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의 국제선 출발을 알리는 전광판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김포국제공항을 오가는 국제선 항공기는 ‘0’편, 이용객도 ‘0’명을 기록했다. 중국, 일본, 대만행 비행기가 출발·도착하는 국제선의 운항이 없었던 날은 김포공항이 인천공항으로부터 국제선 운항을 넘겨받은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김창길 기자


감염병은 대중에게는 공포이지만 정권에는 위기다. 관료제는 돌발적 위기 대응에 효율적이지 않아서 어느 나라든 위기가 닥치면 정부가 비난을 받기 쉽다. 정권의 위기감은 외교의 기조를 바꾼다. 국내정치와 외교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전염병이라는 보건의학적 이슈는 이처럼 정치라는 경로를 통해서 외교의 영역으로 침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내놓은 가장 쉬운 선택은 입국제한이다. 대중의 공포와 정권의 위기 앞에서 외교적 관례나 국제예양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봉쇄는 감염병을 지연시킬 뿐 궁극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잡아야 하는 정권의 입장에서는 제한적 조치라도 마다하기 어렵다. 코로나19 감염국에 대한 입국제한이 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지금 전 세계 국가 절반 이상이 한국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그게 된 배경이다.


이 상황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이 입국제한 대상이 된 것은 외교적 역량부족이나 판단 착오로 빚어진 것이 아니다. 또한 각국이 적절한 절차를 거쳤다면 입국제한 조치를 비난하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고 대처 능력도 다르다. 각국은 자신들의 의료체계와 행정력, 국가적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응책을 선택하게 된다. 정치·경제·외교적 고려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된다. 방역이 국가 주권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교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해도, 어쨌든 8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왔다는 결과는 인정해야 한다.


한국이 선택한 코로나19 대응 정책은 봉쇄와 차단이 아닌 ‘개방을 유지하는 투명한 통제’다. 방역 능력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이 같은 선택에 일조했을 것이다. 방역 외에 경제·외교적 고려도 물론 있었다. 한국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매우 크고 엄청난 숫자의 재외국민을 가진 나라다.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며 입국금지를 하지 않아 지금과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합리적이지 않다. 연간 교역액 3000억달러, 교류 인원 1000만명의 한·중관계를 감안하면 입국 차단은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감시를 피한 왕래로 감염이 일어날 경우 추적이 불가능해지고 방역체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정부가 다 잘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 중국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제한 이후 다른 1~2개 지역으로 점차 확대하는 조치는 방역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필요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지나치게 중국을 배려하는 듯한 ‘외교적 레토릭(수사)’은 국내 여론은 물론 외교적 측면에서도 적절치 못했다.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용수철처럼 반발하며 똑같은 ‘정치적 조치’로 대응함으로써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유지해왔던 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일본의 무리수에 같은 무리수로 대응하는 것은 이기는 방법이 아니다.


전 세계를 휩쓸어버린 감염병 사태에 완벽히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외교적 손실을 입긴 했지만 촘촘한 공공의료 체계와 혼신의 힘을 다하는 행정서비스 덕분에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망자 수도 여타 감염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어서 일상적 위험인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보다도 적다.


지금 전 세계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선택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나는 한국이 어렵더라도 지금과 같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도시 위주의 높은 인구밀도와 아파트식 집단주거형태 등 최악의 조건을 갖고 있는 한국이 개방을 유지한 채 바이러스를 통제하게 된다면, 인권 침해적이며 글로벌 밸류체인을 깨뜨리는 봉쇄정책과 비밀유지에 급급한 소극적 대응을 하지 않고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앞으로도 ‘감염병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인류가 어떤 국가도 혼자 힘으로 팬데믹을 막을 수 없으며 세계적 차원의 개방과 소통, 협력강화 등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한국의 경우를 통해 인식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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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총리 집무실에서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해 예방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 _ AFP연합뉴스


일본의 사이타마시가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에 코로나19 감염 방지용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조선학교 유치부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이타마시는 지난 9일부터 관내 유치원과 방과 후 아동클럽 등 1000여곳의 어린이 관련시설에 약 9만3000장의 마스크를 나눠주면서도 41명이 다니는 조선초중급학교 부설 유치부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시 당국이 지도·감독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게 배제 이유다. 시 직원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마스크를 다른 곳에 팔아넘길지 모른다”는 취지의 폭언도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재일조선인은 ‘비국민’으로 취급하겠다는 졸렬하고 야만적인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일본 정부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정책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13년 아베 신조 정부는 고교수업료 무상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조선학교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을 제정해 차별을 제도화했다. 조선학교가 친북 성향의 재일조선인총연합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취학지원금이 수업료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가 학생들이 평등한 교육기회를 누려야 한다며 여러 차례 시정을 권고했지만, 일본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10월에는 유아교육·보육 시설 무상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조선학교 유치원을 제외했다. 소비세 인상을 기해 세금 일부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취지로 도입한 정책인데, 일본인들과 똑같이 납세 의무를 지켜온 재일조선인의 자녀들은 제외한 것이다. 이런 부당한 차별은 응당 철폐해야 한다. 


한술 더 떠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에서도 재일조선인을 차별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방역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선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을 ‘요코하마 크루즈선 집단감염 사태’를 치르고도 일본 정부는 배우지 못한 것인가. 일본 정부는 국적을 막론하고 일본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을 감염병에서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래야 일본인들의 안전도 지킬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 사건은 한 지방자치단체가 벌인 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의 그릇된 재일조선인 정책이 차별과 배제를 낳은 원인임이 명백하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방역대책에서 재일조선인 등 소수자·약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정책을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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