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중국의 70주년 건국절 행사에 맞서 홍콩시위에 참가한 한 고교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진 데 이어 2일에도 시위를 취재하던 인도네시아 기자가 경찰 고무탄에 오른쪽 눈을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기자가 프레스 복장을 갖춘 데다 취재진임을 밝혔음에도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한다. 17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시위가 신중국 건설 70주년을 즈음해 한층 격화되고 경찰 진압도 강경해지면서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홍콩 췬완 지역 호췬위 중등학교 졸업생들이 2일 학교 앞에서 경찰이 시위 진압 도중 실탄을 사용한 것에 항의하는 그림을 들고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호췬위 중등학교는 지난 1일 반중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도중 경찰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18세 남학생 창쯔킨이 재학 중인 학교다. 홍콩 _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찰의 실탄 사용이다. 지난 8월25일 홍콩 경찰이 처음으로 실탄을 사용했을 때는 권총을 공중에 대고 쏘는 경고사격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 1일 당시의 동영상을 보면 경찰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고교생을 향해 1m도 안되는 거리에서 거리낌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경찰은 정당방위라고 하지만 경고사격조차 없이 시위 참가자의 몸통을 겨냥해 실탄을 발사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과잉진압이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경찰이 느끼는 위협감이 커지고 있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찰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실탄 사용에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지우기 어렵다. 경찰은 이날 다른 지역에서도 5차례 실탄 경고사격을 했다. 또 이날 하루에만 900발의 고무탄을 쐈고, 최루탄도 지난 두 달치보다 많은 1400차례나 발사했다고 한다. 고교생의 실탄 피격 소식이 홍콩 시민들을 자극하면서 다음날 시위가 한층 격렬해졌다. 


홍콩 경찰의 실탄 사용에 국제사회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25명은 트위터 성명에서 “중국 공산당이 절대권력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는지 심각하게 보여준다”며 홍콩 경찰과 중국 정부를 비난했다. 유럽연합(EU)도 “집회의 권리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가 지난달 초 철회됐음에도 홍콩사태는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이 언제까지 되풀이될지, 더 큰 유혈사태로 번지지 않을지 걱정을 금할 길이 없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이 왜 분노를 멈추지 않고 있는지 근본 원인을 깊이 헤아려 사태수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에 앞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진압 경찰의 실탄 사용을 금지토록 해야 한다. 강경진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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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일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해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했다. 사거리는 450㎞로 비교적 짧았지만, 정점 고도가 910㎞로 높아 고각으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2000㎞를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이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힌 단거리 미사일을 넘어서 준중거리 미사일에 해당한다. 북한이 북·미 대화를 재개한다고 발표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단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협상정신에 위배된다. 북한의 모험적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미 계획된 시험을 한 것인지 아니면 북·미 협상에서 체제의 안전보장을 최우선 의제로 삼기 위한 포석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 의도가 무엇이든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다. 우선 이번 미사일은 단거리의 범주를 벗어나는 데다 종류가 SLBM이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폭격기 등과 더불어 전략핵무기의 한 축으로 분류되는 위협적인 무기체계이다. 북한은 2016년 8월 사거리 500㎞의 ‘북극성-1형’ SLBM을 시험발사한 바 있는데 이번 미사일은 그 개량형인 ‘북극성-3형’으로 추정된다. 사거리를 늘린 이 개량형 미사일을 북한이 지난 7월 개발 중이라며 일부 공개한 대형 잠수함에 탑재한다면 그 위협은 더욱 커진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웬만한 미군기지는 모두 공격할 수 있어 미국에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 


현재 북·미는 실무협상 재개에만 합의했을 뿐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듯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전날 “조미(북·미)가 4일 예비접촉을 한 뒤 5일 실무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 비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미 협상을) 일주일 내에 할 것”이라고만 발표했다.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이 미심쩍어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SLBM 발사와 같은 행위는 미국 내 강경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협상의 판을 흔들 수도 있다. ‘하노이 실패’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미국의 협상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려 있어 북·미 협상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가장 피해야 할 일이 오판이다. 모험적인 승부수가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북한은 더 이상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안을 다듬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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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4일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갖는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대화가 다시 이어지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출발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실무협상은 서로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충분히 확인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진짜 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1년이 넘도록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실무협상이 조속히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에 북한 문제에서 어떤 것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는 이번 실무협상이 결정하게 된다. 국가전략노선의 대전환과 함께 모험을 시작한 북한의 운명도 여기에 걸려 있다.


예를 들면 북·미는 이번 실무협상에서 한반도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단초를 만들 수도 있고 현실적 성과를 얻기 위해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다. 또는 파국적 결별을 맞아 군사적 대치 상태로 되돌아갈 수도 있으며, 친구도 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내년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북·미관계와 북핵 문제가 동면에 들어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번 실무협상은 대화국면이 시작된 이래 가장 중요한 승부처다.


지금까지 남·북·미는 모두 전략적으로 면밀하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 성과에 집착해 협상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그리고 미국이 실수를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대화가 꼬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의 기초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북·미 모두 원래 위치로 되돌아갈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 서두르다가 남북과 북·미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북한은 ‘트럼프=미국’으로 인식한 것이 문제였다. 북한은 지금도 트럼프만을 상대해 대미관계를 풀어가려는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야구 경기에 비교하면,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상황이 펼쳐졌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가 속출한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모두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번 실무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성공적인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북한 문제를 최대 국정과제로 삼고 ‘올인’하다시피 공을 들인 문재인 정부에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시작된 북·미 대화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탓인지 몰라도 정부의 현재 상황 인식은 너무 낙관적이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확정된 직후 급히 만들어낸 뉴욕 한·미 정상회담과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조급함이 묻어난다. 미국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약간 흥분 상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에서는 북·미 대화 전망을 낙관할 만한 요소보다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더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미관계에 커다란 대전환이 일어날 것처럼 말하고 있다. 상황을 과장하고 있는 것인지, 실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실무접촉은 쉽지 않은 협상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퇴진과 “리비아 방식은 틀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와는 무관하다. 


볼턴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주도한 적이 없고 미국이 지금까지 북한에 요구해온 것도 리비아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말한 ‘새로운 방법’은 그 실체가 있는지조차 아직 불분명하다. 북한이 이런 낌새를 모를 리 없다. 최근 북한의 대미 메시지에는 실무협상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을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지 못한 미국에 돌리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한반도 상황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전쟁 위기의 한반도 상황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업적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반도 평화의 결실을 자신의 임기 내에 거둬야 한다는 조급함은 덜어내는 것이 좋다. 은행나무는 손자가 덕을 볼 것을 염두에 두고 심는다는 의미에서 공손수(公孫樹)라고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는 공손수를 심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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