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끌어 내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 주변을 주 경찰관들이 둘러싸 지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동상은 ‘구리(銅)로 만든 조각상’이다. 그리스 신상이나 불상도 조형의 재료가 구리라면 모두 동상이다. 하지만 철이나 돌, 석고로 만든 인물조각상 역시 동상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동상은 흔히 재질에 상관없이 인물을 빚어낸 조형물을 가리킨다. 중국 간신 진회의 동상이나 전두환의 감옥 동상처럼 악인을 징치하기 위해 만든 동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상은 인물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세운다. 주인공은 거개가 군주, 장군, 선각자와 같은 영웅이다. 그렇다고 영웅이 모두 동상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건립 당시의 정치·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담아내야 한다. 미술평론가 맬컴 마일스의 말을 빌리면, 동상은 “과거 권력자의 담론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고 있는 현재 권력자의 담론”이다. 


동상 건립은 국민의 통합과 일체화의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근대 국민국가 형성기에 동상 건립이 집중된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서양에서는 20세기를 전후해 동상이 대대적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는 1910년대에 동상 건립 붐이 일었다.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은 국민통합을 내세우며 동상건립운동을 전개했다. 이순신, 세종대왕, 이황, 정약용 등의 동상이 이때 건립됐다. 흔히 동상을 ‘불멸의 신체’라고 한다. 그러나 합의 없이 건립된 동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남산에 세운 이승만 동상은 4·19와 함께 종말을 고했다. 수많은 스탈린 동상은 그의 사후 짓밟혔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동상, 사담 후세인 동상 역시 같은 운명을 겪었다.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서양인의 동상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은 시위대에 의해 끌어내려졌다. 영국 브리스틀에 있던 17세기 노예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은 바다에 던져졌다. 런던의 윈스턴 처칠 동상은 낙서로 훼손됐다. 서양 영웅으로 추앙받던 이들이 원주민 학살, 인종차별의 장본인으로 격하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동상 훼손과 함께 역사 왜곡 논란도 거세다. 그러나 ‘권력자의 기록’이 역사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말처럼 역사는 새롭게 쓸 수 있다. 동상 역시 ‘불멸의 신체’일 수는 없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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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적으로 대형사고를 예측하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 29건과 경미한 징후 300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남북관계에 적용하면 최근 북한이 내놓은 대남 조치들은 작은 사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이전부터 여러 징후가 있었으나 우리가 이를 무시했거나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대형사고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300> 북한의 대남, 대미 강경 선회의 조짐은 작년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나타났다. 작년 4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더 이상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한·미 군사연습, 북한탄도미사일 요격시험 등 북한 적대정책을 중단하라면서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요구했다.


북측은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과 평양 북·중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판문점에서 6·30 남·북·미 정상회동을 갖는 등 여러 가능성을 모색했다. 작년 5월부터 금년 3월까지 17차례 단거리발사체 시험발사를 계속하면서 최소한의 연락채널만 남긴 채 남북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10월 초 북·미 실무회담 결렬을 선언하며 북·미 대화도 완전히 중단했다.


북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며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평통은 한·미 군사연습, 첨단무기 도입을 지속하며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다면서 남측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다. 작년 11월 초 우리 측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치도 모르는 상대”라면서 거부했다.  


<29> 김 위원장이 정한 시한이 다 되도록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지 않자, 연말에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고 미국과의 대치가 장기성을 띠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이때 이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파국이 예고됐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떨던 3월3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청와대가 북한 군사훈련을 문제 삼은 데 대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아직 본격적인 행보는 아니었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의 진정과 남측의 4·15 총선 결과를 기다리며 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4월 하순 한·미 연합공중훈련, 해병대 연례상륙훈련이 실시되자 전염병 사태로 전 세계가 군사훈련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공격형 훈련을 실시했다고 맹비난하였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북한당국이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통일신보 등 선전매체들이 나섰다. 


마침내 6월4일 김여정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대남정책의 전환을 선언하였다. 김여정 6·4 담화를 신호탄으로 북측은 남측을 ‘적’으로 규정한다는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한다는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 회의 지시를 잇따라 내놓았다. 김여정의 6·13 담화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1> 여러 징후들과 작은 사고들로 볼 때 한반도 정세를 2017년 상황으로 되돌릴 대형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예고한 조치들로는 이미 실시한 통신연락선 전면차단 외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철거 및 군부대 배치, 9·19 군사합의서 폐기 등이 있다. ‘대적 행동’을 넘겨받은 북한군 총참모부가 시행할 군사도발로는 해안포 봉인 해제 및 사격훈련,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복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무기반입,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이 예상된다.


이제 북측 화살은 미국을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리선권 외무상은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정근 미국국장도 “비핵화는 개소리”라며 “힘을 계속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여정이 넘긴 대적 행동권의 주체가 전략군이 아닌 총참모부인 걸로 볼 때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같은 북·미 합의를 깨는 조치까지는 당장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는 11월3일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북측이 북·미 합의를 넘어선 전략도발을 저지른다면 ‘양치기 소년’이 되어 북·미 대화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인다고 우리 정부가 북측에 끌려다닐 걸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정부와 여당이 준비해왔던 것이라 북측 요구에 호응한 것뿐이다.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대로 ‘눈과 귀를 가린 그릇된 관행들’에서 벗어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이제라도 ‘우리 민족끼리’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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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남북 정상의 만남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아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오랜 단절과 전쟁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6·15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20년 전 오늘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 공동선언에 합의한 뒤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대결 시대로 회귀할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20주년 행사들도 빛이 바랬다. 지난해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남측에 연대사를 보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함께 열자고 했지만, 올해 북측은 6·15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착잡하고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6·15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부침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2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된 데는 북·미관계가 당초 기대와 예상만큼 풀리지 않으면서 북한의 초조함이 커졌고, 그 원망이 남쪽으로 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6·15선언 20주년을 맞아 재확인할 것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이다. 6·15선언의 첫째 항목은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한다’이다. 이는 ‘통일’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평화를 자주적으로 일구기 위해서는 남북 간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 신뢰는 남북이 해왔던 말과 약속을 지키는 데서 시작되지만, 북측은 물론 남측도 제대로 지켰다고 하긴 어렵다. 이번 남북 갈등의 불씨가 된 대북전단 살포 중단도 남북 간 합의에 포함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남북합의가 “정권과 지도자가 바뀌어도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남북 공동의 자산”이라고 했다. 이 합의를 뒷받침하려는 노력에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게을렀던 점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향해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 대결의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범하고 진부한 듯 보이지만, 정공법이다. 현 상황에 답답한 것은 남북이 마찬가지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하길 바란다.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하자는 제안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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