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인도 하이데라바드 주민들이 중국과의 국경 충돌로 숨진 군인들을 애도하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하다는 ‘지대물박(地大物博)’은 중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구는 1위이고 면적은 러시아와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다. 4만㎞에 달하는 국경선은 14개 나라와 맞닿아 있다. 영토분쟁이 없을 수 없다. 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 끊임없이 인접국과 국경분쟁과 협상을 이어왔다. 국경 획정은 1960년대 미얀마, 네팔, 북한, 몽골,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90년대 라오스(1991), 카자흐스탄(1994), 키르기스스탄(1996), 베트남(1999)에서 대략 마무리됐다. 


문제는 러시아와 인도였다. 1960년대 중국과 러시아는 전투까지 벌일 정도로 영토분쟁을 겪었지만 국경을 획정하진 못했다. 두 나라는 소련이 해체된 뒤인 1994년에야 중앙아시아 지역의 영토 문제를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우수리강 유역을 포함한 전체 중·러 국경을 획정한 것은 2005년이었다. 중국-인도의 국경은 1947년 인도가 독립하고 이태 뒤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정하지 못했다. 1962년 양국이 설정한 LAC(실질통제선)가 국경선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3488㎞에 달하는 기다란 LAC는 산악 지형, 소수민족 거주 등으로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양국이 70년 넘게 국경을 놓고 싸우는 이유다.


지난 15일 인도 북서부 라다크 갈완계곡 LAC에서 인도 순찰대와 중국군 간에 난투극이 벌어져 인도 군인 20명을 비롯해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투석, 쇠몽둥이질과 같은 육탄전에 의해 희생됐다고 한다. 라다크 지역은 1962년 중국-인도 국경 전투로 수천명이 전사한 대표적인 분쟁지역이다. 이후 양국은 교전 방지를 위해 ‘비무장 경계’에 합의했고, 두 나라 군인들은 총기를 소지하지 않은 채 국경지역을 순찰해 왔다.


중국-인도의 국경 유혈사태는 영토분쟁의 심각성도 보여주지만 대국 간 기싸움이기도 하다. 두 나라는 세계 1·2위의 인구 대국이자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인도는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맞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된,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주요 축이기도 하다. 히말라야에서 맨손으로 벌이는 국경분쟁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조운찬 논설위원 sid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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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이 본부장의 방미는 전부터 조율돼온 일정이지만,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와중에서 남북관계 악화를 방지하는 데 초점이 모아지게 됐다. 북한의 대남 공세에는 미국 때문에 남북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는 남측에 대한 불만이 포함돼 있는 만큼 한·미 양국이 대북공조의 공과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7일 담화에서 남측이 “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왔다고 했다. 또 남측이 “첨단무기를 사가라고 하면 허둥지둥 천문학적 혈세”를 바쳤다면서 이 역시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이 다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고, 이것이 남북관계 진전을 더디게 해온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만 해도 정부는 개별관광 등 독자적 남북협력 방안을 모색했지만 미국은 한·미 공조를 앞세워 이를 막았다. 그 핵심 제동장치가 한·미 실무그룹이다. 이로 인해 비무장지대 내 물품·장비 반입 등이 좌절·지연됐다. 


이번 한·미 협의에서는 북한의 추가 행동을 막는 방안과 함께 새로운 접근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남측은 맹비난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 점에 주목해 미국과 대응책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겠지만 ‘강 대 강’으로 받아치는 것은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갈 공산이 크다. 당장 한·미 양국 내에서 끓어오르는 한·미 연합훈련 실시 주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대북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는데,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긴장만 키운 것 아닌지도 이번 협의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한·미 실무그룹의 역할도 재점검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가지 않도록 북한도 이제는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노동신문은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다음 조치는)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잠수함 등 신무기를 선보일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한·미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것이다. 남북, 미국 모두 냉철하게 상황을 유지하면서 새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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