후 동물들이 “인간의 부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도시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었으며 어떤 곳에서는 인공 환경이 다시 야생화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불가피하게 환경 파괴의 일시중지 버튼을 누르게 한 코로나19와 원전 사고 뒤 야생동물의 터전이 된 체르노빌을 비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생태계 구원투수가 아니다. 베네치아 운하의 해파리도, 뭄바이 거리의 공작도 인적이 드물어진 틈을 타 잠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공장은 다시 가동될 것이고 비행기가 날아다닐 것이다. 부자나라 자본이 개도국 땅을 집약농장으로 만드는 땅뺏기가 반복될 것이고, 벌목과 채굴과 수십억 명의 무지막지한 소비도 계속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에너지소비가 7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중국 공장들이 한동안 멈췄던 까닭에 석탄 수요는 지난해보다 8% 감소할 것으로 봤다. 그래 봤자 전체 에너지소비로 보면 겨우 6% 덜 쓰는 것이다.

숲을 베어낼수록 야생동물들이 사람이나 가축과 더 많이 접촉하고, 바이러스가 더 빨리 진화하고, 전염병이 돌 가능성은 높아진다. 사스와 신종플루 때부터 많이 나온 지적이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면서 인수공통 감염증을 부르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 그러나 과연 달라질까.

 

체르노빌에서 인간이 사라진 지는 30여년이 지났다. 바이러스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오래가서도 안 된다. 자연 착취의 ‘잠시 멈춤’은 말 그대로 잠시에 그칠 것이다. 인간이 다른 종들과 행성을 공유할 새 전략을 짜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생태계 파괴의 ‘록다운’은 벌써 해제되고 있다.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38도로 치솟고 알프스 빙하는 조류가 끼어 분홍색이 됐다. “코로나19만큼이나 기후변화도 심각한 위협”이라고 그레타 툰베리가 말해도 세계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K방역을 자찬하고 상품과 서비스에 언택트라는 라벨을 붙이지만 환경에 대한 성찰은 적다. 한전은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기로 했고, 디지털그린뉴딜에서 ‘그린’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 도시 풍경과 농촌 경관, 산업과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19의 생태적 효과는 착시에 불과하다. 바이러스가 지구를 살릴 수는 없다. 거북이도, 산양도, 퓨마도, 여우도 곧 다시 떠날 것이다.

 

<구정은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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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남았다. 미국 수도 워싱턴과 인접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산하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9월 초 시작되는 새 학년 새 학기에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받을지 선택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다. 주 이틀 학교 등교 수업 또는 주 나흘 온라인 수업 중에서 골라야 한다. 한번 선택하면 학년을 마칠 때까지 1년간 바꿀 수 없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자니 코로나19가 걱정이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만 듣게 하자니 학업과 스트레스가 걱정이다.

 

페어팩스의 개학 방안이 지난주 미국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학교가 정상적으로 개학해야 한다고 주지사들을 압박하고 나서자,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이 페어팩스를 콕 집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디보스 장관은 모든 학교는 주 5일 대면 수업을 목표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페어팩스의 계획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을 충실히 따르는 난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플로리다주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 5명 가운데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을 정도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주 내 모든 학교에 주 5일 등교를 전제로 개학 계획을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모든 학생이 정상적으로 등교해 수업과 과외활동에 참가하는 것이 학업·심리발달·복지 등 모든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다.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 부모들도 집에 발이 묶이기 때문에 경제 정상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등의 ‘압박’이 무모해 보이는 것은 이들이 적잖은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의 안전이다.

 

트럼프 대통령 등은 저연령층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중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저연령층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저연령층 감염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학교들이 일찌감치 휴교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학생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더라도 바이러스를 부모에게 전파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리고 교직원들은 저연령층이 아니다.

 

스콧 브라브랜드 페어팩스 교육감은 디보스 장관의 비판에 기존 학교는 학생 간 거리를 약 46㎝(18인치)로 계산해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다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한 1.8m(6피트)를 유지하려면 페어팩스에만 200개의 학교가 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페어팩스에서만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 5개 크기의 공간이 새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건물만 문제가 아니다. 교직원과 스쿨버스도 늘어나야 한다. 마스크 등 개인보호 장비도 조달해야 한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세계를 매일 보고 경험한다. 상당 기간 코로나19의 위험과 함께 사는 것이 ‘뉴노멀’이 됐다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익숙했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강요받는 것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확인된 통계로만 인구 100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걸린 미국에서 새 학기 개학을 준비하면서 겪는 혼란과 고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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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는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배넌, 스티븐 밀러가 꼽힌다. 당선의 일등공신은 배넌이다. 트럼프는 그를 위해 수석전략가라는 자리까지 만들었다.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리는 32세 밀러에게는 선임고문 직함을 줬다. 사위 쿠슈너와 동급이다. 배넌은 2018년 트럼프와의 갈등 끝에 백악관을 떠났지만, 나머지는 지금껏 건재하다.

 

이들에 비하면 로저 스톤(68)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다. 2016년 대선 때 큰 공을 세웠지만 백악관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정치 전략가 스톤은 ‘흑막 정치의 달인’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1979년 전설적 변호사이자 뉴욕 최고 실력자 로이 콘(1927~1986)의 소개로 만났다. 콘은 트럼프의 멘토이자 해결사였다. 2017년 5월 ‘러시아 게이트’로 곤경에 빠진 트럼프가 “나의 로이 콘은 어디에 있나”라고 말할 정도로 영향력을 끼쳤다. 스톤은 트럼프의 야망에 불을 질렀다. 1984년 뉴욕 주지사 도전이 첫 제안이었다. 트럼프는 거절했다. 스톤도 포기하지 않았다. 1998년에는 ‘트럼프 대망론’을 제기했다. 그리고 2016년 결실을 맺었다. 

 

스톤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트럼프 캠프에 고문으로 합류했지만 곧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내 ‘비선’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는 대선 1년여 전 트럼프의 여성 성적 비하 테이프 공개 때 맞불작전으로 솜씨를 발휘한다.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장 맨 앞에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성 비위로 고발한 여성들을 앉힌 것이다. 클린턴은 크게 당황했다. 선거 직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클린턴 캠프의 e메일 해킹 뒤에도 그의 이름이 어른거렸다. 스톤은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접촉은 부인했지만 위키리크스와 접촉한 사실은 인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는 피했지만 허위진술 등 혐의로 4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가 형 집행 나흘 전인 지난 10일 스톤에게 감형조치를 내려 복역을 면하게 해줬다. 그에 대한 보은이자 오는 11월 대선 때 다시 쓰겠다는 뜻이다. 승기를 잡았던 조 바이든 후보 측이 아연 긴장하고 있다. 스톤은 과연 대선 승부의 추를 되돌릴 ‘게임 체인저’가 될까.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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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일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1만232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루 기준으로 최고다.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 4개월이 다 돼가지만 사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는 5일 연속 50명을 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보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확인됐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셀’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변종 바이러스는 기존보다 전파 속도가 3~9배 빠르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의미다. WHO도 이날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 6만개를 수집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약 30%가 변이 징후를 보였다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 2월 초에 확인됐으며,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변종 바이러스가 치명성이 강하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하루 20만명을 넘었지만 아직 1차 대유행조차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4일 의학적인 돌파구가 없다면 내년 봄까지 누적 확진자가 2억~6억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의학계의 걱정은 다른 쪽에 있다. 변종 바이러스가 백신 개발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속으로 침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변이되기 이전 형태의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유행이 지속할수록 바이러스는 변이하면서 전파력을 키우는 속성이 있다. 변종 바이러스 소식이 반갑지 않은 이유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의 베티 코버 박사는 “변종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더 강하다 해도 마스크 착용과 물리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변종에 대항하는 방법도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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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이 11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세상은 다시 과거의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시대는 너무 변해버렸다. 얼마 전 트럼프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을 초대한 걸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특유의 즉흥 제안이라고 한다. 천만에. 지금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주류들은 국제질서를 서구 자유주의 대 중국 권위주의 동맹의 대결로 재편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과거 빌 클린턴의 멘토인 에치오니의 꿈이 드디어 민주당과 공화당의 민공 합작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두 ‘문명’ 간의 이분법적 대결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라는 새로운 균형자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균형자?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입 밖에 꺼냈다가 당시 주류 사회에서 엄청난 조롱을 받은 개념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서구 지성들은 중국식 권위주의로 전락하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는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룬 대한민국의 새 균형 모델에 관심이 많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믿어온 자유와 평등 개념이 다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방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정의론의 영역이다. 가치 담론에서 새 질서를 선도하는 이는 기존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미·중 사이 이분법적 대결의 틈바구니란 고달프다. 하지만 한반도 역사상, 한국이 미래 국제 모델로의 가능성으로 부상한 사건은 전무후무하다. 단 새로운 보편과 균형자가 되기 위해서는 근대 시기에 이루지 못했던 숙제와 탈근대 시대의 새 과제를 완료해야만 일단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차별금지와 진정성 있는 기후위기 극복 말이다.

 

근대적 냉전 시절, 차별금지법은 보편을 주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증이었다. 즉 미국은 구소련과의 이념 경쟁에서 승리를 위해 민권법 통과에 사활을 걸었다. 사실 헌법에 흑인의 법적 가치를 ‘백인의 5분의 3’으로 기록했던 나라에서 어떻게 소비에트의 인권탄압을 비난할 수 있었겠는가?

 

대한민국도 이제 새로운 보편 진입을 위한 리트머스 테스트 앞에 있다. 새천년 세대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586 민주화 운동의 상징 권인숙 민주당 의원 등이 우리에게 숙제를 부과했다. 그들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공동 발의는 이제 한국도 ‘정상 국가’로 진입하는 입구에 막 들어섰다는 의미이다.

 

탈근대 ‘신냉전’ 시대, 생태 감수성은 보편을 위한 새로운 자격증이다. 과거 루스벨트는 뉴딜과 마셜 플랜으로 레닌을 KO 시켰다. 오늘날 미국 주류 사회는 지구적 그린 뉴딜과 양적 완화로 시진핑을 극복하려 한다. 사실 기후악당인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생태문명을 헌법에 집어넣은 시진핑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오랜 기간 생태운동을 전개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탄소감축 인지 예산 제도는 대한민국의 새 자격증 시험이다. 이는 앞으로 실질적 탄소감축이란 관점에서 모든 정부 예산을 평가하고 감독하는 구상이다. 한국이 길게는 북한까지 포함하는 아시아 생명 정치 공동체(Biocracy)의 담대한 미래를 선도할 첫 포석이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합의하는 새로운 보편 비전은 ‘포용적(포괄적) 민주주의(Inclusive Democracy)’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이 비전에 관심이 매우 크다. 나는 문재인 행정부와 의회가 이 국제사회의 공통 가치를 한 차원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문재인의 ‘글로벌 포용 민주주의론’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포괄적 차별금지의 가치가 포용 민주주의의 당연한 귀결이라면 탄소감축을 비롯한 생태는 새로운 차원으로의 사상 진화이다. 포용은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의 다양한 주체들까지 대상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김상조 실장과 민주당 이해찬 대표, 그리고 김태년 원내대표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대통령의 지구적 포용 민주주의 비전을 구현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G10으로 초대받고 경제 돌파구의 기회를 여는 것은 원래 보수의 어젠다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차별과 기후위기에 민감한 독일 메르켈 총리 같은 걸출한 보수 대선 후보가 없을까? 독일 사회의 탁월함을 가장 잘 이해하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대표와 유연한 정치가인 주호영 원내대표의 다음 화두가 포괄적 차별금지와 기후위기 긴급대처이길 기대한다.

 

아직 그림자가 많지만 K방역은 새로운 보편으로의 첫 돌파구를 열었다. 이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탄소감축 인지 예산 제도 통과로 새로운 흐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다음번 문 대통령의 평양 연설이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은 글로벌 포용(포괄) 민주주의가 어떨까?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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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시사주간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옛 소련 붕괴 후 혼란에 빠진 러시아를 안정적으로 이끈 지도자라는 점이 평가받았다. 실제로 푸틴은 집권 8년 동안 ‘강한 러시아’를 앞세워 이란핵과 코소보 사태, 미사일방어(MD) 체제 등 글로벌 현안에서 미국과 맞서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타임이 그에게 붙인 호칭이 ‘새로운 러시아의 차르’였다. 시민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는 무관심한, 위험한 인물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제정러시아의 황제를 칭하는 차르는 독재자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타임의 차르 호칭은 정확했다. 이후 푸틴에게는 ‘현대판 차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푸틴은 종종 차르의 표상이라고 할 표트르 대제(1672~1725)나 이반 4세(이반 뇌제·1530~1584)에 비견된다. 실제 표트르 대제는 푸틴의 우상이다. 그의 집무실에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고 한다. 표트르 대제는 부국강병과 팽창정책으로 러시아가 19세기에 영국과 함께 세계 최강대국 반열에 오르게 하는 기틀을 닦았다. 2014년 푸틴의 크림반도 병합은 표트르 대제의 팽창정책을 따른 대표적인 사례다. 초대 차르 이반 4세는 서방에서 폭군으로 불린다. 하지만 스탈린은 그를 ‘위대하고 현명한 통치자’로 추앙했다. 푸틴의 등장으로 그는 재조명됐다. 2016년 10월 그의 동상이 처음으로 세워졌다. 동상 제막식에서는 “우리에게는 이반 4세처럼 세계가 러시아를 존중하도록 만든 위대하고 강력한 대통령이 있다”는 푸틴 찬양이 울려 퍼졌다.

 

푸틴이 명실상부한 ‘현대판 차르’의 길을 열었다. 지난 1일 치러진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약 78%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개정 헌법은 ‘동일 인물의 두 차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조항에 푸틴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조항을 넣었다. 이에 따라 2024년 임기가 끝나는 푸틴은 다시 대통령 출마가 가능하다. 개헌 투표 전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계획대로 된다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다. 총리 재임 4년을 제외하고도 32년 동안 크렘린의 주인이 되는 셈이다. 이 문명의 시대에 현대판 차르라니,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 걸까.

 

<조찬제 논설위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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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트럼프·김정은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이 회담 준비에 참여했던 미 국무부 직원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왜 협상이 결렬된 것인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대화 말미에 넌지시 물었다. “회담이 결렬돼서 실무자들은 오히려 속으로 쾌재를 부르지 않았느냐?” 그는 노 코멘트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은 이 ‘의도적 방해(sabotage)’ 가설이 나름 적실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회고록에서 자신을 포함한 트럼프의 주요 참모진이 북·미 정상회담 자체에 반대했고,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이었으며, 트럼프가 북한의 완벽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의 부분적 해제를 맞교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나아가, 1장에선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기 전에 트럼프에게 북핵 문제 해법으로 선제군사공격을 제안했다고 밝히고 있다. 새삼스러운 주장은 아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란, 이라크, 북한, 시리아, 리비아 및 쿠바 등에서의 불량정권(rogue regime)을 축출해내는 것이 대량살상무기(WMD) 및 핵무기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정말로 주목해야 하는 건 그의 미국예외주의 관점이다. 그는 미국의 주권은 국제기구나 규범 등과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에 의해 제한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그는 2002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설립될 때 미국이 참여하지 않도록 만들어낸 것이 그의 이력 중 가장 기쁜 일이었다고 토로할 정도다. 그렇다면 미국이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건 어떤 경우 가능할까? 선을 대변하는 미국이 악을 응징하는 경우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 선과 악은 미국이 정한다. 철저하게 미국은 예외라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문제는 볼턴이 대변하는 이런 미국예외주의 국제정치관이 극소수 강경 매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 정치권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려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행정부가 동의하거나 합의하고 온 국제협정이나 조약 등을 비준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최근의 경우엔 교토의정서, 파리협정을 비준하지 않았고,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1919년 파리강화조약 이후 창설을 주도한 국제연맹도 비준을 거부해 미국은 회원국이 되지 못했다. 흥미로운 건, 윌슨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고, 그가 말하는 민족자결의 원리는 서구 기독교문명권에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바로 이 인종주의적 관점이 미국예외주의의 뿌리고,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는 복음주의 기독교 세계관과 결합되어 다른 주권국가에 대한 개입을 합리화해왔다. 볼턴은 이런 미국 개입주의 전통의 대표적 인물이다.

 

워낙 강성이다 보니,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그를 위험인물로 부담스러워했다. 실제 2005년 부시 대통령이 유엔대표부 대사로 임명했을 당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던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하고 결국 인준 없이 임명되었다가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된 2006년 사임했다. 트럼프도 그가 원하던 국무장관 자리에 임명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로 상원 인준 불가를 들었다. 물론 미국민들에게 볼턴은 이라크 공격의 빌미가 됐던 대량살상무기 존재 여부에 대한 정보를 조작해 당시 파월 국무장관을 오도했던 핵심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나아가, 많은 미국인은 그의 이번 책 출판 의도를 불신한다. 트럼프 재선을 막기 위해 서둘러 출판했다고 주장하고 있긴 한데, 정작 그는 의회의 트럼프 탄핵 국면에선 증언을 거부했었기 때문이다. 책을 더 팔고 본인의 정치적 기반을 지키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회고록이 그렇듯, 볼턴 회고록도 자기합리화와 변명의 기록이다. 본인은 옳았는데, 트럼프가 문제였다는 것이고, 결국 미국 국내정치용이다. 무슨 경전 대하듯, 자구 하나하나, 파편적 사실 묘사의 진실성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할 성질의 책이 아니다. 외교안보 국익에 오히려 해롭다. 보아하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에선 미국과 일본의 훼방꾼들 탓을 하기 위해, 반대하는 입장에선 북한의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과 통미봉남 전술에 놀아난 외교 실패를 지적하느라 볼턴 회고록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더 치열하게 논쟁해 북핵외교 실패의 오류를 시정해 가야 한다. 다만 볼턴 회고록에 드러난 트럼프 정부의 난맥상을 정확히 이해는 하되, 그가 짜놓은 프레임을 넘어서는 논쟁이 되길 바란다.

 

<강명구 뉴욕시립대 바룩칼리지 정치경제학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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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볼턴 회고록과 미국예외주의  (0)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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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52세, 최연소 30세. 중국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lt;승풍파랑(乘風破浪)의 언니&gt; 출연자 연령대다. 지난 12일 처음 방송됐으니 오디션 프로로는 한참 후발 주자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첫 방송 직후부터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순위 상위권을 휩쓸고, 각종 매체에서 보도를 쏟아내며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를 방송하는 망고TV 모기업인 망궈차오메이(芒果超媒)는 방송 다음날 주가가 6.82% 상승하는 등 10거래일 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939억위안이던 시가총액은 일주일여 만에 1200억위안으로 방송 콘텐츠 회사 중 단연 선두에 섰다.

 

&lt;승풍파랑의 언니&gt;는 기존 오디션 프로의 틀을 깼다. 30세 이상에게만 출연 자격을 준 것에서 한 번, 기존 연예인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깼다. 게다가 이들은 연예계에 데뷔한 지 최소 7년에서 많게는 36년이 지난 베테랑들이다. &lt;프로듀스101&gt;의 중년 버전이랄까.

 

시청자 팬덤을 형성하기 어려운 여성 중년 스타들의 출연은 오히려 강점이 됐다. 언니들은 ‘예쁘고 귀엽고 가끔 섹시한’ 기존 여성 아이돌 공식에서 벗어났다. 짧은 머리로 중성적 매력을 드러내고, 비주류 장르 음악도 선보인다. 규격화된 마른 체형이 아니어도 당당하게 드러낸다.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제작진 요청에는 “소개할 필요가 있냐”고 받아치는 등 하고 싶은 말은 시원스레 다 한다. 그간 켜켜이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가 있고, 경쟁자들을 토닥이는 따스함도 있다. 시청자들은 “30명의 언니들을 보니 나이 드는 일이 그리 두렵지 않다”며 이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마오쩌둥 주석이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고 말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앞서 남녀평등 개념을 세웠지만, 이후 진전은 빠르지 않았다. 전 세계를 휩쓴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열풍도 중국 대륙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여성 지도자가 나타났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여성 연예인에게는 더욱 가혹한 기준이 요구된다.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연기, 가창력, 내재된 매력이 아니라 얼굴, 체형 같은 외적인 것들이다. 중국 남성 연예인의 얼굴 상처나 후덕한 뱃살은 인간적 매력이나 귀여움의 상징이 되곤 하지만, 여성 연예인들에게는 퇴출 기준으로 작용한다.

 

승풍파랑은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라는 뜻으로, 원대한 포부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나아감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lt;승풍파랑의 언니&gt;는 중년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온갖 편견 속에서의 도전과 노력을 보여주며 감동을 준다.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이가 들면 인생의 부가가치가 늘어난다는 점을 느낀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1990년대 중화권 스타 중리티(鍾麗提)도 &lt;승풍파랑의 언니&gt; 중 한 명이다.

 

50세인 그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성별이나 출신 배경은 가상의 부호일 뿐”이라면서 “승풍파랑의 인생이 되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온전히 스스로 방향키를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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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미국은 법 통과 직전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의 일부를 박탈했고, 중국은 다시 반격을 예고했다. 미·중 간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G2 간 충돌까지 겹치면서 국제사회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보안법 통과를 강행한 중국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이날 통과 후 시행된 홍콩보안법 내용은 1997년 7월1일 홍콩 반환 당시 홍콩에 주어진 자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 법은 우선 국가 분열과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외국 세력과의 결탁에 대해 금지·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한 자에게는 최고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법에 따라 설치될 중국 정부의 국가안보처는 홍콩 민주화 인사에 대한 직접 통제가 가능하다. 이는 홍콩이 그동안 누려온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나 정치적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반중 인사 탄압과 민주화 시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법을 소급 적용해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인 조슈아 웡을 체포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더욱이 전인대 상무위는 통상 6개월 걸리는 법 제정 과정을 무시하고 약 1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국제사회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이다.

 

미·중은 바로 실력 대결에 들어갔다. 미 상무부는 국방물자 수출 중단, 첨단제품의 홍콩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 조치를 취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응에 따라 미국의 압박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양국의 갈등이 기술 패권경쟁, 코로나19 책임 공방, 대만·남중국해·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홍콩보안법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양국이 미·중 무역합의 파기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희토류 미국 수출 중단 등으로 충돌할 경우 세계 경제는 재앙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구촌의 각국 또한 양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미·중 양국은 국제사회의 피해를 감안해 패권경쟁을 접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의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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