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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2.31 [여적]미 정찰기의 한반도 출격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보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허다하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은 그 직후 부인 김성애가 체코에 있는 딸과 통화한 것을 포착해 알아냈다. 또 연평해전 때도 북한 함정이 본부와 교신하는 내용을 가로챘다. 이처럼 한·미 정보당국의 대북 정보는 인공위성과 정찰기, 그리고 지상의 시설을 통해 북한 내 영상 및 신호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에 사람을 들여보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군의 최첨단 정찰기들이 연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하고 있다. 한 종류만 떠도 주목할 판에 여러 기종의 정찰기가 한꺼번에 날아들고 있다. 이 중에는 미 공군에 단 두 대밖에 없는 기종도 있다. 과거 긴장이 높았을 때도 대북 감시 시간이 20~22시간 정도라고 했는데 지금은 24시간 감시 상태에 있다. 주 임무는 미사일 발사를 전후로 발신되는 마신트(MASINT, 계측 및 기호정보) 수집이다. 신호와 음성 정보 수집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집중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찰기는 공격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머리 위에 늘 떠 있는 이 ‘척후병’들은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이쯤 되면 미사일 이동은 물론 관련 기관과 주요 인사들 간 일상적인 통화·대화조차 불편할 것이다. 미 정찰기들의 출격은 북한을 향해 내부를 손바닥의 손금 보듯 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도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인 것이다.


그 덕분인지 북한의 도발이 성탄절에 이어 연말도 넘기는 분위기다. 지금은 미국의 무력시위가 정찰기들의 출동에 머물러 있지만 상황이 언제 급변할지 알 수 없다. 미 당국자들이 최근 북한 타격을 부쩍 자주 언급한다는 말이 들려온다. 미 정찰기들이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카데나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이들은 수집한 정보를 한·미 공동 정보분석센터(오산)로 보내지 않고 주일미군에 직송하게 돼 있다. 1994년 북핵 위기 때 미국은 한국에 알리지도 않은 채 정보분석 요원들을 대거 입국시켜 북폭을 준비한 바 있다. 한국과 관계가 비교적 좋았던 빌 클린턴 대통령 때인데도 그랬다. 미 정찰기들의 출격을 마음 편하게 보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중근 논설위원>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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