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4월22일 (출처:경향신문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태양절’ 참배 불참으로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가운데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이했다.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협력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포괄적 보건의료협력과 이산가족 상봉의 추진의사를 밝혔다. 작년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 남북대화가 중단된 채여서 북측 반응이 주목된다.


냉각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여러 제안을 내놨었다. 작년 8·15 경축사에서 철도·도로 연결, 남북공동올림픽 합의를 재확인하고, 제74차 유엔총회에서 DMZ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내놨다. 금년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 5대 협력사업을 제안했고, 신년기자회견에서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별관광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3·1절 기념사에선 포괄적 보건의료협력을 제안하였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면서 대북 제재에 동조하고 있다며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금년 신년사에서 북·미 협상의 종속변수에서 탈피해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 남북관계를 증진시킬 현실적 방안들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마침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승리함으로써 대북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다. 북한이 기존 태도를 바꿀 경우 변화된 국내정세 속에서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기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는 국민 참여 캠페인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관계 재정립의 출발점은 하노이 노딜 이전인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직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비핵화 이전’에 할 수 있는 남북협력사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을 만들겠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남북협력사업의 추진을 위해 어떤 경우든 닫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재개하고 당국 간 대화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남북 간 대화채널이 복원된 이후에는 다음과 같이 한반도 평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첫째,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동의를 얻어 관련된 입법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남북 간의 기본관계를 규정하는 ‘남북기본협정’을 추진한다. 남북기본협정은 단순히 남북 간 기본관계를 규정하는 문서 차원을 넘어 한반도 평화의 플랫폼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과거 분단독일의 경우 동서독기본조약을 플랫폼으로 하고 하위체계로 추가의정서 형태의 분야별 협정을 담았다. 남북도 남북기본협정을 플랫폼으로 하면서 보건의료협정, 경제협력강화협정 등 분야별 부속합의서를 체결해 한반도 평화공존의 구조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 플랫폼을 구축할 추진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원회,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치분과위, 군사공동위, 경제교류·협력공동위,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의 경제협력공동위와 같은 공동추진체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9·19 군사합의서에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를 조속히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비롯해 부문별 위원회와 함께 총괄적인 상위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부처별 남북사업을 조정하고 범부처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총괄조정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군사분계선 및 DMZ 남측지대의 통행과 비군사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남북 협의를 거쳐 2000년과 2002년 때처럼 유엔사-북한군 간에 정전협정 보충합의서를 채택한다.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져야만 DMZ 국제평화지대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비군사 분야의 남북 통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군이 DMZ 통행·관리권 일부를 위임받기 위해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유엔사 측과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지속되는 고강도 경제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폐쇄가 겹치면서 북한 경제와 주민생활이 어려움에 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연기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대화에 힘을 실어줄 여력이 없는 등 비핵화 협상 동력이 크게 떨어져 북·미 협상의 조기 개최는 쉽지 않다. 반면 한반도 차원에선 남북관계 개선의 주객관적 조건을 갖췄다. 첫 독일통일을 이끌었던 재상 비스마르크의 말처럼 역사의 문을 빠져나가 과거로 가기 전에 ‘신의 옷자락’을 잡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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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판문점선언 2주년인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협력에서 시작해 가축 전염병과 접경지역 재해 재난, 기후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등 생명의 한반도를 위한 남북 교류와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면서 “코로나19 위기가 남북 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코로나19 공동대응을 지렛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등 국제적 제약으로 판문점선언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현실적인 제약 요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작은 일이라도 끊임없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협상 교착과 대북 제재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남북 협력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판문점선언에 담긴 대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은 남북겨레의 소망이자 시대의 절박한 요구다. 우리는 무감(無感)해진 지 오래지만, 남북은 70년 전 벌어진 전쟁조차 미처 끝맺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남북은 민생에 쓰여야 할 재원을 막대한 군사비로 쏟아붓고 있다. 따라서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 된다. 


정부는 이날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개최했다. 남북 연결 구간이 아니라 강릉~제진의 남측 구간이지만, 판문점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사업 자체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커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반도 뉴딜 사업’(김연철 통일부 장관)이라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한국은 코로나19가 성공적으로 통제되고 있지만, 북한 상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장기간 멈추면서 그의 건강에 대한 억측도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이 안개처럼 깔린 한반도 정세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열어젖히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2년 전 판문점선언은 그 실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남북은 가장 시급한 현안인 코로나19 공동대응으로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공급이 달리고 있는 마스크와 방호복을 개성공단에서 함께 생산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만하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 정치권도 남북관계 재가동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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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살균제를 몸 안에 주사하거나, 폐에 들어가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표백제 같은 살균제가 표면이나 공기 중 코로나바이러스19를 죽였다는 국토안보부 국장의 연구 결과 발표 후 나왔다. 살균제가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담당 국장은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어쩌면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이른바 트럼프의 ‘살균제 치료법’ 소동은 다음날 그가 농담이라고 했음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를 “돌팔이 약장수’(a quack medicine salesman)”라고 조롱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과학적인 주장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기적을 바라는 식의 코로나19 대처법도 서슴없이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약장수’ 스타일식 코로나19 대응은 지금은 무의미해진 기온과 코로나의 상관관계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됐다. 지난 2월10일 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열과 햇빛이 코로나19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지난달 19일에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게임 체인저’라고 했다. 이후 의약 전문가들이 이 치료제들의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했음에도 트럼프 발언 이후 미국 내 소매약국에서 이들에 대한 처방이 평상시보다 6배나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보다 못해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4일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다. 그는 스테이크에서부터 보드게임, 보드카, 호텔, 카지노, 골프장, 항공사, 미식축구팀 등 다양한 사업을 경험했다. 사업가로서의 성패는 단지 그의 명성에만 영향을 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엉터리 ‘코로나19 치료법’은 차원이 다르다. 국가 지도자로서 너무나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그에게 필요한 말은 이 한마디다.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마!”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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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온 가족이 사실상의 가택연금 상태에 묶인 지 한 달이 넘었다. 워싱턴에 자리잡은 연방정부와 싱크탱크, 대학들도 일제히 재택근무 또는 휴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워싱턴 거리엔 조깅과 산책을 하는 사람뿐 한산한 풍경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온 동양인에게 “아픈 사람이 왜 밖에 나왔냐”며 힐난했던 미국인들이었지만 이제 식료품점에 가려면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됐다. 미국 의료인력에게 줄 것도 모자란다는 N95마스크를 쓴 이들도 자주 보인다. 겉으로 태연했던 그들이었는데, 다들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0만명에 육박하고, 유명을 달리한 이도 4만2000여명에 달한다. 잔인하고 암울한 시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사망자가 5만~6만명에서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앞서 나왔던 10만명이라는 전망에 비하면 다행이라는 취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를 최악으로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정작 그는 ‘무오류’의 신화에 빠져 있다. 불과 두 달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계절성 독감에 비유하면서 “날이 따뜻해지면 거짓말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한 사실이 명백한데도 자신의 판단은 옳았으며 미국 정부의 대처는 ‘100점’이라고 강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승리’ 추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그의 태도 그리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한 대처법이 그대로 포개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던 지난 2월28일 야당과 언론이 “새로운 거짓말”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기후학자들이 만장일치로 경고하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중국의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것과 겹친다. 코로나19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데 마스크 등 의료장비를 수출하고 검사 기준을 느슨하게 설정한 것은 환경 관련 규제들을 줄줄이 풀고 있는 것을 연상시킨다. 방역 최일선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지원을 중단시킨 것 역시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 대처법과 별개로 신종 바이러스와 기후변화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협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피해를 입는다는 점도 같다.


차이점도 있다. 코로나19의 재앙은 눈 깜짝할 새 펼쳐졌지만 기후변화는 서서히 진행된다. 코로나19는 타인과의 접촉을 자제함으로써 피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는 ‘집콕’으로는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다. 코로나19와 달리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과 해수면 상승 등은 한번 진행되면 되돌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암울한 시절이어선지 봄은 더욱 찬란해 보인다. 벚꽃이 지면서 며칠째 ‘꽃비’가 내리더니 이제는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맹렬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우리는 코로나19의 위험을 무시한 미국이 치르는 혹독한 대가를 목격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전 인류가 치를 수밖에 없다. 4월22일은 ‘지구의날’이다.


<워싱턴 |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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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 동해선 조사팀이 함경남도 풍례터널을 둘러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통일부가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110.9㎞ 구간의 철도건설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오는 23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이를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받아 조기 착공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북·미 협상 교착과 남북관계 동결로 1년 넘게 방치돼온 철도연결사업을 재개해 대북정책을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동해선 연결은 2년 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인 만큼, 남북 간 약속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국방부도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남측지역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이날부터 재개했는데, 이 역시 9·19 남북군사합의에 담긴 유해 공동발굴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정부가 총선 직후부터 남북 철도건설 추진과 유해발굴에 나선 것은 올 들어 달라진 대북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 아니라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치중하다 남북관계 발전을 소홀히 했다는 성찰이 대북정책 기조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북한지역 개별관광을 모색했으나 코로나19의 창궐로 중단해야 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하면서 대북정책에 재시동을 걸 여건을 마련했다. 4·15 총선의 여당 승리로 정치적 환경도 호전됐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만 의욕을 보인다고 해서 일이 성사되지는 않는다. 북한은 올 들어 개별관광, 방역·보건협력 등 남측의 구상에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국제기구에 의료물품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역협력을 의제로 삼아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선은 정부가 분명한 어조로 방역협력을 북한에 제안해야 한다. 북한은 방역 국제공조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호응해야 한다. 


남북 방역협력에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등은 제재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원단체들은 기초적인 의료물품 지원조차 제재면제를 받기가 까다롭다고 호소한다. 미국의 독자제재 탓에 금융기관의 협조를 받기도 어렵다. 미국은 경제제재가 의료지원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북한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이 지구적 재난에 공동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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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지원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WHO가 코로나19 대응이라는 기본 의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WHO 예산의 5분의 1 이상을 지원하는 미국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하다. 트럼프의 결정은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전 인류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WHO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중국으로부터 다른 나라로의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에 반대한 것”을 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병하자 신속한 봉쇄조치로 사태 확산을 막았다. WHO도 ‘물리적 거리 두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했다. 반면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에 안이하게 대응하다 미국이 확진자·사망자 1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했다. 뒤늦게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WHO 탓으로 돌리는 것은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는 격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WHO의 코로나 대응이 미덥지 않은 것은 맞지만 지금은 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의사협회도 “WHO 지원 삭감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위험한 조치”라고 했다. WHO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는 사태 종식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트럼프는 자금지원 중단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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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오사카의 최대 번화가인 도톤보리 일대가 토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사카 _ UPI연합뉴스


일본에서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가 선언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새 일본 사회는 자숙(自肅)의 ‘공기’(분위기)가 자리 잡은 모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7일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사람 간 접촉을 70~80% 줄이면 2주 후 감염자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서구 언론들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했다. 외출 자제나 휴업 요청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다. 한 전문가는 ‘80% 접촉 감소’는 도시 봉쇄를 하지 않는 한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선 그런 비관론을 대놓고 얘기하는 이들은 소수다. 오히려 “일본인은 ‘우에사마(上樣·높은 분)’의 말을 잘 따르니까”라면서 달성 가능성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결국 ‘1억 총자숙’으로 극복하자는 건데, 위화감을 지울 수 없다.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맞이한 긴급사태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 정부는 소극적인 검사와 격리 정책을 취해왔다. 검사 수가 적기 때문에 감염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귀를 막았다. 감염자가 급증한 도쿄에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가 80% 가까이 된다. 감염 집단을 찾아 박멸하는 방식은 한계에 달했다. 


위기감도 부족했다. 전문가 회의가 “1~2주가 확대냐 종식이냐의 갈림길”이라는 견해를 발표한 게 2월 하순이었지만, 감염자 수는 계속 늘었다. 3월20~22일 연휴엔 시민들이 대거 벚꽃놀이에 나왔다. 아베 총리가 도쿄 올림픽을 의식해 ‘일본은 괜찮다’는 점을 보이느라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게 느슨한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서도 “너무 늦었다”는 여론이 80%대다. 일본 정부가 경제 타격 등을 우려해 주저하는 사이 감염자가 폭증했다. 그 와중에 정부와 도쿄도는 휴업 요청 대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느라 사흘을 허비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 국민들이 떠안았다. 37.5도 이상의 발열이 나흘간 지속될 것 등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 때문에 검사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속출했다. 정확한 감염 정보가 없다보니 불안감이 사회를 좀먹었다. 마스크와 휴지가 매대에서 사라졌다. 아베 총리가 가구당 천마스크를 2장씩 배포하겠다고 밝히자 인터넷상에 “농담하냐” “아베마스크냐” 등 비난이 쇄도한 것은 불안한 민심의 임계점을 보여줬다. 


&lt;사피엔스&gt;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정부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믿을 때 시민들은 ‘빅브러더’의 감시 없이도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무능과 혼란과 책임 회피로 얼룩졌던 코로나19 대응을 일본 국민들에게 ‘마루나게’(통째로 던짐)한 것처럼 보인다. 국민들은 불안감 속에 ‘각자도생’의 길을 강요받고 있다. 


한 평론가는 “아베 정권이 긴급사태”라고 했다. 아베 정권은 온갖 스캔들에도 생명을 연장해왔다. 일본 지도층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1억 총참회론’으로 책임을 피했다. ‘1억 총자숙’의 공기 속에 비판마저 ‘자숙’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일본은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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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사퇴한 샌더스 의원. REUTERS _ 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장을 던질 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외친 것은 ‘백악관 입성’이 아니었다. ‘정치혁명’이었다. 샌더스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를 역설했다. 첫째는 진보 의제의 실현이었다. 전 국민 건강보험과 대학 무상교육,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와 같은 일찍이 미국인들이 보지 못한 공약을 내걸었다. 다음은 풀뿌리 정치인을 길러내는 일이었다. 비록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실험에 그쳤지만 샌더스의 외침은 이민자, 여성,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도 자신이 내세운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정치단체 ‘우리 혁명’을 만들었다. 젊은 유권자들을 교육해 각종 선거에서 진보 후보를 당선시키는 게 목표였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의 뜻을 이어받은 ‘샌더스 키즈’들도 탄생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여성 4인방이 그들이다.


2020년 대선 재도전에 나선 샌더스는 더 이상 ‘비주류’ 후보가 아니었다. 비현실적이라던 4년 전 공약은 ‘그린뉴딜’이 더해지면서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았다. 때마침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그의 전 국민 건강보험 공약은 빛을 발했다. 하지만 민주당원들은 또다시 진보적 가치보다 당선 가능성을 우선시했다. 샌더스의 주장은 ‘사회주의’로 치부됐고, 끝내 트럼프의 상대로 선택받지 못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피터 부티지지 등 경선을 포기한 후보들이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면서 그의 경선 가도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아웃사이더에서 주류를 꿈꾼 샌더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경선 깃발을 내렸다.


샌더스는 두 번의 경선 드라마에서 끝내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원이 아니면서 민주당 대선에 뛰어들어 후보 당선 직전까지 갔던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었다. 드라마에는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샌더스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작지 않다. 샌더스도 “지난 5년 동안 우리의 운동이 이념 투쟁에서 승리했다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캠페인은 끝나지만 우리의 운동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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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인류 문명사의 전환점에는 항상 바이러스가 있었다. 페스트는 13~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봉건제가 무너지고 시민사회가 출현하는 단초가 됐다. 16세기 유럽의 정복자들과 함께 남미에 상륙한 천연두는 당시 내성이 형성되지 않았던 원주민 90%를 절멸시킴으로써 남미 문명의 몰락을 가져왔다. 남미 정복으로 얻은 막대한 금과 은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자본주의의 기초가 형성됐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 이면에는 1918~1920년 전 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이 있었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도 세계 질서를 바꾸게 될 것이다. 지금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는 불안과 공포 속에는 단지 감염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어떤 변화가 올지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포함돼 있다. 어떤 세상이 오게 될 것인지는 사실 선택의 문제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인류가 ‘분열’과 ‘국제연대’라는 길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음을 지적했다. 그는 “각국이 각자도생의 분열을 선택한다면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며 국제연대를 선택한다면 승리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유행 인류 모두의 문제 

미·중 이전투구에 리더 안 보여 

한국 코로나 대응, 세계가 주목 

개방적이고 투명한 모델 ‘울림’

‘독자적 외교정책’ 반전의 기회



만일 국제사회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생태·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각성하며, 다자주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코로나19는 세계적 교훈을 남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방향으로 향하지 않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참혹한 시기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_ UPI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발생은 시기적으로 매우 좋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미국(만)을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세계를 분열시키며 ‘고립주의의 세계적 유행’을 선도하고 있고, 미·중 무역갈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유럽연합(EU)은 영국의 탈퇴로 하나가 되기로 한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할 때 코로나 위기가 시작됐다. 과거 유행했던 다른 감염병 사태 때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인종주의적 편견과 혐오가 강하게 나타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팬데믹 선언은 단순히 감염병 대유행 현상만을 지칭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제 이 감염병은 ‘모두의 문제’이며 다른 나라가 안전하지 못하면 나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연대·공조하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각국은 팬데믹 선언 이후 더욱 장벽을 높였다. G20 정상들은 코로나19 피해와 국제무역 붕괴를 막기 위해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공감했지만 아직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출통제, 입국제한은 강화됐고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빈곤국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리더 역할을 해야 할 나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은 초기 발병 상황을 은폐·축소해 세계가 이번 사태를 초기 진압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미국은 사태를 오판해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재앙을 맞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처음부터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 신뢰를 잃었다. 가장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미·중은 상대를 서로 비난하며 아직도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는 새로운 물결과 만나게 될 것이다. 미·중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국제무역이 마비된 상태여서 독특한 안보환경과 높은 대외무역 의존도를 가진 한국에는 더욱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이 인권침해적 봉쇄나 비밀주의 대신 개방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정책을 채택해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다소 운이 따라주기는 했지만, 한국이 다른 나라를 따라하지 않고 독자적인 전략을 성공시킴으로써 선진국들이 한국의 경우를 참고하기 시작한 것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이 제시한 ‘개방적이고 투명한 자유주의 모델’은 글로벌 리더가 없는 현재의 세계에 커다란 울림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외교정책의 정체성’을 선명히 하고 한국의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을 독자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코로나19는 한국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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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시가 다음달부터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전면 금지한다. 새 조례에 따라 개·고양이나 야생동물을 식용하면 거래 가격의 최대 30배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고 수준의 처벌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 동물단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과 연관성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연이어 관련 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신종 전염병의 70%가량이 동물로부터 비롯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전시의 강력한 조치는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지탄받아온 중국의 식문화에 새로운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중국의 광시성 위린시에서 열리는 ‘개고기 축제’에서는 매년 1만마리의 개가 도축·판매돼 ‘중국 혐오’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신규 조치들이 야생동물을 추종하는 식습관과 남획을 막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법규의 모호함이다. 선전시의 새 조례에는 식용 가능한 동물, 즉 ‘화이트 리스트’가 포함돼 있다. 돼지, 소, 양, 닭, 오리, 거위, 당나귀, 토끼, 비둘기, 메추라기는 식용 가능한 동물 명단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라와 황소개구리는 “식용 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허가는 아니지만 금지 리스트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식용이 가능하다. 


자라와 황소개구리의 식용 허가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많았다. 선전시는 상위 규정에 속하는 ‘국가 가축 유전 자원 목록’에 포함됐기 때문에 양식한 자라와 황소개구리를 금지하지 않겠다고만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24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전면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로 박쥐, 천산갑 등 야생동물이 지목되자 발빠른 조치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안건의 4조에는 “과학연구, 약용, 전시 등 특수 상황에서 행해지는 야생동물에 대한 비식용 이용은 국가 규정에 따라 엄격히 심사하고 검역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약용 목적은 사실상 허가한 셈인데, 약용 범위, 종류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는 게 문제다.


중국의 야생동물 이용방식 중 1위는 약용, 2위가 식용, 3위가 전시 및 공연으로 알려져 있다. 약용과 식용의 구분도 모호하다.


야생 사향노루는 1950년대만 해도 중국 내 250만마리가 서식했지만, 1990년대 말 10만마리로 개체 수가 급감했고,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의약 처방집’에는 사향이 포함된 처방만 295종이다. 코로나19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천산갑도 전통의학(중의학) 약재로 쓰인다.


중국은 코로나19 치료에 중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를 성과로 과시하고 있다. 곰의 쓸개를 건조시켜 만든 웅담 성분은 코로나19 환자 치료 방안에 포함돼 있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 섭취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면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은 계속될 수 있다. 약용과 식용의 모호한 경계, 불분명한 규정은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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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5시의 촌극’이라는 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사이공(현재의 호찌민)의 한 호텔에서 오후 5시마다 했던 전황 브리핑의 별칭이다. 이 브리핑이 촌극으로 희화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진실보다 거짓말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파일 당시 AP통신 사이공 지국장의 묘사가 정곡을 찌른다. “동남아시아의 부조리극 극장에서 최장 공연되고 있는 희비극.” 실제로 브리핑에서는 기자들과 미군 간 가짜 통계와 거짓 전황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곤 했다. 그 후 ‘5시의 촌극’은 거짓말로 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태를 비꼬는 대명사로 활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5시의 촌극’이 새삼 떠오른다. 트럼프는 지난달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매일 저녁 백악관에서 ‘코로나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 분위기가 ‘5시의 촌극’을 쏙 빼닮았다. 그의 말 상당 부분은 거짓말과 자랑으로 점철돼 있다. 기자들의 질문은 얼버무리거나 무시해 곧잘 언쟁으로 이어진다. 결국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서 책임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의 리더십은 놀림감이 될 뿐이다. 그의 ‘코로나19 촌극’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나타난다. 압권은 지난달 24일 밤 CNN과의 인터뷰였다. 트럼프는 이날 낮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활절(4월12일)을 경제활동 재개 시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기자가 물었다. “누가 부활절을 제안했나?” 답변은 가관이었다. “난 그저 그것이 완벽한 때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해 경제활동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던 때였다. 실제로 이틀 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최다국이 됐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논란을 빚은 독일 백신 독점 시도는 그의 또 다른 면을 부각시켰다. 트럼프가 독일 바이오기업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독점권을 갖고자 10억달러를 제안했다는 독일 언론의 보도가 발단이었다. 독일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급기야 독일 경제장관이 “독일은 판매용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어느 한 나라가 독점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미 정부의 적극 해명으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남이야 어찌 되든 자국의 이익만 좇는 ‘미국 우선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 씁쓸한 사례였다. 


지난달 22일 이란에 코로나19 지원을 제안한 것은 뜻밖의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5일 전 미 정부가 이란 기업 9곳과 개인 3명에 제재를 내린 사실을 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제 제재와 인도주의적 지원은 다른 문제라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진정으로 돕길 원한다면 코로나19 지원품이 원활히 이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재를 완화하는 게 먼저다. 병 주고 약 주는, 고약한 심보가 아닐 수 없다. 사흘 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마약테러 혐의로 기소하고 1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건 어떤가. 베네수엘라 또한 미국의 경제 제재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미 정부는 이란에 보인 지원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적대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가에 할 행동은 아니다. 두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행동은 인도주의 가면을 쓴 늑대의 행동으로 비난받을 만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줄기차게 부르던 일은 어떤가. 인종주의와 남 탓하기 좋아하는 트럼프의 본심을 이보다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는 없다. 그 결과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 말이 쏙 들어갔다. 시점이 참으로 묘하다. 미국의 확진자 수가 세계 최고에 이른 즈음이니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촌극에도 트럼프의 인기는 올라갔다. 전쟁 같은 국가적 위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애국심과 희생에 바탕을 둔 결집효과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 제임스 매디슨,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리처드 닉슨, 조지 W 부시 모두 전쟁 덕에 재선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강 건너 불구경 하던 트럼프가 갑자기 ‘전시 대통령’을 자처한 것은 당연히 재선을 겨냥한 행동이다. 미국의 진보성향의 프리랜서 작가 에드 램펠은 ‘프랭클린 도널드 루스벨트’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만들었다.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스벨트와 트럼프를 결합한 것이다. 트럼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지도자로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제2의 루스벨트가 된다면 재선은 당연히 그의 몫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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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의료 물자 공급업체 대표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 _ UPI연합뉴스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나라가 되면서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마트나 거리에서 만나는 미국인들의 표정에선 불안감이 흐른다. 마스크는 병자나 쓰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마스크 쓰기를 거부해온 그들이지만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뒤에 숨어 있는 대량 실업의 공포도 그들을 짓누르고 있다.


시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진 정치 지도자들이야말로 진짜 전쟁 중이다. 자신을 ‘전시 대통령’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내 감염자의 40%가 나오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최근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아직 재난의 초입에 불과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재의 재난에 대처하고 앞으로 닥칠 더 큰 위기에 대비하면서도 시민들이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방정부 대통령과 주지사 사이의 권한과 정치적 무게감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두 사람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각자 일일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드러난 스타일의 차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은 순간의 감각에 의존해 판단을 내리되 자신의 판단이 잘못으로 드러나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성격은 이번 위기에도 드러났다. 그는 3월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평가절하하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성을 드러내자 돌변했다. 유럽으로부터의 입국 금지를 전격 발표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의회에서 이끌어냈다. 자신이 내린 ‘물리적 거리 두기’ 지침을 조기에 완화하고픈 열망을 불태웠으나 사망자가 10만~20만명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 앞에 고집을 꺾었다.


그가 놀라운 유연성을 발휘해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인으로선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미덕은 거기까지다. 그는 초기의 낙관적 전망 때문에 사태 악화를 키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때그때의 판단은 옳았고, 200만명이 죽을 수 있다는 전망에 비하면 10만명이 죽는다면 아주 잘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자신이 100점 만점의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왜곡된 수치를 동원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왼쪽)가 30일(현지시간) 뉴욕 항구에 도착한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욕_AP연합뉴스


쿠오모 주지사는 솔직하다. 그는 매일 심각해지는 상황과 함께 부족한 병상 및 의료장비 현황을 공개한다. 나름의 대책을 설명하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인정한다. 주 전역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누군가가 불행하고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불평하길 원한다면 나를 비난하라”며 “이 결정을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브리핑 스타일을 “일부는 브리핑이고, 일부는 설교이며, 일부는 영감 어린 대화”라고 평가했다.


재난의 순간에 맡은 책임을 다하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쿠오모 주지사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고치를 달리고 있으며, 쿠오모 주지사의 일일 브리핑은 뉴욕주뿐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애청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 스타일이 극명하게 갈리는 두 지도자가 동시에 인기를 끄는 현상은 양극화가 심화된 미국 정치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워싱턴 |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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