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북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안보리 이사회를 소집한 것은 2년 만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던 2017년 12월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는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았다.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경고하는 안보리 성명도 채택되지 않았고, 미국은 대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면서 “그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병행적이고 동시적으로 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설 경우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지만 발언의 무게는 ‘유연성’에 실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크래프트가 언급한 동시·병행적 조치는 사실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는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고 신뢰를 쌓은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선호해온 북한의 입장과는 간극이 크다. 그런 만큼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미국이 이 원칙을 협상 과정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는 15일쯤 방한할 예정인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행보도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방한기간 중 판문점 등에서 북한과 접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방한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미 긴장국면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가 직접 접촉을 통해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낸다면 ‘파국시계’의 초침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연말 시한은 북한이 제시한 것이긴 하지만 미국도 내년 대선국면을 앞두고 북·미 협상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낸 채 미국과 충돌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측 모두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우선 비건의 한국 방문이 북·미 판문점 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정세가 2년 전으로 회귀하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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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한 외국공관의 한 외교관과 사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외교적 상황에 대해 맥락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내린 결론은 “내가 한국의 외교관이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한국 외교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 상황이 그렇다. 한국은 세계 최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또한 냉전시대부터 이어져온 분단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중 패권경쟁으로 비롯된 ‘신냉전’ 기류의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한국만큼 복잡하고 중층적인 외교적 난제를 안고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1980년대 후반 냉전 구도 해체 전까지 한국은 미국의 날개 밑에서 비교적 안온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이 핵개발을 생존전략으로 선택하면서 북한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자 비로소 외교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국제관계 틀 속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한국 외교의 복잡성을 극적으로 증대시킨 사건은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였다. 금융위기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파산과 함께 ‘세계유일 초강대국’ 지위가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중국이 굴기하기 시작해 곧바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면서 미·중이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세상이 됐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외교력을 집중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꺼내들었다. 미국의 군사력을 아시아 지역에 집중투사하고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을 새롭게 재편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편승한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우경화, 군사대국화로 치달았고 한·일 갈등이 증폭됐다. 미국의 이 같은 정책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더욱 거칠어진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아시아에서의 미·중 패권경쟁, 북핵 능력 고도화, 일본의 우경화 등이 만들어낸 안보 환경 변화가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떠밀고 있다. 안보를 한·미 동맹으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에, 경제를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외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취약한 대외관계 구조 때문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한국은 미·중의 협력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70년 가까이 이어진 한·미 군사동맹의 미래와 대(對)중국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한국 외교의 사활이 달려 있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갖지 않고는 국가의 미래를 논할 수 없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물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남중국해, 한·일 갈등,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주한미군 감축 등 한국이 갖고 있는 모든 민감한 외교 현안의 배경에는 모두 ‘미·중의 전략적 이익 충돌’이라는 공통의 요소가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OSOMIA) 파동과 방위비 협상에서 볼 수 있듯이 한·미 동맹의 성격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출발한 한·미 동맹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동맹으로 바꿔나가려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말할 때 한국은 북한을 떠올리지만, 미국은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동서 냉전과 식민지배의 잔재를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중 패권경쟁의 신냉전까지 감당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관성처럼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의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기존의 틀을 뛰쳐나가기도 어렵다.


이 같은 난관을 벗어나려면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전략을 세우려면 국가적 목표가 정해져야 한다. 국가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국가 체제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 부분에서 결함이 있다. 유독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감성적인 이상주의와 확증 편향, 지독하게 뿌리 깊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가 건전한 담론 형성을 가로막고 여론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안보 문제에서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종북·빨갱이 또는 적폐·토착왜구 등으로 매도하는 조건반사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냉정한 현실 인식과 객관적 시각에 바탕을 둔 합리적 토론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처한 외교적 난관을 절대 헤쳐나갈 수 없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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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중국의 엄청난 발전이다. 중국의 발전이 분명히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내가 최근 상하이에 체류하면서 갖게 된 의문은 ‘이렇게 번성하는 중국에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이었다.


우선 드는 생각은 인구, 영토, 경제력 그리고 이에 따른 군사력 등을 고려할 때 군사전략적 고려를 제외하면 한국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중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상당수의 한국인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각들은 중국의 조그마한 행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서 잘 나타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팔을 가져다 댄 것에 대해 외교적 실례라는 반응 등이 그 좋은 예다. 아마도 이 이면에는 일개 외교부장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중국의 번성을 부활한 역사와 함께 연속선상에서 보는 견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세기까지 존재했던 중국의 천하질서하에서 한국은 동쪽의 오랑캐로 간주되었고 우리는 국내 정치 정통성의 상징으로 중국을 종주국으로 대했었다. 최근에 이르러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내부는 물론 한국과 서구에서도 향후 동아시아에 현대판 종주권 질서의 등장을 주장하는 견해들이 등장했다.


이런 주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후발산업화의 성공국가로서 중국은 상실의 역사를 회복하고 지역 및 세계의 헤게모니 국가로 등장하게 됐다. 이 같은 새로운 국제질서하에서 전통적 질서를 고려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내적 평등을 구가하던 마오쩌둥(毛澤東) 공산체제하에서도 천하질서 개념이 죽지 않았던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연속적 역사관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바로 냉전 기간 동안의 변화이다. 수천년 연속적 한·중관계에서 냉전은 불과 수십년 지속되었던 짧은 역사였다. 그러나 냉전은 그 짧은 역사의 단절에도 불구하고 수천년의 한·중관계 역사를 뒤집을 만한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것은 한국의 국가정체성이다. 20세기 초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를 거쳐 2차대전 후 서구진영에 속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 한국과 중국은 정치적 적대국으로 실제 관계가 전혀 없던 이웃일 뿐이었다. 아마도 이렇게 지리적, 역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거의 절연상태로 들어간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한국의 서구 지향성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야기했지만 궁극적으로 서구적 패러다임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게 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서구 민주주의를 채택했고, 자본주의적 경제질서는 물론 교육·문화 면에서도 서구, 특히 미국 지향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과 연결 고리의 기초였던 유교질서도 형해화 과정을 겪었다.


한국 근대화에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면 탈식민지 국가 중 최초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하자면 한국은 제3세계의 영국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제국주의 패러다임 속에서 일본식 근대화를 하다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면 한국은 냉전 구도 속에서 근대화를 하면서 과거와의 큰 단절 속에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한국이 단순히 경제개발과 민주화에 성공한 사례라는 것을 기계적으로 되뇔 것이 아니라 한국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처한 이런 세계사적인 함의는 중국에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당면해 있는 도전이 새로운 힘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국제사회에 자신을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면, 한국이 새로운 정체성 속에서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서구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가 중국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것이 경제·군사적 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이 중국에 갖는 중요한 의미이다. 또한 안정되면서 한국적 특성을 가진 민주주의 정착과 새로운 경제질서의 구축이야말로 한국의 중요한 국제정치의 기초가 될 것이다.


학계와 언론계에 팽배해있는 한·중관계를 역사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중국의 변화에 지나치게 압도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런 시각은 냉전의 단절이 한국 정체성의 변화가 주는 의미를 간과하기 쉽다. 지정학적 숙명론으로 국내 정치를 어지럽게 하기보다는 정치, 경제 등 국내체제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지정학적 숙명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초임을 인식할 때다.


<하용출 미국 워싱턴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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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10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중국 대표로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담은 북·미 협상 시한을 앞두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조짐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때 열려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 또 한·일 두 정상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과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로 조성된 양국 간 갈등을 푸는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한·중·일 정상 간 연쇄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한반도 긴장 완화와 갈등 해소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역시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ICBM 또는 위성발사체(SLV) 발사를 사실상 예고해놓은 상태이다. 이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묵인해온 미국도 태도를 바꿔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불가피해지고, 북·미 대화도 파국으로 흐를 수 있다. 마침 이번 정상회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시사한 크리스마스 직전에 열린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중국이 나서 설득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북·미 대화가 대결로 비화되고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는 것은 중국에도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 최근 북한과의 유대를 강화한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일 정상회담도 징용피해자 판결과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일 두 정상이 의제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회담장에서 마주 앉는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GSOMIA 연장 조치로 더 이상의 갈등 악화는 일단 막아놨다. 마침 강제징용자 배상판결 해법을 놓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방안이 협상 분위기를 추동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한·일 정상이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복원하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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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한 해가 저물 때쯤 ‘올해의 유행어’나 ‘올해의 신조어’ 등을 선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엔 ‘신어(신조어)·유행어 대상’이 있다. 1984년부터 출판사인 자유국민사가 한 해 동안 벌어진 사건이나 유행 등을 포착한 표현 10개를 골라 이 가운데 대상을 정해왔다.


지난 2일 발표된 올해의 대상은 ‘원팀’(ONE TEAM)이다. 지난 9월20일~11월2일 일본에서 처음 개최된 럭비월드컵에서 사상 첫 8강에 진출한 일본 대표팀의 구호다.


일본 럭비대표팀 31명은 외국 출신 선수가 7개국 15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제이미 조셉 감독은 필요한 선수들이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대표로 선발했다. 자칫 오합지졸로 끝날 선수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낸 정신이 ‘원팀’이었다. 대표팀은 뉴질랜드 출신 리치 마이클 주장을 중심으로 결속했다. 개막전에서 러시아에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강호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사모아를 차례로 꺾고 조별리그 전승으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일본 열도는 들썩였다. 레플리카(모조품) 유니폼이 동이 나는 등 곳곳에 럭비 열풍이 일어났다. ‘신조·유행어’ 후보 30개에도 갑자기 럭비 팬이 된 사람들인 ‘벼락 팬’, 대표팀 구호인 ‘4년에 한 번이 아니다. 일생에 한 번이다’ 등 럭비 관련 표현이 5개나 들어갔다.


이런 만큼 ‘원팀’은 ‘신어·유행어 대상’으로 일찌감치 점쳐졌다. 국적이나 출신지가 다른 이들이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면서 목표를 향해 굵은 땀을 흘리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었을 터다.


하지만 이런 ‘원팀’의 정신은 일본 사회에선 아직은 ‘머나먼 얘기’다. 이는 ‘신어·유행어 대상’의 이례적인 심사평에서도 드러난다. 심사위원들은 “원팀은 세계에 퍼지고 있는 배외적 분위기에 대한 명확한 반대 메시지인 동시에 가까운 장래에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본의 존재 방식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그러면서 “(원팀의 정신이) 아베 총리에게도 확실하게 전해졌다고 믿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 4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5년간 34만명의 외국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이 심각한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을 값싼 ‘단순노동력’으로 취급할 뿐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까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업 HSBC가 매년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살고 싶고 일하고 싶은 나라’ 조사에서 올해 일본은 33개국 중 32위를 차지했다. 특히 ‘생활에 익숙해지는 용이성’ ‘커뮤니티 허용성’ ‘친구 만들기’ 항목에서 평가가 낮았다.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등 특정 민족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럭비대표팀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결국 ‘성과’가 있었기에 ‘원팀’ 정신을 주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US오픈, 올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에 대한 시각에서도 이런 이중잣대를 느낀다. 오사카는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닛신식품은 한 애니메이션 광고에서 오사카의 갈색 피부를 하얀 피부로 바꿔 ‘화이트 워싱’ 논란을 빚었다. 일본의 한 개그맨 콤비는 “오사카에게 필요한 것은 표백제”라고 했다. ‘일본 스고이(대단해)론’이 횡행하는 일본 사회에선 타자에 대한 관용은 ‘조건부’다.


 지난 2월 96세로 타계한 도널드 킨 전 컬럼비아대 교수는 평생을 일본 문화 연구에 천착했다. 그는 일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말년에는 일본에 귀화했다. 그는 생전 지인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내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일본인은 내가 얼마나 일본을 사랑하고 있는가를 말할 때밖에만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것이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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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히면서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가리켜 ‘전략국가 지위’라는 표현을 처음 썼는데, ‘변화’를 언급한 것을 볼 때 ‘중대한 시험’의 내용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연소시험이거나 정지궤도위성 발사를 위한 고출력 액체엔진 연소실험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2016년 4월 신형 ICBM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을 때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그 뒤 액체연료로 밝혀졌다. 실제로 2017년 3월 연소실험에 성공한 백두산엔진 계열의 고출력 대형엔진은 액체연료를 썼다. 북한은 2017년 7월4일과 7월28일 사거리 7000㎞의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발사한 데 이어 11월29일에는 사거리 1만3000㎞의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 모두 백두산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개발한 백두산엔진이 ICBM용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이는 우주로켓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백두산엔진은 옛소련제 RD-250 트윈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러시아제 ICBM인 ‘SS-18 사탄’ 핵미사일의 엔진이 RD-250 계열로, 이 엔진 4개를 묶어 1단, 1개로 2단을 구성해 사이클론 1호, 사이클론 2호, 사이클론 3호, 드네프르 로켓 등 상업용 우주발사체로도 사용되었다.


북한의 ‘우주개발전망계획’이나 동창리 발사장의 특성으로 볼 때, 이번 연소시험은 인공위성 발사 목적의 우주로켓용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2022년까지 정지궤도위성을 띄워 독자적인 GPS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고, 동창리에는 장거리 우주로켓용 67m의 발사대가 설치되어 있다. 북한은 1998년 8월31일 백두산 1호(대포동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총 여섯 차례 우주로켓을 발사했다. 이 중에서 2012년 12월의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7일의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하였다.


이번 고출력엔진 연소시험의 목적이 무엇이든 북·미가 합의한 ‘중장거리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금지’라는 레드라인을 넘기 직전의 조치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다음 조치가 인공위성 발사라고 해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2·29합의’에서 ‘장거리미사일 발사의 임시중지’에 동의했지만,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2호 1호기의 성격을 놓고 북·미 간에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장거리미사일에 우주로켓이 포함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결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이어져 북·미 대화가 파탄난 바 있다.


북한의 ‘대단히 중대한 시험’ 발표 직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사실상 모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2017년 북·미 대결상황을 되돌아볼 때 전망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고 시한을 못 박았고, 이달 하순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이 채택되고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경제총력노선 채택과 함께 레드라인이 설정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레드라인 결정의 취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사태가 심각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음에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비핵화 합의를 해줄 경우 선거에서 악재가 될 수 있어 선택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트럼프의 재선이 불확실한 조건에서 영변 안팎의 핵물질제조시설 이상을 내놓기는 어려운 처지다. 첨예한 이해대립 속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희망은 치킨게임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서로 공멸한다는 두 지도자의 절박감에서 찾을 수 있다. 북·미 치킨게임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미국은 중·러의 보증 아래 대북 제재의 조건부 유예 방안을 내놓고, 북한도 핵물질제조시설 해체 외에 핵무기·장거리탄도미사일의 조건부 신고 약속을 내놓는 극적 타협이 필요하다. 조만간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장관 내정자)가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왕이면 김정일 위원장 8주기(12·17)나 당 전원회의 이전에 오는 것이 좋다. 방한 뒤 판문점이나 평양에 가서 새로운 제안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해 ‘루즈-루즈(lose-lose) 치킨게임’을 막고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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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경고했다. 북한이 전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험’을 했다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자 내놓은 반응이다. 이에 북한은 9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에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고 되받았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북·미 협상의 ‘새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올수록 양측의 이런 공방은 가열될 것이다. 북·미 간 대화는 지난 10월 초 실무협상이 무위에 그친 뒤 끊긴 상태다. 결정적인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북한이 동창리에서 했다는 시험이 그들의 설명대로 ‘전략적 지위 변화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발사용 장거리 로켓을 위한 신형 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같은 선제조처에 대해 미국이 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 값을 받아내기 위해 북한이 장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는 도발에 나선다면 한반도 상황은 순식간에 2년 전으로 회귀하고 만다. 


북·미 협상이 삐걱거리면서 양측이 결국 대결 수순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고돼 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운신할 폭은 2년 전보다도 좁은 상태다.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남북대화를 전면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이라도 제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수단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도 이대로 손 놓은 채 파국을 지켜볼 수는 없다. 정부는 이달 중순쯤 방한할 예정인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움직임에 단호한 거부의사를 천명하는 한편 북·미 중재안을 다시 내놓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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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로 “전날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이번 시험 결과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 발사체에 필요한 고출력 신형 엔진시험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압박해온 북한이 그 수위를 한 단계 높여 ICBM 시험 발사를 경고한 셈이다. 북·미가 말폭탄 주고받기를 넘어 행동 단계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여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의 ICBM 개발 중심지인 ‘동창리 발사장’을 말한다. 북한이 북·미 1차 정상회담 후 해체하고 있다고 밝힌 데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영구 폐쇄를 약속한 곳이다. 북한이 이런 장소를 복원한 데 이어 장거리발사체까지 쏘아올리면 중대한 도발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실험 중지와 더불어 장거리미사일 시험 중단을 북·미 대화의 성과로 홍보해온 것도 무색해진다. 북한이 ICBM 발사를 위성 발사라고 주장해도 마찬가지다. 위성발사체(SLV)와 ICBM은 핵심 기술이 같다. 북한이 장거리발사체를 발사하는 순간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 되면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7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해 북·미 간 대화 모멘텀 유지에 공감했다고 밝힌 날이다. 또 같은 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 이슈가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선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 개입을 원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신의 재선 가도를 방해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미 어느 쪽이든 한발만 더 나아가면 결정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이 위성이든 ICBM이든 발사하는 순간 북·미 대화는 파국을 맞게 된다. 북·미 협상판이 일단 깨지면 내년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대화는 물 건너간다. 미국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다음주 방한한다. 북·미는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대화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촉진자 역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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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5일 한국을 방문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양국관계를 두루 논의했다. 양국은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원회, 차관급 전략대화 등 소통채널을 재개키로 하는 등 완전한 관계 정상화에 공감을 이뤘다고 한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서울에서 열린 것은 약 5년 만이다. 이번 방한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의 앙금해소와 양국관계 복원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양국관계 정상화 과정의 종점은 아무래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일 것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서 갖는 함의가 작지 않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방중했지만 답방을 미뤄왔다. 문 대통령은 5일 청와대를 예방한 왕 부장에게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길 당부한다”면서 “시진핑 주석과 곧 만나게 될 것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내년 한국 방문을 기대한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 중국은 한국행 단체관광 제한조치나 한류금지 등 한한령(限韓令)도 철폐해야 한다. 때맞춰 한류스타의 내년 중국 공연 추진 소문이 돌고 있는데, 성사되기를 희망한다. 중국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방한에서 왕 부장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여러 차례 비판했는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한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동북아 배치 추진과 관련해 “한국 본토에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한국인들을 불쾌하게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한·중관계의 정상화는 상호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바탕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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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영국을 방문하는 중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거듭 강조한 뒤에 한 말이지만 지금껏 북한을 두둔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을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을 조롱하듯 불렀던 ‘로켓맨’이라는 말도 2년 만에 다시 입에 올렸다. 그런가 하면 북한 매체들은 4일 김 위원장이 군 고위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장면을 보도했다. 중대 사안을 결정한다며 노동당 중앙당 전원회의도 소집했다. 전날에는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연말까지 새 협상안을 내놓으라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시사했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대화를 둘러싼 난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근 북·미 간 신경전은 2년 전 상황을 상기시킨다. 북한이 2017년 7월4일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에 이어 ‘완전한 파괴’를 위협했다. 이후 전략무기 전개 등이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때처럼 ‘연말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미 양측의 군사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4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북한이 군사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미군도 연일 한반도 상공에 최첨단 정찰기들을 띄워 북한을 감시하고 있다.


지금 북·미가 쏟아내는 강경 메시지는 일종의 협상 전술로 보인다. 하지만 대화 분위기는 한번 흐트러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해 북한을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무력 사용’ 언급이 북한에 대한 엄포를 넘어 재선을 위한 대응책의 시작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자칫 협상판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


물론 북·미가 아직은 서로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 위원장을 좋아한다”고 했고, 북한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는 미국에 달렸다”고 했다. 북·미 양측은 이대로 극한 대치로 치달아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우선 군사대결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 마침 북·미 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달 중순 방한한다. 북·미는 대화를 통한 해결이 유일한 답이라는 점을 확인, 연말까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미 양측이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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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되겠어(我不行了)!”


지난달 27일 새벽 1시30분 대만 모델 겸 배우 가오이상(高以翔)이 촬영장에서 쓰러졌다. 중국 닝보에서 저장위성TV 예능 프로그램 <나를 쫓아봐>의 추격전을 찍던 중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스태프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그는 이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향년 35세였다.


가오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17시간 동안 쉬지 않고 촬영했다. 70층 높이의 건물을 밧줄을 잡고 오르게 하는 등 혹독한 과제를 제시하는 걸로 유명한 이 프로그램의 촬영에는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이날 촬영하면서 여러 차례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를 쫓아봐>처럼 여러 스타들이 함께 연속적으로 촬영하는 프로그램은 영화 <모던 타임즈>의 컨베이어 벨트 공장처럼 굴러간다. 여러 부속품이 순차적으로 작동해야 완성되기 때문에 힘들다고 혼자 쉬는 것도 쉽지 않다.


가오는 모델로 데뷔해 활동영역을 넓혔다. 2011년 아시아인 최초로 루이비통 남성 모델로 발탁돼 주목받았다. 연기를 위해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 가 능숙지 않은 중국어를 따로 연습했다고 한다.


가오의 친구 장션웨이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가오이상을 “착하고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가오가 원래 28일 대만으로 돌아와 여자친구와 ‘특별한 저녁’을 할 예정이었고, 친구들도 초청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기를 원했다고 했다. 팬들은 가오가 프러포즈를 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오의 빈자리는 컸다. 친척도 없는 대만에서 연예계 생활을 하며 처음 사귄 친구인 농구선수 마오자은이 지난달 29일 결혼식을 했다. 가오가 서기로 했던 신랑 들러리 자리는 비워 있었다. 결혼식에서 가오의 추모 영상을 틀었고, 신랑과 신부는 눈이 붉어졌다.


가오의 시신은 2일에야 대만으로 돌아갔다. 숨진 지 7일째 중국에서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날인 두칠이었던 3일. 어쩌면 신부가 됐을지 모르는 여자친구는 그에게 “마음 편히 높이 날아가라”는 글을 남겼다. 아버지는 일부러 가오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영정으로 택했다.


안타까운 죽음으로 돌리기엔 가오의 죽음 뒤에 있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강도 밤샘촬영이 다반사인 중국 프로그램 제작 환경에서는 안전보다 촬영이 앞섰다. 그가 안되겠다면서 쓰러진 뒤에도 제작진은 “촬영을 멈출 수 없어서” 당장 달려가지 않았다고 중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그가 구급차에 실려간 후에도 계속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되겠다며 쓰러지기 전에 보냈던 여러 번의 신호도 무시당했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받았으니 그만큼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낸다. 가오의 출연료는 회당 15만위안(약 2528만원) 정도다. 기획사와의 배분, 비용 등을 제하면 그에게 돌아가는 돈은 이보다 적다. 무엇보다 얼마만큼의 거액이든, 목숨을 담보로 한 초과근무까지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보상할 수 있다는 관념이 가장 문제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전 회장은 “996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고 했다. 996이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6일간 일하는 것으로 중국 IT 업계에 만연한, 정당한 보상 없는 과도한 초과근무를 일컫는다. 중국 노동법 위반이지만, 퇴근 후에도 직장에서 온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받는 것이 일상화되고, 강제 야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런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스타들까지 ‘고강도 야근’을 당연히 하는 게 아닐까. 또 안전보다 성과가 우선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닐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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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북·미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북한담당 부상은 3일 담화를 발표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면서 “연말 (북·미 협상)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새로운 해법’을 들고 오라고 한 시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이날 또다시 E-8C 조인트 스타즈와 RC-135U 컴뱃 센트 등 최첨단 정찰기 2대를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띄워놓고 대북 감시 활동을 벌였다. 북한의 중·장거리미사일 발사 동향을 집중 감시하는 것으로, 최첨단 정찰기 2대가 동시 출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협상 분위기는커녕 북·미 간 긴장만 고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백두산 인근 양강도 삼지연군에 건설 중인 신도시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을 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향했던 백두산을 50여일 만에 다시 찾았다. 연합뉴스


연내 북·미 협상이 무산될 경우 벌어질 상황은 심각하다. 리 부상이 언급한 ‘선제적 중대조치’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그동안 유예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재개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신년사를 통해 이를 선언할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이 2일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중대 결심을 할 때마다 찾는 북한 혁명의 발상지 격인 삼지연군을 방문한 것도 심상치 않다. 북한이 지난여름부터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올려놓는 콘크리트 토대를 전국 수십곳에서 증설하고 있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도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 강경 대응을 한다면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북·미 대화는 물 건너간다.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앞서 1차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첨단무기 도입에 반발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까지 잠정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에도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연결됐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서로에 대해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북·미 양측은 보다 유연한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미국은 실효성 있는 협상 카드를 보여야 하며, 북한 또한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만은 계속 유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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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3~4일 미국 워싱턴에서 재개된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협상에서 미국이 ‘공정하고 공평한 부담 분담’을 요구하며 1시간여 만에 회의를 결렬시킨 지 2주 만에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가 심의 중인 내년도 국방예산 법안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SMA 협상에서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법안에서 상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5%인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미국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상당한 분담 기여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상원은 한국이 ‘캠프 험프리스’ 기지 건설 등 직접비용 분담과 동맹 관련 지출을 통해 상당한 재정적 기여를 해왔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공동의 이익과 상호존중, 한국의 상당한 기여를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도 법안에서 한국·일본에 요구할 분담금의 세부 내용을 국방장관이 제출토록 했다. 행정부가 적정한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세목별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견제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는다.   


미국 조야에서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비판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2일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미국의 신뢰를 의심케 하는 모욕”이라며 “동맹을 돈으로만 바라보면 미국의 안보·번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미 전직 고위 관리들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의 욕심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겁박이 한·미동맹 훼손은 물론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뚜렷해지면서 미 의회도 제동 걸기에 가세한 셈이다.  


동맹국을 현금자동인출기(ATM) 취급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례한 겁박에 한국인들의 인내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더 이상 동맹을 흔들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분담금 협상에 임해 동맹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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