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의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 기숙사 사이에 학생들의 물품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사진 웨이보


지난 9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쑥대밭이 된 한 대학의 기숙사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우한에 있는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WHVCSE) 기숙사 건물 두 개동 사이로 이불, 세숫대야, 신발, 컵 같은 살림살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 두펑(杜鵬)이 7일 기숙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병동으로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교직원들이 기숙사를 정리하는 과정을 찍은 것이다. 동영상 속 직원들은 기숙사 사물함에 있는 물건을 마구잡이로 꺼내 치웠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일 사진이 담겨 있는 액자도 마치 쓰레기처럼 ‘처리’됐다. 학생들과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학교 측은 빠르게 사과했다.  


10일 새벽 발표한 사과문에서 7일 우한시에서 학교 기숙사를 격리 시설로 이용한다는 긴급 통지를 받았고 9일까지 200여명의 직원들이 이 업무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사흘간 기숙사 7개동을 2000개 병상이 있는 격리 시설로 개조해야 하는 명령을 이행하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학교 측은 정리 과정의 부적절한 점을 인정하고 파손품은 보상하겠다고 했다. 또 “특수한 시기의 학교의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 학교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계단을 이용할 시간도, 인력도 없었다. 학교 측은 창문으로 학생들의 물건을 던진 후 한꺼번에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한의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 기숙사 내부에 생활용품이 쌓여있다. 이 학교는 기숙사를 신종 코로나 환자 격리 병동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정부 통보를 받았다. 사진 웨이보


코로나19 발병지인 우한은 12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1만9558명으로 중국 전체 확진자의 44%를 차지한다. 이중 820명이 사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치사율(4.19%)을 나타내고 있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과 격리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우한이 속한 후베이(湖北)성은 7일 우한시 소재 대학인 WHVCSE를 비롯해 우한 상학원(商學院), 장한(江漢)대학, 우한 선박직업 기술학원 등 4군데 기숙사를 신종 코로나 경증 환자 치료 격리 거점으로 삼고 8800개의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우한의 확진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부의 요구도 달라졌다. 


쑨메이화(孫美華) WHVCSE 부총장은 남방주말과 인터뷰에서 7일 통지에서는 1000개 병상을 요구했지만 다음날 두 배로 늘어나 2000개의 병상을 만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우한 상학원도 당초 1000개로 통보 받았지만 하루 만에 2400개로 바뀌었다고 했다. 


우한시 봉쇄령으로 외부로 통하는 항공, 철도, 도로가 막혀 상당수의 시민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지하철, 버스 등 내부 교통도 통제 돼 일할 수 있는 교직원을 찾기도 힘들었다. 대부분 교수들이 ‘이삿짐 정리’에 동원됐다. 한 교수는 “물건을 쓸어담으면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임무가 워낙 막중하고 시간이 절대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병실로 개조해야 할 학교는 계속 늘어나 우한시 교통학교, 우한시 제일직업교육중심 등이 추가됐다. 


전염병으로부터 인명을 구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통지, 늘어난 요구, 부족한 인력과 시간 속에서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또 3일 만에 만들어진 격리 병동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불안한 부분은 없는지 제대로 점검할 시간도 확보되지 않았다. 


우한시는 3일 1000개 병상 규모의 임시 격리병동 훠선산(火神山)병원, 9일에는 1600개 병상 규모의 레이선산(雷神山)병원을 열었다. 두 병원 모두 열흘 만에 지어졌다.  


훠선산 병원 개원을 앞두고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완공되기까지 10일간의 기록을 2분으로 편집해 내보냈다.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쉴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그러면서 ‘중국속도’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빠르게 번지는 코로나19를 막고,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격리병동을 빨리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속도만 강조하면서 중요한 것들이 무시되는 것은 아닐까.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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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열기 원하지 않는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는 협상 재개로 얻어지는 이득보다 리스크가 더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NN의 이 보도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국정연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거론하지 않은 사실과 연결하면 대선 전까지는 북·미관계를 동결하려는 분위기가 미 정부 내에 형성돼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북한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북한은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며 협상 문턱을 높여둔 것 외에는 대미 태도에 특별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 8일 건군절도 조용히 지나갔다. 북한 노동신문이 11일 사설에서 “장애와 난관을 성과적으로 뚫고 나가자면 과학기술이 발전을 선도해나가야 한다”고 한 것은 당분간 자력갱생에 집중하려는 내부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 대응이 ‘발등의 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내내 북·미관계는 교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이런 상황에 수동적으로 젖어들어서는 안된다. 북·미 대화가 멈춰 서면 남북관계도 ‘올스톱’되는 것은 한국이 스스로를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시키는 격이다. 이런 폐단에서 벗어나고자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 아니라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협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독자적 남북협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조하에서 추진하려던 북한 개별관광은 신종 코로나라는 돌발악재로 힘이 빠진 상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남북 간 방역협력이다. 감염병 같은 재난은 한반도 전체의 문제다. 북한 내에서 통제되지 못하면 한국에도 영향이 미친다.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모으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웃한 남북이 방역협력에 나서는 것은 국제사회적으로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한·미는 11일 서울에서 북핵 차석대표회의를 열어 북·미 대화와 남북관계 증진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방역협력의 필요성도 협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방역협력에 미국이 이의를 제기했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남북 간 방역협력을 정식으로 북한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화답해 재난에 대한 남북 공동대응의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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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넓게 모으고 있다는 인식으로, 모집하고 있다는 인식은 없었다.”


지난달 28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정부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일본공산당 미야모토 도루(宮本徹) 의원이 “(총리 지역사무소의) 참가자 모집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원래 ‘공적·공로’가 있는 이들을 초대하는 모임 참가자를 사무소가 대거 모집해도 괜찮냐는 지적에 이런 기상천외한 답변을 한 것이다. 미야모토 의원은 “48년 일본어를 사용해왔지만, ‘모으다’와 ‘모집하다’는 같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0일 시작된 정기국회에서 벚꽃 모임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자료가 없다”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2. “중대 또는 복잡·곤란한 사건의 수사와 공판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상은 지난달 31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달 7일 정년퇴임 예정이던 구라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8월까지 연장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검사장의 정년 연장은 전례가 없는 일로, 검사 정년을 만 63세로 규정한 검찰청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된 터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오는 8월 물러나는 이나다 노부오(稻田伸夫) 검사총장(검찰총장) 후임으로 구로카와 검사장을 지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아베 정권과 가까운 인물. 일본 검찰은 복합리조트(IR) 사업과 선거부정 의혹 등으로 자민당 의원들을 수사하고 있다. 결국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디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무리수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문제가 다른 문제를 압도하고 있는 탓이다.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던 아베 정권으로선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야당의 추궁에 장기인 ‘밥 논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침밥을 먹었느냐’는 질문에 ‘쌀밥’에 대해 질문받은 것처럼 ‘먹지 않았다’고 논점을 흐리는 식이다. 야당에 대해선 “이 시국에 ‘벚꽃’만 하고 있다”고 역공하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지난달 29일 질문에 나선 입헌민주당 렌호(蓮舫) 의원을 두고 “이 상황에서 감염증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는 감각에 놀라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려 물의를 빚었다. 자민당은 심지어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재해 발생 시 내각 권한을 강화하는 ‘긴급사태 대응’ 신설 논의 등을 해야 한다며 ‘개헌론’ 군불을 땠다.


이런 안하무인식 태도는 신종 코로나 정국으로 각종 스캔들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전례가 없는 ‘나쁜 사례’를 남발하는 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아베 정권의 각종 스캔들에서 드러났듯 공사를 혼동하고, 공금을 유용하는 것은 국정의 사유화다. 입맛에 따라 검찰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검찰의 사유화다. 어쩌면 전염병만큼이나 위험한 것일지 모른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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