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8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내 핵심 군사기지 두 곳을 미사일 20여발로 공격했다. 지난 3일 미군 폭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사망한 지 닷새 만에 군사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국도 반격을 경고했다. 40년 앙숙인 양국이 무력 충돌하면서 중동이라는 화약고가 폭발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7일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언론과 인터뷰하는 간접 형식이지만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처음으로 공개 요청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파병에 대해 결단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의 추가 대응이 없으면 확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양쪽 모두 물러서기가 쉽지 않다.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미군 80명이 숨졌다는 이란 국영방송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의 반격은 불가피할 터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민간항공사들은 걸프지역 운항을 금지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국가 미국과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벌써 전 세계 금융시장과 원유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서면 세계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빠진다. 세계 평화를 위해 양국은 공격을 멈춰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시급히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유 수입을 하는 만큼 중동 해상로를 보호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를 반드시 미군과 공조해서 할 이유는 없다. 미국은 핵 합의를 먼저 깬 데다 명분이 약한 상황에서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법 위반인 문화재 공격까지 언급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다. 이란은 친미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면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한·이란 간 교역은 물론 대중동 외교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일본도 미국의 파병 요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양측의 전쟁에 끼어들어 국익을 손상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미·일 고위급 안보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정 실장은 한국군 파병에 명분이 없다는 점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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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를 세운 아랍의 예언자 마호메트는 칼을 들고 중동지역을 신흥종교로 물들였다. “칼은 천국과 지옥을 모두 여는 열쇠다. 신의 대의명분을 위해 흘린 피 한 방울, 싸우며 보낸 하룻밤은 두 달의 금식이나 기도보다 효과가 있다. 심판의 날, 상처는 눈부신 주홍빛으로 빛나고 사향처럼 향기로울 것이며, 잃어버린 팔다리는 천사들과 케루빔의 날개가 대신해 줄 것이다.” 마호메트의 말에 중동은 종교전쟁으로 불타 올랐다.


마호메트 사후 이슬람세계는 후계자 계승방식의 이견으로 분열했다. ‘선출’과 ‘마호메트의 혈통 존중’ 사이에 간극이 컸다. 680년 마호메트의 외손자인 후세인이 카르발라전투에서 살해된 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후세인을 추종하는 무리들을 시아파라고 부른다. 세계 16억명의 무슬림 가운데 90%는 수니파, 10%가 시아파다. 시아파는 이란, 수니파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된다. 


이슬람 사회에는 당한 만큼 돌려주는 ‘키사스’라는 형벌이 있다. 바빌로니아왕국의 함무라비법전에 나온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등가보복법에서 출발한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처벌규정이 만들어졌다. 현재 이란·이라크·파키스탄 등지에서 키사스를 형사처벌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이란에선 형법에 명시된 ‘생명의 키사스’에 근거해 살해 피해자 가족이 법원에 가해자의 사형을 요청할 수 있고 사형집행에도 참여한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8일 새벽 이라크 내 미국 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앞서 미국이 지난 3일 이란군의 상징적 존재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폭격으로 제거한 뒤 닷새 만이다.


솔레이마니가 폭사한 다음날인 지난 4일 이란 중북부의 종교 도시 쿰의 ‘잠카란 모스크’ 정상에 피의 전투와 복수를 의미하는 붉은 깃발이 게양됐다. 깃발에는 ‘이맘 후세인을 위한 복수’를 의미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란은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던 경고를 실행에 옮겼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 개시시간도 솔레이마니가 죽은 시각과 정확히 맞췄다. 키사스 방식 대응이다. 전쟁의 깃발이 올랐는가. 세계는 복수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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