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에는 두 강대국의 꿈이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그러진 아메리칸드림, 다른 하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다. 원래 아메리칸드림은 전 세계 이민자들이 미국 땅에서 자신들의 꿈을 실현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불법이민자를 내쫓고 자국 이익을 전 세계에게 강요하는 어글리 아메리칸드림으로 바뀌었다.


중국몽은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소강사회’를 실현한 뒤,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당 대회에서 중국몽을 23차례나 언급하며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밝혀 중국몽이 패권국가임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몽은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국들을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묶어 과거 중화체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1라운드를 끝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정 서명을 앞두고 있다. 당초 미국의 완승으로 끝날 것 같았던 무역전쟁이 중국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이제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했지만 본격적인 패권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며 힘을 엉뚱한 데 쏟는 바람에 중국의 부상을 억누를 기회를 놓쳤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강대국의 두 꿈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을 새로운 100년의 원년으로 삼고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개최와 2045년 ‘원 코리아’를 이룬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우리의 꿈은 분단으로 이루지 못한 민족국가(nation state)의 완성에 두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제시한 우리의 꿈은 북한의 냉담한 반응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공개, 비공개 당국자 접촉을 거부해 왔고 심지어 민간교류마저 중단시켰다. 작년 말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선 남북관계에 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6일자 북한매체들은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이 외신 기고문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구상에 대해 ‘아전인수 격의 궤변’이라 폄하했다. 


우리의 꿈은 북한과의 평화로운 공존과 평화통일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우리가 민족국가의 완성이라는 꿈을 포기해서는 안되지만, 남북관계의 목표에만 우리의 외교안보 역량을 쏟을 수는 없다. 미국이나 중국이 남북관계를 한민족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 미·중 세력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이루기 위해서도 미·중 이해관계를 현명하게 풀어야 한다. 이제 강대국 관계 속에서 우리의 꿈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우리 외교는 어느 강대국에 편승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로 보았다. 하지만 이제 강대국 외교는 더 이상 양자택일이나 양자절충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다. 오늘날 국제정치는 전 세계를 이끌던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뚜렷한 주도세력이 없는 ‘G-Zero시대’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맞게 국가비전과 외교원칙을 세워야 한다. 


작년 6월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접점을 찾아 조화롭게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12월2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한국의 신남방·신북방정책 간 연계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와 같은 정책은 강대국의 정책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가목표와 정책을 중심에 놓고 강대국의 지역구상과의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처럼 기존 편승외교와 자주외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의 국가목표를 향한 새로운 외교원칙을 자기주도외교(Self-Directed Diplomacy)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강대국의 대외전략이 나올 때마다 참여 여부를 놓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제부터 포용성과 개방성을 기초로 우리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한 뒤 미·중의 대외정책과 접점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강대국 관계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 외교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연초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암살하고 이란이 피의 보복을 다짐하는 등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돈다. 우리 정부는 이미 우리 선박 보호를 위해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에 파견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제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자칫 이란과의 전쟁에 연루될 위험성이 크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향후 자기주도외교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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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3국인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표적공습해 살해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초읽기로 접어들며 중동 정세가 혼미 상태다.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다짐한 데 이어 핵합의(JCPOA)를 사실상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국제사회의 핵확산 금지체제까지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있음은 명백하다. 제3국에서 해당국 동의 없이 정상국가의 군 지도자를 암살한 것은 비윤리적인 폭거다. 국제법상 허용되는 자위권 행사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법상 허용되는 자위권이란 명백하고 임박한 위협을 전제로 하지만 미국은 그럴 만한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 때 관계개선의 전기가 마련되는가 했던 미·이란 관계는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로 급격히 악화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국제사회와의 핵합의를 지키고 있음을 검증을 통해 확인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몰래 핵무기를 제조한다고 비난하며 합의를 파기했다. 이후 양국 간 긴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이란 내 52곳의 공격목표를 정해뒀다”며 이란에 산재한 인류 문화유산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쟁범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세계 최강국 지도자의 언행이 할 말을 잃게 한다.   


미국은 이번 사태로 대중동 정책이 위기를 맞이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 미국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조차 미국의 군사행동 자제를 촉구한 것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이 국제사회에 얼마나 해악을 미쳐왔는지 미국은 자성해야 한다. 유엔과 국제사회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가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현재 정세를 평가하고 교민안전과 원유수급 대책 등을 논의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사태의 파장이 한반도 정세에까지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교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를 놓고 고민이 클 것이다.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은 한·미동맹과 북핵 공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이번 사태에서 미국 편을 드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파병이 2004년 이라크 파병 못지않은 후유증을 불러올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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