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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03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3·1절 기념사 속 두 가지 안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종로 배화여고에서 101주년 3·1절 기념식 참석자들과 모형 태극기를 들어올리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내외 관심은 온통 코로나19에 쏠려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한국, 일본을 넘어 이탈리아와 이란 등 유럽과 중동에서도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확진자가 4000명이 넘고 사망자도 20명을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도 상당 부분 코로나19 문제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현 국면을 ‘비상시국’으로 표현하며 “코로나19가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며 신종 감염병 극복과 경제 재활력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번 3·1절 기념사는 코로나19 문제 외에 독립군대장 홍범도 장군의 유해 송환,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언급하였다. 주목할 부분은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두 가지 안보에 관한 것이다. 하나는 북한을 비롯해 인접 국가들과의 보건 분야 등 비전통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협력이며, 다른 하나는 전통 안보에 해당하는 ‘9·19 군사합의’ 준수 및 다양한 분야로의 협력 확대를 제안한 것이다. 


먼저 비전통 안보로서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뿐만 아니라 접경지역의 재해·재난, 한반도 기후변화 등 보건 분야에서 남북의 공동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외에도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같이 초국경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보건당국이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한 남북의 공동방역 협력이 필요하다.


시급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대북 긴급 의료지원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와 2397호에 따라 작년 12월22일까지 중국에 체류했던 5만명 이상의 북한 근로자들이 상당수 귀국했기에 코로나19 질환자의 북한 지역 유입 가능성이 높다. 북한당국은 공식적으로 감염병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의학적 감시대상자가 2개 도에서만 4000명에 달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은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어렵다는 소리도 못하고 있다. 중국에 마스크, 소독약을 지원하면서 정작 같은 동포인 북한 주민들에게는 기초적인 의료품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구호물품의 제재 면제를 승인받았다. 중국에 대한 의료품 지원조차 정쟁화하는 국내 분위기 때문에 대북 의료품 지원을 우리가 주도하지 못해 안타깝다. 


다음 전통안보로서 9·19 남북군사합의의 준수 필요성이다. 이전의 군사합의들이 주로 교류·협력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9·19 군사합의서는 본격적으로 정전협정의 복원과 초보단계의 운용적 군비통제를 담고 있다. 이는 상호 군사위협을 완화하는 군비통제를 통해 전쟁 위협을 감소하려는 것이다. 9·19 군사합의가 잘 지켜진다면 전쟁 가능성을 낮춰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냉전시기 동서유럽이 군비통제를 통해 평화공존을 이룬 선례가 있다. 


하지만 군사합의 불이행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작년 11월25일 황해도 창린도에서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북한군이 해안포 사격을 실시하였다. 국방부는 북측의 사격행위가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통지문을 발송해 철저한 준수를 촉구한 바 있다. 상호 군비통제는 성과가 나올 때까지 장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신뢰부족으로 합의가 불이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걸 이유로 한반도 평화의 유력한 방안을 중단해서는 안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우리 군의 군사훈련이나 정찰활동을 제약한다고 비판하며 9·19 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한다. 이는 앞일만 생각하고 먼일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9·19 군사합의는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전방감시초소(GP) 일부를 시범철수하고 배치·훈련 제한에 합의해 평화공존을 가져오려는 것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우리 군의 군사적 능력 확보를 제약하지 않는다. 향후 구조적 군비통제를 추진한다 해도 그것은 우리 안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의 상호감축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작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한반도 문제 3원칙(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 중 상호안전보장을 구체화해 두 가지 안보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이제라도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인도적 의료품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며 북측도 우리 측의 지원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권도 9·19 군사합의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고 북측도 소탐대실뿐인 합의 위반을 자제해야 한다. 비전통안보와 전통안보에서의 남북협력은 한반도 평화공동체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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