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5'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2.05 [여적]아이오와 코커스
  2. 2020.02.05 코로나와 공짜 영화

미국 아이오와주 코커스(caucus, 당원대회)는 미 대선의 풍향계로 불린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곳에서 첫 경선을 하는데, 이기면 당의 대선 후보로 뽑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12번 중 8번, 공화당은 11번 중 5번 아이오와 코커스 1등이 대선 후보로 뽑혔으니 그럴 만도 하다. 후보들은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해 이에 올인한다. 대선의 첫 관문을 연다는 아이오와 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데 3일 밤(현지시간)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공화당 코커스는 투표 개시 25분 만에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는데 민주당 코커스 개표가 지연된 것이다. 각 후보에 대한 지지표와 그에 따른 확보 대의원 수 집계가 들쭉날쭉해 결과 발표를 하루 뒤로 미뤘다. 당원들이 실망한 것은 둘째치고 첫번째 대회에서 기선을 제압해 기세좋게 출발하려던 후보들도 머쓱해졌다. 특히 1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버니 샌더스에게 밀린 것으로 나온 조 바이든은 주최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민주당 대선 레이스가 출발부터 삐끗한 것이다.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 지연은 4년 전에도 있었다. 2016년 2월1일 힐러리 클린턴과 샌더스 후보가 개표 막바지까지 49.8%, 49.6%로 팽팽히 맞서 승자를 선언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개표 지연은 흥행의 전조였다. 진보 색채가 강한 샌더스 후보는 이후 바람몰이를 하면서 클린턴을 상대로 선전했다.


이번 사고를 놓고 미국의 대선 제도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말이 나온다. 코커스가 갖는 중요도에 비해 그 시스템이 형편없이 낙후됐다는 것이다. 미국 선거제도는 역사적 산물이라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하다. 요즘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많다. 이런 제도의 허점에 앞서 민주당의 실수가 뼈아프다. 트럼프 진영은 당장 “역사상 가장 멍청한 열차 사고”라며 “코커스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서 무슨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것이냐”고 조롱했다. 민주당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선에 김을 빼려는 의도이다. 5일에는 미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있다. 벌써 트럼프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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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친구들이 나한테 계속 물어오는데, 여기서 한꺼번에 답할게. 그거 진짜야!”


중국 영화감독 쉬정이 지난달 24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쉬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마(로스트 인 러시아)>는 당초 이날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상영이 갑자기 취소됐다. <중마>를 포함해 춘제(중국의 설) 특수를 노린 기대작 8편이 모두 상영되지 못했다. 나머지 7편은 ‘언젠가 개봉될 그날’ 기다리기로 했지만 <중마>는 동영상 플랫폼과 인터넷TV로 무료 공개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전무후무한 선택에 반신반의하는 관객들에게 쉬 감독이 직접 ‘진짜 공짜’라고 답한 것이다.  


파격적인 결정은 극장 업계에서는 ‘규탄’을, 관객들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다.


중국 23개 극장체인과 영화배급 관계자들은 “온라인 무료 상영은 시장 파괴 행위이며 현 영화 배급 시스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며 관련 당국에 상영 규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에 발이 묶인 관객들은 무료 상영을 환영했다. 영화제작사 주가는 무료 상영을 발표한 당일 19%나 올랐다. <중마> 배급사는 극장 측과 춘제 기간 박스오피스 수입이 24억위안(약 4072억원)을 넘어야 6억위안(약 1018억원)을 배당받을 수 있다. 영화사 측은 개봉이 취소되자 온라인 업체와 6억3000만위안에 판권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무료 상영에 나섰다. 공개 첫날에는 바이트댄스와 연관된 12개 동영상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 다운로드 차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개봉 전만 해도 “쉬정 감독이 나한테 영화표 한 장 값 빚졌다”는 혹평이 나온 영화였지만 온라인 상영으로 판세를 뒤집었다.


지난해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누적 수입은 642억위안(약 11조원)으로 전년 대비 5.4% 성장했다. 온라인에서 영화표를 사고 오프라인 극장으로 관람하는 것이 그간의 중국 관객들의 영화 소비 행태였다. <중마>의 온라인 상영을 시작으로 온라인 선 상영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드라마 시장에서는 방송국이 아닌 각 동영상 플랫폼으로 옮겨가 플랫폼 자체 제작 대작 드라마가 드라마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2002~2003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은 의료진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아픈 사건이다. 그러나 전염병의 공포는 온라인 쇼핑 성장의 계기가 됐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을 꺼리던 이들이 전염병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전자상거래 첫 경험을 시작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이 시기에 성장했다. 2003년 알리바바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중국청년보는 4일 “그동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후 소셜미디어로 영화평을 나누는 것이 고정 패턴이었지만 <중마>의 온라인 선 상영은 오랫동안 몸에 밴 소비 습관을 깨뜨렸다”고 했다. 사스가 인터넷 쇼핑을 경험시켰듯이 신종 코로나는 극장 관람에 대한 고정 관념은 흔들었다. 극장업계들의 저항이 거센 것은 그만큼 시장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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