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5'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3.25 [여적]올림픽 성화
  2. 2020.03.25 ‘공기’를 읽는 법

2020 도쿄 올림픽 연기가 유력해진 가운데 성화가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의 성화대에 옮겨 붙여지고 있다. 이 성화는 지난 20일 그리스에서 채화돼 일본으로 옮겨졌다. 오후나토 _ AFP연합뉴스


성화는 올림픽의 상징이다. 고대 올림픽의 제단을 밝힌 불꽃이 기원이다. 근대 올림픽으로 계승돼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 처음 재현됐다. 고대에 없던 성화 봉송은 히틀러 치하에서 열린 1936년 제11회 베를린 대회 때 깜짝 등장했다. 성화가 채화된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부터 독일 베를린까지, 7개국을 거치는 3187㎞ 길을 3331명의 주자가 11박12일간 이어달렸다. 히틀러의 정치 선전 이벤트였던 셈이다. 전후 “나치의 아이디어를 두는 것은 수치”라는 반대가 나왔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화·우정을 기치로 내걸며 1952년 대회부터 성화 봉송을 의무화했다.


꺼지지 않는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성화는 그동안 숱한 얘깃거리를 낳았다. 당대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해저·우주·로봇 이동이나 활쏘기·레이저 점화 등으로 놀라움을 주고, 평화·화합의 메신저나 인간승리의 주역들이 최종 주자로 나와 감동을 전했다. 논란도 많았다. 1984년 LA 올림픽은 처음 유료 성화주자를 모집해 성화 봉송을 상업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은 야심차게 전 세계 13만7000㎞를 성화 봉송로로 삼았다가 가는 곳마다 반중 시위에 부닥치며 수난을 겪었다. 이후 올림픽 개최국들은 해외 봉송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부흥의 불’로 명명한 2020 도쿄 올림픽 성화의 앞길이 오리무중이다. 7월 개막하려던 올림픽이 1년 연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 채화식을 치르고 그리스 순회도 생략한 채 도쿄로 옮겨온 성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올림픽 강행을 포기하지 않은 채 일찌감치 받아온 성화를 어찌할까. 일단 끄고 내년에 올림피아에서 새로 채화할까. 아니면 성화를 밝힌 채 향후 1년간 일본에 보관할까. 전례 없는 일이라 올림픽 규정을 새로 정해야 한다. 올림픽을 연기시킨 코로나19가 성화의 역사도 새로 쓰게 했다. 당초 계획은 26일 후쿠시마현을 출발해 121일 동안 47개 광역자치단체 전역을 순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1년 연기로 결정되면서 성화 일정이 꼬여버렸다. 일본에 도착한 성화의 운명은 예측불허다. 이 성화의 우여곡절이 도쿄 올림픽의 현실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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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인사의 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 유도 동메달리스트인 야마구치 가오리(山口香) JOC 이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수들이 만족스럽게 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선 도쿄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상 개최’를 고수하는 가운데 선수단을 파견하는 JOC 인사가 대회 연기를 처음으로 공개 요구한 것이다. 그는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한다는 올림픽은 세계인이 즐길 수 없는 상황에서 열어선 안된다. 개최를 강행해 올림픽 그 자체에 의문의 시선이 향하는 게 가장 두렵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야마시타 야스히로(山下泰裕) JOC 회장의 반응은 예상대로라고 할지. “모두가 힘을 쏟고 있는 때에 JOC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한마디로 ‘분위기 흐리지 말라’는 것이다.


일본어 표현에 ‘구키(空氣) 요메나이’라는 게 있다. 공기, 즉 분위기를 읽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국에도 ‘분위기 파악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일본에서 ‘공기’가 주는 무게감은 훨씬 크다. ‘공기’를 읽고 맞혀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상당하다. 야모모토 시치헤이(山本七平)는 <공기의 연구>에서 이런 일본 사회의 공기를 “저항하는 사람을 이단시하고 ‘공기 거역죄’로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정도의 힘을 가진 초능력”이라고 했다.


야마구치 이사가 “JOC나 선수들 사이에선 ‘연기하는 쪽이 낫지 않나’라고 말할 수 없는 공기가 있는 것 같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지도층은 앞장서 도쿄 올림픽에 ‘부흥올림픽’ 등 대단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이에 따라 대회의 중지나 연기를 ‘아래’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일본 사회의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도 이런 ‘공기’의 위력을 보여준다.


일본 정부는 중증 환자 치료에 중점을 두고 가벼운 증상자에겐 자택 요양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단’ 취급을 당한다. 검사 확대를 주장하는 전문가나 TV 방송은 전화 항의, 이른바 ‘덴토쓰(電凸·전화 돌격)’에 시달린다. 100만명에게 간이검사를 무상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의료기관에 혼란이 야기된다”는 비난에 2시간 만에 철회했다. 한국의 대량 검사는 의료 붕괴로 이어질 뿐이며, 차를 탄 채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부정확하다는 사실 호도도 횡행한다.


문제는 이런 ‘공기’가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게 하고, 책임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론(異論)을 용납하지 않다보니 순발력이나 유연성도 떨어진다. 이득을 보는 건 기득권 세력이다. 마침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코로나19 정보를 독점하기 위해 민간연구소의 검사 참여를 배제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한 일본 언론인은 전후 경제성장을 이룬 ‘저팬 애즈 넘버원(1등 일본)’ 신화가 여전히 일본 사회에 횡행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본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드러내고 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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